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촬영했던 청송 주산지에 영화제작비의 4분의 1(총 12억 원 중 3억 원)을 들여 만들었던 암자를 철거해버린 것은 너무 미련한 짓이었다고 생각되어요. 영화 속에 나온 암자가 제대로 복원하는데 필요하다면 서명운동에도 동참할 겁니다.”
개성파 영화감독 김기덕(46)이 경북 청송에서 열린 제2회 **영화제에 참석차 그곳을 찾았다. 아내가 청송 현동 출신이라는 김 감독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바람에 역설적으로 더 때묻지 않은 자연을 간직할 수 있었던 청송예찬이 남다르다.
“주산지와 송소고택이 있고, 대륙적인 기세를 지닌 주왕산이 뻗어있는 청송의 잠재력은 엄청나죠. ” 김 감독은 주5일제로 직장인들의 삶이 ‘5都2村’으로 바뀌고 있고, 라이프 스타일에서도 ‘여가와 즐김’을 중요하게 받아들이는 변화가 오고 있어 휴양관광산업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청송의 발전 가능성은 아주 크고, 얼마나 안목 있는 문화전략을 세우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내다본다.
"청송군이 다른 시군에서 찾아볼 수 없는 차별적인 문화와 자연속 휴식공간 그리고 독특한 관광의 재미를 느끼게 만든다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죠. 주산지에 암자를 복원하는 것도 좋은 방안 가운데 하나구요.”
김 감독은 “‘자연의 사계, 인생의 사계가 담긴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 나오는 물위 암자를 보러 주산지에 왔다가 철거되고 없어서 실망이 컸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제작사의 주요 스태프가 3년 동안 매달려 저예산 감독인 그로서는 거의 영화 한편을 촬영할 만한 거액(?)을 들여 지은 '물 위 암자'가 철거된 데 대해 크게 아쉬워하며, 복원되기를 희망한다.
청송군 배대윤 군수도 영화 속 주산지 암자를 보러왔던 관광객들이 허탈해하며 돌아가는 일이 비일비재하자 복원 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해둔 상태다.
“주산지를 발견한 것은 대구 달구벌사진콘테스트에서 출품된 사진작품을 통해서였다. 우리나라에는 물에서 나무가 자라는 경우가 없는데, 그 사진에 있더라구요. 처음에는 동남아시아인 줄 알았어요. 근데 청송이라고 해서 대번에 와봤지요.”
김감독이 스태프들과 주산지를 찾았을 때의 일화다. 김감독과 함께 주산지에 온 녹음기사가 뭔가를 봤다. 몸길이가 약 3미터쯤 되는 물짐승 같았다.
“백두산 천지에 산다는 니스처럼 그런 것을 봤대요. 실제로 뭐가 살기는 하겠습니까만 영험한 매력을 지닌 호수구나 여겼죠. 처음 주산지와 만난 날부터 영화촬영을 허가받고 준비하기까지 꼭 3년이 걸렸거든요. 그동안 딴 작품을 먼저 찍었죠. 근데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촬영에 들어가던 그날 주산지에 무지개가 떠더라구요.”
‘날씨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별명이 붙은 김 감독은 악천후에도 꼭 필요하다면 촬영을 마다하지 않고 기후와 맞선다. 그런 그이기에 때로는 날씨도 비켜가는 일이 잦다.
“물위에 뜨는 암자를 만들려고 암자 밑에 드럼통 2백개를 달았어요. 환경오염을 없애려고 특수 페인트를 썼구요.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는 기와 대신 특수 재질을 썼어요. 정말 고민 끝에 상상속의 암자가 생긴 거예요. 조계종에서도 주산지 암자를 정식 암자로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어요.”
김 감독은 청송에서 음악제를 구상 중인 배 군수가 영화제를 하나 만들어달라고 부탁하자 “지금 국내에 20개의 영화제가 있어서 한 달에 두 건의 영화제가 열리는 셈이어서 살아남기가 결코 쉽지 않다”면서도 “체코 프라하에서 2시간 더 들어가는 산골이자 온천지구인 칼로이발에서 세계 5대 영화제 가운데 하나가 열리는 것처럼 청송에서의 영화제도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칸 영화제가 휴양도시여서 성공한 것처럼, 청송도 무공해 자연에서 고택체험을 하면서 테마 영화제를 기획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없지만은 않다는 것. 그러나 문화산업을 발전시키려면 그만한 안목과 결단력을 지닌 지도자가 있어야한다.
“김동호 부산영화제집행위원장이 십여년 전에 2천억을 투자하여 양수리에 종합촬영장을 지을 때 모두 다 반대했어요. 그러나 지금 양수리촬영장이 없으면 우리나라에서 영화를 못 찍을 정도예요. 영화제나 음악제와 같은 문화제를 성공시키려면 미래와 변화를 내다보는 눈이 있어야죠.”
김 감독에게 본업인 영화에 대한 새 구상을 말해달라고 하자 노코멘트로 일관하는 것을 보니 뭔가 새판을 짜고 있는가보다. 최근 독립프로덕션인 김기덕필름을 만든 김 감독은 “영화작품을 많이 봐주어야 하는데, 영화감독이 너무 알려지면 안되죠.”라며 자신의 이미지가 영화 밖에서 만들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감독을 아끼고 사랑하면 기끼어 찾아가서 영화를 봐주는 정도의 애정표현은 있어야한다는 것. 국민감독으로 저예산 영화를 고집하고, 멀티플렉스 중심의 배급 시스템에 반기를 들고 영화 ‘활’의 단관 개봉을 실천한 김 감독은 상당히 소박한 인간미를 지녔다.
최근 국내외 인터뷰를 일체 차단하고 있는 김 감독은 최근 각종 미디어와 영화산업이 대중에게 강하게 다가서면서 소규모 예술문화와 창작성이 죽어가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크다.
“미대, 음대 나와서 창작활동이나 연주생활을 택하기보다 영화 스태프가 되고, 연예인 되는 것을 더 좋아하니 독창적인 문화를 어디서 찾아볼 수 있을까요?”
김 감독은 영화는 종합예술이고 창작산업이니 그 근본이 되는 기초문화가 다양하고 튼튼하게 자라나야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외국인이 가장 인상적인 한국 영화로 첫손에 꼽는 김 감독은 대표작 ‘봄 여름…’으로 제41회 대종상 작품상, 제24회 청룡영화제 작품상, 로카르로 국제영화제 3개상 수상, 러시아 황금양상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등을 받았으며, 이외에 영화 ‘빈집’으로 한국가톨릭매스컴상을, 영화 ‘사마리아‘로 제54회 베를린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첫댓글 솔직히 김기덕 감독님이 만든 세트장들.. 정말 없애기 아까운것들인데.. 영화 '섬' 제작했던 경기도 어디 저수지 있던 동네에 갔더니 동네주민들이 그때 김기덕 감독님이 영화다찍고 세트들 철거해드릴까요 말까요 했는데 철거해달라고 했던거 아쉬워하던데...
아내가 청송 현동 출신? 허거덩;;; 김기덕 감독님 결혼했어요? 이상하다.. 안한걸로 잡지에서 봤는데.. 그래서 완전 영화에 올인하는 사람이구낭...햇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