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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마누라 사오는 길
조윤옥
경춘고속도로를 타고 서종면으로 들아 북한강과 남한강을 끼고 돌아 좌편으로 황순원 문학관이 나온다. 그 곳에서 더 가다 정백리 반대편 종점 마을. 뜸뜸이 민가가 있다. 작은 마을에는 실개천 사이 언덕에 육십년의 세월을 짊어진 개신교도 있다. 스텐으로 입힌 십자가가 멀리서도 보이는 교회는 십여년 전에 세면블럭을 헐고 붉은 벽돌로 아담한 이층으로 신축되었다. 폐철도 목제로 만들어진 계단 옆에 학생들의 공부방이 있었다. 저녁에는 아이들이 모여 재능 봉사로 나선 대학생 형들과 공부하는 소리가 들린다. 교회 앞에 분교가 있는데 학생이 없어 패교가 돠어 있었다. 지금 남은 아이들이 통학 길이 멀은 양평을 나가면서도 떠나지 않으려면 대안적 교육이 필요한 시기이다. 최노인도 한 달에 한 번은 아이들이 배우고 있는 현악기 점검을 해주러 왔다 간다. 아이들은 베일에 가려 혼자 사는 최노인을 무섭게 생각하거나 어려워 한다.
최동석 노인이 이 곳에 정착은 정확히 사십 이년 전이다. 버스도 하루에 몇 번 안 다니는 산골이었다. 산새가 깊고 경작 할 만한 농토가 많지 않은 마을이다. 지금도 봄이면 산나물을 뜯어다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가구도 있다. 그러나 주민이 줄었다. 서울이 가까워 세상 돌아가는 소식이 빨라 아이들의 교육문제와 돈벌이를 위해 강건너 도시로 나갔다. 반대로 최노인은 역행을 했다. 종로 낙원상가에 있는 악기상회 점원으로 다니다 그만두고 들어왔다. 기존악기를 수입하다 파는
상인의 기질이 없었다. 손님을 물건에 대한 자신있는 설명과 그에 따른 부연 설명이 어려웠다. 음악을 좀 알겠다, 바이올린을 켤 줄도 알겠다. 만드는 것도 취미가 있으니 바이올린을 전격적으로 만들 결심으로 집에서 틈틈이 했다.
방 한칸에 설면서 공방의 책상도구가 창 옆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싸움이 잦았다. 늦게 까지 불을 켜 놓는 것으로 아내는 불면증에 시달렸다. 최동석과 처와의 갈등의 시작이 되었다. 더욱 경제력이 없는데다 문제의 대한 해결 방법은 찾지 못하고 갈들 만 증폭되었다. 여러가지 여건과 성격 차이로 부인하고 이혼했다. 곧바로 시골로 들어왔다. 우연한 기회에 고향 친구로 부터 폐가로 놓였던 빈집을 소개 받았다. 복잡한 서울이 싫어졌다. 입문단계로 형편은 어려웠지만 혼자였다.
동네는 빈집이 많고 학교는 학생이 없어 폐교가 되는 아픔을 겪으며 산골마을은 깊어갔다.
삼십년 만에 불어오는 좋은 소식이 생겼다. 전원 주택의 품이 일어났다. 폐가가 하나씩 서양식으로 바뀌어 가는 중이다.
세월은 동네뿐 만이 아니라 엄숙하기 짝이 없는 최영감에게도 무수한 변화의 무게와 빛을 입혔다.
세월의 무게에 맞게 스텐드 불빛 밑에 있는 영감은 커다란 눈운 쳐져 내려왔고 머리칼은 반백을 넘겼고 얼굴은 주름이 졌다. 사십년이 넘도록 한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서 작업을 하여 거구의 몸이 하체는 약하고 등은 굽어 있었다. 그 뿐 만이 아니라 거북이 등처럼 넙적한 손은 우악스럽게 틀려 있었다.
노인은 작업을 하다 노수 높은 돗보기를 코끝에서 걷어낸다. 주방으로 가서 자기가 먹다 남은 밥찌꺼기를 끓여 놓은 냄빌를 들고 출입문으로 간다. 늦겨울이라 밖의 날씨는 차다. 그래도 두터운 외투를 입고 방문을 나왔다. 한쪽 마당에 수돗가가 있다. 세면통에 담겨진 수돗물이 꽝꽝 열었다. 봉구의 목욕탕이다. 뚜껑을 열었다. 동파를 방지하기 위한 덮게를 걷어 계량기를 튼다. 새물을 받는다. 주인이 방을 나올 때부터 하얀 삽살개 봉구가 펄쩍펄쩍 뛴다. 이내 꼬리를 흔든다. 받쳐진 물을 떠서 봉구의 물그릇에 준다. 들고 나온 밥도 그릇에 쏟았다. 영감의 일이 하나 줄었다. 추워서 봉구를 씻길 일이 줄었다. 최영감은 어처구니 없게 자기가 첫아들을 낳으면 봉구로 짓겠다는 생각을 늦게야 삽살개한테 붙여줬다. 벌써 3대가 지났는대도 똑같이 불렀다. 음식도 자기와 비슷하게 먹인다. 다르다면 본인은 마른밥을 먹고 봉고는 대부분 끓여준다. 오늘은 먹고 남긴 조기 토막에 끓여서 갖고 나왔다. 봉구가 어지간히 먹을 때까지 물끄러미 바라본다. 순식 간에 다 먹는 봉구를 쓰다듬어 준다. 빨리 먹었다 싶으면 노인은 사료를 부어주고는 한다. 몸에 찬기가 돌어도 그냥은 들어가지 않는다. 먹던 자리를 치우고 한 참을 풀어 운동을 시킨다. 봉구는 일상에서 받는 락의 일부이고, 유일한 식솔이기 때문이다. 봉구는 제멋대로 뛴다. 남의 집 보리밭에도 들어가 똥을 누기도 한다.
"봉구야 이리와! 봉구야." 오라고 소리를 지른다. 산을 쳐다본다. 운무가 운길산 무릎까지 쳐올라 산을 휘감고 있다. 예봉산에서 부터 시작한 햇빛이 들기 시작하면 운무가 스멀스멀 날아가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하기도 한다.
일자집 거실로 들어와 화목 보일러에 딱딱한 책상에 앉았다. 영감의 마른 기침 소리를 낸다. 잦다. 짱짱하던 골격도 빠지고 흐물거린다. 코에 걸친 도수 높은 돋보기 너머로 처져내린 눈주름이 으늘 따라 유난히 자글거린다. 손에는 깍인 통나무가 들려 있다. 바이올린을 만드는 중이었다.
