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청계천을 걷는다.
분당에서 출발하여 이제 5시간 넘어 걸어왔다. 발도 다리도 몸도 지쳐가고 있다. 초코렛과 귤울 꺼내먹고 육포를 씹으면서 쉬지않고 청계천을 거슬러 올라간다. 청계천 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시시설물관리공단 건물이 보인다. 청계천 하류는 얕은 물이어서 꽝꽝 얼음이 얼었고 그 위에 하얀눈이 덮여있다. 눈을 쓸어내고 썰매길을 내고는 겨울방학을 맞은 아이들 몇몇이 썰매를 타고 있다. 안심할 수 있는구역을 설정해서 썰매마당을 꾸며 줄 수는 없을까. '청계천생태교실'이라는 가건물이 눈에 띄어 들여다 본다. 대여섯명의 아이들이 엄마들에 둘러쌓여 겨울 방학과제를 하는 모양이다. 일을 도와주는 분들이 있으나 왠지 썰렁해만 보인다.
청계천을 따라 올라갈수록 점점 좁아진다. 씨멘트로 높이 쌓아올린 옹벽으로 울안에 꼭 갇힌 느낌이다. 평화시장 건물을 지나고 동대문종합시장 간판도 보인다. 북쪽편 길은 오후 볕이 들어 눈이 녹아 질퍽거리는데도 노인들의 모습이 많다. 남쪽편은 오후 그늘이져 눈이 녹지않은 하얀눈길이어서 젊은 연인들의 산책으로 이어진다.
1961년의 청계천은 무허가집단촌으로 보기싫고 냄새나고 비위생적인 도심의 문제지역이었다. 건물을 철거하여 용산이촌동으로 지금의 성남으로 집단 이주 시켰다. 하천은 시멘트로 덮어 차 다니는 도로를 만들고 1971년에는 다시 2층 고가도로를 건설했다. 위생 문제해결과 하천복개로 주변에 상가가 생기고 도심의 교통난을 해소하는등 1석3조의 효과가 있었다고 떠들어댔다. 얼마나 허황된 건설이었는지 확인하는데는 30년이조금 넘었다. 많은 돈을 들여 다 뜯어내고 청계천 물길을 복원하고서야 서울의 숨통이 트였다고 자랑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만하기도 정말 다행이다. 서울 도심에서 하늘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한강물을 끌어올려와 내리는 물이어도 물오리가 헤엄치고 있는모습에서 안도의 숨을 쉰다. 겨울이어서 일까, 물고기가 보이지 않아 불안하다. 마른 풀들은 누워 있고 겨울철이어서 온통 우주충한데, 거기 청계천을 순찰하고 있는 공단 직원들의 제복도 어둡고 표정도 딱딱하다. 같은 값이면 밝은 얼굴로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나눌 수는 없을까.
장교 빌딩이 보이고 삼일빌딩을 지났다. 이제 곧 동아일보사앞 청계천 광장이다. 오후 2시반이다, 7시간 걸렸다, 이제 점심을 먹자. 가까은 곳에 향수에 젖은 '북어국'집이 생각난다. 북어국 단 한가지 메뉴로 대를 이어가며 승부를 건 집이다. " 더 잡숫고 싶으면 추가로 시키세요. 밥도 국도 그냥 갖다 드립니다." 더 준다는 말이 왜 이리 따뜻하게 들릴까. 깎아주는 쎄일은 약아빠져 보이고 덤 쎄일이 더 푸근해 보이는 까닭이다. 국도 추가하고 밥 한사발까지 더하여 두그릇을 먹어 치웠다.
광화문을 향해 걷는다. 겨울, 세종로 길이 공사로 어수선하다. 광화문광장 공사로 갈길이 어지럽다. 공사중인 광화문 가림막을 툭 치고는 최종 집결지인 경복궁역 6번출구 지하1층에 도착한다. 오후 3시 20분, 아직 마무도 오지 않았다. (미래촌 동장 김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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