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응원(시)
나는 평소에
내 가족과
내 친구와
몇몇 동료와
그리고 학생들만이
나를 사랑하는 줄 알았다.
이번에
논문쓰는 일 멱이 차도록 하면서
새롭게 알게되었다.
컵 위의, 광주리 속의, 커튼 위의 뭇 천사들도
하늘의 별꽃도
밤이 새벽으로 바뀌도록 듣는
음악 요정도
우주의 파동도 나를
응원한다는 것을...
어찌 나 뿐일까보냐
그대 또한 응원할 것이다.
진심을 담아
간절히 무언가를 끝내고자 할적에.
2. 어머니
날 낳아주시고 젖을 물려 키워주신 어머니
일본 강점기에 태어나셔서
육이오 동란, 전후 가난 다 겪고 살아오신 분.
어렸을 적 내가 춥다하면 본인의 목도릴 내 목에 둘러주시고
내가 아이 낳고 눕거나 수술 받고 누워있을 적에
손에 물도 못 묻히게 하십니다.
88세 나이에도 남광주 시장서 장 봐 오신 부추를 씻어
멸치 국장 다린 물을 넣으시고
김치를 담아주실 때도 있으십니다.
어머니 이제 나이 구순
나 어릴 적 내 의지가 되어주셨듯이
어머니 힘없게 된 노후에는
내가 돌봐 드릴 차례
그 마음 속에 기쁨이 되고
우리의 추억을 노래하고
편찮으실 적에 그 손 잡아드려
은공을 갚으리라
다짐해봅니다.
3. 고양이 호두
호두는 신비한 자태
옥빛 색의
눈의 마력을 지닌 영물
내 품에 안겨든
부드러운 털옷 입은 호두
거의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조용히
마치 공기처럼
소리 없이
이동한다
4. 춤(시)
제주도 올레10길
송악산서 모슬포를 향해 언덕을 내려가다
바닷가 저 아래서 위로 올라오는
눈송이를 보았다.
강원도 깊은 산골 시냇가의 물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본 사람이 있다.
정말이닷!
진짜로 눈송이들이 바다에서 하늘로 올라왔다.
숑숑숑...
나 혼자가 아니라
산악회원 다섯 명이 서 같이 보았다.
그 절경에 우리는 넋을 잃었다.
그 때문이리라
눈보라 휘몰아치는 벌판에서 우리가 길을 잃은 것은...
제주 바다의 절경이 우리의 혼을 앗아 가 버린 것이다.
다행히
스마트 폰 네비로
인근 알뜨르 비행장을 찾았다.
버스가 우리를 데리려 올 동안
난 눈 내리는 비행장에서 춤을 추었다.
뱅뱅 돌고 겅중 겅중
두둥실 춤을 추었다.
알고 보니
비행장은 일제가 대륙침략의 발판으로
제주도를 삼고,
그 일환으로 격납고와 비행장을 지은 것이라고 한다.
또한
제주지구 계엄당국이
한꺼번에 193명의 무고한 양민을 학살한
4.3 양민 학살의 현장
“섯알 오름”이라고 한다.
아뿔사!
나의 춤이
진혼의 춤이었기를...
관광객의 속없는 춤이 아니라
죽은 원혼의 넋을 잠시나마
위로해주는
진혼의 춤이었기를...
5. 불광불급
아들아 음악 좋아하는 데서 더 나아가라
거기에 미쳐라
거기에 미치고 그래서 사는 일까지 연결하라
그렇지 않으면 음악은 네 인생에서 기분풀이에 불과하다
음악에 몰입하면
음악이 네게 밥은 먹고 살게 해줄 것이다.
일하는 과정에서
좋은 사람도 만나게 해 줄 것이다.
사랑은 사랑에게 보답한단다.
반드시 행복한 시절이 찾아올 것이다.
6. 환희
감옥...정녕 불편한 곳.
그러나 13년의 옥 생활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었다네
독서, 서예, 관찰, 생각, 상상, 편지
『야생초 편지』와 새로운 패러다임은
암굴을
뚫고 솟아난 빛,
환희!
하반신 마비...
정녕 절망스런 상황
그러나 40년의 장애 속에서도
가사 일하고, 말벗이 되고 기도하고
생활 속의 예술을 쉬지 않았네
그녀의 미소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인력,
아리아!
세상의 온갖 악조건 속에서도 가능한 일 있나니
책 쓰고 연구하기, 연대를 맺기, 희망 품고 포기 않기
나가서는 걷고 소통하고
안으로는 내공을 일으킬 시간
고통을 통과하여 환희로!
7. 민들레 블루스
.... 돌봄이 없는 치료는 우리를 지배자나 통제자, 조작자로 만들어 버리고
진정한 공동체를 형성하는 길을 막아버린다.... 헨리 나우웬
대통령에게
유서를 남기고
한많은 세상과 하직하였던 그 해
그 선생님
그렇게하지 않고서는
현실을 알릴 방법이 없었으리
세상을 향했던 마지막 언어
매스컴은 한 동안 소식을 알리지만
향촉대 향이 사그라지기도 전에
사람들 사사오오
집으로
돌아가네
그 목소리 휘리리리
허공을 맴돌다가
길가 돌틈 모래 속에 묻히네.
죽음 이후
대학가에 달라진 것이 없네
더 심한 회오리 바람이
저기 저 앞에 기다리고 있네.
불현 듯
틈 사이 보이는 푸른
민들레의 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