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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미시아는, 조영이 되돌려준 옥비녀를 만지작거리다가, 머리를 틀어 올려 옥비녀를 머리에 곱게 꽂았다.
“당신은 이 비녀를 가져갔고, 다시 내게 주었습니다. 이제 난 당신의 아내가 되었기에, 머리를 틀어 올리고 이 비녀를 내 머리에 꽂습니다.”
거울을 쳐다보니 한 아름다운 부인이 눈앞에 나타났다.
“내가 지금 미쳤나봐. 이게 무슨 짓이야?”
미시아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앉아 있을 때, 급사急使가 와서 말했다.
“아가씨, 태후마마께서 빨리 연회자리로 나가 장군님을 접대하라고 하십니다.”
“응? 그래, 그렇지.”
깜짝 놀라 후다닥 일어난 미시아는 얼굴과 옷매무새를 다시 매만지고 급히 서원西苑의 비취루翡翠樓로 직행했다.
오늘 유영幽營(유주와 영주)의 전장에서 승전하고 돌아온 장수들을 무 태후가 직접 비취루에서 잔치를 열어 대접하기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미시아가 현장에 도착하니 상을 차리는 일꾼들의 손길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고, 아직 손님들과 무 태후는 임석하지 않았다.
위아래 비취색 옷을 곱게 차려입은 미시아의 고운 자태가, 비취루의 연못에 비추어 마치 일위一位 선녀가 하늘로부터 내려와 고고히 서 있는 것 같았다.
멀리서 무 태후를 필두로, 일진의 사람들이 이곳으로 걸어오는 광경이 미시아의 목전에 나타났다. 무 태후 곁에는 키가 칠척이나 되고 걸음걸이가 당당해 보이는 오십 여세의 사나이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의 부리부리한 눈매와 아름다운 수염이 매우 돋보였다.
“장군! 이 아이가 바로 내가 새로 거두어들인 말갈족 미시아라는 처자인데, 이 여아는 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 검술조예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요.”
“호오! 그래요? 소장小將은 어느 선녀가 비취색 선의仙衣를 입고 홀연 하늘로부터 이곳 비취루로 하강했나 했습니다.”
무태후가 미시아에게 말했다.
“인사 올려라. 이 분이 그 유명한 흑치상지 대장군이시다.”
“소녀 미시아가 장군님께 인사 올립니다.”
“아, 전에도 내자內子를 통해 한 번 들은 것 같습니다. 황태후 마마께서 천하절색의 미녀를 얻으셨다고.”
무 태후가 미시아에게 덧붙여 말했다.
“흑치상지 장군은 대당에 귀부한 이래, 일찍이 싸움에서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다. 오늘 천하의 명장을 네가 잘 모셔야 하느니라. 알겠느냐?”
“네, 마마.”
그 날 오찬에 참석한 이들은 흑치상지와 그의 휘하 장수들, 그리고 그들의 부인들이었다. 이들은 지난 이월 창평昌平(북경 근처)에 침입한 돌궐족을 물리치고 동도로 들어온 이들이다.
미시아는 무 태후의 명에 따라 식사시간 내내 흑치상지 곁에서 시중을 들었다. 미시아가 자세히 관찰해보니, 흑치상지는 대단히 호방하면서도 섬세한 면이 있었다. 미시아 자신을 마치 딸처럼 친근하게 대해 주었다.
‘이 남자가 조국 백제를 배신하고 당에 투항한 후 백제의 등에 칼을 꽂았다. 하지만 그는 백제 황족의 후예라고 하니, 그의 마음을 돌이킬 수 있다면, 우리가 거사하는 날, 그가 우리 고려를 위해서도 훌륭한 역할을 해 줄 수 있을지 모른다.’
백제와 고구려 황통은 둘 다 부여 황실의 피를 이어받았다.
잔치가 파한 후 무 태후가 미시아에게 은근히 말했다.
“앞으로 흑치장군을 잘 모셔야 한다. 오늘은 그분의 집에까지 바래다 드려라.”
“네, 마마.”
미시아는 무 태후의 명에 따라 흑치장군과 그의 부인을 낙양성안의 집까지 배웅했다. 돌아가는 길에 미시아는 흑치상지와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었는데, 흑치상지는 미시아가 묻는 말에 매우 친절하게 답해 주었다.
미시아는 주로 전장에서 적을 쳐부순 일에 대해 물었으나 흑치상지는 별로 재미없이 싱겁게 말하고 미시아의 출신에 대해 자세히 문의했다.
“아가씨 집안이 말갈족이라 들었는데, 부모님은 살아계신가요?”
“두 분 다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할아버지만 계성 밖에 살고 계십니다.”
