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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5월 백두대간 19차 산행 보고
1. 일반 사항
가. 대 상 지 : 백두대간 19차 건의령-큰재(13Km)
나. 등반방식 : 능선 종주
다. 일 시 : 2002년 5월 25일∼26일(토∼일)
라. 등반대원 : 고창조, 길기현, 김정복, 김해수, 오마리, 여재홍, 이성옥, 전영희
진항교, 하창수(+1) (총 11명)
2. 운행 보고
가. 운행 시각
25일 : 건의령으로 이동하여 막영
신성동 공영주차장(14:15)-증평IC(14:50~14:55)-음성전 백마령광장 휴게소
(15:22~15:32)-제천 지나 대현휴게소(17:15~17:25)-태백(19:17~19:19)-
상사미교 수석식당(19:32~19:40)-건의령(19:45)
26일 : 건의령-구부시령-덕항산-1079봉-1058봉-광동댐 이주단지 큰재
기상(04:30)-건의령 출발(06:02, 산행시작)-휴식(06:40~06:45)-푯대봉 지나
15분 가서 빽-푯대봉 전 삼거리(07:20)-975봉(08:03~08:15)-997.4봉(08:37)-
1017봉(08:50~09:00)-새목이(09:50~10:05)-덕항산(10:20)-쉼터 이정표(10:28,
전방 지각산 1.4Km)-1079봉(10:55~11:08)-지각산(11:09, 이정표, 전방 장암재
1.8Km)-이정표(11:22, 전방 장암재 0.6Km)-장암재(11:40~12:40, 점심)-큰재
13:25, 산행종료)-광동댐 이주단지 농가(13:30~15:40)-강릉휴게소(17:07~
17:15)-이천휴게소(5분 휴식)-음성휴게소(20:45~21:15, 저녁)-신성동(22:10)
나. 차량 보고
1. 여재홍, 하창수회원의 승용차 2대를 이용
2. 25일 댓재에 차량 1대를 주차
3. 26일 큰재에서는 광동댐 이주단지인 귀네미 마을로 내려와 동네 트럭으로 댓재에
가서 차량을 회수하고, 그 차로 건의령의 차를 다시 회수함.
4. 신성동-증평IC-음성-충주-제천-영월-38도로-석항-사북-두문동터널-태백-35도로-
상사미교(수석식당)-건의령
: 271.7Km, 휴식시간 제외 4시간 55분 소요됨
건의령-상사미교-35도로-숙암리 3거리-댓재
: 19.1Km, 22분 소요됨
5. 광동댐 이주단지-귀네미 입구-35도로-임계-구산-영동고속도로-호법 분기점-
중부고속도로-북대전 IC-신성동
: 350.2Km, 휴식시간 제외 5시간 47분 소요됨
다. 특기 사항
1. 건의령에서 댓재까지는 도중에 물이 없다.
2. 건의령에서는 35도로변의 수석식당에서, 댓재에서는 고개마루의 매점에서
물을 구할 수 있다. 큰재 근처에서는 광동댐 이주단지로 내려가야 물을
구할 수 있다.
3. 소나기와 우박을 맞으며 산행을 하다가 큰재에 와서 광동댐 이주단지로 탈출을 했다.
3. 장비 보고
1. 등반구 : 지도(각자), 컴파스(각자)
2. 막영구 : 텐트 4인용 3동, 개스랜턴 2
3. 취사구 : 개스스토브 3개, 콕헬 대형 1조, 수낭 2, 대형 물통 1
4. 기타 개인장비 : 침낭, 우의, 수통 1리터 외 1.5∼1.8 리터 들이 패트병
4. 식량 보고
- 식단 및 휴대 식량표
날짜 조식 중식 석식
5월25일 - - 밥식(버섯찌게)
5월26일 밥식(즉석국) 떡라면/전투식량 매식(음성휴게소, 순두부찌게)
5. 산행 일지
2002년 6월 16일 일요일 밖이 맑은가 모르겄넹 ^^;;
드디어 퀼트로 가방을 완성했다. 그나저나 바느질한다고 산행이 끝난지 벌써 20일이 넘게 흘렀는데 산행기는 아직도 제출하지 못한 숙제로 남아있으니... 낮에 집에 갔다왔고 저녁도 선선한데 빨리 숙제를 끝내볼까나~ =.=
2002년 5월 25일 토요일 맑음
전날 퇴근하고 연구원 뒷담을 순찰(?)했다. 순찰의 목적은 순전히 개구멍의 위치탐색 ^^
찾았습니다. 기뻤습니당~ ^^;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정문을 통해 신성동을 가려하니 너무 멀게 느껴진다. 그래두 대낮에 개구멍을 통과하는 것이 꺼려져서 야밤용으로 이용할려구 찾았던 건데 묵직한 배낭의 무게… 결국 유혹에 떠밀려 배낭메고 내려온 길을 다시 올라가 개구멍을 통해 연구원을 나섰다.
