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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초.중등 교육현장에서 '왕따'라는 집단따돌림 현상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이런 왕따현상은 국내 최고 지성사회인 학계에서 그 역사가 더욱 오래되고 폐해 또한 막심하다.
학계 왕따현상이란 특정 학자를 심하게는 아예 '바보'나 '정신병자' 취급함으로써 노골적으로 학계에서 배척하는 것으로 우리 학문 전반에서 두루 나타나고 있지만 특히 역사학과 국어학같은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이런 왕따현상은 대부분 그 피해자가 이른바 기존 국내 학계 통설과는 다른 학설을 내놓는 학자라는 점에서 우리 학문발전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해악으로 지적되고 있다.
왕따 현상이 가장 심각하다는 역사학, 그 중에서도 고대사 분야를 예로 들어보자.
최근 고조선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20여권 분량의 방대한 한국사 통사 시리즈를 내고 있는 역사학자 이이화씨의 경우 기존 한국 사학계에서는 역사학자로 취급조차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우습기 짝이 없다. 그냥 역사학자가 아니라 항상 '재야'라는 꼬리표가 원죄처럼 따라다니는 데서 볼 수 있듯 이이화씨가 대학에서 정식으로 사학을 전공하지도, 역사학 석.박사 학위도 가진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왕따현상 때문에 누구보다 한국사 관련 논문과 단행본을 많이 발표한 이이화씨지만 대학 석.박사 논문에서 그의 글이 여전히 인용되지 않고 있다.
중국고대사 및 한국고대사 전공인 단국대 윤내현 교수와 한국 고대사 전공 서강대 이종욱 교수도 왕따현상의 큰 피해자다.
윤교수는 고조선은 강력한 고대왕권을 갖추고 중국과 맞선 우리 역사상 최초의 고대국가이며 그 중심지는 지금의 평양이 아니라 중국 북경 동쪽이고 중국 한나라무제가 멸망시켰다는 위만조선 또한 평양지역이 아니라 북경 근처 난하유역이었다는주장을 잇따라 내놓았다.
그러나 윤교수의 이런 주장은 고조선 중심지와 낙랑군의 중심영역을 현재의 평양으로 보고 있는 현재 남한의 기존 사학자들에 의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배척당하는 것은 물론 윤교수 자신도 한국 고대사학계에서 사실상 '추방'된 상태다.
이종욱 교수는 왕따현상의 독특한 케이스다. 그는 현재 국내 사학계에서 무게가 있는 이기백 교수에게서 배웠고 신라사나 화랑 연구분야에서 독특한 위치를 구축하며 기존 사학계에서도 상당한 무게중심을 지닌 학자였으나 지난 89년 부산에서 발견된 화랑세기 필사본이 진짜임이 확실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 이것이 가짜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에게 '왕따'가 됐다.
뿐만 아니라 우리 고대사 중에서도 백제사 전공인 L씨의 경우도 백제는 원래 만주지방에 본거지를 두고 있다가 남쪽으로 내려온 기마민족이라는 학설을 내세웠다가 기존 학계에서 따돌림을 받고 있다.
왕따현상은 이들 왕따 피해 학자가 건전한 학문적인 논쟁을 통해서라기보다는 기존 통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배척당하는 경향이 짙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한국 고대사를 전공하는 한 소장파 역사학자는
"우리학계에서는 아직도 이병도 혹은 그의 영향을 받은 서울대 학파의
학설이 절대적인 성경처럼 군림하며 이와 반대되는 주장을 펴는 학자들은
강단에 설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다"
고 말했다. - 중앙/99/3/15 -
* 왕따 해결책 - 여교사의 평범한 비법
- 잘 어울리지 못했던 키크고 예쁜 부반장과 보육원 출신 학생이 그룹활동 반년만에 '보통학생' 이 되었습니다.***
사회문제가 된 '왕따' 해결방안 모색을 위해 첫 시도된 국민공모에서 평범한 초등학교 여교사가 1등을 차지했다.
