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 자전거 신나게 타기
자전거의 신바람은 내리막길이다. 양손에 집중과 전방주시만 하면 공짜다. 물론
그 정점까지의 힘든 고난을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다음 패달을 밟을 때까지는
온몸으로 느끼는 속도의 쾌감을 누리는 맛에 탄다. 인생살이도 이런 고저 변환의
순간들을 바로 느낄 때는 언제일까? 어린시절 이웃아저씨네 큰 자전거를 안장
아래도 발을 넣어 삐딱하게 몰래 타던 시절이 그립다./
내 45만원짜리 자전거는 함께 탈 뒤 안장 없는 자전거지만, 첵크 무늬의
후레아 스커트를 입은 누군가를 태우고 달리고 싶다./--내일을 향해 쏴라 영화 한 장면 처럼
양재천-한강-탄천- 분당의 자전거 코스는 참 좋다. 자전거 수리소도 있고
마니아들의 막걸리 집도 잘 된다 . 나는 복정동에서 헌릉로- 염곡 지하차도
길을 좋아한다. 내곡터널- 시립 아동병원부터 시작되는 시속40키로 내리막의
쾌감은 사고 위험마저도 잊는다. ㅠ
앞으로 전국 국도4차선화 보다는 2차선도 좋으니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누구는 해안선만 따라 전국 일주 자전거여행도 한다는데-
남녁 천리길~ 자전거로 여름나기를 기획해본다./
이태전인가 호박배 곡성까지 천리길 달린 자전거가 10만원 짜리였던가?
단숨에 속초등지로 다녀오는 송 건익님은 어디서 타시는지?
골프채 마냥 무조건 비싼 자전거 사두기 열풍이 불고 있는 느낌이다.
자전거 바퀴에 공기를 가득 넣고 다시 길로 나선다.
팽팽한 바퀴는 길을 깊이 밀어낸다.
바퀴가 길을 밀면 길이 바퀴를 밀고,
바퀴를 미는 길의 힘이 허벅지에 감긴다.
몸속의 길과 세상의 길이 이어지면서 자전거는 앞으로 나아간다.
길은 멀거나 가깝지 않았고 다만 뻗어 있었는데,
기진한 몸속의 오지에서 새 힘은 돋았다.
김훈/ 자전거 여행.2 서문에서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