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을 찾아서
책은 문이다. 트렌드란 말이 이제야 선명하게 다가온다. 책을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의 아득한 거리를 실감한다. 남편 혹은 딸에게 그것도 모르냐는 말을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세상을 보는 눈이 없다고 자책하며 주눅 들던 자존감이 다시 고개를 든다. 자존감과 함께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도 눈에 들어온다. 세상이 보이니 내가 어떻게 보일까보다 일상 속에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리는 '나로 서기'를 추구한다. 함께 살아가지만 다른 시대를 살고 있는 듯하고, 때때로 우리말인데도 이국(異國) 말처럼 들리기도 해서 '트렌드 코리아 2018'을 읽었다.
이 책은 서울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의 김난도 교수가 주축이 되어 2008년부터 매년 출간해 온 시리즈물의 하나다. 2017년 소비트렌드 회고와 2018년 소비트렌드 전망에 앞서 '2007년부터 2018년까지 대한민국 소비트렌드 12년을 관통하는 흐름은 무엇인가?'라고 10년 동안의 '트렌드 코리아'를 정리해 놓았다. 이 전에 나온 시리즈를 다 읽은 기분이 들게 한다. 현대 사회의 거대한 소비트렌드의 흐름으로 인간과 관계까지 파고들어 연구, 분석해 놓았다. 출처를 몰랐던 많은 신조어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나의 자존감을 들여다보게 한다.
금년의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는 'WAG THE DOGS-황금 개의 해, 꼬리가 몸통을 흔들다-'이다. 이것은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 '가성비에 가심비를 더하다; 플라시보 소비', '워라밸 세대', '언택트 기술', '나만의 케렌시아', '만물의 서비스화', '매력, 자본이 되다', '미닝아웃', '이 관계를 다시 써보려 해', '세상의 주변에서 나를 외치다'의 영문 첫 글자로 만들어졌다. 시대 흐름을 잘 따라가지도 못하고 큰 꿈을 갖지 못해도 '소확행'을 비롯한 올해의 키워드들이 위로가 된다. 뿐만 아니라 이 전망들이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사회 현상들과 닿아있어 따끈하게 읽힌다.
"우리의 자존감이 흔들리고 있다. 개개인의 원자화가 가속화되면서 그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이 나로 서기를 해야 하는 시대이다. 자존감의 3대 구성요소인 자기 효능감, 자기 조절감, 자기 안전감 모두가 노동소외, 중독사회, 위험사회의 시대적 흐름 속에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447쪽 ) "자존감은 사치와 명품 소비, 창조적 소비, 윤리적 소비, 개성표현 소비, 보상적 소비와 자기 선물주기, 복고 소비, 외모관리 소비 등 최근 주목받는 수많은 소비트렌드의 기저를 흐르고 있는 핵심적인 열쇠말이다"(-449쪽)
나의 자존감을 바로 세워줄 사람은 당연히 나 자신이다.
나의 자존감은 안녕한가? 나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는 나만의 홀로서기인 '나로 서기'를 잘하고 있는가. 아직은 자신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것 같고, 답답하던 기분이 조금은 해소되었다. 손바닥 안에 쥘 수 있는 세계 스마트폰과 SNS를 통해 한 사람이 백만이 넘는 국민청원을 이끌어내는 현실을 이 책은 앞서 꿰뚫어 보았다. 삶은 소비의 연속이다. 이 책은 소비가 트렌드를 트렌드가 메가트렌드를 지속적인 메카드렌드가 문화가 됨을 보여준다. 사람보다 오래 살아 그의 삶을 기억하게 하는 유물, 유품도 소비의 흔적임을 열어 보여주는 문이다.
강여울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