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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21세기스피치웅변아카데미 원문보기 글쓴이: 유달산(이영근)
2009년 12월 12일 토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091212토] 창원·마산·진해, 행정통합 모범 보이길
경남 마산시와 진해시에 이어 창원시 의회가 어제 창원ㆍ마산ㆍ진해시 통합안을 의결, 3개 시의 통합이 사실상 확정됐다. 일부에서 주민투표 절차를 주장하고 있으나 현행법상 자치단체 통폐합을 주민투표가 구속할 수 없다는 점에서 3개시 의회의 결정을 뒤집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3개 시를 합친 통합시는 면적이 서울(605㎢)보다 넓은 737㎢, 인구 108만 명, 연간 예산 2조 2,000억원에 이른다. 인구로는 전국 최대 규모의 기초자치단체인 수원시나 최소 광역시인 울산보다 크다. 또 단순 합산만으로도 통합시의 지역 총생산(GRDP)은 광주나 대전보다 많다. 정부가 최근 입법 예고한 '자치단체 통합 특례법안'이 정한 다양한 지원책을 합치면 막대한 추가 경제효과를 누릴 수 있을 듯하다.
3개 시의 통합은 현재 논의되는 전국 각지의 지역통합안 가운데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꼽혀왔다. 지역적 근접성은 물론 지역별로 주요 산업이 고르게 분포해 있어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어느 지역보다도 큰 것으로 평가돼 왔다. 성공할 경우 통합시는 전통산업과 첨단산업, 농업과 수산업, 관광산업 등이 조화된 자족도시로 거듭날 만하다.
물론 완전한 통합을 이루기까지 극복해야 할 과제도 적잖다. 우선 3개 시 의회가 무난히 통합안을 의결한 데서 보듯 지역여론은 대체로 통합에 찬성이지만 저마다의 이유에 근거한 반대론도 만만찮다. 소통과 설득을 통해 최대한 반대론을 누그러뜨려야 한다. 통합시의 명칭이나 청사 위치를 둘러싼 3개 시의 줄다리기도 팽팽하다. 지역정서와 연관된 자존심 문제이기도 하지만, 땅값 변동 등 주민 실익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이해 조정이 쉬울 리 없다. 개인이나 작은 지역 단위가 눈앞에 드러난 작은 이해에 연연하지 않고, 장래의 더 크고 장기적인 이해로 눈길을 돌릴 때나 조용해질 문제다.
바로 이런 점에서 3개 시가 통합의 걸림돌을 치워나가는 과정은 통폐합을 추진 중인 다른 지역에 좋은 교훈을 줄 수 있다. 국민적 관심을 의식해서라도 3개시 주민과 지도자들이 모범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 이 회장 사면론, ‘법과 원칙’에 맞지 않는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사면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체육계와 경제단체 대표, 강원도 출신 국회의원 등이 잇따라 이 전 회장 조기 사면론을 제기한 데 이어 한나라당 장광근 사무총장도 어제 “국익을 위해 나쁘지 않다”며 거들고 나섰다. 그가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것은 지난 8월14일이었다. 확정판결 뒤 넉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사면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사면론자들이 내세우는 근거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다. 이 전 회장이 사면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자격을 되찾아 올림픽 유치 활동을 돕는 게 나라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주장이다. 그럴 수 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재계 인사 사면 때마다 되풀이되는 ‘국익 논리’는 너무 상투적이다. 법치주의와 삼권분립의 원칙보다 더 소중하게 지켜야 할 국익은 없다. 올림픽 유치도 중요하지만 ‘법 앞에 만인의 평등’이라는 가치보다 우선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사면권이 남용된다면 이 정부가 앞세우는 법치는 어떻게 될까. 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가 법을 지키려 할까.
이 전 회장이 올림픽 유치 활동에 나선다 해도 평창이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 회장은 이미 두 차례나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뛴 바 있다. 이제 유죄가 확정되고 다시 국제무대에 설 때 국제 스포츠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오히려 올림픽 유치를 위해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지 않는 한국을 곱지 않게 볼 가능성이 크다.
