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의 본령에 대해 생각한다
2009-3-6 한국교직원신문
- 일부 사교육 종사자들의 '훈수'에 대한 반론
하 상 규
교육사회문제연구소장
前부산재송중 교장
언어도단(言語道斷)이란 말이 있다. 2월 16일자 C신문에, 자칭 사학의 달인이란 몇 분이 공교육에 대해 훈수를 했다. 사교육에 대한 폐단을 하도 많이 지적당하다 보니 한풀이라도 하듯 변호를 하려는 입장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교육(敎育)과 학원교습(學院敎習)은 범주와 목표가 다르다. 공교육은 국가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를 위해 국가가 존속하는 한 더욱 육성 강화되어야 할 제도이지만, 영ㆍ수ㆍ국 중심의 문제풀이 기술을 파는 입시학원은 실로 없어져야만 할 사회적 폐단이다.
어찌 '교육(敎育)'과 '문제풀이 테크닉을 판매하는 상업행위(商業行爲)를 대비를 해서 졌다 이겼다'를 논하는가? 공교육의 기능을 사교육이 대신할 수라도 있는 양 하는 비아냥거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사회적 문화적 환경이 급변하고 사회교육과 가정교육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현실 하에서, 공교육도 높은 책무에서 오는 부담과 함께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개선하고 분발해야 할 점들이 적지 않음도 사실이다. 그러나 공교육의 어려움과 사교육은 별개의 문제이다.
그렇다고 사교육의 필요성을 전적으로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사교육은 급격한 사회변화에 따른 교육적 수요에 공교육이 미처 대처할 수 없는 부분을 메워주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다양해지는 직업 세계에서 특수한 기술을 습득하고자 한다거나, 고도의 능력 계발을 요구하는 예능 분야에서나, 개개인의 취미나 특기를 신장시키려는 등의 수요를 메워주는 일은 당연히 사교육의 몫이다.
그러나 재학생을 상대로 입시에 비중이 높은 교과를 선수학습 혹은 복습시키는 입시학원은 폐지되어도 무방하다. 왜냐하면 그 자체가 교육에 불공정 경쟁을 초래하는 일이고, 과열경쟁을 부추기며, 학생들에게 이중학습으로 인해 체력적, 정신적 부담을 갖게 함으로써 정상 교육에 극심한 폐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더구나 학부모들에게 학원선호라는 착시 현상을 일으키게 하여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학부모의 가계에 부담을 과중하게 하고, 나라 경제에 주름이 지게 하는 등 그 폐단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사교육에 종사하는 분들의 조언이라고 하는 것도 그렇다. 물론 사교육의 강사들이 학교에서 배워가야 할 점이 많듯이, 교원들도 사교육에서 배울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잘한다고 더 받는 것도 아닌데…'라고 하는 말은 상업적 발상이다. 진정한 교육자는 재화(財貨)로 보상을 받기보다는 희생과 헌신 뒤에 오는 보람으로 보상을 받는다.
'스타를 기르라'고도했다. 학원은 스타라는 허상을 내세워 학생들을 모으려는 상업적 수완을 부려야하지만, 교육에는 덕망 높은 스승이 필요하지 스타라는 허상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서비스를 강화하라'고도 했다. 그 서비스는 수강생이 줄까봐, 학생들의 거동을 살펴서 부모에게 알려주는 행위이지, 거기에는 학교에서처럼 제자를 향한 사랑과 눈물은 없다.
교원들에게 '평가를 받으라'고도 했다. 모르는 말이다. 교원들도 이전부터 총체적 역량을 평가받아오고 있다. 다만 보수와 연결이 적을 뿐이지, 인사에서나 전보에 영향을 미친다. '학원 강사는 1년에 4번 평가받는다'고 했다.
금시초문이다. 전국의 학원 강사에게 공인된 평가 기관의 평가를 받아서 학원 강사를 하라고 한다면 과연 평가를 받으려고나 할까? 학생들과 학부모로부터의 직간접의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피차가 일반이다.
또한 그들의 말은 마치 '학교 교원들의 실력이 학원 강사들보다 못하다'는 것으로 들린다. 무책임한 이야기이다. 누가 연구하지 않고 수업에 임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아도 학원 강사와 자신이 비교될 수 있음을 잘 아는 교원들이 아닌가? 몇몇 특출한 교원이 있을 수 있듯, 실력을 갖춘 강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몇몇 강사를 제외한 대다수의 강사들은 자신도 임용고사에 합격만 할 수 있다면 공교육에 종사하고 싶은 분들일 것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학원마다 소위 스타강사라는 강사에게서 수강하는 수강생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가? 체제를 갖추고 전문성을 갖추었다고 보이는 미더운 학원이 전국에 몇이나 되는가? 출몰과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학원과 강사들이 허다하고, 다른 취업을 갖기 전에 아르바이트로 잠시 머무는 교원자격증을 가지지 않은 강사가 대부분이 아닌가?
마치 학원에서 잘 가르쳐서 좋은 대학에 합격한 양 홍보하는 학생들의 대부분은 학교에서 이미 잘 가르쳐서 자력으로도 합격할 학생들이었음을 유념할 일이다. 더구나 학원 수강을 하지 않고 학교 교육에만 충실하고도 세칭 일류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많음은 자명한 일이다.
교육(敎育)과 상업행위(商業行爲)는 다르다. 생존 경쟁이 치열한 우리나라에는 재수생들이 많다. 입시학원들은 연구를 많이 해서 재수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들의 인격 형성에도 유의를 하면서, 학부모의 가계에 부담을 주지 않는 저렴한 수강료로, 조용히 이들을 도우는 본연의 일에나 충실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