이렇게 나오면 10분밖에 안 걸립니다.^^*
약속시간은 2시인데 너무 이른 시간이라 천천히 공영주차장쪽으로 갔다. 주차장 올라가는 길에 부회장님을 마주쳤는데 무언가 더 준비할 것이 있는 모양이시다. 주차장에서 기다리라고 하고는 큰길쪽으로 내려가신다.
봄이건만 날씨가 너무 더운게 똑 여름이다. 주차장의 경계석에 걸터앉아 일행을 기다리며 산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대간탄다고 자랑을 했더니 부러워하면서 강원도에 강수확율 35%라며 비나 오라고 농담을 한다.
일행이 모이고 2시 10분에 신성동을 출발했다. 출발전 마중나온 기숙언니에게 고선생님이 싸오신 따끈따끈한 계란 한알을 건넸다. 내것은 아니지만 폼나게.
기현씨가 보이지 않아 물어보니 태백에서 만나기로 했단다.
물을 구할 곳이 없다는 말에 중간의 한 휴게소에서 물병들을 채웠다.
사북을 지나가는데 밖에 산이 온통 시커멓다. 그게 모두 석탄이란다. 사북 석탄농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시는데 나는 꿀먹은 벙어리. 언제 일어난 일일까 생각하며 눈알만 굴리다 다녀온 후 인터넷 검색해보니 한참 옛날의 이야기다. 호랑이 담배피우던… 석탄산 아래 길옆으로 이어진 철길에 석탄을 실은 화물칸이 길게 이어져 지나간다.
7시15분, 태백시에 접어들었다. 회장님이 어렸을 적 태백에 살았던 적이 있다고 하시며 동네길을 구불구불 들어가 터미널을 찾아낸다. 마악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는데 기현씨를 만났다. 태백을 떠나기 전 회장님이 차를 세우고 태백막걸리를 챙기신다. 옆에서 전영희 선생님이 막걸리귀신이라며 웃으신다. 15분 정도를 더 가니 지난번 산행 후 맥주를 마셨던 수석식당이 보인다. 다른 분들이 물통에 물을 채우는 동안 배낭을 뒤적여 파일잠바를 꺼내 입었다. 남쪽 대전은 무더운데 여기는 서늘해 한기가 느껴진다. 물을 채우고 도로를 따라 5분정도 올라가 길옆에 텐트를 쳤다. 회장님과 하박사님은 차를 데포하러 가시고 저녁식사로 버섯찌게를 끓이고 밥을 하는 동안 어둠이 짙어졌다. 건의령에 있는 백인교군자당을 보러 올라가서 일단 소리를 질렀다.
허~ 밤에 보니까 더 짜릿하군, 그랴, 으악~~^^
뒤에서 진선생님이 올라오지는 않으시고 간도 크지 투덜거리신다. 대개 식사준비를 하면서 일행을 기다려 함께 식사를 하는데 오늘은 모두들 시장했던지 먼저 수저를 든다. 식사전 마신 막걸리 두잔에 난 벌써 어지럽다. 산행전야, 너무 많이 마셔 올라오는 술기운이 다 입으로 올라온 건지 내 귀가 멍멍하도록 수다를 떨다 12시가 넘어서 잠이 들었다.
2002년 5월 26일 일요일 흐리고 천둥, 번개, 소나기에 우박까지 하늘에서 종합선물셋트가...