오래 건조된 통나무로 악기를 만든다. 앞 판은 유일하게 가문비나무를 사용하고 옆면과 뒷면은 단풍나무를 사용 한다. 굵은 대패에서 시작하여 손가락보다 장난감과 흡사한 작은 대패를 사용한다. 훌륭한 장인의 조건으로 음악성이 있어야 하고 현악기의 사용하는 나무 조각을 이어가며 판을 만드는 기술도 좋지만 오랜 숙련을 요한다. 만드는 것을 도제라 한다. 최동석노인은 만드는 일을 맨 땅에 해딩을 하는 식으로 외국책을 보며 독학으로 시작했다. 초기 단계는 청계천에 수시로 나가 싸구려 헌 악기를 사서 뜯어보는 것이 일이었다.
거실 벽면을 이용해 송판을 넓게 붙여 선반을 달았다. 선반을 여러 개 올려놓고 칸칸에는 현악기를 만드는 도구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도제에 사용되는 도구는 종류가 많다. 많이 손이 가는 편한 순서로 진열이 되어 있다. 장난감 램프도 있고, 아주 오래된 호롱불도 보인다. 잘 쓰지 않는 먼지가 소복이 않은 두지와 잡동사니가 있다. 대패며 실톱 끌과 칼이 꼿혀 있다. 손이 많이 가는 하단에 있다. 투박한 대패와 샌날이 좋은 공구들. 사십년의 무게가 켭켭이 쌓인 공방의 모습이다.
중앙에 시벌겋게 화목보일러가 타고 있었다. 보일러 뚜껑 위 물냄비 안에는 아교와 물을 넣어 중탕으로 끓이고 있었다. 왼쪽 나무 선반에는 생산 년도가 적힌 마른 나무 조각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 이것이 재산 목록 윗 순에 속하는 군이다.
외부 벽에는 빨래 줄 모양의 줄에 연갈색의 바니쉬 칠이 되어가는 과정의 악기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기름에 놓여 쓰는 바니쉬와 알콜에 녹여 쓰는 바니쉬가 따로 있다. 기름에 녹이면 유성이라 늦게 마르고 알콜은 빨리 마르는 장점이 있다. 한 달 이상 공을 들여 열 번 이상을 반복하여 칠을 입힌다. 영감은 해바리기 오일도 섞어 노랑과 코발트색을 넣어 오래된 악기처럼 색을 낸다. 완성 단계의 칠만큼은 혼합하는 것과 입히는 여러 단계를 자기만의 노하우로 삼아 아무에게도 가르쳐 주지를 않는다. 현악기 도제 책을 보아도 마찬가지로 기본만을 써 놓았다. 최영감도 자기 소생의 봉구가 있으면 가르쳐 줄까마는 옹고집쟁이들아 마찬가지 칠은 본인의 몫이다.
린시드에 색조를 배합해 칠을 입히고 계속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천천히 말려야 좋다.
노인은 콰다니니나 스트라디바리 모델를 사용한다. 지금은 스트라디바리 모텔이다. 여섯 기둥을 새운 틀에 아이론으로 얇은 나무판을 눌러 돌려 붙여야 하는 앞 뒤 판 두쪽씩 네쪽을 꺼냈다. 꺼낸 단풍나무 뒤판 한쪽 면을 먼저 조심스럽게 만지작만지작하면서 적당한 크기의 대패로 밀기 시작한다. 청색 작업복을 입은 무릎 밑으로 대패 밥이 도르르 말려 떨어진다. 자로 두께를 부분부분 재며 수없이 밀어야 하는 작업은 한 두달이 갈 때가 많다. 앞 뒤판 두께가 다르기 때문이다. 중심으로 모일 수록 두께가 얇아진다.
그 해 가을에 식구가 늘었다. 삼십대의 풀꽃 여인을 데리고 왔다. 먼저 아내의 머리를 빗기고 밥을 준 후에 봉구를 챙긴다. 둘 다 영감의 손이 가야한다. 그러나 사람이 우선 순위로 삼았다. 봉구도 처음에는 컹컹대더니 꼬리를 흔든다. 따뜻한 날에는 봉구가 풀꽃을 많이 본다. 튀기는 음식을 만들 때나 날카로운 칼을 많이 사용 할 때 풀꽃을 바깥 의자에 안전안전벨트를 묶어 봉구 앞에 앉혀 놓는다. 풀꽃은 봉구가 뛰며 좋아해도 금새 잠이 들고는 한다. 봉구가 물끄러미 잔느 식구를 보고 있다. 봉구도 무료하여 슬그머니 눈을 감는다.
영감이 밖으로 나와 풀꽃을 안아 거실로 들인다. 때로는 작업실에 놓기도 한다. 편안한 간이 침대가 상시되어 있었다. 눕이고 작은 이불을 덮어준다. 그리고 이내 작업을 한다. 눈의 초점을 바이올린에 맞추다 간혹 풀꽃을 쳐다본다. 노인이 씻기고 아침밥을 먹인지 세시간이 지났다. 최노인은 여자가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때가 태반이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밥을 먹이고 봉구와 놀게 한 후 식곤증과 무료함에 잠이 들면 방으로 들여와 자기 옆에 재운다. 매일 두 시간 정도 푹 자고 일어난다. 풀잎은 정상인보다 많이 잔다. 노인은 여인이 일어나면 치닥거리 해주느라 자기 일을 못한다. 도제는 삼라만상이 잠이 들은 밤과 다음날 아침 사이에 많이 한다.
" 착하네 두 시간이 훨씬 넘었는 걸 " 들었는지 말았는지 움직인다. 몸이 자유롭지 못하다. 가볍지 않다는 표현이 옳다. 상대가 방금 무엇을 원하는지를 동석은 찾아내야 한다. 똥 싸고 싶은 강아지 같다. 엉덩이를 뺀다. 그러나 동석은 풀꽃이 걸을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를 한다.
" 풀꽃? 화장실? " 아무 말이 없는 여인이 쭈빗쭈빗 공방 안을 서성거린다. 아침밥을 먹고 잠이 들어 배가 고플리는 없고 시간적으로 틀림없는 생리적인 현상같아 보인다. 화장실로 데리고 간다. 아랫도리를 벗기고 변기에 앉친다. 소변인가 했더니 얼굴이 빨게진다. 쉽지 않은 것을 보니 큰일을 볼 낌새다. 둘 중 확실히 짚을 수가 없는 이유는 겨울철 운동량이 적어 여자는 변비가 있었다. 찡그리고 있는 모습을 보다 그대로 혼자 두고 방으로 갔다. 약통에서 변비약을 꺼낸다. 파란 프라스틱 병에 담긴 좌약이다.
여인이 있는 화장실로 돌아와 욕실 바닥에 느릿느릿 큰 타올을 깐다. 풀잎을 변기에서 일으켜 타올로 놓는다. 아랫도리는 그대로 벗겨 있다. 무릎 까지 내의가 내려와 있었다. 엉덩이를 들어 좌약을 넣어준다. 액이 들어가고 움푹 들어간 빈껍질이 손에 남는다. 미끄러운 납짝한 통을 휴지통에 넣는다. 오른 손으로는 잠시 똥구를 막아준다. 큰 일을 보았다. 다시 변기에 올려준다. 뒷처리를 늘 해주었는데 요즘은 자동식 수세식 변기가 세척까지 해주고 말려줘 버튼만 눌러 주면 되었다.
