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오면 제일 먼저 가고 싶은 곳이 유리박물관이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어제 그곳에 다녀왔답니다. 그것도 우연히요...
계획을 세워서 일부러 찾아간 것이 아니라 그저 그 앞을 지나다가 우연히...
어쨌든 결론은, 잘 보고 왔다는 것이죠. ㅎㅎ
그리 넓은 곳은 아니지만 유리공예품을 너무너무 좋아하는 나는
아주 신이 났었답니다.
믿어지나요? 이 유니콘도 유리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멋있죠? 예쁘죠? ㅎㅎ
캄캄한 밤에 조명이 켜지면 더 예쁘답니다.
유리로 만들어진 정자(亭子)예요.
나는 이 정자를 보자마자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이 떠올랐어요.
영화에서 대령의 큰딸이 우편 배달부와 사랑을 속삭이던 그 곳,
"I'm sixteen~ You are seventeen~~" 이 노래를 부르던 그 곳,
오래 전에 보았던 영화이지만 유리집 같았던 그곳이 참 예뻐서
아직도 기억에 어렴풋이 남아 있네요.
그래서 이 유리 정자를 처음 보았을 때 마치 어디에선가
이 노래가 들려올 것만 같았답니다.
I'm sixteen~ You are seventeen~~
해바리기인가?
제목을 볼 것을... ㅠㅠ
무슨 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 꽃도 마음에 들었구요...
산책을 하듯 길을 따라 걷다보면 자그마한 유리 전시관도 있어요.
아기자기하게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을 들여다보며 그저 감탄만 했답니다.
유리로 만들어졌다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정교(精巧)하고 섬세한 느낌...
저 구두를 신고 저 핸드백을 들고 외출을 하여도 손색이 없을 듯한...
목이 꺾어진 소주병...
이렇게 떼지어 있는 소주병들을 보니, 마치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연상되네요.
너무 취해서 제 몸조차 가눌 수 없어 고개를 푹 숙이고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는 술 취한 군중들처럼 말이죠.
유리문을 열 때마다 이 사과를 떼어오고 싶었다는... ㅎㅎ
저 사과를 자꾸만 만져보고 싶어서 일부러 몇 번이나 유리문을 들락날락했네요...
죽은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듯 초록 넝쿨이 거친 나무에서 뱅글뱅글 맴을 돌구요, 그리고
그 넝쿨이 전해준 생명의 온기로 유리꽃들이 활짝 피었어요. 어여쁜 유리 이슬방울들도
또르르 또르르 내 머리 위로 떨어질 듯 하구요...
천국으로 가는 계단이라고 했던가???
유리로 만들어진 계단...
천국으로 가는 계단이 정말 유리로 만들어져 있다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아주아주 조심스럽게 발을 떼어야 하겠죠...
이 계단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천국으로 가는 길이 이토록 조심스러운 유리로 만들어져 있다면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이 계단에 발을 올려놓는 순간 유리가 깨어질지도 모르고,
또 어느 누군가에게는 계단을 오르는 중간쯤에서 유리가 깨어져 공중에서
자유낙하를 하듯 미친 듯이 아래로 아래로 떨어질지도 모르고, 그리고 또
어느 누군가에게는 마치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길을 걷듯 그렇게 쉽게 쉽게
이 유리계단을 오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나는 이 계단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며
먼 훗날 어느 날에 이 계단을 오르기 위해서, 이 계단의 끝쯤에 있을지도 모를
천국의 문을 열기 위해서 오늘도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야겠다고...
ㅎㅎ...
이런 바보같은 상상을 하는 내가 좀 멍청해 보이죠? ㅎㅎ
천국의 계단 앞에서 괜스레 나 혼자 엄숙한 분위기에 젖어있다가
우아한 백조들을 만나고는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 듯 하네요...
음, 캄캄한 밤에 조명이 밝혀졌을 때는 어떠한 모습일까 하는
커다란 기대감을 안겨주는 우아한 백조들...
"여기 봐봐! 잠자리가 빨간색이야! 넘 신기하지?"