피혁 제조업체 가우디㈜에서 최근 3개월간 벌인 현상공모에서 1천8백명의 경쟁을 뚫고 대상을 받는 인천 백학초등학교 공숙자 (孔淑子.38) 교사. 그가 제시한 방안은 소규모 그룹활동을 통한 친밀감 높이기. 학생들을 6~7명씩 소그룹으로 나눠 왕따 학생이 급우들과 역할극.공동학습.악기연주회.손잡고 달리기 등을 함께 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가 제출한 보고서는 학생들끼리 서로 칭찬해주는 단계에서 함께 벽화를 그리는 수준으로 공동활동을 심화해 가도록 교사가 지도하는 과정을 상세히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6개월동안 이 프로그램을 적용한 孔교사는 "왕따 학생과 급우들이 마음을 열고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데에는 집단활동이 가장 효과적임을 확인했다" 고 말했다.
참여연대 박원순 (朴元淳) 변호사.노무현 (盧武鉉) 의원 등 11명의 심사위원들은 "교육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제적인 방안인 점을 높이 평가했다" 고 말했다.
孔교사가 '왕따 해결사' 로 나서게 된 것은 지난해 5학년 담임을 맡은 뒤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는 학생 2명을 발견하면서부터. 키가 크고 용모가 빼어난 부반장과 보육원에서 학교를 다니는 여학생이 급우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것. 두 학생 모두 그룹활동을 통해 반년만에 친구들과 함께 뛰노는 보통학생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자신의 학급에는 왕따가 없다고 믿는 교사가 집단 따돌림을 해결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 지난해 교육부 인성교육연구대회에 왕따 관련 논문을 제출, 교육부장관상을 받았던 孔교사는 지난달 말엔 단행본 '왕따를 연구하다 왕따가 되어버린 왕따 선생님의 왕따 이야기' (계림출판사) 를 출간하기도 했다.
한편 1천8백여 응모자들은 릴레이 편지쓰기.왕따 감시위원회 설치.선후배 짝짓기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으며 12명의 교사를 포함한 19명의 입상자는 13일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리는 '왕따문제 해결을 위한 공청회' 에서 모두 2천만원의 상금을 받는다. - 중앙/99/3/11 -
* 체벌대신 벌점
서울시 교육청이 신학기부터 체벌 대신 벌점제 도입을 학교에 권장하고 있다.
이미 실시 중인 학교도 있고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곳도 있지만 이대로 가다간 학교현장 대부분이 아무런 생각 없이 이 제도를 도입할 추세다.
벌점제 도입은 '체벌 없는 학교' 를 만들기 위한 고육책 (苦肉策) 이긴 하지만 그 발상이나 추진현황이 너무 비교육적이다.
사춘기 청소년을 집단적으로 모아 놓고 교육을 하자면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날 수 있다.
교사로선 화가 나기도 하고 전체를 위해 소수 문제아에게 어떤 형식으로든 벌을 가하는 일이 생겨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가장 손쉬운 방법이 매를 드는 것이다.
교사도 인간인 한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 교사의 매질은 또 다른 학교폭력으로 비화할 수도 있고 또 이를 감수하지 않는 것이 요즘 세태다.
학부모의 끊임없는 항의나 교사가 야단친다고 학생이 112에 신고하는 형편에 체벌이 그대로 존치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대안으로 학교현장에서 검토되고 실시 중인 제도가 '당당봉' 과 벌점제다.
학생이 잘못을 저질렀다면 당당하게 벌을 받되 교사는 체벌의 기준과 원칙을 정하는 것이다.
매의 길이와 매맞는 부위를 한정해 절도있게 벌을 가하는 방식이다.
또 다른 방식이 이번 새학기부터 도입될 벌점제다.
복장위반에서 무단조퇴에 이르는 벌칙사항을 점수화해 예컨대 20점 이상이면 사회봉사활동을 시키고 30점이 넘으면 학생부에 기록해 대학입시에 반영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벌칙의 점수화다.
이 방식은 언뜻 보면 매우 합리적이고 학생통솔의 손쉬운 방법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이 교육적이냐에 대해선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우선 발상 자체가 천박하다.
입시점수에 가산된다면 꼼짝 못하는 학생들의 약점을 파고 드는 게 아닌가.
학생통제를 위한 교사의 횡포라고 볼 수도 있다.
지금까지 교육이 입시위주의 점수화.서열화로 이뤄졌기 때문에 교육의 황폐화를 가져왔는데 이젠 벌주는 방식까지 점수화한다면 우리 교육의 현 위치는 어디에 와 있는가.
차라리 벌을 줄 바엔 당당하게 때리고 맞고 고쳐나가는 당당봉제가 훨씬 더 교육적이지 않은가.