봉구와 풀꽃을 보호하는 입장인 노인이 힘이 들고 번거로워도 풀꽃의 가족이 나타나 다시 찾아가겠다고는 안할지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최동석이 누구를 위해 살아가야 할 지 아는 명확한 목적이 생겼다.
풀잎 과의 인연.
작년 가을에 송판을 자른 기계톱을 사러 청계천을 나갔다가 공구상회를 빙빙 돌다 여인을 만났다.
삼십 대 중반인 여자가 초라하게 길에 철퍼덕 앉아 있었다. 최동석은 그냥 지나갔다. 두 시간 이상을 다니다 최노인이 그 자리에 왔을 때 '아빠 ' 하며 바지를 잡으려 한다. 놀라 행색을 쳐다봤다. 다시 지나치려는데 말을 한다.
"아빠! 아빠! " 주위를 동석 노인이 둘러 보았다. 순간 귀찮은 생각이 들었지만 자기를 호칭하는 소리 같아 발걸음을 멈췄다.
"나 말인가 " 자기를 보고하는 말이라도 귀찮게 느껴져 노인은 자리를 뜨려고했다. 여자라 더욱 그랬다. 영감이 발을 움직이며 손을 뿌리친다. 다시 꽉 잡는다. 움직여 본다. 힘이 센 느낌이 들었다. 다시 뿌리쳤다. 걸었다.
영감이 그녀를 무시하고 청계천 골목 만물시장을 천천히 돌았다. 도는 데 좀 전의 여자가 노인을 쫓는다. 빈디지 길이라 볼거리도 많다. 영감은 가끔시골을 나와 구경 하는 곳은 청계천 고물상과 동대문 평화시장 정도이다. 작업복을 사고 부속과 공구를 사기위해 나온다. 오늘은 나무를 켜는 자동기계를 사러 나왔다. 공방에 있는 것은 너무 오래 써서 소리가 크고 작동하다 멈추기를 반복한다.
" 밥 "
" 밥?" 여인을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따라 오며 아빠와 밥을 외치며 추근대었다. 밥소리에 측은한 생각이 든다. 육이오 사변을 당하고 어려서 배를 곯아 배고픈 설움을 안다. 지금도 죽이나 밀가루가 싫은 영감이다. 밀가루는 속에서 받지를 않는다. 배고픈 설움이 제일 크다고 여기는 영감은 여인을 챙기기로 한다. 밥 한 그릇 먹여 보내고 싶었다.
“ 밥. 밥” 여인은 말은 딱 두마디 아빠 . 밥 . 을 말하고 있었다. 여자는 구걸은 할 줄 모른다. 거리를 떠돌아 배가 고팠다. 동석은 그녀를 데리고 국밥 집으로 들어갔다.
국밥 두 그릇 줘요. 맵지 않게. " 매운 것을 먹는지 안 먹을 지 몰라 맑은 장국을 시켰다.
젊은이 식구를 잃어벼렸나?
" ........밥 " 동석은 여자가 언어 장애가 심하구나는 생각이 미쳤다. 누가 버렸다는 생각이 순간에 들었다. 찬찬히 행색을 흝어본다. 입 맛을 다시며 주위를 횡하니 본다.
"아 빠. 하 " 하가 뭣을 뜻하는지 알길이 없다. 국밥을 시켜놓고 말을 걸어도 말을 하지 못한다. 행색은 남루하지 않았다. 밤색바지에 상위는 빨간 가디간을 입었다. 눈에 잘 틔게 상의를 빨간색을 선택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길을 잃었거나, 여자를 유기로 본다해도 거리를 떠도는 시간이 오래되지 않아 보인다.
"밥 " 다시 내는 밥 소리가 무섭게 국밥이 두그릇 나왔다. 입 맛을 다시며 수저를 든다. 뜨거워 흘리며 콩나물과 우거지를 줄줄 흘린다. 그냥 수저를 놓혔다. 쨍그랑 소리가 난다. 밥도 먹을 줄 모른다.
" 아주머니 수저 하나 더 줘요." 홀 아주머니가 새수저를 다시 가지고 왔다. 수저가 다시 나왔다. 국밥에서 뿜는 김을 겁을 내었다. 중증 장애를 앓고 있었다. 영감은 거두기가 어려워 버린 사람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 아주머니 빈 그릇 하나만 주세요" 빈그릇을 받아 국밥을 식혀서 놓았다. 여인은 수저를 들지않고 손이 그대로 온다. 배가 고팠다. 먹여주어야 할 상태로 정상인이 아니다. 국물이 뭍은 손을 휴지로 닦아 주었다. 표정이 밝아졌다. 희쭉하고는 급방 무표정이다. 수저로 떠 먹였다. 한 술 두 술. 배가 많이 고픈지 들어가면 넘긴다. 천천히 먹이고 휴지로 입을 닦아주었다. 다 먹이고 노인도 먹으려니 밥이 넘어 가지를 않는다.
국물을 떠 넣다 일어났다.
아가씨. 일어나세나. "
" 아 빠 하 " 하하는 소리를 좋을 때 내는 소리다.
공구상회를 돌았다. 중고품이 신품같이 반짝였다. 마땅한 기계를 보았다. 날이 좋아 보인다. 독일 날이다. 값도 괜찮다. 주문을 한다. 배달을 부탁하고 집에 오려는 데 줄곧 쫓아다니던 여자가 계속 함께 길을 나선다.
“ 아빠! 아빠! ” 가자는 소리 같았다. 동석은 이 여자가 버려질 당시에 아버지의 손을 놓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을 한다. 영감의 상의 끝을 잡고 놓지 않아 할 수 없이 여인을 데리고 파출소에 데리고 갔다.
" 이 아가씨가 길을 잃은 모양이요. "
" 어디서 보았습니까? "
" 청계 5가에서 만났지."
"어떻게요? "
"아는 사이입니까? "
" 아니오. 자꾸 아빠라 하고 밥 이야기를 하며 따라 다녀 국밥 한 그릇 먹였수 " 경찰이 훑어본다.
"
"이름이 뭐야?"
"...... " 경찰 공무원이 신상을 물어도 아무 대답을 못한다.
" 집이 어디야 " 조서를 꾸미려던 경찰이 버럭 소리를 지른다. ]
"아빠. 아빠 " 불안한 빛이 돈다. 동석을 잡는다.
"어른이 아버지 아니세요?" 공무원이 의심되는 표정으로 되묻는다.
