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파이브>
복수극이었다.
남편은 다정다감했다. 딸도 부모를 닮아 밝고 건강했다. 그 속에서 주인공은 행복했다. 그런데 그 가정에 어느 날 괴한이 침입하고 그 괴한이 휘두른 방망이에 남편과 딸이 처참히 목숨을 잃는다. 그는 겨우 살아남지만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된다. 영문도 모른 채 당한 일이다. 억장이 무너지는 상황이다.
2년이 지났다. 그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재개발지역 허름한 집에서 어렵게 살아간다. 봉사자가 곁에서 그의 생활을 돕는다. 그런데 그때까지 경찰은 범인의 윤곽도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럴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는 자신이 직접 나서 범인을 잡기로 한다. 복수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그는 여자이다. 그것도 하반신이 마비가 된 장애인이다.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그 몸으로 무얼 한단 말인가?
“겁대가리 없이, 어디 여자가, 그것도 병신이, 그것도 혼자서...”
그는 복수를 위해 무기판매상을 만난다. 그런데 무기를 구입하기는커녕 흡씬 두들겨 맞고는 이런 말을 듣는다. 지독한 비아냥거림이다. 그 몸으로 복수하겠다는 것이 가당치나 한 것이냐는 것이다.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엄두도 내지 말라는 것이다. 함부로 나대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것에 좌절하지 않는다. 그는 괴한에게 맞아 혼수상태일 때에 자신의 장기를 적출하려고 했던 의사를 찾아가 장기이식 대기자 가족들 가운데에 자신이 계획한 복수극에 동참할 사람들을 모을 것을 제안한다. 그렇게 해서 다섯 사람이 모인다. 영화 제목 <더 파이브>는 그 다섯을 뜻하는 말이다.
그렇게 해서 복수극은 무리 없이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계획은 처음부터 삐걱댄다. 그들은 주인공의 복수에 관심 있었던 것이 아니라 주인공의 건강한 장기에 관심이 있었다. 그것을 위해 그들은 모였다. 그러니 그 과정이 어떨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은 여러 가지 어려움에 부딪히며 좌충우돌한다.
범인은 괴물 같다. 머리가 좋고 강하다. 그들의 추격에 교묘히 빠져나가고 오히려 반격을 가한다. 그 속에서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를 맞는다. 그때에도 주인공은 포기하지 않는다. 두려움이 엄습하지만 거기에 굴복하지 않는다. 결국 그는 복수를 이루어낸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주인공의 기지와 용기 덕분이다.
<더 파이브>는 복수극이다. 그래서 보기에 거북한 장면도 나온다. 그러나 영화는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다. 복수라는 포장지에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 약자의 문제를 담는다. 그래서 그들에 대한 인식전환을 이끌어낸다. 비록 영화의 짜임새가 조금 아쉽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감독이 가진 그 마음이 나는 고마웠다. 그리고 그것을 칭찬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