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님
정유정 작가의 전작 중 하나인 7년의 밤을 읽었었는데 플롯구성이 잘되어 있고 장르적 성격이 강한 소설을 힘있게 밀어붙인 것이 맘에 들었다.선 굵고 스토리라인이 살아있고 기승전결이 명확한 것이 좋아해서 해당 작가의 책을 선정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소설가의 수작(秀作) 이후 좋은 책이 나오기가 힘들다고 해서 좀 망설이던 중이긴 했다..
사이코 패스를 1인칭 시점으로 글을 쓴다는 건 그 사람의 마음을 따라서 써야하는 쉽지 않은 작업적 도전이 아닌가 싶어 우려가 있었는데 명확하게 무어라 말할 수 없지만 뭔가 어색한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다.
강한 악인 캐릭터가 있어햐 하는데 그 캐릭터가 사이코 패스가 되어 얘기하는건 좀 다르지 않은가 싶다.
작가의 에필로그에 보면 이 소설을 3번 다시 갈아엎어 썼다는 말이 나오는데 역시 매끄럽지 않을 수 밖에 없음을 실감하며 만족했다고는 못하겠고,또 기분좋은 구성의 작품도 아니었다.
같은 소재를 다룬 소설로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이란 소설을 읽었는데 사이코 패스인 주인공이 치매에 걸려 오락가락 하는 묘사가 오히려 좋았던 기억이 있어 추천할 만 하다.
가을햇볕님
지루하지 않게 재미있게 잘 본 책이다.
어머니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어머니를 죽이려고 하는 문장 인상 깊었다.
원초적인 폭력이나 성적 욕구(욕망)에 대한 발현기제들에 묘사가 재미있게 잘 보았다. _ 이는 영화 아가씨에서 표현하던 솔직한 욕구와 욕망이 떠오르며 비슷한 즐거움을 느꼈었다.
1인칭 시점으로 쓰여지는 책에서 1부 사건을 저지르고 난 결과에서부터 과정을 반추해 나가는 과정과 2부 사이코 패스적 성격이 발화화되는 과정을 통해 말과 표현이 거칠어 지는 모습의 변화도 즐거운 점이있다.
또 한번의 괜찮은 소설가를 알게되었다..
( 죄송합니다만 햇볕님의 말씀 중 처음 "라캉" 연관 한 단락을 제가 놓쳤습니다. 혹여 기억이 나신다면 댓글을 통해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때 바로 여쭙는 다는걸 깜빡 했습니다.)
우주소녀님
사이코패스 얘기이어서 재미있게 다가갔다가 1인칭시점으로 쓴 글이다 보니 읽는 과정 내면으로 투사가 안되어 2/3 이점부터는 진도가 안나가서 고생한 책인데 그럼에도 글의 구성상 재미있게 잘 쓰여진 책이라 여겨진다.
사이코 패스 중 최종 상위의 프레데터가 어머니를 잔혹하게 죽인이는 소재를 다루었는데 이런 보이는 것에만 현혹되기엔 살인은 곳곳에 널려있다.
수많은 어머니가 자녀를 죽이는 사건들은 잊혀지는데 반대로 자녀가 어머니를 죽이는 사건들은 이렇게 중요하게 다루어지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더불어 총 칼로 직접 죽이는 것만이 살인이 아니라 다른 심리적 인격적 살해도 주변에 얼마든지 볼 있다.
다이나믹한 전개와 재미있는 구성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책을 덮었던건 예상되는 줄거리가 이게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우려나 더이상 건드리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에 대한 기대 때문이기도 했다..
읽고 나서 역시나... 나는 아니구나...(사이코 패스가.. 프레데터가.....) 일단 투사와 동일시에서는 실패한 소설 ^^
푸른별님
예상을 벗어나지는 않는 스토리였지만 한장한장 자극적이고 재미있게 쓰는 능력을 가진 작가인데.. 더불어 어디서 본듯한 스토리 구성이다.
정신과 의사인 이모가.. 유징은 얘는 어떤 특별한 것에서 심장이 뛸 것이다라고 했는데 그것이 바로 살인이었다니..