" 아니요. 따라다녀 밥을 먹였는데 놓아주지를 않는군." 의심을 풀고 분실물을 접수하 듯 간단하게 적기 시작한다.
" 신고가 들어오지는 알았소? "
"버려진 여자 같습니다. 신고 들어온 것도 없으니......,'
그럼 어떻게 되는 겁니까"
'보호소로 넘겨야 지요."
파출소서에는 여인을 찾기 위해 가출 신고를 한 사람은 없었다. 이 곳에 홀가분하게 맡기고 나오려는 데 여인이 소리를 친다.
“ 아빠 ”
“ 난 아가씨의 아버지가 아니오.” 뒤돌아 파출소에 남겨놓고 문을 나가려한다. 발이 움직였다.
“아빠 ” 동석이 다시 본다. 순간 전쟁 당시가 떠 올랐다. 피난길에 불안하여 겁먹은 아녀자의 눈빛을 본다. 그러면서도 서로가 처한 환경이 달라 헤어지던 무리말이다. 섬광처럼 스쳐가는 그 모습을 보고도 밖으로 나왔다. 걸음을 걸어도 살아지지 않는다. 풀꽃이 생각났다. 그냥 밟혀 없어질 들판에 핀 풀꽃을 떠 올렸다. 보호소로 갈 수 밖에 없는 여자. 뒤돌아 다시 그녀 곁으로 갔다.
" 아빠 아빠 “ 의미 모를 눈물을 흘린다. 처음은 자기도 모르게 버려지고 이제는 두려움이 서린 헤어짐을 아는 것 같았다.
"왜 다시 오셨습니까 ?”
" 오늘 보호소로 보내진다기에 왔소. "
" 아버지가 아니라고 하셨잖습니까? "
" 아닌 것은 맞소. "
그런데 왜 다시 오셨습니까?"
" 만약 확인되어 가족들로 부터 버려진 사람이라면 내가 데려가는 절차는 어떻게 밟아야 하오 "
"하여튼 가족의 동의가 있어야 하니 우선 가족을 찾아야 합니다. " 경찰은 최동석을 힐끔 쳐다본다.
“아빠 아빠 ” 여자는 마른 눈물을 그치고 동석을 쳐다본다. 노인도 가만히 쳐다본다.
" 그럼 수속 관계가 어떻게 이루워질지는 모르지만 성함하고 주민등록 번호를 말씀해 주세요."
최동석은 이름과 주민등록 번호를 먼저 대었다. 인터넷 상에 신원이 뜬다.
" 어르신 현악기를 만드신다고 되어 있는데 무슨 종류를 만드십니까? 제가 잘 모르는 생소한 직업이시군요. "
" 바이올린. 첼로 다 만드는데 주문이 들어오면 만들기 시작하오"
" 명장이시군요."
" 명장이랄거는 없고. 그저......, "
" 아니 언제가 텔레비젼에서 뵌 분 같습니다."
" 현악기 장인 일세대라 전에 가끔 나왔지 "
" 현 주소에는 어르신 혼자 계시네요? "
" 그렇게 되었지요. "
" 제가 사람을 갖다 버린 사람들이라면 가족을 찾는대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혼자서 외로우시죠? "
" 아니 그런 깊은 뜻은 없소. 거두워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왔소이다. " 그렇게 동석영감이 해명을 해도 순경은 빙그래 웃는다. 그 자리에서 노인은 사진을 찍었다. 부녀처럼 쇼파에 나란히 앉혀 둘이서도 찍었다. 사진과 주소를 남겨놓고 혼자 집으로 들어왔다.
집으로 돌아 와 서에서 오는 전화를 기다리다 못해 서너 번 전화를 했다. 잊혀지지 않았다. '아빠 밥 ' 하며 따라다니던 마지막 눈빛이 잊혀지지 않았다. 석 달 반이 지나서 서울 파출소에서 전화가 왔다. 언니라는 여인이 찾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풀꽃 가족을 만나기 위해 연락받자 마자 나섰다. 장순경에게서 결혼을 안했다 들었다. 드디어 아가씨를 만난다. 집에 있던 봉구 어미를 사러 갈 때 보다도 기대가 되고 더 흥분이 되었다. 아가씨가 선명하게 떠 올랐다.
동네에 풀꽃이 들어오는 날 부터 이상한 소문이 번지기 시작하였다.
" 최노인이 바보여인을 데리고 왔는데 사왔다나 봐 "
" 남자는 검불 하나만 들 힘이 있어도 여자가 그립다잖아? "
" 정말 할 수 있을까? "
" 만졌다 놓는 성 노리개 감 아니야? "
"바보잖아. 구실을 할 수 있을까?"
" 남자야 뭐 들어가니 꽂으면 되고 나오면 배설하면 되는 것 아니야?"
"그럼 학대야 " 동네 사람이 모이면 추측과 여러가지 확대해석으로 분분하다. 노인은 아무래도 좋다. 서종에 들어 오던 날부터 아닌가봐 그런가봐로 소문에 소문으로 꼬리를 물었다.
풀꽃이 서종면 최동석영감에게 오기 까지 무려 석덜이 걸렸다. 김 난숙이라는 신원은 석달 만에 밝혀지고 다시 한달 만에 법적절차를 밟아 데리고 왔다.
난숙언니라는 여자가 의정부 보호소에서 아가씨와 같이 있었다. 난숙은 친 언니 미숙의 손을 잡고 있었다. 거기에는 미혼모 보호소 원장과 장 순경이 함게 있었다. 난숙은 얼른 언니 손을 놓고 최동석의 손을 재빨리 잡는다.
아빠 아빠 허 " 기억이 되는지 숨이 급하다.
끼어 안는다. 이산 가족 생생한 부녀 상봉 장면 같다.
" 풀꽃 아가씨. 잘 있었수"
" 아빠 허 허."
" 나 미숙 언니야. 미숙이" 아무리 설득해도 언니는 거들떠 보지 않는다.
'아빠" 간절함이 서려있었다.
" 이 아이는 내 동생 김 난숙입니다. "
김난숙이라? 나는 풀꽃이라 늘 생각했소. "
" 여지껏 생각하셨다니 참으로 감사합니다. 어르신. 원장님과 장순경님을 통해 그 동안의 일을 알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동생과 함께 살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형제들은 동생을 돌볼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최종적으로 막내 동생이 쳥계천에 데리고 나가 놓고 왔답니다. 올케가 함께 사는 것을 워낙 반대하는 바람에 막내가 그만. "
경제적 여건은 괜찮아도 책임은 무겁고 마음은 닫혀 있었다. 난숙은 유기된 채 그 날 하루를 길에서 지냈다. 다음날 자기 아버지와 체구가 비슷한 동석을 만나 아버지로 착각하고 따라 다녔었다. 버린 것을 바로 위 언니가 가출 신고를 했다.
