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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어린이책시민연대 부산동부지회 원문보기 글쓴이: 장재선
2010년 1월 11일 월요일 제228호 4면 | |
■새해맞이 특별기고 “실효성 있는 도서정가제가 필요하다”
강 정 아 어린이전문서점 ‘책과 아이들’ 공동대표
참 쓰기 어려운 글이다. 난 오프라인 작은 서점 운영인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팔이 안으로 굽는 주장을 하고도 내가 모를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그렇다고 내가 객관적인 자료를 수집할 만한 능력을 갖춘 것도 아니다. 그래서 전문성 없는 감정적인 글을 쓰기 시작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출판사와 소비자는 모두 사익을 추구하게끔 되어 있다. 또한 함께 살아가려면 공익적인 측면을 서로 배려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이것이 어려워 자꾸 법을 만들려 하니 서로 힘 빼기를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서점은 적대적인 관계에 놓여있지 않다. 그러나 자칫 도서정가제를 놓고 보면 소비자들은 그런가, 착각하며 도서정가제 폐지를 주장하는 측은 개정된 시행령에도 오프라인 서점을 비난한다. 이미 우린 소비자를 사이에 두고 경쟁적 관계에 놓일 필요는 없다. 그건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이다. 오프라인서점은 이미 그 경쟁에서 질 수 밖에 없는 시대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모든 상품과 문화는 온라인이 주도적인 시대이다. 난 그렇게 받아들이고 산다. 그렇다고 내 경우 온라인 물품을 구매하는 확률은 늘지 않는다. 물건의 질이 보장되지 않는 경험이 많았다. 그런데 책은 그런 걱정이 없으니 온라인 서점은 발전할 수밖에 없다. 도서의 가격경쟁이란 측면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쟁이 아니라 온라인 내에서의 경쟁이다. 그러니 온라인에선 도서정가제 폐지를, 오프라인에선 완전한 도서정가제 정착 주장을 하는 것으로 보는 건 시대착오적이다. 온라인은 이미 주류서점이다. 하지만 우린 존재한다. 여전히 보수적인 형태의 서점을 사랑하는 촌스런 소비자는 있기 때문이다. 나도 그런 촌스런 사람이라 서점을 내 삶터로 삼지 않는가? 난 다수나 중심부를 차지하고 싶지도 않고 최고 매출운운하고 싶지도 않고 획기적인 독서운동을 외치고 싶지도 않다. 그런 건 온라인에서 가져가도 된다. 단지 아웃사이더에서 비슷한 사람끼리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유지하고 싶다. 그리고 그 공간을 늘 변화시키고 싶다. 그래서 우리 서점에 오는 손님께 ‘동네서점에서 책사기’를 주장한다. 그런데 많이 깎아줘도 10%밖에 안 되는 지금 현실을 받아들여 달라고 호소, 부탁한다. 서점게시판에 뻔뻔스레 부쳐두고 소식지에도 내 주장을 막 실는다. 13년 만에 그랬다. 왜? 출판사 공급가는 일정한데 우리 서점에 오는 얄미운 소비자들이 늘기 때문이다. 내가 그들을 수용할만한 능력과 배포가 없기 때문이다. 전문서점이라 전문성을 갖고 상담하는 사람들이 나름 신중하게 모아둔 서가에서 목록만 빼간다든지 좀 더 아름답게 어린이 독서환경을 조성해 아이들에게 감각을 키워주고 싶어 투자한 것들만 이용하고는 자신이 아주 현명한 살림꾼이라 생각하는 사람들께 무례하게 설명을 한다. 그런 사람을 키우는 서점이고 싶진 않다. 너무나 윤리적인 손님께는 지나친 무례일 뿐이다. 그 동안 그 분들 덕에 이만큼까지 왔기 때문이다. 이런 억지를 부리는 대신 동네서점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으로 양심을 지켜보려 한다. 그래도 온라인 서점은 가격 면에서 내 손님을 지나치게 유혹하니 지금은 무례를 범한다. 법이 그렇듯 ‘도서정가제’도 어찌 보면 말장난이다. 도서정가제 전면 폐지 주장이 온라인 상에는 많다. 책값 올려서 깍아 주는 거 다 알지만 오른 책값을 소비자가 어찌하랴 그러니 온라인에서 할인 받아야지 한다. 