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추천 평 - 장병훈. 석도익. 남진원
** 추천 총평
시, 수필, 시조 추천을 하며 …
눈을 뜨고 나면 눈에 들어오는 것은 모두 사물이다. 이 사물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생각하지 못한 점들이 많다. 그냥 무심하게 보는 것이 아니라 진짜 무심하게 보아넘기기 때문에 귀중함을 잃어버리고 생에 대한 많은 낭비를 하며 살기도 한다. 그것은 사물에 대한 감동을 여과시키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이다.
사물에 대한 감동이 없다는 것은 행복을 배제해놓기로 작정해 놓고 살아가는 사람과 비슷한 경우이다.
인생은 유한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감동적이고 놀라운 일들이 많다. 사실 걸어다니는 것만 해도 기적 같은 일들이 아니던가. 자신이 하는 일조차 놀랍고 칭찬할 일이면서도 그것을 놓치고 사는 일들이 얼마나 먾은가. 주위를 돌아보고 또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면 모든 것이 기적이고 놀람이다.
순결하지 못한 욕망과 탐욕, 분수에 넘치는 과도한 이익에 대한 탐욕 등이 우리 눈을 흐리고 마음과 몸을 망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작가는 순수한 마음의 상태에서 사물을 바라보고 자신의 언어로 표현해야 신선함과 감동을 준다.
이번에 예선을 거친 후, 시와 시조, 수필 부문에서 추천 작품을 내놓는다. 시부문에서는 김대영, 박중구, 신승춘 세 분이고 시조에서는 김창현, 수필분문에서는 김대영, 김근동, 함경선 세분을 추천하여 문단에 선보인다.
추천된 분들의 작품들이 모두 자신의 주위와 내면을 발견하여 언어로 형상화한 작품들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여겨진다. 앞으로도 절차탁마하며 창작에 힘쓴다면 더욱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였다.
시부문에서는 이번에 장병훈 시인께서 함께 수고를 해 주셨고 수필 부문에서는 석도익 작가님께서 함께 수고해주셔서 감사를 드린다.
추천위원장: 남진원
1. 시 추천 평
김대영 시인의 시 <마고는 오늘도 사랑을 기억하네>는 동해안 고대국가 실직국 설화에서 시의 소재를 찾고, <마고의 미련>에서는 제주도 설문대할망의 전설에서 소재를 찾아 쓴 시다. 그중 <마고는 오늘도 사랑을 기억하네>는 서사에 좀더 치중하고 있고, <마고의 미련>은 이야기 전개의 의인화적 요소가 친화력을 더해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위의 두 편 시는 시의 운율을 중시하여 쓴 시인 까닭에 절로 읽히는 데다 흥겨운 가락을 타고 있어 정감이 흠씬 풍기는 시다. <홀로 귀걸이>에서는 언어 선택의 정확하고 언어의 자리매김이 시인의 개성에 따라 자유롭게 배치하는 개성이 돋보인다. 우리 시의 다양성을 위해 지난 과거의 전설이나 설화를 시에 차용하는 시인이 귀한 시대에 있어 강원문단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어 줄 것을 기대한다.
박중구 시인의 시 <속초 사람>에서는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할 때는/ 스스로를 그리워하는 거”라고 “해질녘 동명항은/ 뱃전에 물든 노을로 말”한다 고 하듯, 특정한 곳의 절묘한 묘사를 통해 깊이 침잠해 봄으로써 깨달은 나름의 인생의 혜안을 적시하는 시를 도치법을 차용하여 씀으로써 공감의 폭을 강하게 인식시키는 시인이다. 2~3연도 이렇듯 자연 묘사와 혜안과의 교감이 인식의 깊이를 설득력있고 구체성있게 보여준다. 따라서, 인식의 깊이를 드러낸 작품이 귀한 시대에 반갑게 읽힌 시다. <경포 1987>와 <부남에 봄바람이 분다>에서는 대상을 잘 그려놓고 그 풍경을 바라보는 시인의 단상을 잘 교차시킴으로써 시인의 감회를 적절히 드러내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신승춘 시인은 <모래알의 외마디>, <경호 낙엽>, <경포바다 두 바위>를 통해, 대상을 넌지시 바라보며 자연친화적인 시선으로 정감있는 마음의 교감을 나누려는 감성적인 시인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신시인은 사물의 깊이를 드러내는 지성의 치열함보다는, 사물의 온유한 감성의 교류에 더 관심을 두고 시를 쓰는 분이다. 이는, 신시인이 원래 심성이 고운 데 연유하기도 하는 바, 자기다움의 길일 것이다. 즉 사물과 시인의 끝없는 교감 속에 빚어지는 이야기 시는 독특한 개성이기도 하지만 독자에게 사물의 본질과 시인의 밀어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시인의 색 다른 사유의 세계를 음미해 볼 수 있다는 미덕을 안겨주기도 한다.
따라서, 『강원문단』을 통해 새롭게 추천하는 위 세 분 시인의 개성있는 신인으로서 큰 족적을 남길 것을 믿고 추천 드리는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추천사: 장병훈(글) ,남진원
2. 수필 추천 평
시는 함축된 시어로 표현하는 진액의 작품이라면, 소설은 주인공을 내세워 대리만족을 얻는데 비해, 수필은 작가가 주인공으로 자신이 겪은 일이나 세상의 상황을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아름다운 언어로 쓰고 그리고 노래할 수 있는 장르로서 운신의 폭이 넓은 장르라고 할 수 있다. 단 자신의 글임으로 꾸며 쓰거나 거짓을 쓴다면 수필작품이라 할 수 없다.