지도 예. 형편이 어렵고 자식들이 원하지 않아 같이 살 수는 없는가라 예. 어딘가에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 막내가 버렸다는 근처를 찾아 다니며 신고를 하고 다녔지예. 난숙이가 어르신을 만나 저렇게 깨끗하게 있었다봅니뎌. "
"뭐 일찍 만난 은혜 아니겠소. "
" 그런 기라예. 찾아 소식 들은 것 만으로 족하고 미혼모 보호소에 그냥 살기를 원한다고 했더니 어르신 얘기를 해서 만나 뵙고 싶었던 기라요. "
" 아 그렇소. "
" 지금도 마음이 변하시지는 않았는교? "
그렇소. 변하지 않았소.
미숙은 난숙을 만나 보고는 정말로 다시 보호시설로 보내지기를 원했다. 그 때 장순경이 주선을 하였다.
최작가가 아가씨 가족이 나타나면 자기가 데려가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기를 원했었다. 최동석은 기대와 불안을 함께 지니고 와 쉽게 해결을 봤다. 호적 상 결혼으로 합의를 정확히 보고 도장도 사기고 서류를 만들어 혼인 신고는 집으로 데리고 오는 날 했다. 주선자와 가족이 웃으며 보냈다. 최동석은 평생 양육조건을 걸고 집으로 데리고 왔다. 항시 사람의 손을 빌려야 하는 사람. 두 살도 안 되는 지능을 지닌 중증 장애자. 똥오줌 목욕 전부 해줘야 한다. 서른여덟 차이. 딸이라면 좋은 성싶은 숫자다. 그러나 정상인과 정애자를 보는 시각 차이. 이웃이 치쳐 놓은 높은 장벽에, 때로는 떼면 알 호적도 무시하고 장애여성을 성노리개로 삼고 있다는 따가운 시선들을 이 땅의 생을 마칠 때까지 들어야 한다. 최영감은 젊은 마누라를 맞이하여 혼인신고를 할 때 난숙을 풀잎이라 개명을 해서 올렸다.
이것이 두사람이 맺은 이땅의 연이다.
노인은 김제 고향에서 함께 살던 사람을 우연히 만나 아내의 소식도 들었다. 자식이 있는 상처한 남자를 만나 결혼하여 전처 소생으로 아들 둘을 낳았단다. 최동석은 거기까지 들은 것으로 족했다. 동석은 젊었을 때에도 부부생활이 되지 않았다. 아내가 떠나가며 밥을 핑계 삼았어도 이혼의 결정적 사유는 펄펄 끓던 여인의 성적 굶주림이라는 커다란 이유를 자신은 알고 있었다. 바이올린을 만드는 작업대를 한 칸 방 지하 방으로 동석은 끌어 드렸다. 밤에 일을 많이 했다. 아내는 허구한 날 왕왕거렸다. 집을 걷돌았다. 밥을 끓는지 죽이 끓는지 모른다. 합의 하에 자유의 여신으로 보내고 난 후에 동석은 도제를 온 힘을 쏟았다. 부부의 합궁은 불가능하다고 믿고 있었다. 여자에 대한 기대나 환영도 떠 오르지 않았다. 꿈 속에서라도 몽정 한 번 한 일이 없었다.
풀꽃을 쉽게 받아드린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종손인 최 동석이 봉구를 얻지 못함도 아내를 탓 했었다. 전 처에게 진 마음의 빚을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갚자는 계산도 깔려 있었다. 아빠라고 믿고 있는 여인이 그대로 느끼도록 살아 주고 싶다. 전처가 아들을 낳았다 함으로 죄의 짐은 조금 벗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여자와 육체를 섞으며 살아야 한다면 자신이 없다. 여자를 나이 들어 입에 풀칠하는 것이 편하자고 들일 수는 없다. 조금만 꿈적거리면 되는 일로 여자를 들이고 싶지도 않았다.
명장이란 관록이 붙어 음악잡지며 메스컴도 타 간혹 팔리는 악기로 정도에 맞게 살고 있었다. 지금의 집도 마련했다. 허름한 농가를 개조한 벽돌집이다. 땅 임자는 따로 있고 건물 지분 만 있는 집이다. 자기 당대까지 살다 땅 주인에게 주는 매매 계약서를 작성했다. 재산으로 평가될 수는 없지 만 누가 들어가라 나가라 할 수 있는 땅은 아니다. 당당히 지상권이 인정되는 건물주의 주인이다. 최동석 이란 문패도 달았다. 3대를 잇는 봉구도 있다.
약간의 채소밭도 있어 푸성귀는 심어 먹고 과실 나무도 몇 개 있다. 최영감은 잘 익은 살구를 좋아한다. 텃밭은 야산과 붙어 열흘 만 손을 대지 않아도 살모사가 다닌다.
동산과 개울이 붙어있어 뱀도 가끔 본다. 예방을 위해 풀을 잘 뽑아줘야 했다.
도제 재료인 아교와 린스가 독해 손긑이 갈라지는 칙약한 환경에 무농약 야채를 먹자고 밭일을 하니 더 험해졌다. 오른 쪽은 문진이 없다. 해외로 활털을 사러 나가면서 여권을 만드는되 애를 먹었다.
풀꽃여인을 아내를 올리는 절차는 자기 혼자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면 돼 미혼모 보호소에서 그날로 결정을 냈다. 봉구도 보내야 한다. 개의 수명은 최고 15년이다. 풀꽃은 자기 생전에 이별하는 일을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여보게 내가 자네 없으면 살 수 있겠나? 없다 말일세. " 멍하니 있는 풀꽃에게 진심을 이야기 한다. 풀잎이 잠시라도 안 보이면 살 수가 없다. 영감이 중얼중얼 말이 많아 졌다. 풀꽃을 찾는 신고가 들어와도 줄 수가 없다. 풀잎은 가족이 찾는다면 돈을 줘서라도 사야한다. 보낼 수가 없는 이유는 버려져 수개월 방치했었다는 상황보다 자신의 외로움 때문이다. 젊어서는 만드는 일로 밤을 꼬박 새웠다. 돈이 없다고, 밥이 없다고, 사랑을 채워 달라고 볶아대는 아내도 없어 오히려 좋았다. 오랜 세월 이웃과도 말을 나누지 않고 혼자 살아 외로움이 익숙해졌다. 사람의 근접은 집에는 우체부가 배달 올 때나 이장이 올라 올 때 뿐이다. 가끔 읍사무실에서 노인 혼자 살아 직원이 들른다. 반찬도 보낼때가 있다. 그렇다고 외로움이 희석되지는 않았다. 세상과 거리가 있는 노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사는 것은 그럭저럭 그만하니 족하다.
