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와 교회 상황은 여러모로 무참하다.
예전에 적은 잡감과 통찰의 인용을 꺼내어 다시 읽는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을 겪으며 길게 대화하고 다시 반응한다.
반복되는 일들과 그 사태와 내용을 되씹어 보면, 거의 진전이 없는 도돌이표인 것을 종종 확인한다.
다시 꺼내 읽는 황현산의 어떤 편지를 아프게 읽는다.
나는 나 자신을 비롯하여 '생각이 게으른' 종교인들을 생각한다.
지금 종교는 거의 헛된 정치인들과 비슷하게 '하나 마나 한 소리들'을 하면서 밥 빌어먹고 사는 궁색한 처지로 몰렸다는 사실을 우리만 모른다.
혹은 애써 모른 척하거나 ...
특히, '생각 비슷한 것'을 '진정한 생각'으로 우기는 이들을 우려한다.
글자의 모음이 글일 리 없다.
뱉은 단어의 모음이 주장일 리 없다.
근사한 잠언과 아포리즘이 사상일 리 없다.
자신에게 엄격하고 현실에 유연한 태도 안에서, 근거와 논리와 형식을 갖춘 후에
자신을 비춰 길어올린 작은 성찰을 얻어 겨우 조각난 '생각'을 선 보일 수 있을 뿐이다.
"...
다만 누군가가 ‘생각이 아닌 것을 생각이라고 착각하는’ 경우에 대해서 매우 비판적인 자세를 가지려 했습니다.
상당히 많은 경우, 우리는 ‘생각 비슷한 것’으로 ‘진정한 생각’을 막아 버리는 글을 접하게 됩니다.
자기 생각이 아니라, 어디서 떠돌아다니는 생각을 가지고 와서, 진짜 생각을 방해하는 글들을 말이죠.
...
우리가 윤리를 말할 때, 자신 안에 있는 진정한 욕구들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흔히 ‘생명력’이라고 일컬어지는 것과, ‘깊은 차원에서의 윤리’가 서로 많이 닮아있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봐요. 그럼에도 자신의 욕구를 건강하게 발현하게끔 돕는 윤리가 아니라 겉으로만 떠돌아다니는 윤리들이 너무 많습니다. 위에서 얘기한 가짜 생각처럼, 가짜 윤리가 진정한 윤리를 막는 경우가 너무 많은 것이지요.
...
생각의 게으름을 가지고 생각인 척하는 것이 문제라고 봐요. 나아가 생각이 게으른데 잘난 척을 하는 게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동성애에 관해서 반대할 만한 어떤 합당한 윤리적 이유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지요.
이런 첨예한 윤리의 문제를 비껴가면서, 수많은 책들과 글들, 특히 자기 계발서류의 책들이 그야말로 생각 없는 소리들, 하나마나한 소리들을 하고 있다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을 소리를 해서 인기를 끄는 것도 참 신기한 일이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