더구나 벌점제를 학생부와 연결시키는 것은 학생부제 도입취지를 교육청과 학교 스스로 왜곡하는 일이다.
학생부란 학생 개개인의 인성과 적성을 파악해 기록함으로써 대학이 선발자료로 삼도록 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
그런데도 교육청이 벌점제를 권장하고 학교 스스로 학생부를 벌점기록부로 이용한다면, 정책 당국자나 현장 교사 스스로가 그 취지를 훼손하고 망각하는 처사가 된다.
체벌 없는 학교가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체벌이 부득이 필요한 현실이라면 비교육적인 벌점제보다는 '사랑의 매' 가 오히려 교육적이다. - 중앙/99/3/09 -
* 학교폭력과 남녀 혼합학급
남녀공학 학교의 남녀 혼성반 운영이 학교폭력을 크게 감소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한해 시내 287개 남녀공학 중.고교중 29개(중11개, 고 18개) 시범학교의 남녀 혼성반 운영내용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학교에서 혼성반 편성이후 교내 폭력이 줄어드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남녀 혼성반에 대해 학생들은 물론 종전에 생활지도와 면학분위기 조성 등에 어려움을 이유로 반대했던 교사와 학부모들까지도 점차 혼성반에 대한 호응도가 커지고 있는 것도 달라졌다.
지난해 2학년 학생 532명을 혼성반으로 운영했던 T고교는 설문조사 결과 학생들은 인문계의 경우 76.1%(남)와 57.5%(여), 자연계는 65.8%(남), 47.6%(여)가 '혼성반이후 폭력이 줄었다'고 답변했다.
또 이 학교 교사들은 67.5%가 교실에서의 괴롭힘이나 폭력사태가 '적어졌다'고 응답했고 학부모들도 61.7%가 혼성반 운영이 '폭력예방과 정서순화에 효과가 있다'고 대답해 학생.교사.학부모가 같은 의견을 보였다.
H중학교도 798명 전교생과 교사 38명, 학부모 679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학생들의 53%와 교사들의 73%, 학부모의 61%가 '혼성반이후 학생들의 폭력.비행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또 96년에 남녀 별반을 실시하다가 97년부터 혼성반을 편성한 J고교는 실제로 폭력과 가출,음주,흡연 등으로 징계를 받은 학생이 96년 67명에서 혼성반 제도를 도입한 97년에는 29건으로 급감했고 지난해에는 18건으로 줄어든 실례도 조사됐다.
이같은 결과는 학교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지난해 시범학교로 지정된 29개 중.고등학교의 설문조사에서 대부분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교사들과 학부모들의 남녀 혼성반에 대한 전반적인 선호도도 해마다 높아지고있는데 T고교의 경우 교사들의 혼성반 찬성률이 97년 18.2%에서 지난해에는 37.5%로 뛰어올랐고 학부모들도 폭력예방과 건전한 이성교제 등의 측면에서 97년보다 호응도가 크게 높아졌다.
시교육청 윤웅섭 중등교육과장은 "남녀 혼성반으로 전환한 학교의 전체 폭력 건수가 정확히 조사되지는 않았지만 설문조사 결과 대부분 시범학교의 경우 학교폭력이 줄어들었다는데 학생과 교사,학부모의 의견이 일치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내 남녀공학 중학교 199개는 올해 모두 남녀 혼성반을 편성하고 있으며 고교는 전체 88개중 지난해 29개가 늘었고 올해 5개가 추가돼 모두 86개교가 올해 이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중앙/99/3/7 -
* 왕따보험
서울 마포구에서 한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金모씨는 초등학교 3학년인 딸 때문에 지난 1년 동안에만 세차례나 이사를 했다. 말을 약간 더듬는 딸이 학교에만 가면 같은 반 아이들로부터 놀림감이 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딸의 말더듬은 갈수록 심해졌다.
견디다 못한 金씨는 새로 옮긴 학교의 담임교사에게 딸 문제를 털어놓았고 담임교사의 '특별배려' 로 이번 학교에선 몇달째 큰 문제없이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한번 혼이 난 金씨는 딸이 다시 '왕따 (집단 따돌림)' 를 당할 경우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친구의 소개로 왕따보험에 가입했다. 그리고 보험사에 가보니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가입자들이 예상보다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왕따' 가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왕따로 인한 피해를 보상해주는 보험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상품들은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상해보험에 왕따로 인한 피해 보상을 곁들인 것으로 집단 폭행 당했을 때 치료비를 지급해주는 것은 물론 정신적 피해에 대한 치료비까지 보상해준다.
