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쇼크에 1조달러 캐리트레이드 '날벼락'
올 수익률 마이너스 13%.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손실로 대규모 청산 움직임.
유로화로 위안화 매입한 투자자 보름새 7% 까먹어.
한때 우리나라 국채도 캐리트레이드의 주요 표적.
국가간 금리차 2% 미만일 때 캐리트레이드 사실상 불가능.
(관련내용)(한국경제 2015.8.27.)1조달러(약 1180조원) 규모의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 시장이 최악의 시기를 맞았다.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절하 등 ‘중국 쇼크’로 외환시장이 널뛰기 장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조달 비용이 싼 미국 달러화나 유로화로 주로 투자했던 위안화 가치가 급락한 데다 중국의 성장 둔화 우려로 인해 고수익을 안겨줬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국 통화가치가 줄줄이 사상 최저로 폭락했다. 캐리 트레이드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손실을 내고 있다.
27일 도이치뱅크에 따르면 캐리 트레이드는 올 들어 13%의 손실을 기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손실폭이다. 캐리 트레이드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지역에서 돈을 빌려 금리가 높은 다른 지역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거래다. 환전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투자한 국가의 통화가치가 떨어질수록 투자자의 손실이 커진다.
하루 거래량 5조3000억달러의 외환시장에서 캐리 트레이드는 가장 인기 있는 투자 전략이다.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크지 않을 때 트레이더는 캐리 트레이드를 활용해 고수익을 노릴 수 있다.
주로 대표적 저금리 국가인 일본 엔화와 미국 달러화 등이 조달 통화였다. 올초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 완화 이후에는 유로화를 활용한 캐리 트레이드도 확산됐다. 트레이더는 금리가 높은 위안화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멕시코 페소화 등 신흥국 통화에 투자했다.
하지만 지난 11일 중국의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절하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11일 이후 사흘간 위안화 가치는 5%가량 급락했다.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원자재 가격은 폭락했고, 신흥국 통화가치도 급락했다. 유로화로 자금을 조달해 위안화를 매입한 투자자들은 11일 이후 7%에 달하는 손실을 봤다.
달러화로 자금을 조달한 투자자 역시 3%의 손실을 냈다. 최근 4년간 동일한 전략의 캐리 트레이드는 평균 4%의 수익률을 올렸다.(중략)
(이길영의 분석코멘트)
캐리트레이드(carry trade)는 통상 국가간 금리차가 2% 이상 일 때 행하게 되며, 국가간 금리차가 크면 클수록 수익률은 극대화 됩니다.
우리가 많이 들어본 말 중에 일본에서 자금을 조달해 고수익 국가에 투자하는 것을 '엔캐리트레이딩'이라고 하며, 미국에서 자금을 조달해 고수익 국가에 투자하는 것을 '달러캐리트레이딩'이라고 합니다.
캐리트레이딩에 있어 가장 큰 적은 환율입니다. 미국에서 1%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중국의 3% 국채에 투자한다고 했을 때, '달러캐리트레이딩'으로 연간 2%의 무위험 수익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연간 2% 이상 움직이면 '달러캐리트레이딩'으로 오히려 손실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그동안 중국의 안정적인(이질적인) 관리변동환율(=국가관리제)시스템은 글로벌 캐리트레이더들(기관투자가)에게 최고의 기회를 제공해 왔으나, 이번(2015.8.11) 중국의 기습적인 5% 위안화 환율 절하(약세)는 레버리지(신용차입) 투자를 하는 캐리트레이더들(기관투자가)에게 대규모 환차손을 발생시키면서 2주만에 7% 이상의 손실을 입힌 것입니다.
환율변동이 무서운 것은 통상 성장시장의 국채 투자시 연간 2%~10%의 금리차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대규모 환차손은 연간이 아니라 1~6개월의 짧은 시간에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통상 레버리지(신용차입)를 통한 캐리트레이딩은 달러 대비 투자국 환율이 50% 이상 절하(약세)될 때 파산 수준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투자금의 50%~90%를 신용차입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장시장의 고금리 국채에 투자했던 캐리트레이딩 자금이 만기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급격히 이탈하는 것은 투자국의 환율절하(약세)에 따른 파산 위험 때문입니다.