또한 신변잡기를 써도 되는 것이 아니라 공감을 주어야 하고 작품에 전하는 메시지가 있어야 하며, 문학적 인생철학이 내제되어있다면 더 좋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김대영 님의 작품
하평 해변의 사유 (수작)
육지와 바다의 해변을 걸으며 아기자기한 언어로 자연과 삶의 이야기에
“지퍼가 달린 호주머니를 열 듯 땅의 평면과 바다의 평면이 만난 그 사이 틈으로, 각각의 2차원 평면 공간을 나누는 두께도 없는 선을 위아래로 벌려 비밀스런 공간 속으로 들어선다.” 는 현실에서 “내게 맴도는 한계선을 넘기 위해서는 지금 서 있는 모래처럼 불안한 현실과 마음을 다지고 또 다져 튼실한 받침돌이 되어 용기를 얻을 수 있을 때까지 인내하고 걸으며 내 뒤의 발자국을 성찰해야 한다!” 는 방향을 지시하고 있음은 이 작품에 진면목이다 하겠다.
서해 그리고 동해
태양이 노을을 뿜어놓고 잠한 서해 바다에서 해루질로 밤을 낚고 다시 태양이 떠오르는 동해로 달려 파도를 타려는 활동적 작품에 바다의 짠 냄새를 빼고는 모두를 그려냈다. 무엇을 강조함이 아닌 그저 자연의 바다를 즐기는 풍류문장이다. 권하거나 지시나 지적도 없고 담담하게 잔파도에 쓸리는 몽돌 같은 이야기로 엮어나갔다. 마지막 아버지를 그리는 글 맺음이 좋았다.
동해 아침
넓고 넓은 바다를 보기위해 역으로 높은 산으로 오르는 작가의 호기! 거기에다 깔끔하고 예쁜 언어로 수채화 같은 그림을 웅장하게 또는 포근하게 그려넣었다. 자연과 인간의 삶을 잘 조영하였고 마지막 가장으로 해야 할 일을 위해 차를 모는 모습이 더욱 아름답다.
** 김근동 님의 작품
꿀벌치기 1
자연과 함께하며 인생을 다시 배우려면 양봉을 하는 것을 동경하게 된다.
양봉을 시작하면서 설렘을 기고한 것처럼 글도 설레고 있는 듯하다.
남이 알고 있는 것을 내 글에 쓴다면 호기심이 없어 공감을 사지 못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정진하길 바랍니다.
꿀벌치기 2 ( 수작 )
양봉을 하면서 나름의 인생을 배우려 하는 모습이다. 좀 더 가까이 애정을 가지고 보고 생각하고 정진한다면 글에 철학이 담길 수 있고 아름다운 그림도 그려 넣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용문사 은행나무
작은 분량이지만 역사성과 현실을 짜임새 있게 그렸다.
** 함경선 님 작품
미용사 자격증 ( 수작 )
수필에도 형식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되지만 수기형식으로 가정에 질서와 화목을 바탕으로 정을 만들고 사회에 나누며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모습을 문장에 기교 없이 담담하고 잔잔하게 그려냈다.
건망증
누구나 이러한 건망증에 불면증을 앓는다. 줄거리에 가지를 더하고 아름다운 꽃까지 피워 넣었으면 한다.
여름밤의 추억
우리는 살면서 머피의 법칙처럼 꼬이는 일을 많이 당한다.
맛있다는 소문에 멀리 가서 비싼 것 먹었는데 맛이 형편없다든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날씨가 훼방을 놓는다든가. 모두가 살면서 겪었던 일이기에 공감은 하지만, 어지난한 글재주가 아니면 흥미를 끌지 못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추천사: 석도익(글), 남진원
3. 시조 추천 평
시조는 3장 6구의 압축된 우리 고유의 시형이다. 대한민국은 고유의 글인 한글이 있고 고유의 문학 작품 장르인 시조가 있다. 우리 국민이라면 문화 예술의 측면에서, 얼마나 위대한 나라인 가를 스스로 자부하며 살아도 될 것이다.
김창현님 단시조 [별]과 [산다는 거] 두 편을 추천한다.
정격율을 잘 지킨 작품들이다. 시조가 정격율을 심하게 벗어나는 작품들이 있다. 그런 작품들은 이미 시조의 범주를 벗어났다. 시조가 아니라 그냥 시인 것이다. 시조는 그 형태미가 3장이라는 속에서 3.4조의 언어적 리듬감이 살아나야 한다, 그리고 종장은 3 5 4 3의 형태를 유지하여야 한다. 물론 한 두 자의 줄고 늘임이 있을 수는 있지만 종장의 첫 어절은 반드시 3음절로 시작되어야 함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5자에서 7자 이내로 이어지다가 4. 3으로 끝맺음을 하여야 한다. 물론 4 3 또는 4 4가 되기도 한다.
김창현님의 시조, [별]에서는 이미지의 명증성, 간결성이 눈에 들어왔다. [산다는 거]에서는 단시조에서 만나기 힘든 시적 메타포와 시의 깊이를 느끼게 했다. 앞으로의 작품에 기대를 건다.
추천사: 남진원
별
김창현
감성을 잃어버린 영혼의 떠는 울림
고흐를 만나면 물어볼 수 있을 거야
어떻게 만나셨나요 그림속의 저 별을 …
산다는 거
김창현
뒤에도 눈이 있나 다가온 그녀 음성
아픔은 숨겼는데 붕대를 감아준다
사는 건, 이런 거였네 幾何學의 상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