"바보야, 저게 바로 고추잠자리야."
아아, 그렇구나...
그런데 왜 나는 지금껏 빨간색의 잠자리를 본 적이 없지...
고추잠자리를 그저 하나의 명칭으로서만 생각했지 잠자리가 빨간색일 것이라고
생각을 해 본적이 없는 나는 그저 저 잠자리가 신기해서 내 카메라에 담으려고
한동안 잠자리 뒤를 살금살금 쫓아다녔네요. 그리고 드디어 포착... 좀 희미하게 나왔지만
빨간색 잠자리를 찍은 것만으로도 대만족이네요... ㅎㅎ
동글동글 색색의 이 귀여운 것들은 버섯이랍니다.
나에게도 정원이 있다면 요런 예쁘고 귀여운 것들로 가득 채우고 싶네요... ㅎㅎ
이 조형물의 제목은 <진실의 입>...
이 조형물을 보니 생각나는 영화가 있지 않나요?
바로, <로마의 휴일>...
진실의 입 앞에서 깜짝 놀라던 오드리 햅번의 깜찍한 모습이 떠오르네요...
정원 구석구석까지 몇 바퀴를 돌아다녔는데도 여전히 환하기만 하고,
빨리 캄캄해졌으면 좋겠는데 시간은 왜 이리도 느릿느릿한지...
다리도 아프고 잠시 쉬려고 탁자 앞으로 다가섰더니
아니, 탁자까지도 유리일 줄이야...
예쁘다...
나에게도 정원이 있다면 이것도 내 정원에 갖다 놓고 싶으네... ㅎㅎ
앉아서 쉴 만큼 쉬었는데도 도대체가 깜깜해지지 않고 너무 심심해서
정원을 한 바퀴 더 둘러보고는 유리 공예품 판매하는 전시관으로 들어섰습니다.
와~ 어쩌면 이리도 예쁠까나...
하나하나 눈여겨 보면서 이런 소품들을 끔찍하도록 좋아하는 나는
이것저것 눈 닿는 것마다 사고 싶어서 욕심을 부려봅니다.
특히, 이 장미는 몽땅 사고 싶었다는... ㅎㅎ
장미 못지않게 튜울립도 너무 앙증맞고 예쁘더라는...
그래서 이것도 몽땅 쓸어오고 싶었다는... ㅎㅎ
아직 많이 어두워지지는 않았지만 하나 둘 조명이 켜지고 있네요...
완전히 어두워지기를 기다리며 다시 한 번 전시관에 들어가서 작품들을 둘러보고 천장도 찰칵...
약간의 어둠과 조명의 위력 덕분일까, 낮에 보았던 모습보다 더 예쁘네요...
마치 내 머리 위에서 오색찬란한 별빛이 거침없이 쏟아져 내리는 듯 하네요...
음, 이것도 몇 개 정도 내 방 천장에 달고 싶으다... ㅎㅎ
환할 때는 잘 보이지 않던 거대한 거미줄도 조명을 밝히고 나니 더 선명하게 보이네요.
(사진 찍는 기술이 부족하고 똑딱이 카메라이다 보니 제대로 예쁘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조명에 반짝이는 유리 거미줄이 마치 빗방울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거미줄처럼 예뻐 보이네요...
역시 어둠이 내린 후에야 정원의 실체가 드러나네요... 예쁘다!!...
이제야 유니콘이 빛을 발하네요...
손끝으로 살짝 만지기만 하여도 <신화>속으로 사라져갈 것만 같은 유니콘...
감히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고 몇 발자욱 떨어져서 감탄만 합니다.
내 어린시절 신화 속에서만 존재하는 유니콘을 얼마나 보고싶어 했던가...
그 꿈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이루어졌네요...
그 우아하고도 아름다운 백조를 이렇게밖에 못 찍다니... ㅠㅠ
사진 찍는 공부를 해야 할까나???
그리 넓지는 않았지만 오밀조밀 잘 꾸며진 정원을 느린 걸음으로 한 번 더 거닐고는
아쉬움의 발걸음을 떼어 놓습니다.
