억새
찬바람이 불고 온 대지가 꽁꽁 얼어 겨울의 정원에는 지난 계절의 화려했던 흔적만이 남아 전반적으로 쓸쓸하고 적막함만이 감돈다. 찾는 이의 발걸음마저 뜸해질 때도 인기가 시들지 않고 주목을 끄는 식물이 억새이다. 억새는 우리나라 산과 들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흔하고 친숙한 식물이다.
억새는 봄과 여름에는 푸르고 억센 풀로 자라지만, 가을과 겨울에는 잎의 단풍과 함께 하얗게 솟아오르는 꽃과 종자로 사계절 그 존재감을 과시하는 식물이다. 억새는 환경 적응력이 좋아 습한 곳이나 건조한 곳을 가리지 않고 잘 자라 우리 산과 들 전 지역에서 흔하게 자생하는 식물 중 하나이다. 최근 친환경 생태정원이 각광받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억새류 식물들의 강한 생명력과 저관리형 생태특성이 더욱 주목을 받아 전보다 널리 활용될 수 있다. 앞으로는 우리의 정원에서도 자주 접하게 될 식물이다.
억새와 느낌이 비슷한 사초와 수크령들도 그라스류로 분류되어 국내외의 정원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그 수요에 맞추어 다양한 품종들이 개발되고 있다.
바람에 흔들리며 자유롭게 춤을 추는 억새꽃은 솜털처럼 부드럽고 매력적이다. 한 여름인 8월부터 나오기 시작해 가을에 절정을 이루는데, 겨우내 바람을 이용해 멀리 종자를 퍼트리는 특징을 가진 종자깃털은 마치 불꽃놀이를 하듯,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개성을 발산한다. 폭발하는 불꽃처럼 하늘을 수놓으며 이리저리 하늘거리는 종자들은 삭막한 겨울정원을 포근하게 장식하며 색다른 매력을 선사해준다.
억새가 주는 계절감
겨우내 얼었던 토양이 녹으면서 저마다 새싹을 틔우려 발버둥 치는 봄, 뜨거운 태양 아래 온전히 푸른 잎 펼치며 싱그러움을 한껏 뽐내는 여름을 지나 생명을 피우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면 가을은 어떤 정원의 모습일까?
가을 정원에서는 경쟁을 볼 수 없다. 오히려 봄과 여름의 정원에서는 볼 수 없던 여유를 느낄 수 있다.
늦여름의 억새가 주위의 푸른 잎 틈새에서 하얀 꽃을 피우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면, 가을의 억새는 주변의 단풍들과 어우러져 성숙하고 은은한 아름다운 자태를 선보인다. 마지막 늦가을을 지나 겨울을 맞이하는 억새는 자신을 제외한 모든 식물들이 한해 생장을 멈추고 다음해를 맞이하는 그 시기에도 한 점 흐트러짐 없이 항상 그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 하고 있다.
푸르름 가득한 늦여름에 피어나 한 해를 마무리하는 늦가을까지, 이처럼 계절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하는 억새이기에 사랑 받는 것은 아닐런지 모르겠다.
억새를 비롯한 벼과와 사초과 식물들은 침엽수나 다른 상록수와 마찬가지로 꽃이 사라진 가을과 겨울의 정원에서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1)참억새 ‘기간티우스’ (Miscanthus 'Giganteus')는 억새 중에서 가장 큰 키와 볼륨으로 정원의 가장 뒷줄에서 훌륭한 배경을 만들어 준다. 단풍이 든 것 같은 한결같은 붉은빛을 머금은 2) 태스타세아사초(Carex testacea)의 부드러운 물결은 계절감을 초월해서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3)키노클로아 리기다사초(Chionochloa rigida)의 부드러운 색과 질감, 그리고 바람에 의해 흔들리는 역동성은 유난히 길고 추운 겨울정원에 더없이 중요한 몫을 한다. 생명력을 잃지 않은 초록색의 침엽수가 겨울정원을 장식하고 있지만, 자칫 단조롭고 지루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그라스들로 뒷받침해 배치한다면, 훨씬 더 부드럽고 깊이 있는 겨울정원으로 연출할 수 있다.
출처 : 가드닝(http://www.gardening.news)
학명
억새 Eulali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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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명: Miscanthus sinensis var. purpurascens |
분류 |
계 | 식물계(Plantae) |
분류군 | 관다발식물군(Tracheophytes) |
속씨식물군(Angiosperms) |
외떡잎식물군(Monocots) |
닭의장풀군(Commelinids) |
목 | 벼목(Poales) |
과 | 벼과(Poaceae) |
아과 | 기장아과(Panicoideae) |
속 | 억새속(Miscanthus) |
종 | 억새(M. sinensis var. purpurascens) |
특징
높이는 1-2m이다. 줄기는 원기둥 모양이고 약간 굵다. 잎은 길이 40~70cm, 너비는 1~2cm이며 끝부분으로 갈수록 뾰족해지며, 잎의 가운데에 굵고 흰색 맥이 있다. 9월에 피는 꽃은 줄기 끝에서 작은 이삭이 빽빽이 달리며, 처음에는 연한 자주빛을 띠다가 차츰 흰색으로 변하고, 다시 황금 갈색으로 변한다.
가을에 무리지어 피는 꽃이 상당히 멋있어서 억새로 유명한 곳인 광주 서창, 울주 간월재, 정선 민둥산, 서울 하늘공원, 합천 황매산 등에서는 해마다 억세 축제를 벌이기도 한다.
억새는 불이 난 자리에서 잘 자라서 예전에는 억새 축제를 하기 위해 기존 억새를 태우기도 했는데, 그만 역풍이 부는 바람에 사람들이 죽는 큰 사고가 난 이후부터는 태우지 못하게 됐고, 이로 인해 억새군락지가 많이 줄어들었다. 예전에 억새로 유명했던 그 자리엔 이제 억새말고 다른 잡초가 무성하다.
갈대와 마찬가지로 군집이 상당히 넓기 때문에 한번 들어갔다가 잘못하면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사고도 종종 일어난다. # 그러니 전문가나 인솔자가 옆에 있지 않는 이상 들어가지 않는 게 가장 좋다.
한가위 제초 때 가장 애먹이는 풀 중의 하나다. 뿌리도 억세고 굵은데 재생력도 강해서 겨울철에 약을 뿌려도 봄이 지나면 반드시 싹이 나고야 마는 매우 강인한 식물.
갈대와 구별
갈대와 비슷하게 생겨서 은근히 구별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차이점이 꽤 있다.
갈대는 꽃색이 고동색이나 갈색을 띠고 있지만, 억새는 꽃색이 은빛이나 흰빛을 띤다. 갈대는 습지에서 자라는 반면, 억새는 산 능선 등의 고지에서 보통 자란다. 갈대는 잎의 가운데에 아무것도 없는 반면에, 억새는 잎의 가운데에 하얀 줄무늬(잎맥)가 있다.
억새꽃 풍경
첫댓글 황소장님
억새꽃 구경 잘 하고 갑니다.
이 가을에 억새밭에 억시로 가고 싶네요 ㅎㅎ
소장님 덕분에 가을의 느낌이 팍 납니다
어디론가 여행가고 싶게 만드는 사진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