레버리지(신용차입) 캐리트레이딩 관련 가장 유명한 사건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 주축이 되어 투자회사를 설립하고, IMF(1997.11) 때 러시아 국채(연20%금리)에 투자했다가 달러 대비 루블화의 폭락(절하)으로 러시아가 디폴트를 선언하면서 결국 파산한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 사건'을 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한 때 캐리트레이딩 자금의 표적이 된 적이 있습니다. 리먼브러더스 사태(2008)에 따른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저금리 환경에서 1% 금리로 자금을 조달 한 '달러캐리트레이딩 자금'이 우리나라 국채(3%)를 표적으로 대규모 유입되었기 때문입니다.
대규모 달러 자금이 국내로 유입되자,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절상(강세)되면서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악영향을 주자, 정부에서는 금융권(은행)의 예대마진을 희생하면서까지 캐리트레이딩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금리를 급격히 내리는 정책변화를 시도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예대마진이 전체수익의 97%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은행들의 적정 예대마진 확보는 정부입장에서 매우 중요하며, 부동산시장(담보대출)의 안정성을 정부와 같이 떠받치고 있는 한 축이 은행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가계대출 규모가 1100조원을 넘어서는 등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저금리로 보호하겠다는 선택의 문제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2015.8)은 오히려 기준금리 수준이 미국(재무성10년물, 2.2%)과 역전될 정도로 우리나라(국고채3년물, 1.7%)는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캐리트레이딩 자금을 컨트롤 하고 있습니다.
금리와 환율은 이처럼 밀접한 상관관계 속에서 거대한 자금을 움직이고 있으며, 투자시 중요도를 따지면 환율변수가 훨씬 높은 것입니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현재(2015.8) 국내투자자들이 고금리 성장시장인 브라질 국채(10년물)에 7조원의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달러 대비 헤알화(브라질)가 절상(강세)되기를 기다리면서 만기까지 가면 되지 않느냐? 순진한 생각입니다.
브라질 국채(10년물)에 투자한 주력은 레버리지(신용차입) 캐리트레이딩을 행한 글로벌 기관투자가들로 달러 대비 헤알화(브라질)의 급격한 절하(약세)는 이들을 시시각각 파산위험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이들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이 파산을 피하기 위해 브라질국채(10년물)를 일시에 대량매도 하고, 달러 환전을 요청했을 때 브라질 정부에서 복합적인 요인으로 달러가 부족해 응하지 못할 때, 결국 디폴트를 선언하게 되는 것입니다. IMF(1997.11)때 우리나라와 러시아도 그랬습니다.
일단 디폴트가 선언되면 다양하게 만기가 남아 있는 모든 국채가 탕감(?)의 협상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소위 빚잔치를 하는 것으로 형평성 문제 때문에 만기는 중요치 않습니다. 여기에 심각성이 있는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환매를 할 것인가? 아니면 만기까지 갖고 갈 것인가? 선택은 궁극적으로 투자자들의 몫입니다. 부디 만기까지 아무 일 없기를 희망해 봅니다.
종합해보면 투자의 세계에는 '적당히'와 '자비'란 없으며, 약세장에서는 결국 '낙관론자들을 파괴시킨다'는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비관론자들은 먹구름이 몰려오면 비가오지 않아도 반드시 올 것처럼 행동하기 때문'입니다.
강세장 호시절에는 못 먹으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약세장에서 안이하게 대처하면 모든 것을 잃고 맙니다. 그래서 약세장에서는 비관론자가 죽지 않고 살아남는 것입니다.
또 약세장에서는 현금(MMF)과 달러 예금(개인의 경우 시세차익 비과세)이 최고의 투자라는 사실을 반드시 인식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좀 더 적극적인 투자자는 '인버스ETF' 등 종합주가지수(KOSPI)가 떨어지면 반대로 수익이 나는 상품과 주식시장이 조정에 들어가면 반대로 오르는 금투자(우리나라 2014년 금거래소 개설)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복잡한 투자환경에서 개인이 스스로 대처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금융회사와의 이해관계를 떠나 독립적인 입장에서 고객에게 글로벌 자산배분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 IFA(독립투자자문업)제도가 필요한 것입니다.
2015.8.28 글. 이길영/전 한국경제TV 앵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