초록빛 초목이랑 멋지게 혼연일체를 이룬 유리 조형물들...
화려한 조명에 의해 더더욱 신비로워 보이는 유리 조형물들...
이러한 분위기를 몹시 좋아하는 나는,
유리공예품을 몹시 좋아하는 나는,
깊어가는 여름밤에 이곳 유리박물관에서
또 하나의 추억를 만들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
이곳 유리박물관에 너무 커다란 기대를 안고 오는 사람들에게는
입장료도 좀 비싸고 별로 볼 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섬세한 작품 하나하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생각한다면,
이 섬세한 작품들을 이토록 자연스럽게 전시한 노고를 생각한다면
결코 비싸다고 볼 수는 없을 듯합니다.
사실, 유리공예품 앞에 놓여있는 가격표가 그리 만만한 가격이 아니어서
구입하는 것도 조금 망설여지겠지만, 그것 또한 비싸다고 할 수는 없겠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나도 이런 것을 만들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TV에서 신의 경지에 오른 듯한 이태리의 장인이 만들어내는
작품들을 보면서, 아, 나도 저렇게 만들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샘물처럼 솟아올랐습니다.
참참, 나는 왜 이리도 배우고 싶은 것이 많을까요...
이 나이에도 나는 배움의 기쁨을 버릴 수가 없네요...
아마, 어쩌면 욕심이 너무 많아서 일까요...
매일 매일 하나씩 하나씩 욕심을 버리고 살자고 다짐을 하지만
매일 매일 나는 하나씩 하나씩 욕심 덩어리를 늘이고 있었네요...
그래서, 그래서 내 머릿속이 이리도 무거운 것일까요??? ㅎㅎ
< 2012/07/22 제주 유리박물관에서... >
첫댓글 와우 넘 이쁘요
구경 잘하구 갑니다
^^*
눈에 익은 풍경들..
저도 오설록에 다녀오면서 다시 들렸었지요.
그곳에 지인들이 모여 유리 박물관을 만들었지요.
제주에 두곳이 있는데 모두 운영상 힘들어 합니다.
저 또한 유리작업을 하니까요..
색상이나 유리 색깔 때문에
가끔 이태리 무라노섬에서 작업을 하기도 하지요.
유리에 빠져들어 긴 유학생활도 해 보았고,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유리 조형전이라는 전시회도 열었지요.
우리나라 미술 장르에 새로운 도전이었으니까요..
이쯤..ㅎㅎ
편안한 주말 밤 되시길요~!^^
와~ 대단하세요~
유리공예 불모지나 다름없는 우리나라에서 전시회까지...
갑자기 좋은동행님이 몹시 궁금해지네요... ㅎㅎ
저도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배워보고 싶은데
그것이 참 험난한 길이더라구요. 배울만한 곳도
거의 없구요... 그래서 꿈으로만 고이 간직하고 있어요. ㅎㅎ
유리 공예는 취미로 배우기에는 쉽지 않지만
어떤 것을 하느냐에 따라서 가능하겠지요.
램프워킹(Lamp working) 이나 유리 페인팅( 유리 접시나 유리판에 채색)은 할 수 있지요.
그것도 작은 전기로가 있어야 가능 합니다.
북미나 유럽에서는 취미로도 배우는데..
꿈으로 간직 하시다가 어느날 배우세요~
미국의 어느 국민작가는 60세 부터 그림을 그렸다고 하는데..ㅎㅎ
<---- 보너스 사진이예요~^^
스와니님
너무 아름답습니다..
유리공예도 이리 추상적인 아름다움을 주는군요..
여러 채색이 황홀감까지 주는군요..
오늘 빈둥거리다가 이제야
컴에 들어왔는데 아주 횡재한 느낀 입니당..
유리공예, 아주 매력적인 파트같아요.
만들어지는 그 과정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구요...
하나하나 어찌나 아름다운지...
그저 감탄만 하다가 왔습니당... ㅎㅎ
낮에는 낮대로 밤에는 밤대로 정말 멋진 유리 공예원이네요...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