처음 왕따보험을 개발한 곳은 동양화재. 지난 97년 대전의 중학교 2년생이 왕따를 견디다 못해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사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동양화재는 지난해 2월부터 이 상품을 팔기 시작해 1년 동안 3만여건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이러자 국제화재와 해동화재.대한화재 등이 지난해 잇따라 왕따보험을 개발, 판매에 나섰다. 특히 해동화재의 경우 왕따로 인한 피해보상 한도를 최고 3천만원으로 대폭 올려 원조격인 동양화재를 바짝 추격했다.
해동화재 관계자는 "교복.문구업체 등으로부터 고객서비스를 위한 업무제휴 문의가 최근 부쩍 늘고 있다" 고 밝혔다.
올들어선 동부화재가 지난 2일부터 기존의 어린이 대상 자녀사랑보험에 왕따 피해보상 항목을 추가한 상품을 팔기 시작해 불과 3일만에 6백여건의 계약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앞으로도 신동아화재가 오는 4월 초 판매를 목표로 왕따보험을 개발 중에 있으며 어린이 대상 상해보험 상품이 있는 현대해상.삼성.LG.쌍용.제일화재 등도 왕따 피해 보상 항목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동양화재 관계자는 "왕따보험은 월보험료가 2만~5만원 안팎으로 큰 부담이 없으면서도 자녀가 다치거나 병이 들었을 때는 물론 왕따로 인한 피해까지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본다" 고 설명했다.
그러나 왕따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으려면 정신과 의사의 진단서와 친구.담임교사 등의 진술서가 필요해 실제 보상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왕따의 경우 물질 보상보다는 재활 프로그램 등 정신적 피해에 대한
치료책을 제공하는 게 피해자에게 더 도움이 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 중앙/99/3/05 -
* 신귀족 육아 - 돌볼틈 없으니 돈은 아낌없이
대량 실직과 임금삭감 등으로 대부분의 가계에 주름살이 잡힌 요즈음 그나마 경제적 여유가 있는 층은 맞벌이 부부들이다.
아예 아이를 갖지 않는 맞벌이 부부인 '딩크스' (DINKs:double income, no kids)에 이어 '딕스' 가 소비주도층으로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딕스가 중심이 돼 일으키는 변화는 쇼핑양태와 가정생활에서부터 영재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올해는 이같은 현상이 본격화하는 시점 (始點) 이 되리라는 게 박영배 (朴榮倍) 신한종합연구소 책임연구원 등 전문가들의 말이다.
◇ 왜 어린이 귀족인가 = 딕스는 자신의 씀씀이를 줄이더라도 자식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않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도시가구의 전체 소비지출 중 자녀를 위한 지출의 비중 (엔젤계수.그래픽 참조) 은 95년 11.7%, 97년 12.6%, 98년 13.3%로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 가족당 자녀수가 계속 줄고 아이를 낳는 시기가 점차 늦어지는 것도 어린이 귀족화를 초래하는 주 요인으로 꼽힌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94년 1.8명, 97년 1.7명이었으며, 99년엔 더욱 감소해 1.5명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 귀족은 ^부족함을 모르고 자라면서 프로그램된 교육을 받고^가족관계가 그들을 중심으로 형성되며^동네밖에 모르는 옛날 어린이들과는 달리 정보와 경험의 양이 엄청나다는 점에서 예전의 부잣집 아이들과는 다르다.
◇ 아낌없는 투자 = 국내 대형 화랑의 큐레이터 최수영 (35) 씨. 최근 초등학교에 입학한 큰아들 서준 (8) 과 둘째아들 서진 (7) 의 학원 (유치원.수영.태권도) 강습비로만 지난해에 매달 1백50만~2백만원을 썼다.
전체 생활비의 3분의 2다.
한 아이에게 들어가는 유치원 수업료만 월62만원. 맞벌이 주부 황유남 (31.약사) 씨는 한달 생활비 3백여만원 가운데 90여만원을 아들 준형 (6)에게 쓴다.
유치원 종일반 30만원, 영어.산수 방문학습으로 10만원, 옷과 책에 각기 20만원씩, 장난감값 10만원…. 황씨 자신을 위한 지출은 거의 없다.