이 전 회장은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수사 때부터 선고에 이르기까지 부실 수사에 가벼운 처벌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그런데 그마저 불과 4개월 만에 지워버리려 한다면 최소한의 사법 정의마저 무너질 것이다. 그런데도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정부 고위층 인사들이 앞장서 사면론에 열을 올리는 모습은 썩 유쾌하지 않다.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는 규정 이상으로 가혹하게 법의 잣대를 들이대면서 재벌 총수에게는 한량없이 너그러운 관용을 베풀자고 하는 게 과연 법치주의일까. 결정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언급한 ‘법과 원칙’을 상기하기 바란다.
[동아일보 사설-20091212토] 위기의 美日동맹을 주목한다
일본 오키나와 후텐마 미군비행장 이전을 둘러싼 미국과 일본의 갈등이 갈수록 꼬여가고 있다. 최악의 경우 58년간 이어져온 미일 동맹관계가 파탄 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후텐마 기지 문제는 일본 민주당 정부가 이전 자민당 정부와 미국 사이에 합의했던 내용을 그대로 이행하느냐 마느냐가 핵심이다. 미일 양국은 2006년 후텐마 기지를 2014년까지 오키나와 내 슈워브 미군기지로 이전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는 ‘대등한 미일 관계 구축’을 주창하며 오키나와 밖이나 해외 이전을 검토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지난 정권이 했던 합의를 이행하자니 자신의 정치적 입지와 민주당의 정체성이 타격을 받을 것 같고, 파기하자니 미일 관계가 심각하게 뒤틀릴 게 뻔해 하토야마 총리로서는 상당히 난감한 처지다. 오키나와 내 주민 간의 갈등, 공약 이행을 주장하는 연립정부 내 사민당과의 관계도 변수여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미일 관계와 대조적으로 중일 관계는 전에 없이 우호적인 분위기다. 일본 집권 민주당의 최고실력자인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이 국회의원 142명을 포함한 630명의 대규모 방문단을 이끌고 10일 중국을 방문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일본 민주당 집권 이후 중일 관계가 새로운 발전 단계로 들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자와 간사장은 “양국의 친선을 위한 노력을 중국 측도 알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으로선 일본의 합의 이행이 절박한 상황이다. 후텐마 기지 문제가 합의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오키나와 주둔 미군 해병대 8000명의 괌 이전과 미 본토 일부 부대의 일본 이전, 주일 미군기지 내 병력 이동 등 주일미군 재편 계획 자체가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된다. 합의 파기는 곧 미일 동맹의 균열을 뜻하기 때문에 미일 동맹 및 한미 동맹을 기본 축으로 지속돼온 미국의 아시아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동맹전선에서 이탈하는 일본을 대신해 중국을 파트너로 삼는 단계로까지 나아간다면 남방 3각동맹(미-일-한)과 북방 3각동맹(중-러-북)이 견제하며 안정을 유지해온 체제가 깨지면서 동아시아는 물론이고 세계의 안보질서가 재편될 수 있다.
오키나와 미군기지는 우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반도 유사시 오키나와는 미 공군력과 미군 파병의 1차 발진기지 역할을 맡고 있다. 후텐마 기지가 오키나와에서 빠져나간다면 유사시 작전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크다.
더구나 미일 동맹관계가 파국을 맞는다면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정세에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미국의 ‘안보 우산’이 벗겨질 경우 일본 내에서는 자구책으로 군사력 강화를 위한 ‘보통국가화’에 나설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리는 잠재적 안보 위험에 노출된다. 우리 자체의 안보 역량을 강화해야 하는 부담도 있지만, 한미 동맹을 더 강화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된다. 2012년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의 한국 이양을 재고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는 등 주한미군의 역할과 규모에 대한 재논의가 불가피해진다.