고향도 아닌 한 터에서 사십년이 흘러 얼굴에는 움푹 파인 주름과 검버섯이 생겼다. 노인도 드문드문 만나는 교희의 아이들과 이웃이 있어도 말을 섞지 않았기에 말 상대가 없어 입에서는 군내가 난다. 마른 기침도 잦다. 깨끗한 척을 해도 영감땡이 꼬리꼬리한 냄새가 난다. 그저 도움이 되게 촛불을 피어 놓는다. 산골짝 밤은 깊다. 아침에 산자락에 운무처럼 고독이 뒤덮는다.
아내를 들이고 최영감은 달라졌다. 특히 일상 생활이 바빠졌다. 없던 활기와 의욕을 보인다.
“ 임자 ! 임자 ! 이 거 잠깐 만 하고 노세. ” 풀꽃이 피씩 웃는다. 웃던 울던 사람이라 반응한다는 작은 몸짓이 좋았다.
“ 이 바이올린은 엄 교수가 자기 제자를 쓰게 한다고 특별히 예약한 한 제작이야. 돈을 많이 받을 수 있어 ”
풀꽃이 민감하게 반응할 때가 세상을 지탱하는 돈의 단위를 말할 때가 아니라 우리 속에 가볍게 이는 육식의 밥이다.
" 밥. "
"그래 임자 말이 맞아. 세끼 밥이 최고지 "
"밥 ."
“ 그래 밥 많이. 많이 사줄께”
“아빠 하 ” 무엇을 생각하는지 하 하더니 좋은 내색이 감돈다. 금방 사라진다. 영감은 그래도 풀잎이 이쁘다.
“ 큰 시장가서 예쁜 옷 사줄게 ”
노인은 말을 듣지도 않는 쓸데없는 말을 하면서 손놀림을 빠르게 한다. 풀꽃이 옆에 있어 도제를 하는 데 작은 활력이 된다. 소통이 원활 하지 않다.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본인이 말을 하면 들어 줄 상대가 있어 좋았다. 또한 풀꽃은 밥과 간식을 주면 좋아한다. 소통이 이루어진다고 동석은 믿는다.
웃는 모습이 이쁘다. 현악기를 만든 평가는 소리. 좋은 음색을 듣고 평한다. 영감은 현악기를 키는 것도 좋아한다. 들어 줄 아내가 늘 앉아 있다. 악기를 만든 후에 처음으로 키는 독주의 설렘과 흥분은 말할 수 없다. 그 기쁨을 들어 줄 한 사람이 아내라는 사실이 기쁘다.
" 전 작품보다 좋지? 그렇지? 아냐? "
"허 허 "
" 암자 좋다고 하는 군 . 고맙네 구마우이"
영감은 아내가 틀림없이 듣는다고 생각한다. 음률에 맞춰 춤을 추느라 멍하니 있다고 여긴다. 노인은 내일을 믿기 시작한다.
잠 잘 때 성욕이 불끈 일어나지 않는 영감. 아내를 욕조에서 목욕시켜 한 이불에 누워 따뜻한 체온으로 휘감을 수 있다는 잠자리가 행복했다. 풀꽃은 단숨에 노인의 가슴으로 비비고 들어온다.
" 아빠 아빠 허 허 " 좋다는 소리. 보채지 않는다. 마누라가 느끼면서도 표현을 못하는 것 같아 부드럽게 음부를 만져준다. 오르가즘일거라는 생각과 좋다는 표시. 허 허가 다다. 돌짝같이 굳은 손으로 만져준다. 가벼운 부딪침. 영감은 젊은 마누라의 기를 받는다.
"영혼이 해맑은 마누라. 신의 선물이야. " 노인은 혼자 낯 간지러운 소리도 들려준다. 선택받은 마누라 라 느끼고 받는다고 여기면 받는 거라는 넉넉한 마음이 솟는다.
아빠라는 믿음과 신뢰를 얻기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한다.
" 임자 사랑하오 " 보는 사람 없기에 풀꽃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수시로 해 준다.
" 임자. 앞으로 가면 황순원 문학관이고 뒤는 운길산이야. "
들판에 나가 운길산. 예봉 산 .문학관이 당신네 집 근처라는 수없이 말해 준다 '
" 임자. 영감 몰래 나와 남을 따라가면 안 돼. " 특히 잃어 버린 경력을 일깨워 줘야 했다. 황순원 문학관에 가서는 추위에 소낙비를 맞고 볏짚에서 몸을 비비는 소년 소녀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때르는 느릿느릿 방마다 숨어 숨바꼭질도 한다. 호랑이 놀이 토끼놀이. 무연 영화도 일인극으로 한다. 늙으면 애로 들어간다고 하지 않는가. 어린아이의 대장이 되는 것이 즐겁다. 노인은 어려서 대장을 한 번도 해 적이 없었다.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말을 안해 얻어 맞고는 다음 날은 생각을 바꿔 보았었다. 힘을 기르자고 말이다. 그 때 속으로 하고 싶었던 대장 짓을 풀잎과 하고 있다.
아 하 하는 풀꽃의 단음이 들린다. 수 없는 시도에 단 한 번의 단음이 노인을 춤추게 한다.
옛 어린 추억을 떠 올리며 물에 발을 담구고 풀꽃과 나란히 앉아 냇가의 물소리도 새소리도 듣는다. 송사리도 어렵사리 잡아 비닐봉지에 잡아 넣는다. 영감은 송사리 봉지를 들고와 깻잎 몇 장과 물고기 몇 마리 밀가루 반죽 서너 개 넣고 수제비를 만들어 삽살개 봉구와 풀꽃 과 영감이 오롯이 먹는다. 상대들이 지능 미달로 어떤 것을 이해를 안 하고 하고는 상관이 없다. 그녀와 봉구로 하여금 함께 어려서부터 소극적인 성격으로 인한 혼란스러웠던 정체성을 털어내는 것이 좋았다.
동석은 풀꽃과 함깨 함으로 늙음의 터 위에 넉넉함이 자리를 잡았다.
뒤판 두 쪽을 다듬고 안쪽을 날카로운 칼로 판다. 힘을 줘서 버려야 할 두께를 밀어낸다. 풀잎을 햇빝이 드는 마당에 봉구와 함께 놓았다. 습관이 되어 아내는 칼을 들었을 때 곁에 놓지 않는다. 자기가 힘이 들어가는 표정이 싫은 것인지 아니면 칼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는 것은 아닌지 방을 나가 봉구와 있는 것이 좋은 모양이다. 칼을 들고 만들기를 시도할 때 매번 찡그리는 모습을 보고 최영감은 아예 풀꽃이 없을 때 악기 속 안 다듬기를 한다.
작업실 중앙에 있던 운치있는 화목 보일러도 없애고 전기 판넬을 깔았다.