2~3년전까지만 해도 세살은 넘어야 시작하던 조기교육. 그러나 최근엔 갓난아기에까지 확산됐다.
서울만 봐도 비테에 교육원.시찌다 교육연구원 등 7개가 넘는 조기교육원이 성업중이다.
교재비가 최고 3백만원 가깝지만 상담 오는 부모의 대부분이 선뜻 돈을 낸다는 게 비테에 관계자의 말이다.
4세 이상 일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이중언어 (bilingual) 수업 또한 선풍적 인기.
서울 신사동에 있는 설리반 어학원은 4~5세반과 6~7세반으로 나눠 국어.영어를 가르치는데, 반마다 한국인 담임과 미국인 부담임이 있다.
수업료는 53만원. 그래도 입학 희망자들이 밀려 적어도 한두달은 기다려야 한다.
옥수동의 람비니는 오전엔 영어로, 오후엔 국어로 수업을 한다.
수업료는 월 15~20만원 수준. 28개월~4세, 5~7세 두 반의 정원 50명이 다 차고 10여명이 대기중이다.
미아리의 영훈초등학교에는 산수.사회.자연 등을 영어로 가르치는 특별반이 있다.
수업료를 따로 내야 하는데도 입반 (入班) 경쟁이 치열하다.
◇ 명암 엇갈리는 엔젤시장 = 96년 가을에 한국에 선보인 뒤 급성장해 온 프랑스 라이선스 유아용품 브랜드 '쇼콜라' .다른 제품보다 10%쯤 비싼 데다 IMF까지 겹쳤지만 고급스런 이미지 덕인지 지난해 매출이 1백50억원으로 전년 (70억원) 의 두배가 넘었다.
압소바 등 다른 고가 브랜드들도 비슷한 호황. 이처럼 고급 유아.아동복 시장이 강세를 보이자 성인의류를 주로 팔던 게스.폴로 등 유명업체들도 최근 앞다퉈 아동복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외제 어린이 의류만 파는 청담동의 '사과반쪽' 은 최근 강남 부유층 사이에 인기가 높은 점포다.
한벌에 29만원 하는 영국제 (데이비드 찰스) 여아 원피스, 35만원짜리 스페인제 (파멜라) 외투 등 어른옷 뺨치게 비싼 의류들이 훨훨 팔려 나간다.
최근 비슷한 점포들이 강남 지역에만 3~4개 생겼다.
지난해 매출감소로 몸살을 앓은 백화점에서도 어린이 상품만은 예외였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98년 전체 매출규모는 전년에 비해 5% 이상 줄었지만 아동용 제품만은 97년 3백37억원에서 98년 3백52억원으로 6% 늘었다.
그러나 중저가 제품 생산업체나 재래시장은 불황 때문에 쓰러지기 직전이다.
유베라.베비라 등 중저가 유아복 업체가 지난해 부도를 냈으며 동대문 광장시장은 전체 1천7백여개 점포중 한때 1백개 가깝던 아동복 가게가 겨우 두 곳만 남아 있다.
◇ 새로운 가족형태 = 딕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자녀양육. 사회적 육아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은 대가족과 핵가족을 섞어놓은 '네트워크형.근거리형' 의 새로운 가족형태를 실천하고 있다.
은행원인 안재인 (30) 씨는 출근길에 집에서 3분 거리인 친정에 들러 생후 3개월된 아기를 맡긴다.
안씨의 남동생 내외도 한살배기 아들과 함께 본가에서 저녁을 들 때가 많다.
또 주말이면 으레 언니의 아들이 외갓집을 찾는다.
그래서 안씨 친정의 빈방 3개는 아예 세 집의 손주들이 쓸 침실과 장난감방,
그리고 아이들 빨래 말리는 방으로 꾸며놨다.- 중앙/99/3/4 -
- 신귀족 육아 문제는 없나
신세대 맞벌이 부부들의 소비지향적인 육아방식을 우려하는 학자들도 많다.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충분치 못한 데서 오는 미안함을 물질로 보상하려는 태도는 본질을 잘못 파악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화여대 부속 어린이집 원장인 이기숙 (李基淑) 교수는 "젊은 부부들이 자녀에게 고급품을 사주거나 유.소아 교육을 많이 시키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식으로 자란 아이들은 성격이 산만해지기 쉽다.
부모는 자식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고 말했다.
아이가 원하는 일들을 무조건 해줌으로써 애정을 표현하는 것은 잘못된 물질주의라는 얘기다.