미일 관계의 악화는 안보 문제에 그치지 않고 양국 간 경제적 마찰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 틈새에 동북아에서 중국의 군사적 경제적 영향력은 지금보다 한층 커질 것이다. 미국과 일본 사이에서 우리가 외교적 경제적으로 곤란한 처지에 처할 수 있고, 중국과의 관계는 지금과는 다른 틀에서 바라봐야 한다. 북한 핵을 머리에 이고 있는 상황에서 북을 두둔하는 중국의 위상이 강해지는 반면에, 한미일 간의 견고한 공조 체제가 이완되거나 깨진다면 북핵 문제 해결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미일 두 나라 간의 난제 풀이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미일 동맹의 위기가 어떤 파고를 일으킬지 예의 주시하면서 상황 변화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더 심각한 것은 후텐마 기지 문제와 별개로 미일 동맹관계에 악영향을 줄 사안들이 많다는 점이다. 일본 외무성이 현재 조사 중인 과거 미일 간의 ‘미국 핵무기 일본 반입 밀약설’을 비롯해 내년 1월로 끝나는 일본 해상자위대의 인도양 다국적군 함대 급유 지원 연장, 미일 공동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구축 문제 등이 있다. 하토야마 총리의 탈미(脫美) 성향에다 민주당 핵심부의 급진적인 대미(對美) 노선을 감안하면 어느 것 하나도 해결이 쉽지 않다. 일본이 새 정부 출범 이후 중국에 가까이 다가가려고 애쓰면서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을 띄우는 것도 미일 관계의 악화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미일이 서로 간의 파국을 자초할 만큼 모험을 할 것인가. 미국은 후텐마 기지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의 태도에 실망감과 불만을 토로하고는 있지만, 될수록 신중하게 접근하고 말을 아끼는 모습도 보인다. 하토야마 총리는 어제 관계 각료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고, 연립여당 대표들과도 만나 의견을 구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조기 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기타자와 도시미 방위상은 “미일 합의를 기본으로, 내각으로서 어떻게 이를 변경할지를 미국 측에 전달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미일 양국이 상호 윈윈 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기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20091212토] 한 전 총리 당당히 수사에 응하고 검찰은 불구속 기소를
대한통운 전 사장으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5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한명숙 전 총리가 11일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이번 기회에 모든 인생을 걸고 수사 기관의 불법행위와 공작정치에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한 전 총리는 검찰을 고소하기도 했다.
검찰의 피의자 소환은 법적 강제절차는 아니다. 피의자가 싫으면 얼마든지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피의자는 검찰 소환을 받으면 검찰에 나가 혐의를 부인하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수사를 받으며 변호사의 도움도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대한통운 전 사장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거듭 진술한다고 한다. 한 전 총리가 돈을 받지 않았다면 검찰에 나가 자기 스스로를 방어할 기회를 갖는 것이 상식에 맞다. 이런 기회를 스스로 버리면 지켜보는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검찰은 지금까지 수사 편의를 위해 피의자를 검찰청사로 불러놓고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곤 했다. 그것이 수사의 유·무능(有·無能)을 가리는 잣대인 것처럼 여기기도 했다. 그러나 구속은 피의자가 도주 또는 증거 인멸의 가능성이 있을 때 하는 것이다. 불구속 수사는 형사소송법의 원칙이고 그것이 선진국의 관례이기도 하다. 지금 한 전 총리가 어디로 도주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고 이미 돈을 줬다는 사람이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는 상황에선 증거를 인멸할 방법도 있을 성 싶지 않다. 불구속 수사는 옳은 일일 뿐 아니라 수사가 정쟁(政爭)으로 번져가는 것을 막는 방법이기도 하다. 검찰이 불구속 기소 원칙을 분명히 하는데도 한 전 총리가 계속 검찰 수사에 응하지 않으면 그 때는 한 전 총리의 행동이 정말 이상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유력 정치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치쟁점화해 판사가 발부한 구속 영장, 체포 영장을 들고 가도 당사 문을 막고 선 당원들 때문에 법을 집행할 수 없었던 것이 한 두번이 아니다. 검찰 수사가 정치적으로 이용된 전례 때문에 이런 정치인들의 행태를 동정하는 일부 여론도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저항하면서 무죄를 주장한 사람들이 나중에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게되면 그 정치인의 장래도 그것으로 끝이 나고 말았다. 정치에서 만이 아니라 수사에서도 상식의 한계를 벗어난 명분(名分)의 남용은 현명한 처사가 못된다는 이야기다.