작가가 살인의 과정이나 장면에서 주인공이 심장뛰는 것을 묘사할 때 내 심장도 뛰는 걸 느끼며 나도 혹시 사이코패스인가 했지만 생각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 ㅎㅎ
나도 혹시 유진과 다를바 없는 본성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에 대해
"도적적이고 고결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깊은 무의식 속에서 금지된 행위에 대한 환상, 잔인한 욕망과 원초적 폭력성에 대한 환상이 숨어 있다. 사악한 인간과 보통 인간의 차이는 음침한 욕망을 행동에 옮기는지 아닌 지에 여부에 달려있다."는 프로이드의 말에 위로를 받았다.
그런데 작가는 왜 꼭 이런 반갑지 않은 잔인함을 끌어내어 책으로 쓰며 말하고자 하는게 뭘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카타르시스? 모르겠다..
굳이 찾아보려면 작가의 첫작품을 찾아 진짜작품을 만나는 것이 길이지 싶다..
부드런 강철님
글을 구성하고 스토리를 전개하는 작가적 능력이 탁월하다.
사이코패스를 다룬 소설인 줄 모르고 접했던 지라 어떠한 끝을 맺을지 궁금해하며 읽게된 소설이다.
에필로그의 진화심리학의 '인간이 살인을 통해 진화한 생존자들'이라는 내용은 역사이전의 얘기라면 모를까 좀 진부하지 않은가... ㅎㅎ
본문 일기내용 중
'포식자는 보통 사람과 세상을 읽는 법이 다르다고. 혜원이 말했다. 두려움도 없고., 불안해하지도 않고, 양심의 가책도 없고. 남과 공감하지도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남의 감정은 귀신처럼 읽고 이용하는 종족이라고 했다. 타고나길 그렇게 타고났다고 했다.'
라는 내용에서 혹시 이런 집요함은 보이지 않는 엄마의 강함을 닮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대해서는 여름숲의 반론이 있었습니다... 타고나길 그렇게... ^^;;)
여름숲
간만에 스릴 넘치는 서사구조를 만난 소설이다. 더불어 치밀한 묘사도...
초반 심하게 구석으로 밀리는 느낌이 진도를 못나가게 했는데 1인칭 시점의 사이코패스의 내면세계에 공감하지 못한 것인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글을 이끌어 가는 초반의 유진의 입장에서의 독법이 중반엔 엄마의 입장에서 서게되고 나중 유진과 엄마 이모의 입장과 교차하며 정-반-합에 이르는 심리적 이동이 와서 읽는 동안의 스릴을 생각해보건데 작가의 독자를 휘두르는 능력이 대단한 듯 싶다.
작가가 나타내고 직시하라고 요구하는 근본적인 그 폭력적이고 어두운 숲이라는 것이 과연 인간의 본연의 모습인가 의문을 가져봤는데.. 딱히 부인할 수는 없지만 마냥 긍정할 수 만도 없는 것이 우리네 범인들의 심리이지 싶다.
엄마와 이모 형까지 죽이는 과정은 모두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선택이었을지 몰라도 빗속의 여인을 죽인것에는 그 어떤 이유도 없었으니까..
종의 기원...
"엄마와 이모가 모두 살해되고, 나의 실체를 짐작할 수 있는 유일한 친구이자 형제나 다름없는 해진 또한 차 사고로 수장되면서 이제 나의 실체를 알고 있는 사람은 모두 사라졌다. 동시에 여러 건의 살인 사건으로부터 나는 자유로워졌다. 이제 나는 짐작하기 어려운 새로운 ‘종의 기원’이 될 지도 모른다. 머리는 좋고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나는 이제 유일무이한 존재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겁먹은 것’에게만 끌리는 나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없어 보인다"
새로운 종의 탄생이로고~~~~~
끝!!!
첫댓글 정신분석학에서 인간아이들은 자립할 수 없기 때문에 누군가에 의존해야 생존이 가능합니다.
인간사회에서는 대부분 부모에게 의존하지요.
그런데 이 의존이 자발적인 의존이 아니라 부모에 의한 강압적 의존이라
인간아이는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깨지고 그래서 모친살해충동을 갖게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수고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