일어나세요, 밖에서 들리는 전선생님 목소리. 눈을 떠 시계를 보니 5시다. 일어나 보니 벌써 식사준비가 끝난 상태다. 허허~ 할 수 없지 모, 한두번도 아니고… 쩝
어제 저녁 끓여놓은 부대찌게가 아주 맛있다. 밥이 남을까 걱정했는데 밥은 남지 않고 술이 남았단다. 술이 남은 이변에 몇몇분은 계속 웃으신다.
6시 막영지의 뒤편에 붙어있는 리본을 따라 출발했다. 선두로 가시는 김정복선생님과 마리언니를 얼른 따라갔다. 완만한 경사지를 올라가 묘 1기를 지나갔다. 능선은 완만하다. 어디선가 들리는 소울음소리가 동네뒷산임을 알려준다. 앞에 먼저 가시던 김정복선생님이 오른쪽으로 방향을 트는데 주변을 보니 길이 희미하고 리본이 없어 약간 의아하다. 길을 틀고 바로 휴식을 취했다. 간밤 술로 아직 졸음이 덜 깨 졸리다. 진선생님도 나랑 비슷한 상태이신 것 같다. 딱 한 숨 잤음 좋겠다.
휴식 후 이번엔 하박사님이 앞장을 서신다. 나침반을 마췄어야 하는데 그냥 늘어져 있다가 출발하니 목에서 덜렁거리는 나침반이 성가시다. 앞서가시는 하박사님이 어찌나 빠른지 사이가 많이 벌어졌다. 지도엔 길이 완만하다고 되어있는데 곤두박질치는 급경사길이 끝나질 않는다. 그리고 잡목이 어찌나 많은지 대간을 처음 개척할 때 이런 상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대간에 이런 길이 남아있나… 이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 순간 뒤에서 빽을 외친다. 길을 잘못 들었단다. 15분간 내려간 길을 다시 올라가려니 여기저기 걸리는 잡목에 한참 고전했다. 아까 쉬었던 곳도 지나 오른쪽으로 길을 잡아 진행했다. 앞서 간 일행이 어찌나 걸음이 빠른지 하박사님과 뒤쳐져 걸었다.
7시경 능선에서 높다고 생각되는 지점을 지나며 여기가 푯대봉인가 보다 했다. 20여분을 더 가니 앞쪽에 일행이 기다리고 있다. 서낭당처럼 색색깔의 리본이 어지럽게 매달려 있는 삼거리에서 자세히 리본들을 보니 이 길은 백두대간이 아닙니다라고 써있는 리본이 눈에 들어온다. 마리언니가 아까 어디쯤에서 그런 리본을 보았던 모양이다. 보고서두 이야기 안 했다고 구박받고 마리언니는 선배님들이 알아서 잘 가는 거려니 했다고 중얼중얼. 정말 아무 생각없이 가다간 길을 잃어버리기 십상으로 길이 갑작스레 구부러지고 있었다.
독도주의 지점의 리본을 다음에 오는 사람들을 생각해서 잘 보이는 곳으로 옮겨달았다. 아무튼 잠시 동안이지만 헤매느라 거칠어진 숨을 돌리고 오른쪽 급경사로 내려갔다. 하산로처럼 보였지만 조금 내려가니 넓다란 안부가 펼쳐져 있고 다시 오르막이 시작된다. 8시 975봉에서 쉬면서 회장님께 얼마나 왔는지 여쭈니 전체 산행의 5분의 1을 왔다고 하신다.
9시 50분 새목이를 지나 능선을 계속 걷다가 키 큰 나무가 빼곡한 숲을 만났다. 바닥에 풀이 없고 낙옆이 곱게 깔려있는데다 길이 바닥에 여러갈래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는 동안 아름드리나무 뒤에 숨어있으면 동무에게 들킬 것 같지 않은 미로 같은 숲이다. 뒤따라온 일행의 목소리가 가까이서 들리는데 빽빽한 나무들 탓에 사람이 보이지 않아 기다렸다. 옆에 서 있는 나무둥치가 제법 굵어보여 안아보니 한아름이 훨씬 넘는다.
코스닥!
외침이 가까워지고 사람의 그림자를 확인한 후 발길을 돌려 구부시령을 떠났다.