[서울신문 사설-20091212토] 비리 단체장 재보선 비용 물릴 방법 없나
선거법 위반이나 비리 혐의로 중도 하차한 민선 4기 기초자치단체장이 36명으로 늘어났다. 전체 기초단체장 230명 가운데 17%로 다섯 명 중 한 명꼴에 육박하는 규모여서 충격적이다. 경기 군포·안성·오산시장 등 재판이나 수사 중인 곳도 적지 않아 퇴출당하는 사례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994년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부활된 지방자치제도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지방자치가 순항하려면 선장격인 단체장의 청렴과 품위가 앞서야 한다. 그러나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씩이나 비리 혐의로 물러나 세 차례 재보궐 선거를 치른 지역이 무려 4곳이나 되는 등 단체장 비리가 반복되고 있다. 유혹의 늪에 빠진 그들은 유권자들에게는 실망과 허탈감을 던져주고, 선량한 동료 자치단체장들에게는 불명예를 안겨주고 있다. 게다가 행정공백을 야기하고 국가 재정에도 해악을 끼치고 있다. 지난 3년간 그들이 비운 자리를 채우려고 재보선을 치르느라 483억원의 국민 세금이 낭비됐다. 그들에게 책임을 엄하게 물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재보선 비용을 그들에게 물리는 방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선거비용은 일종의 정치비용으로 국가가 일차적으로 책임질 문제다. 또 중앙 정부의 감독과 지방의회의 감시 기능이 제 역할을 다해야 단체장 비리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사전 예방 장치를 통해 걸러내지 못하면 엄중한 책임을 지우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국회의원 재보선이나 이중 처벌 문제 등에서 형평성을 확보해야 한다. 물론 내년 6·2 지방선거에서 유권자가 민선 5기 단체장을 제대로 뽑아 비리의 싹을 자르는 게 보다 더 근원적인 해법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091212토] 도시미관 해치는 간판 정비돼야
행정안전부가 어제 이명박 대통령주재로 열린 국가브랜드위원회 제3차 회의에서 무질서하게 난립하고 있는 간판 정비를 골자로 한 '간판문화 선진화 방안'을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대해 "서민경제가 어려운 점을 감안, 간판 정비는 좀 시간을 갖고 검토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최근 경제난을 감안할 때 물론 일리 있는 얘기다. 그러나 간판 난립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닌 만큼 계속 미루기만도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행정안전부 조사 결과 국내 간판은 총 555만개로 10년 사이에 거의 두 배로 늘었고 이중 절반이 넘는 56%가 불법 광고물이라고 한다. 사실 간판을 포함, 각종 현수막 벽보 등 옥외광고물을 일제히 정비하고 표준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수없이 많이 제기됐다. 88올림픽 등 대규모 국제 행사를 치를 때마다 정부는 간판 일제 정비에 나섰고 각 지자체들도 수시로 간판 정비 사업을 벌여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간판이 정비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많아지고 있는 것은 이벤트성 반짝 단속이 끝나면 중앙 정부, 지자체 모두 나몰라라 하는 행태가 매번 반복되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대로 된 간판 정비가 이뤄지려면 사전에 철저한 계획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철저한 사후관리가 뒤따르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무원들에 의한 단속과 제재도 중요하지만 불법 간판 등에 대한 신고보상제 등도 도입, 실효적이고 지속적인 사후관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생계형 간판 정비는 서민 사정을 감안, 순차적으로 시행하는 등 속도조절도 필요할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091212토] 급증하는 자치단체장 비리 막을 대책 시급
