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고속도로에서 대전통영고속도로로 접어들자
흩날리기 시작한 눈발은
장수에 들어가서도 간간히 날렸다.
허름한 여관에서 곤한 몸을 누였다가
다음날 들머리인 범연동에서 쳐다본 장안산 산줄기는
하얗게 눈으로 뒤덮여 나의 가슴을 설래게 한다.
저 거대한 장안산 산줄기는
바로 금남호남정맥의 산줄기이다.
이것은, 지리산에서 출발한 백두대간이 함양 백운산 옆의 영취산에서 갈라져
바로 이 장안산(長安山:1237m) 서북으로 뻗어
팔공산, 성수산, 마이산, 부귀산으로 이어져
무주의 주화산(珠華山:600 m)까지 약 65km에 이르는 옛 산줄기의 이름이다.
이 산줄기에서 북으로 금강이 발원하며
남으로 섬진강이 발원하고 있다.
이 정맥이 끝나는 주화산은 바로
금남정맥과 호남정맥의 시작인 것이다.
범연동에서 가파르게 오르는 산길에는
눈과 낙옆이 뒤섞여 나의 발을 피곤하게 하지만
遠景으로 보이는 정맥의 마루금은
나를 자꾸 山頂으로 유인한다.
능선 안부에 올라 서서 이제 능선으로 정상을 향하지만
고도는 여전하다.
가파른 능선을 하얀 눈과 씨름하며 오른 곳이 하봉이며
그 능선 상에 하봉, 중봉, 장안산의 세봉우리가
서로 많은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다.
이 금남호남정맥의 산줄기는
바로 옆의 백두대간과 평행선이 되어 나아가는데
백두대간의 조망이 매우 선명하다.
남으로 지리산 연봉이 바로 보이고
거기서 시작된 백두대간은 고남산을 거쳐
바로 옆의 이 백운산 줄기로 지나
영취산, 그리고 북쪽에 우뚝 솟은 덕유산으로 이어진다.
언젠가 백두대간 종주 중에 저 백운산 정상에서
이쪽 장안산을 쳐다보며 명산을 지나친다고 아쉬워하지 않았던가?
그 업보가 오늘 나를 이곳 전북 장수까지 오게 만들었다.
장안산 정상의 주변 조망은 훌륭하다.
하산은 올라온 길보다 가까운
영취산 무령고개 방면과 노곡리 방면으로 내려가 볼까 생각해 보지만
차가 범연동에 있는지라 그냥 다시 되돌아 내려온다.
금남호남정맥의 줄기인 밀목치의 빙판을
아슬아슬하게 넘어 장수로 내려와
정체 위험이 있는 88고속도로를 피해
대전통영고속도로를 타고 북으로 올라가다가
금산에서 빠져 금강을 따라 동진한다.
금강 주변의 아름다운 양산8경을 구경하고는
충북 영동에서 경부고속도로로 차를 올려
고향으로 돌아오는데
도착할 즈음에 익승이 참가자미회를 준비해놓곤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첫댓글 업보. 지금 이런 시간도 업보. 전주에 찜질방 가마 해주고 돈 받으러 많이 다니던 길, 금산 살던 군대고참. 선배님 글 참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