10시 30분 덕항산이라는 나무팻말이 있는 봉우리를 지났다. 걸음이 빨라 땅만 보고 걷는데 앞서가던 마리언니가 오른쪽을 보며 소리를 지르길래 내려다보니 수직절벽이라 아찔하다. 아래쪽이 환선굴 주차장이라고 회장님이 그러신다. 1079봉을 오르는 급경사, 숨이 차는 건 둘째고 일단은 배가 고프다. 가다가 좋은 장소가 있으면 식사를 하자는 말에 기운을 내고 올라간다. 경사가 너무 길어 중간에 다리를 쉬었다. 배낭속에 굴러다니는 참외 세개를 꺼내 금새 먹어치웠다. 시계를 보니 10시 55분이다. 아침을 5시에 먹었으니 6시간 지난 지금 내 위속에 음식물이 얼마나 남아있을까. 참, 배고픈 건 위속 음식물과는 관계없는 일인가. 조금 더 올라가니 1079봉이고 바로 지각산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이정표에 장암재 1.8 km라고 써있다. 1.8 km면 30분정도 걸리겠네.
30분 뒤 장암재에 도착했다. 자리가 넓고 바닥이 잘 다져진 모양이 도래기재와 비슷해 도래기재에서 막영하던 생각이 난다. 식사하기 위해 자리를 깔고 라면을 끓였다. 좀 모자란 거 같았는지 부회장님이 갖고 온 전투식량을 꺼내 라면 먹고 남은 국물에 부어서 또 끓였는데 이번에 좀 넘쳐서 없애느라 몇 사람이 고역을 치뤘다. 커피를 끓이는데 빗방울이 한두방울씩 떨어진다. 황급히 남은 짐을 싸며 회장님이 웃으시며 35%가 맞을려나 보라고 하신다. 비가 좀 올 것 같아 미리 넣어가지고 온 배낭커버를 배낭에 씌우고 오버트라우저를 입고 출발했다. 전영희 선생님이 우비를 준비하지 않아서 내심 비가 많이 올까 걱정된다. 하늘이 어두운 것이 계속해서 꽝꽝 천둥이 울린다. 비는 한두방울인데 천둥번개가 심하다.
산행속도가 빨라서인지 무릎에 좀 무리가 오는 거 같다. 고선생님이 뛰어내려가시는 급경사를 약간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내려갔다. 산길이 끝나고 임도가 나타났다. 광동댐이주단지의 임도다. 임도에 내려서는 오른쪽을 보니 구름사이로 비치는 햇빛을 숲의 푸른 빛이 거울처럼 반사시키는 것처럼 멀리 보이는 산이 온통 은색이다.
와~ 저거 봐요
신기한 물건을 본 어린애처럼 내지르는 소리에 고선생님이 보시고선 뒤에 빨리 와서 보라고 하신다. 다들 서서 그 멋진 광경을 봤다. 금새 구름으로 덮여 그 광경은 사라져버렸고 하늘에서 여전히 천둥소리가 들린다.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며 갑자기 산안개가 자욱하게 끼기 시작한다. 갑작스럽게 낀 안개가 얼마나 두꺼운지 몇 미터 앞도 분간할 수 없을 지경이다. 회장님이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갑자기 분주해진다.
오는 내내 기분좋은 날씨였다. 덥지도 않고 햇볕없이 그늘지고 바람까지 불어주는 날씨 덕에 기분좋았는데 안개가 기분좋게 껴서 모두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임도를 들어선지 10분이 지났다. 아직 가야할 길이 남았는데 빗줄기가 굵어지며 천둥, 번개가 치기 시작한다. 바닥에 하얀 것이 통통 튄다. 우박이다. 새끼손톱만한 우박이 오고 있었다.
야~ 정말 우박 오래간만에 본다. 기분좋은 산행인데요~
앞서 입방정 떨은 걸 우박이 알아듣기라도 한 걸까. 우박이 떨어지는 속도와 양이 점점 빨라지고 비에 젖은 바지가 다리게 달라붙어 허벅지가 따끔따끔하고 앞으로 남은 산행이 걱정된다. 빗물이 젖은 다리를 타고 신발속으로 흘러들어간다. 젖어버린 모양말의 무게는 천근만근. 기숙사에 두고 온 스패츠가 생각난다. 맞은편에 우비를 입은 한무리의 아주머니들이 온며 길을 묻는다. 산나물을 캐러 온 모양이다.