대법원에서 홍성과 청원군수의 당선 무효형이 확정됨에 따라 비리 등으로 도중에 물러난 민선4기 기초단체장이 무려 36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재판 중 사퇴하거나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사직한 사람까지 포함하면 41명이나 된다. 현재 재판이나 수사를 받고 있는 단체장도 많아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단체장의 중도하차는 행정공백은 물론 재보선 비용으로 엄청난 혈세가 낭비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비리 내용을 보면 죄질도 매우 나쁘다. 27명이 뇌물수수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쫓겨났나 민선1기 때의 4명에 비해 무려 7배나 급증했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 15년이 지났으나 건전한 자치풍토가 뿌리를 내리기는커녕 비리만 커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민소환제 등 견제장치가 있지만 허울뿐이며 감시감독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체장 비리가 줄을 잇는 것은 자질도 문제지만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의 대리전 양상을 띠면서 과열되는데다 고비용 비효율의 선거제도도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선되면 비용을 뽑고 다음 선거 비용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비리유혹에 넘어가기 쉬운 구조라는 것이다. 경북 청도군 등 4개 군의 경우 군수 2명이 연이어 중도 퇴진해 선거를 세 번이나 치르는 한심한 작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3년간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재보선에 들어간 관리비용만도 484억원이나 된다.
지방선거를 6개월 정도 남긴 상황에서 이 같은 악순환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호화청사 따위로 세금낭비를 일삼는 행위에 대해서도 적절한 제제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국력을 좀먹는 엉터리 자치를 언제까지 내버려둘 수는 없다. 감사 및 감독 시스템을 강화하고 재보선의 원인 제공자에게 관리비용을 추징하는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 이와 함께 자치비용의 주민 부담률을 높여 주민의 주인의식과 감시기능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또 비리혐의 단체장 등의 재판을 신속히 진행해 세금을 축내는 일도 막아야 한다. 2006년 5ㆍ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민 120명에게 1,100만원 상당의 버스투어를 제공한 혐의를 받은 청원군수가 임기만료 6개월을 남기고 당선무효형이 확정된 것과 같은'지각판결'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 오늘의 칼럼 일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송원섭(JES 콘텐트본부장)-20091212토] 뉴 문
흡혈귀의 원형은 그리스 신화의 라미아(Lamia)나 로마 신화의 스트리고이(Strigoi)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유럽에서 뱀파이어라는 단어가 발생한 것은 빨라야 17세기, 영어로는 18세기의 일이다.
로런스 리켈스(미국 UC샌타바버라 교수)는 최근 국내에 출간된 저서 『뱀파이어 강의』에서 이 시기 유럽에서 뱀파이어에 대한 공포가 급격히 확산된 것은 서유럽인들이 느끼던 동유럽의 야만성이나 ‘나와 다른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근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다음과 같은 사람들이 사망 후 ‘무덤으로부터 되돌아와 사람들의 피를 빨 가능성이 높은 자들’로 분류됐다. 알코올 중독자, 자살자, 몽유병자, 세례받기 전에 죽은 아이, 매춘부, 동성애자, 심지어 ‘언청이로 태어난 아이’ 등이다. 공통점을 추려 보면 소외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큰 사람들, 다시 말해 죽어도 애도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아웃사이더들임을 알 수 있다. 한 번 더 생각하면, 누군가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공동체에 피해가 돌아올 수 있다는 공리적인 경고가 전설 속에 숨어 있는 셈이다.
