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씨에게
얼마 전 기억의 창고 한켠에 머물러 있던
잊혀진 옛 제자를 만났습니다.
재학 중엔
참으로 총기가 넘치는 애제자로서
언젠가 큰 일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였던 제자였습니다.
재학시 무척 나를 따랐고
가끔 나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지요.
그러나
졸업 후에 가정 경제가 급격히 나빠지고
진학 문제도 잘 풀리지 않아
부득이 일찍 직장 생활을 하게되어
안타까워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면서도 나와 연락의 끈을 놓지 않고
가끔씩 연락을 하기도 하고
몇번 만나다가
그 제자가 25세 정도의 나이가 되었을 때
드디어 연락이 뚝 끊어져
기억의 창고 한켠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던게 엊그제 같은데
15년만에 다시 모습을 나타낸 것입니다.
적지 않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바로 며칠 전에 만났던 느낌이었습니다.
내가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신을 집중하여 기억을 다시 더듬어 보았지만
역시 15년의 세월이 흘렀던 것입니다.
제자의 만남은 반가왔지만
세월이란 이렇게 덧없이 빠르게 흘러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자
인생이란 참으로 허무하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또다시 제자와의 재회를 기약하고 헤어져
집에 돌아오는 길에
한동안 부르지 않던 최희준의 하숙생 노래를
홀로 운전을 하며 불러 보니
먼 옛날 훌쩍 먼저 떠나가 버린
친구 경철이의 다정한 모습이 눈에 선하게 떠오르더군요.
그 녀석도 하숙생 노래를 무척 좋아 했거든요.
하숙생 /최희준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떠돌다 가는 길에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인생은 나그네길구름이 흘러가듯정처없이 흘러서 간다 인생은 벌거숭이빈 손으로 왔다가빈 손으로 가는가 강물이 흘러가듯여울져 가는 길에정일랑 두지 말자미련일랑 두지 말자 인생은 벌거숭이강물이 흘러가듯소리없이 흘러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