“오, 그래? 내자에게 듣자니, 아가씨의 두 자매도 여기 낙양성에 살고 있다고 하던데?”
“맞아요.”
“세 자매가 어떻게 여기 낙양성에 들어왔는지 궁금하군요.”
“어쩌다가 그렇게 된 건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님이 우릴 불쌍히 여기셔서 이곳에서 함께 살게 하신 것 같습니다.”
“이곳은 험악한 데니 몸조심하고, 절대로 자기 속 의념을 남에게 털어놓아서는 안돼요.”
“충고의 말씀, 고맙습니다.”
“입을 조심하지 않으면 언제 칼날에 목숨을 잃을지 몰라요. 지금 황실 종친의 수많은 이씨들과 고급관리들이 숙청당해 죽거나 유배당해 피비린내가 그칠 날이 없어요.”
“그런데 장군님은 어떻게 백제인의 몸으로 이토록 신임을 얻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흑치상지는 그에 대해 답하지 않고 자신의 말을 계속했다.
“나야 약관의 나이 때부터 지금까지 전장에서 피를 뒤집어쓰며 살아간 몸이라, 이런 일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되지만, 아가씨 세 자매는 마음에 숨은 포부가 있을 터인데, 부디 화를 당하지 않도록 사려분별을 잘 하세요.”
“장군님은 지금의 삶에 만족하시나요?”
“누가 만족해서 살겠는가? 내게 주어진 천명이라 생각하고 사는 거지.”
“저는 옛날부터 장군님의 위명을 전해 듣고 오랫동안 흠모해왔어요. 그런데 오늘 이렇게 만나 뵈니,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어요. 태후 마마께서 절더러 앞으로 장군님을 잘 모시라고 이르셨어요. 언제든지 필요하면 저를 불러주세요.”
“아가씨의 호의는 고맙소.”
미시아는 흑치상지가 북방 돌궐족과의 전장으로 다시 나가기 전까지 자주 그의 집에 드나들며, 흑치상지나 그의 부인과 상당한 친분을 쌓게 된다. 흑치상지 부부는 미시아를 마치 친딸처럼 대우했다. 미시아는 흑치상지의 둘째 딸 흑치련蓮과도 매우 가까워졌다.
어느 날 흑치상지의 집을 방문한 미시아는 흑치상지와 단 둘이 있을 때 좀 무거운 얘기를 나누었다.
“장군님, 저는 어렸을 때 저의 할아버지에게 사람은 의를 위해 살고 죽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아가씨의 할아버지는 참으로 훌륭하신 분 같소.”
“하지만, 백제를 떠나 당에 귀부해, 당군唐軍의 선봉으로 외적과 싸우시는 장군님이 지금 의를 위해 살고 계신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미시아의 돌발적인 언설은, 흑치상지의 가슴을 단도처럼 찔렀다.
흑치상지는 아픈 듯 미간을 찡그리다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썩을 대로 썩은 나라는 결국 망하는 것이, 하늘의 이치요. 나도 한 때 망해가는 나라의 마지막 등불을 붙잡고 되살리려 애썼으나 역부족이었소.”
“하지만 장군님이 백제의 임존성을 기반으로 삼아 당나라 군대로부터 이백여 성을 되찾았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장군님께 희망을 걸었습니다.”
“그건 나를 과대평가한 거요. 썩은 기둥을 다시 세워봐야 집은 무너지게 되어 있소. 썩은 기둥을 빼버려 낡은 집을 무너뜨린 후 새로운 기둥으로 새 집을 세워야 하오.”
“그래서 장군님 말씀대로 결국 동일한 삼한三韓의 혈족, 단군조선의 유민遺民이 세운 신라가 백제의 옛 땅을 모조리 차지하고 새 기둥을 세운 거로군요.”
미시아의 말은 비꼼 같았다. 흑치상지가 말이 없었다. 미시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차라리 장군님은 신라로 망명해 신라를 위해 싸워야 하는 게 아닌가요?”
미시아의 언사는 날카로웠다.
“아니면, 동북방의 옛 진조선 땅에서 고려의 후예이신 고중상 장군이 후고구려를 세우셨으니, 같은 부여의 혈통으로서 거기에 협력해야 합당하지 않은가요?”
흑치상지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묵묵히 바깥을 내다보았다. 한참 후에 그가 입을 열었다.
“아가씨의 말처럼 인생사가 그리 간단한 게 아니오. 나라고 왜 그런 생각이 없었겠소?”
“그럼 무엇이 장군님의 발목을 잡고 있는가요?”
흑치상지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아가씨는 연소하지만, 사려가 참으로 깊소. 아가씨가 무 태후의 측근이지만, 내가 같은 동족, 조선의 후예로서 아가씨를 믿고 내 맘을 털어놓는 것이니, 내 말은 누구에게도 절대 비밀로 해 주시오.”