브램 스토커가 1897년 소설 『드라큘라』로 뱀파이어를 픽션 소재로 이용한 이후 이 괴물들은 인간의 어리석은 욕망과 영생의 덧없음을 일깨워주는 비유로 성장했다. 하지만 요즘 전 세계적인 붐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꽃미남들은 이전의 뱀파이어들과는 전혀 다르다. ‘트와일라잇’ 시리즈 2편 ‘뉴 문’은 미국에서 이미 2억5000만 달러의 흥행을 기록했고, 최근 국내에서도 1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 영화 속 뱀파이어들에게 영원한 삶의 고뇌와 죄의식 따위는 없다. 인간을 죽이지 않아도 혈액은행을 통해 허기를 해결할 수 있고, 신비로운 외모와 초능력에다 ‘네가 숨쉬는 것 자체가 내겐 선물이야’라고 속삭이기까지 한다. 상대가 반하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다.
이런 ‘뉴 문’의 열기 속엔 마이너리티에 대한 배려를 기대하는 소박한 흡혈귀의 전설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주인공 로버트 패틴슨을 바라보는 여성 팬들의 시선은 하이틴 스타들을 바라보는 10대 소녀 팬들의 그것과 너무도 흡사하다. 아무리 진지한 고민은 일단 거리를 두는 시대라지만 초승달(New moon)에서 밝게 빛나지 않는 부분의 의미를 생각해 보라고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경향신문 칼럼-여적/김철웅(논설위원)-20091212토] 온난화와 돈
10조달러. 기후변화 대비를 위해 에너지 인프라 분야 시설전환에 필요한 비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향후 20년간 이만한 돈이 투자돼야 한다고 밝혔다. 10조달러면 얼마나 큰 돈이기에? 천문학적 액수라고 하는데 감이 잘 안 온다. 지난해 세계 1위인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명목가치로 14조4000억달러였다. 그렇다면 미국 3억 인구가 한 해 내내 먹고 사는 데 쓴 상품과 서비스 전체 가치의 3분의 2를 넘는다. 2위 일본 GDP(4조9000억달러)의 두 배, 한국(9300억달러)의 열 배 이상을 쏟아부어야 한다.
이 돈 말고도 이것 저것 드는 비용이 많다. 코펜하겐 기후회의에서는 온갖 수치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른바 ‘저탄소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비용’이다. 가령 유럽연합(EU) 기후재단과 정책그룹인 ‘클라이밋웍스’가 작성한 ‘촉매 프로젝트’에 따르면 개도국이 기후변화 프로그램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2020년까지 약 1000억달러가 필요하다. 이산화탄소 감축비용이 2030년까지 세계 GDP의 2.5%가 될 것이란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위원회(IPCC)의 추산도 있다.
그러나 비싸지만 치러야 할 비용이란 의견 또한 많다. 지구라는 거대한 환자의 치료 비용 치고는 되레 싼 편이란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코펜하겐에서 거론되는 ‘향후 몇십년간 몇조달러’는 큰 돈이지만 세계 총생산 규모와 견주면 상대적으로 작은 조각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전 세계 GDP는 60조9000억달러였다. 실제로 20년간 에너지 인프라 전환비용 10조달러를 20으로 나눠 보면 결코 감당 못할 비용이 아닌 듯도 하다. 뉴욕타임스는 “새 일자리 창출에 따른 경제적 효과, 삶의 질 향상, 안전한 에너지 공급, 환경재앙 위험 감소가 비용문제를 상쇄할 수 있을 것”이란 IEA의 입장을 소개했다.
그럼에도 온난화 문제에 대처하는 인류는 아직도 이기적이고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온난화가 심각하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누가 얼마나 돈을 내야 하는가란 문제에선 생각들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엊그제는 선진국들이 자신들에 유리한 합의문을 만들었다가 언론에 공개되는 바람에 개도국들이 크게 반발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이러다가 코펜하겐 회의마저 말의 성찬으로 유야무야 끝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매일경제신문 칼럼-사이언스플라자/정유석(단국의대 의료윤리학교실)-20091212토] 카이로스의 민머리
한국인 기대수명이 80세를 넘어섰다. 통계청이 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태어난 신생아 중 남자아이는 평균 76.5세, 여자아이는 83.3세까지 살 수 있다. 이는 OECD 30개 회원국 평균보다 높은 수치로 한국 남자 기대수명은 회원국 중 19위, 여자는 7위에 해당한다. 1970년 당시 한국인 평균 수명이 61.9세였으니 불과 30여 년 만에 기대수명이 18년이나 늘어난 셈이다. 국가 경제력도 선진국 반열에 진입했고 저출산 열풍으로 자녀 양육 부담도 작아졌으니 이제는 길어진 수명을 즐길 만하다!