배려하고, 빛을 풍요로 보고, 태양을 가득 찬 생명으로 볼 수 있는 힘은 전 날의 아픔에서 이겨 새로운 눈을 틔웠을 때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녀와 더불어 자연에 대한 감사와 친화력이 생겼다. 혀를 날름거리는 징그럽고 독이 무서운 뱀도 잡아 던질 수도 있다. 풀꽃이 싫어하는 동물이 뱀이기 때문이다.
오전 전 후로 두 번 산책을 나선다. 풀꽃이 좋아하는 시간이다. 밖을 향하면 봉구를 따라 앞 서 곧장 나간다. 풀밭에 앉아 몇 시간이고 좋다. 봉구가 펄쩍 뛰는 모습도 본다. 산의 푸르름은 이들을 기쁘게 맞이 했다가 게절의 색 다른 옷을 입는다. 최동석 영감은 해외로는 동남아를 다니며 부속을 사오는데 낮은 산새의 곡진 아름다움은 대한 민국을 따를 나라가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운길산의 산형과 마을의 형탤르 좋아한다.
노인은 아스라히 생각을 더듬는다. 이곳에서 풀꽃 아내를 맞이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햇볕에 나와 앉아 마누라는 풀을 쥐어 뜯는다. 자르는 수준이 아니다. 힘을 줘 뜯는다. 풀이면 아무거나 웅켜쥔다. 손에 잡히는 것을 한 웅큼 주면 영감이 골라 바구니에 담는다. 손에 힘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건강을 약속이나 한 듯 반갑다.
" 임자. 임자가 뜯는 것 나물 해 먹세. 좋겠소. "
" 허허 아빠. 허 "
마누라 힘이 드는구료. 잘했소. 마누라"
봄볕에 연한 싹은 독이 없으면 다 먹는다고 마누라가 딴 풀잎을 솥에 삶는다. 된장 찌게도 하고 쌂아 무쳐 상에 놓았다. 영감이 먹는 시범을 보이면 마누라가 먹는다. 시골장에서 사는 것은 말려 푸성귀가 귀할 때 먹고, 들에서 따 온 것을 푸성귀로 먹었다. 풀꽃 아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노동의 가치를 소홀히 할 수가 없다. 봄내 젓가락도 사용하지 않고 손가락에 둘둘 말아 먹는다. 깨소금만 조금 넣어도 담백하고 맛나다. 마누라의 향기와 봄내가 뜸뿍 들어있다. 아내도 손으로 듬뿍 집는다. 허 허 하는 젊은 마누라의 소리가 최영감의 가슴 속에 튕기는 반응은 바이올린 소리의 공명보다 더 크게 울린다. 아내를 입히고 먹이고 닦이는 수고로움 보다 소통과 현재에서 미래로 가는 공유의 시간이 고맙고 감사하다.
내 여인이 따온 연한 풀잎을 먹고 생기를 얻었노라고 동네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유일한 그녀의 일. 천기가 누설되거나 생기를 빼앗아가면 안 될 것 같아 풀꽃당신에게 만 말한다.
“여기 생기뎐 이야기 들어보소. 우리 영감 노친네 봄내 풀 잎 먹고 회춘하며 살고 있소 ”연산홍이 차고 올라오는 들판에서 크게 소리를 쳐본다. 산이 소리를 먹는다.
“아빠 아빠! ” 덩달아 풀꽃은 웃기도 하고 때로는 박수를 치기도 한다. 팔을 마음껏 버린다. 동석에게 있어 그녀가 하는 작은 몸짓은 모두가 사랑 받고 있다는 행위예술로 보인다. 노인은 꽃망울 틔우는 매화의 감동이 풀꽃 아내의 날개를 편 환한 미소에서도 받는다.
이 가정에 질투와 시기와 욕심으로 문제가 생겼다. 미숙이 언니가 서종을 드나들면서 나쁜 싹이 나왔다. 최동석의 경제력의 향상과 인지도가 그녀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못난 난숙이가 자기가 생전 누리지 못하는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싫었다. 시기와 함께 욕심도 생겼다. 상처받은 자신이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문을 한다. 보상을 요구하는 행동을 했다.
" 난숙아 나하고 살자. "
".......,'
"나 니 언니 미숙이 언니야. 형부가 난숙이 보고 싶데. 아이들도 말야"
" 허 허 " 언니가 팔을 당기자 허는 싫다는 반응으로 나타난다.
" 난숙아 가자. 영감은 나이가 많아. 너를 한 푼도 안 주고 데려왔어. 너는 늙은 영감의 노리개야.
김난숙을 김 풀꽃으로 혼인신고를 했는대도 인정할 수 없다는 옛날의 난숙을 들먹거렸다.
"가소. 다시는 우리 집에 오지마소 "
" 법적으로 데려 가겠으니 기다려요. " 미숙은 울분을 토해 놓고 쌩하니 떠났다.
다음 날 보호소에서 연락이 왔다. 풀꽃의 법적 문제이었다. 법적 문제가 없어 전화로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상대는 난숙이 의사 표시를 할 수 없다는 것을 내 세웠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두 사람의 연령차이가 본인의 의사가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돌려 달란다.
다음 날은 파출소에서 연락이 왔다.
" 최동석 작가님이십니까? "
" 청각이 발달한 영감의 귀에 낯익은 정순경의 음성이 들려온다. ? 관계로는 처형인 미숙 언니라는 작자가 심기를 바짝 건드려 놓고 여기 저기 호소문을 보내 반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 아 정 순경 이시구멈"
" 예. 김 난숙씨 일로 잠깐 나오셨으면 합니다. 어른의 심정 만 말씀하시면 됩니다. "
" 정 순졍! 나는 보낼 수가 없네 "
" 당연하십니다. 쉽게 끝날 겁니다. 어른이 그들로 부터 시달리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려고 합니다. "
" 내일 나가리라. 부탁하오"
"염려 놓으십시요. "
경찰서에서 전화가 오면서 안절부절을 못했다. 밤새 잠을 못잤다. 풀꽃이 자는 모습만 바라보고 꼬박 있었다. 악기를 완성해 놓고 소리가 적어 부셔야 하는 순간보다 더 복잡했다. 악기는 성이 안차면 던져 버렸는데 그럴수도 없다. 마누라. 정이 들었다.
목욕을 시키고 머리를 빗기고 고기에 밥을 먹여 새 옷을 입혔다. 영감도 수염을 깍고 정장을 꺼내입고 넥타이도 맺다.
"허 허 " 마누라는 좋은 기분이다. 풀꽃은 나들이를 나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영감은 눈물이 빙 돌았다. 어떻게 보낸단 말인가. 문득 살 수만 있다면 사자고 생각을 한다.
책상 밑으로 깊숙히 밀어넣었던 빛 바랜 나무 괘짝에서 돈 뭉치를 꺼내 윗 주머니에 넣었다. 문짝을 닫았다. 재 차 괘짝을 연다. 나머지 돈을 먼저 꺼낸 것과 합쳐 묶는다. 윗 주머니가 모자라 시장을 갈 때 매는 배낭에 돈을 넣고 아구리를 조었다. 최노인은 턱수염을 말끔히 깍았다. 의복도 정장을 하였다.