그 말에 난 딴지를 걸 만한 공적이익에 대한 논리를 알긴 하지만, 우리 서점을 찾는 손님에겐 부끄러워하며 설득해보지만, 보이지 않는 사람을 설득할 만한 힘까진 되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무한 자유경쟁을 시켜 얻는 이익도 있고 단점도 있어 그와 끝없는 논의에 빠져들 터이다. 앞에서 말했듯 이미 온라인과 나처럼 작은 규모의 오프라인은 경쟁상대가 아닌 다른 취향이다. 그러니 크게 매출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 땐 출판사에서 적정 공급률을 지키면 전체 출판계가 살 수 있다. 출판사에게 큰 열쇠를 쥐어주는 셈이다. 출판업계 사람은 그래도 책과 문화의 발전을 위하는 사람들 아닌가? 그들을 믿어볼 만하지 않을까? 온라인 서점에서 아무리 대량으로 책을 팔아준다고 해도 그 이익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서점이 유지 할 수 있게 투명한 공급가를 적용해 우리 서점에 오는 고마운 손님에게 가격으로도 서비스를 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 도서정가제가 폐지된다면 한국서점조합연합회는 결국 출판사와 할 얘기가 있지 싶다. 출판사가 다양한 책 문화를 키우는데 일조할 수 있는 방법이다. 법이 이렇든 저렇든 우리 일하는 사람의 의식에 달린 문제 아닌가? 조그만 것들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사랑한다면. 그런데 도서정가제를 폐지하면 제일 걱정되는 건 ‘인간성’이다. 책 외의 상품들도 끼워주고 할인하고 하는 조삼모사가 난 싫다. 거기에 길들어 가격비교에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소비하고 싸게 산 것이 자랑이 되고 화제의 중심에 놓이는 사회가 싫다. 정말 품위 없는 시대다. 그래서 책도 정가제였으면 좋겠다. 얼마나 일이 쉬운가? 구간, 신간 구별할 필요도 없고 몇 년 되면 구간인가 실랑이 할 필요도 없고 어떤 책을 몇 % 해 줄 건지 일일이 구분할 필요도 없고……. 왜 이런 일에 모두가 소모되어야 하는가? 내가 도서정가제를 원하는 건 지금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의 관심사가 바뀌어 좀 더 가치 있는 일에 에너지를 집중 할 수 있게 모든 법은 단순하고 명백해야 한다는 점에서 도서정가제가 완전 정착되었으면 한다. 그러면 달리 출판사와 서점계가 운운할 이유도 없다. 온라인서점은 이미 폭 넓은 도서정보와 도서 확보, 안방 배달 등, 가격 외에도 소비자가 접근 할 수 있는 장점이 많은 오프라인과 차별화된 서점 아닌가? 온라인 서점끼리 경쟁 역시도 가격경쟁을 안 한다면 서비스경쟁을 하게 될 터인데 그러면 훨씬 고급의 문화서비스를 할 수 있는 것이 우리 책 장사 아닌가? 거기에 에너지를 모으면 아이디어가 더욱 풍부해질 것이고 우리사회가 더욱 다양성을 확보 할 수 있을 거다. 도서정가제의 유무가 매출과 관계가 있다기 보단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조그만 서점을 운영하며 내가 있고 싶은 동네 문화를 가꾸는 측면에서 난 바람직한 인간성과 품위있는 사회분위기와 많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건을 앞에 두고 공짜심리, 거지근성을 키우고 싶지 않다. 그래서 ‘실효성’ 운운 할 필요 없이 그냥 내가 어렸을 때처럼 책은 뒷 표지에 적힌 대로 사고 돈 없으면 헌책방 가고 친구한테 빌려 읽고 도서관 가고 그것도 안 되면 서점가서 훔치면 된다는 생각이다. 단지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건 도서정가제를 정착시키려면 우리 서점들은 존재이유를 유지, 변화, 발전시키는데 고민을 모아야 한다. 그때 우리 주장에 손님들이 귀 기울일 뿐 아니라 무엇보다 그것이 손님에 대한 예의이기 때문이다. ◇강정아 어린이전문서점 ‘책과 아이들’ 공동대표=신문, 잡지, 칼럼쓰기도 한다. 아이들과 독서 모임을 좋아하는 네 아이의 엄마이다. 큰 애가 올해 대학에 간다. |
첫댓글 도서 정가제 폐지에 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