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를 가까이 지켜본 해더슨은 1968년 『소용돌이의 한국정치』(원제 Korea: The Politics of the Vortex)를 펴냈다. 그는 단일민족 및 공통 언어 등 한국 사회가 지닌 고도의 동질성 때문에, 다원주의 및 각기 다른 입장을 대표하는 이익집단 및 정당의 자연 발생이 어려워졌다고 봤다. 이를 ‘원자화된 사회’라고 칭했는데, 문제는 각각의 원자들이 중앙권력의 정상을 향해 치달으며 파괴적 회오리(vortex)를 일으킨다는 것. 이를 막기 위해선 정치적 중간지대를 만들고, 지방 분권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극단의 정치, 대도시 집중의 2023년 역시 한국정치는 회오리 안에 갇혀 있지 않은가. 저자는 ‘회오리 이론’에 대한 국내 학계 비판을 소개하면서도, 헨더슨의 쓴 약을 삼켜야 할 때라고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