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광주대학교 전국고교생 문예작품 백일장 산문부 시제는 ‘수건’과 ‘거부’였다. 매해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백일장 심사를 보면서 느낀 소회는 글들이 점점 더 ‘세련’되어 간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미적으로 한층 더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백일장만을 위한 글쓰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 또한 들게 만들었다. 각종 백일장들이 대학 입시를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오직 그 목표만을 위해 학생들이 글을 쓰고 있지는 않을까. 심사를 하는 내내 그런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았다. 더불어 그런 글들은 배제하자는 쪽으로 심사 방향을 잡게 되었다.
장원으로 뽑힌 고양예술고등학교 임채원의 <거부>는 소박하지만 따뜻했다. 별 다른 수사 없이 묵묵하게 성미산과 그 산을 지키고자 애썼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간 이 글은, 불가능한 것들을 거부하고, 다시 그것들을 가능한 어떤 것으로 만드는 일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가치이자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있다. 또 그것이야말로 예술의, 문학의 주된 가치이자 임무라는 함의까지 품고 있어, 중층적으로 읽히는 효과까지 불러 일으켰다. 수상을 축하하고 더불어 조언 하나 하자면, 대사의 운용에 좀 더 세심한 신경을 썼으면 한다. 대사는 정보나 메시지를 실어 나르는 수단이 아니다.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 역시 옳은 방법은 아니다. 이 글의 커다란 단점 중 하나는, 엄마의 대사였다는 점을 지적해두고 싶다.
차상으로 뽑힌 정광고등학교 박세인의 <할아버지를 위한 수건>과 전북사대부설고등학교 김누리의 <거부>는 구성도 좋고 문장도 나무랄 데 없이 매끈했다. 갈등을 유발하는 인물과 인물들의 대립 역시 허술하지 않고 논리적이었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어떤 작위성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전자는 작은 것들을 무리하게 대사회적인 사실로 연결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였고, 후자는 지나친 감상적 결말로 치닫고 말았다. 아쉬운 대목들이다. 모두 아름답게만 글을 쓰려 했기 때문은 아닌지, 점검해 볼 일이다.
수상한 모든 분들에게 축하를 드리고, 아쉽게 선택에서 배제된 분들에게도 위로의 말을 전한다. 문학은 한 번의 성과와 한 번의 실패 따위로 말해질 수 없는 것이다. 그런 것은 입시 따위에나 해당되는 사항이다. 더 멀리 보고 깊게 보는 자가 문학에 더 가깝게 다가가는 법이다. 더 뜨거워지길 바랄 뿐이다.(*)
(심사위원 - 배봉기, 이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