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없는 사람들은 언제나 이렇게 당하고 살 수 밖에 없는 겁니까. 너무나 비참해서 어디에다가 하소연 할 수도 없는 실정입니다"
1일 오전 7시께 대전시 유성구 서남부택지개발지구 9블록 내 이주를 하지 않은 12가구 대한 행정대집행이 이뤄진 가운데 철거용역업체들의 무분별한 폭력사태로 철거민들은 두번의 설움을 당했다.
오갈 데 없이 쥐꼬리 만한 보상금을 손에 쥐고 수십년간 살던 정든 집을 강제철거 당한데다가 철거용역업체 직원들에게 폭행을 당했기 때문이다.
일부 주민들은 지붕에 올라가 몸에 시너까지 뿌리며 강하게 저항했지만 결국 철거용역업체의 손에 이끌려 힘 없이 주저 않고 말았다.
이를 집행한 대전도시개발공사는 주민들의 입장은 고려치 않은 채 포크레인 등 중장비와 폭력으로 무장한 철거용역업체를 앞세워 주민들을 강제로 몰아낸 것이다.
주민 신봉순(45)씨는 "수십년간 살아온 집과 전답을 포함해 1억여원을 보상받았지만 이 돈으로는 집도 살 수 없다"며 "가까스로 인근에 집을 신축하고 있어 1주일간만 행정대집행을 미뤄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전도개공은 서남부 9블록에 대한 택지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민들에게 전답은 60∼80만원, 대지는 150∼180만원 정도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이 보상금으로는 집 마련은 커녕 먹고 살 땅을 구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라는 게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서남부지구는 대전의 마지막 남은 미개발지로 현재 추진되고 있는 1단계를 비롯해 앞으로 2, 3단계로 나눠 개발될 예정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적절한 보상과 이주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곳곳에서 마찰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남부지구는 지난 1970년대 말부터 개발행위제한구역으로 묶여 이곳에 거주하던 원주민들은 집의 증개축 등 각종 개발을 제한받았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조상부터 물려온 손바닥 만한 땅에 농사를 지어 자식들을 키우며 어렵게 생활해 왔지만 1980년대 초 서울 등 수도권 사람들에게 토지를 매매한 주민이 대다수에 이른다.
택지개발예정지구 정보를 갖고 있던 수도권 사람들에게 토지를 헐값에 넘긴 것이다. 주민 권정주(59)씨는 "아무리 없이 살아도 남에게 해코지 한번 하지 않고 살았는데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해 말 조차 나오지 않는다"면서 "이런게 힘 없는 사람들의 설움인 것 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