말끔하게 차려입고 넥타이도 매니 근엄한 예술가의 품위가 베어 나왔다.
" 명장 최동석입니다. " 미숙이 너그러운 선처를 바라며 거울을 보고 웃어 본다.
이것이 안 되면 풀꽃을 팔라고 읍조리며 인력장사를 하는 상인에게 구십도로 고개를 숙이고 부탁을 해본다.
파출소를 들어갔더니 미숙은 왠지 풀이 꺽여 있었다. 장순경이 쉽게 끝내겠다 염려하지 말라더니 야댠을 친 탓이다.
"최작가님께 용서를 빌어요" 단오하게 말했다.
" 그렇지 않으면 공갈협박으로 조서를 꾸밀테니 알아서 해요 "
" 동생이 보고 싶어 그랬습니다. 제부" 최영감은 미숙이 입에서 제부라는 소리가 나오자 눈물이 쏟아졌다. 동생이 보고 싶어 그랬다는 거짓이 하나도 노엽지 않았다. 풀꽃이 영감의 마누라는 인정하는 관계가 더 크게 귀에 들어왔다.
최영감은 배낭을 미숙에게 건낸다.
" 제부 이게 뭡니까? " 무거운 가방을 받아 들었다. 눈치가 빠르다.
" 그냥 집에 가서 형제들과 풀어보소. "
최영감은 마누라를 그 돈으로 샀다고 믿고 싶지 않았다. 쉽게 순복한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얼른 내려 놓았다.
소꿉친구가 된 아내와 동네 어귀를 나섰다. 노인은 바이올린을 완성한 대가의 묵직한 잔금을 받아들고 시장에 나가는 중이다. 올 겨울은 묵직한 털옷을 사주고 싶었다. 하얀 털옷으로.
“ 앞에 가는 노인과 바보 여자. 저 두 사람 관계 뭐야 딸이야. 부인이야? ”
“ 딸 같기도 하고, 첩은 아니라지? 원 ”
" 큰 부인을 보내고 다 늙은이가 미쳤어. 첩이래. 봉선 엄마가 그러던데. "
“탐탁치는 않아. 이해도 안 되고, 원. 이장의 말로는 호적에는 정식 부인이래.”
"첩이 기든지 아니든지. 각시는 각시 . 바보 각시와 잠자리는 하나? "
" 밤이 있고 낮이 있으니 누가 알아. 한다고 봐야지." 낮일과 밤일. 이불 속의 일을 섞고 상 하로 까불러 본다.
영감은 누가 뭐라 하건 무슨 사이라 해도 관계가 없다. 간교한 시기 질투에서도 벗어난 합법적인 마누라다. 억지로 부녀 사이라 해도 괜찮다. 좋은 관계를 엮고 있으니 말이다.
시장 통이 북적거린다. 풀꽃을 끈으로 묶어 영감은 본인 손 반대편에 끈을 묶었다. 사람을 잃어버릴 까 신경이 쓰인다. 아침에 나올 때의 동네 여편네들의 구전을 들었으나 발걸음은 가볍다. 사뿐거리는 풀꽃의 설래 이는 몸짓에서 얽히고설킨 퉁퉁치는 고통을 노인은 넉넉히 푼다. 젊은 마누라가 옆에 있기에 듣는 소리로 여긴다. 흘려버린다.
마른 생선을 산다. 소고기도 산다. 배낭을 매도 양을 많이 살 수 없다. 마누라 와의 동행에는 늘 변수가 있다. 약속대로 고운 옷을 사서 입혔다.
풀꽃은 걸음이 앞으로 자빠지며 오리궁둥이를 내밀고 갈자를 그리며 빠르게 걷는다. 신이 난 모양이다. 영감도 보조를 맞춘다. 시장에서 부딪치는 마안함과 피로에도 한 줄로 묶여진 동행이 버겁지가 않았다.
깨 복장이 촌놈들이 동대문 시장에 올라와 잃어버릴 까 새끼줄로 묶고 다니던 기억도 아련히 떠오른다. 신기하다. 동석은 풀꽃아내와 다니면 옛 생각이 저절로 난다. 왕사탕 파는 장사도 보였다. 왕사탕을 사주자 금방 어린아이가 된다. 새 옷에 설탕물을 질질 흘리며 빨아 먹는다. 감각을 못 느껴 닦을 줄도 모른다. 한 이불을 덮고 자는 영감에게도 주지 않는다. 먹는 것에 대한 욕심도 어릴 적 노인의 어릴적 모습을 닮았다. 돈이 귀해 사탕 사먹기도 어려워 어머니가 하나 사주면 달라고 하면 누구를 막론하고 주지 못했던 추억이 가물거린다. 쇼핑. 눈요기. 입이 즐거운 여러가지 시장 소꿉놀이로 마누라는 피로가 왔다. 갈자 걸음에 스쳐가는 시선도 영감은 의식을 한다. 국밥집을 얼른 들어갔다. 한 숨 돌리고 저녁을 먹고 갈 떠날 생각이다.
해 넘기 전에 집으로 들어가자 마음을 먹는다. 아내가 잠잘 시간이다. 느린 것을 보니 본인의 발걸음도 무거워진다. 뒤틀린 오리궁둥이. 뒤에서 등을 받쳐준다.
" 조금 만 더. 힘을 내소 . 마누라 . "
허 허 " .마느라의 이 한 말에 최노인은 이 번 나들이를 계기로 자가용을 사야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 아빠 아빠!” . 아빠라는 단어에 많은 표현이 포함되어 있다. 이제는 눈 만 보아도 안다. 하품을 연실한다. 최노인도 따라 하품이 나온다.
" 업어줄 게. 자 “ 언덕길이다. 노인은 앞으로 가 등을 보이고 앉는다. 풀꽃이 업혔다. 영감은 덩치가 크고 풀꽃은 몸이 가랑가랑 작아 큰 무리는 받지 않는다.
“ 잘 자라. 아가야. 잘 자라. 우리 아기” 아내는 잠이 들고 노인은 소학교 다닐 때 부르던 노래를 흥얼거리며 마을입구를 걸어 들어온다. 붉은 해가 서산을 넘고 있었다. 저 만치 교회가 보인다. 십자가가 성탄의 불빛을 받아 번쩍인다.
풀꽃을 업고 천천히 걸어 오라가면서 비겨가는 해와 오르는 달을 향해 말을 한다
" 주여 지난 죄 용서 하시고 다시는 아내를 잃는 아픔을 격게 마시며
이 영감이 마누라를 위해 오래 살게 하소서.
욕심을 내 더 기도하오니 청컨데 풀꽃도 최동석을 위해 오래 살게 하소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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