번쩍! 우르릉쾅! 번쩍번쩍!쾅!쾅!
번개가 치고 천둥소리가 들리는 간격이 점점 짧아지고 있었다. 사오년전 실험실 후배들과 내속리면의 산골동네에 들어가 야간채집한다고 하던 밤에 길위로 치던 번개가 생각난다.
들고 있는 스틱이 너무 무서워 길에서 떼서 들고 갔다. 접어서 어떻게 할 생각으로 마디를 돌리는데 물이 들어가선지 이놈의 스틱이 말을 듣지 않는다.
고선생님, 스틱이 무서워요.
우는 소리에 고선생님이 스틱을 돌려 짧게 만들어 주신다. 고선생님이 스틱을 돌리는 그 사이 비는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무서운 번개는 여전히 번쩍거리며 귀옆에서 꽝꽝거리고 있어 스틱 끝을 보며 마음이 조마조마해진다. 고선생님이 스틱을 배낭과 등사이에 찔러 넣어 주셨는데 등이 아파서 가방을 들었다 놓았다 손을 넣었다 뺐다하며 비탈을 내려갔다. 너무 등이 아파 차라리 들고 가는게 낫겠다 싶어 빼달라고 했더니 선생님 등에 꽂으라 하신다. 등아프다고 그냥 들고 가겠다고 고집부리니 고선생님이 무섭게 화를 내시며 빨리 꽂으라고 하신다. 여전히 무서운 번개는 치고 있다. 스틱을 고선생님께 맡기고 앞쪽을 보니 회장님과 전영희 선생님이 가고 계신다. 전선생님, 괜찮을까…
비탈을 다 내려가니 회장님이 고선생님께 저 앞에 보이는 것이 큰재로 보이시냐고 묻고는 무어라 더 많은 이야기를 하기도 전에 오른쪽으로 틀어 진흙탕이 된 길을 올라가신다. 진흙이 엉겨붙어 걷기가 힘들어진다. 앞쪽 숲에 들어가면 좀 나아질려나… 고선생님이 평야지에서 천둥번개가 치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객관식문제를 낸다. 앞서가던 회장님과 전선생님이 멈추고 뒤의 일행을 기다린다. 서 있으니 점점 추워온다. 저체온증이 걸리면 어쩌지… 걱정스러워지는 찰라 회장님이 철수해야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결정을 내리고 나니 걸음이 빨라졌다. 길을 제쳐두고 질퍽질퍽한 채소밭을 비끄러질까 뒤뚱뒤뚱거리며 가로질러 내려왔다. 엉겨붙는 흙으로 등산화가 두배로 커졌다. 진선생님이 좀 뒤쳐지신다.
비탈을 다 내려와 골을 타고 길로 흘러내리는 물을 첨벙거리며 흙을 씻어냈다. 번개가 잦아지고 있었다.
1시반, 산아래 첫번째 농가앞에 서 있는 일행을 보고 발을 멈추었다. 농가의 낡은 유리문 앞에 서서 회장님이 따뜻한 방을 빌릴 수 있냐고 주인에게 물어보고 계신다. 회장님의 배려로 차를 다시 갖고 오는 동안 다들 농가의 방안에서 몸을 녹이며 옷을 말릴 수 있었다. 그 비를 흠뻑 다 맞은 전영희 선생님은 주인할머니에게 옷을 빌려 입었는데 몸뻬가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사람들이 모두 웃으며 농을 던진다. 회장님과 기현씨가 차를 가지러 떠난지 두시간이 지나서 도착했다. 우리는 몸이나마 녹이고 쉬었는데 두분은 제대로 쉬지도 못하시고 바로 출발이다. 3시 반, 농가를 출발하려 하는데 주인할아버지가 잊고 갈 뻔한 내 스틱을 챙겨주신다.
기현씨는 중간에 이천휴게소에서 내리고 8시 45분 음성휴게소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10시가 넘어서야 신성동에 도착했다.
6. 회계보고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