주어진 시간의 총량뿐 아니라 효율 면에서도 현대인은 엄청난 혜택을 누리고 있다. KTX는 전국을 일일생활권으로 묶어주었다. 이메일과 휴대전화, 영상회의의 등장은 의사 소통에 대한 시공간의 제약을 극복해 주었다. 집집마다 세탁기,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 등 첨단 가전제품들이 주부의 가사노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었다. 봇짐 지고 며칠씩 걸려 과거 보러 올라가고, 동네 어귀에서 밀린 빨래로 하루를 보내던 조상님들로서는 후손들이 남는 시간에 뭐하고 지내나 궁금해 하실 일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현대인들이 여전히 엄청 바쁘다는 사실이다. 조기 교육 열풍에 시달리는 유치원 아이부터 밀린 학원 숙제를 하느라 밤을 밝히는 학생들, 밤늦은 귀가가 일상이 된 샐러리맨들까지 다들 잠 잘 시간도 모자란다고 아우성이다. 절대적 시간은 늘어난 반면 체감 시간은 늘 부족한 것이 현대인의 비극이다.
한 사람 일생을 놓고 보면 더 심각한 불균형이 발견된다. 인생 전반기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정신없이 보내던 한국인들이 인생 후반전엔 시간이 남아돌아 걱정이다. 40대에 명퇴다 조퇴다 하여 직장에서 내쫓긴 분들이 지하철이나 시내 공원, 낚시터에서 시간 죽이는 것은 이제 흔한 풍경이다. 하루에 동네 뒷산을 세 번이나 오르내리고도 시간이 남는다는 중년 남성의 씁쓸한 하소연에 마음이 짠한 적도 있다. 바쁘기만 한 청장년층과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어 하는 중노년층 사이에 불균형과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한 묘안은 없을까?
일찍이 철학적 사고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했던 희랍인들은 시간을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Kairos)로 구분했다. 가만히 있어도 흘러가는 객관적 시간, 즉 시계와 달력상 시간을 크로노스라고 한다면, 카이로스는 특정 의미가 부여된 주관적인 시간이다.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말기 암환자의 6개월은 무위도식하는 실업자의 6개월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시간이다. 살다 보면 1분이 1년처럼 길게만 느껴지는 순간이 있는가 하면 1년이 1분처럼 순식간에 지나가기도 한다. 구약성서에서 최고령자로 알려진 무드셀라는 969세를 살았으나 자녀를 낳고 죽었다는 단 두 줄의 기록만 남긴 반면 33세로 생을 마감한 예수는 신약성서 전체의 주인공이 되었다. 희랍인들은 기회의 신 카이로스 형상을 의미심장하게 묘사했다. 앞머리는 무성하여 누구나 쉽게 움켜쥘 수 있는 반면 뒷머리는 터럭 하나 없는 민머리여서 한 번 지나가면 다시는 잡을 수 없다나….
대통령부터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 국가 경영 목표라고 할 정도로 온 나라가 가시적 지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국가나 개인의 행복지수는 경제력에 비례하지 않는다. 최고 수준인 기대수명에 흥분하기보다는, 바쁘다는 핑계로 소중한 것들을 놓치지 않도록, 이미 지나가 버린 카이로스의 민머리를 향해 헛손질하지 않도록 삶의 지혜를 모을 때다.
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 해우(海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