그 때 그는 조선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고구려어와 백제어, 신라어는 거의 동일했다. 말갈어는 고구려, 백제, 신라 언어와 좀 달랐으나 유사한 점이 많아, 보통 수일이면 서로의 언어를 배워 간단한 의사소통 정도는 할 수 있었다. 미시아도 일찍부터 고려언어를 배워 잘 알고 있었다.
말갈의 후대는 김(금)나라, 청나라를 세운(건국자는 신라 김씨임) 여진족이며 말갈의 선조는, 읍루, 숙신이다.
서기전 13세기 초, 진조선의 정권이 단군왕검의 장자인 부루계열로부터 4남인 부여계열로 넘어가자, 진조선의 통치계급이었던 부루계열은 소외당하고 조선의 동북지역인 송화강 하류 유역으로 밀려나, 동북 이민족의 통치계급으로만 남게 된다.
바로 이들이 훗날 숙신이라고 자처하던 민족으로 발전하고, 부여계열이 장악한 단군조선의 주류로부터 벗어나, 북방의 호족虎族 후예와 혼혈되면서 언어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후대에 숙신(말갈)어는 아주 다른 언어로 발전하고, 단군조선의 정권을 잡았던 부여계열은 중간에 대해모수의 정권쟁취를 거친 후 수대 만에 고구려로 흡수되었으며, 고구려, 백제, 동옥저, 동예, 신라 등의 언어는 이합집산을 거듭한 끝에 지금까지 그 통일성이 유지되고 있다.
알다시피, 옛 숙신 지역(만주)에는 근세조선 백성들이 대거 유입하면서 지금까지도 조선어를 사용하는 우리 동족들이 많이 살고 있다.
미시아가 그 아름다운 눈망울로 흑치상지를 응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세월은 갈등과 고뇌의 연속이었소. 전장에서는 지금껏 승승장구했지만, 내 마음은 늘 조국을 배신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소.”
흑치상지의 얼굴에 어둡고 처량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 죄책감을 달래기 위해, 어쩌면 전장에서 그토록 물불을 가리지 않고 죽기 살기로 싸웠는지도 모르오. 아니면, 적군의 칼날 아래 죽고 싶었는지도 모르지.”
흑치상지는 전투에 임할 때 용감하기로 유명했다. 그의 거구가 우레 같은 소리를 지르며 결사대를 이끌고 종횡무진 누비면, 적군은 그 앞에서 마치 태풍 앞에 나락 쓰러지듯 초토화되곤 했다.
근 십년 전인 고종 의봉 삼년(678년), 토번과의 전쟁에서 오백 명의 결사대를 이끌고 싸울 때도 그러했고, 작년 돌궐과의 전투에서는 단 이백기二百騎 결사대를 이끌고 그들을 습격하자 그들은 갑옷까지 버리고 달아났었다.
훗날에 형성된, 유명한 맘루크 군단이 원래 돌궐족이라고 한다. 돌궐족을 앞세운 용맹무쌍한 몽골 기마군단도 서기 1260년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진 세기의 대결에서 이집트의 맘루크 전사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
바로 이 천하무적 돌궐군단과 동일한 족속, 동돌궐의 기병들을 벌벌 떨게 한 이들이 바로 흑치상지가 지휘하는 백제유민流民 기마군 결사대다.
아, 백제의 황산벌을 피로 물들였던, 계백장군의 5천 결사대는 또 어떠했던가! 백제가 망할 무렵 백제의 두 명장으로 활약했던 흑치상지와 계백장군은 서로간에 친분이 있는 사이였을까?
둘의 나이가 비슷했을까?
자신과 같은 백제 왕족의 후예로서<대동지지 권5 부여군>, 오천 결사대를 이끌던 계백장군은 조국이 멸망하던 해 장렬히 전사했으나, 흑치상지 자신은 그러지 못해, 그 상념이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을 때는 늘 마음의 피가 빨리는 것 같았다.
삼년 전 서경업, 서경유 형제가 양자강 근처 양주에서 반란을 일으켰을 때, 무 태후는, 그들의 세력이 워낙 컸으므로 좌옥검위左玉鈐衛 대장군 이효일에게 삼십 만 대군을 주어 그를 전장으로 내보냈다.
하지만 이효일이 겁을 먹고 싸움다운 전투를 벌이지 못하자, 믿을 사람이 흑치상지 밖에 없다고 판단한 무 태후는, 그를 다시 토벌군의 대장으로 임명해 양자강 지역으로 파견한다. 흑치상지의 군대가 도착한 후 서경업의 반란군은 어이없는 참패를 당한다.
“목숨을 돌보지 않고 용감하게 싸운다 하여 죄책감이 없어지지는 않을 거예요.”
미시아의 말이다. 흑치상지는 한숨을 내쉬며 동의했다.
“그건 사실이오. 내가 나이 어린 아가씨에게 왜 이런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소.”
그때 미시아는 결심한 듯, 정면으로 흑치상지를 응시하며 분명하게 말했다.
“하늘이 장군님을 버리지 않으셨다면, 장군님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올지 모릅니다.”
“···?”
“우리 조국을 위해 다시 싸울 수 있는 기회가.”
미시아는 긴장된 얼굴의 흑치상지에게 속삭이듯 말을 이었다.
“지금 중국에서는 일개 여인이 나라를 통치하는, 미증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거란이나 해 등 동북방 민족들은 머지않아 대당大唐으로부터 독립할 것입니다. 고려는 이미 후고구려를 세운 상태이고 돌궐은 지금도 당의 영토를 이 잡듯 헤집고 다니며 유린하고 있고요.”
“아가씨는 열국의 정세를 어찌 그리 잘 아오? 이민족과의 전쟁터에 나가 있는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소.”
미시아가 빙그레 웃다가 다시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원통하게도 우리 고려의 고토 중 많은 지역은 당나라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고 고려의 백성들은 이국 만리에 흩어져 간신히 목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흑치상지는 나이가 이 때 오십 여덟이었으나 어린 처녀 미시아의 고혹적인 미소에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었다. 흑치상지가 자신을 책망하고 있을 때 미시아의 고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듣기로 후고구려의 황제 고중상은 고토수복을 국시國是로 내걸었다 합니다. 언젠가는 후고구려와 대당이 다시 격돌할 거예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아가씨는 연치가 낮은데 헤아림이 매우 멀고 깊은 것 같소.”
“장군님은 지금 대당의 좌응양左鷹揚대장군이시지만, 실제로는 백제의 유민流民이며 조선의 후예이시고 또 후고구려 황실과 같은 혈통으로서, 부여의 적자이십니다.”
대단히 양심적이고 선한 삶을 살고 있던 흑치상지로서는, 미시아의 말에 조금도 반박할 여지가 없었다.
“몸은 당에 담고 있어도, 우리 고려를 위해 싸워주십시오. 그래야만 장군님의 양심이 평안해질 것입니다.”
“내, 아가씨의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겠소. 우리 둘의 밀담은 만에 하나 새어나갈 경우, 아가씨와 나의 일가족 목숨은 그 날로 사라진다는 사실을 아가씨가 잘 알 것이오.”
“저는 장군님만 믿겠습니다.”
“내가 이 자리에서 아가씨에게 무언가를 약속할 수는 없소. 하지만, 내 남은 목숨이 얼마인지 모르나, 그 때까지 양심의 평화를 얻기 위해 애쓸 작정이오.”
“그 말씀만 들어도 저는 얼마나 큰 위로와 힘을 얻는지 모르겠습니다. 장군님은 마치 저희 아버님과 같습니다. 선친이 살아 계신다면, 장군님과 연세가 유사할 것 같습니다.”
“오, 그래요? 부친이 돌아가셨다니, 참 안 됐습니다.”
“난리 전쟁 통에 전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흑치상지는 창밖을 내다보며 그 때, 처절하게 죽어간 백제의 자기 부하 군사들을 머리에 떠올리고 있었다.
미시아는 흑치상지의 집에서 후한 대접을 받고 궁으로 돌아왔다. 입궁하자 그녀는 즉시 무 태후에게 불려갔다.
“요사이 흑치상지 장군을 잘 모시고 있느냐?”
“네.”
“그 분처럼 무용과 지략이 뛰어난 맹장은 대당의 하늘 아래서 찾아보기 힘들다. 그 분이 딴 마음만 품지 않는다면, 출세는 보장된 거나 다름없다. 네가 그 분을 잘 모신다면, 너의 앞길도 환할 거다, 알겠느냐?”
“네, 폐하.”
무 태후는, 전장에서 싸울 때마다 큰 공로를 세우는 흑치상지에게, 그가 비록 여색을 밝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나, 천하절색 미시아를 선물로 주어, 그를 자기 사람으로 더욱 강하게 묶어두고 싶었다. 이것은 하늘이 미시아에게 준 절호의 기회 같았다. 그 덕분에 미시아는 흑치상지의 집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그와 대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시아의 공작 때문일까? 불과 몇 년 후 흑치상지에게는 큰 불행이 몰아닥친다. 그것은 훗날의 일이니 접어두고, 우선 고조영의 자리로 다시 가보자.
(다음 장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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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롬.
2024. 10. 18.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