자칫하면 물질소유 동기만이 강화돼 올바른 성장을 위해 필요한 다른 심리적 동기들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녀가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도록 질적 (質的) 인 상호작용이 이뤄져야 한다" 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비록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짧더라도 접촉이나 대화를 다양하게 한다면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다.
자주 안아주고, 목욕을 시켜주고, 함께 자는 등 신체접촉을 많이 하고 아이의 말을 열심히 들어 심리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한편, 집중적으로 공유하는 시간을 가끔이라도 가질 수 있다면 부모의 일상적 부재 (不在) 는 큰 장애요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자녀교육을 전문가들에게 일임하려는 태도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연세대 이영 (李映.생활과학부) 교수는
"부모가 아이를 조기교육 학원에 맡긴 채 관심을 두지 않을 경우 교육효과가
좋아지기 어렵다"
고 강조했다.- 중앙/99/3/4 -
* 신귀족 육아 - 외국은 어떤가
미국.일본 등에서는 어린이가 핵심 소비자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미국의 어린이 시장은 98년 추정치로 무려 1천8백70억달러 (약 2백24조5천억원) .이 가운데 어린이가 직접 쓴 돈이 1백70억달러. 나머지는 부모의 지출이다.
미국에서 성인복 매출은 감소추세지만 4~12세용 아동복 시장은 92년 7억5천만달러에서 95년 25억달러로 성장했다.
이 황금알 시장에 랄프 로렌이나 마리테 프랑수아 저버 같은 세계적 의류회사들까지 뛰어들었다.
호텔업계.헬스클럽.항공사들도 어린이 고객에게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90년대 초반에 딕스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일본에서도 어린이 산업은 고성장 업종. 미키하우스라는 브랜드로 고가 아동복을 만드는 미키쇼코 (三起商行) 는 백화점 매장에 어린이들의 건강.지능개발.놀이 등을 위한 다목적 유아교실 '미키하우스 키즈 팔' 을 설치해 운영중이다.
또 어린이를 주제로 한 테마형 빌딩인 키디 랜드, 어린이 액세서리
전문점 비비토 (BBTO) 도 성업중이다.
96년엔 '아이들을 귀족으로 기르는 길' 을 알려주는 하나코 마마란
전문잡지까지 창간됐다.- 중앙/99/3/4 -
* 학교폭력 근절 나선 서울 쌍문동 주부방범대
2일 오후 서울도봉구쌍문동 동북초등학교 앞길. 방범모자.유니폼에 호루라기.방망이.무전기까지 갖춘 '아줌마' 들이 순찰을 돌고 있다.
지나가는 초등학생들이 이들에게 거수경례를 한다.
아줌마들은 쌍문동 주부 34명으로 구성된 '여성 자율 방범대' 다.
여성자율방범대는 매일 오후 3시30분부터 5시까지 창경초등.백운중.선덕고 등 인근 8개 초.중.고교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이웃사촌간인 이들이 방범대를 조직한 것은 반상회 등 주부모임에서 매번 학교주변 폭력이 근심사로 떠올랐기 때문. "중1인 아들이 하교길에 불량배 2명에게 끌려가 돈을 빼앗기고 돌아온 뒤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는 박영선 (朴映宣.40) 씨의 고백은 대원 전체의 심정이기도 하다.
'내 아이는 내가 지킨다' 는 마음으로 몇몇 주부들이 97년 말부터 하교시간에 학교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엄마들의 동참이 늘어나자 서울 북부경찰서 노해파출소 소속 여성 자율방범대로 지난해 10월 정식 출범,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여성 자율방범대원들은 3~4명이 한조가 돼 매일 학교 주변 으슥한 골목을 돌며 초.중.고생을 상대로 한 금품갈취.패싸움.집단 따돌림 등의 폭력을 예방한다.
웬만한 학교 주변 폭력은 현장에서 타일러 잘못을 깨닫게 하지만 심각한 경우는 경찰관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정식으로 신고한다.
그동안 여성 자율방범대는 여고 앞에서 지나가는 여학생들을 놀라게 하던 변태 성노출증 환자를 붙잡아 경찰에 넘겼는가 하면 모르는 남자에게 끌려가던 초등학생을 구출하기도 했다.
공원에서 친구 한명을 괴롭히던 여고생들에게 "아줌마들이 왜 이런 일을 한다고 생각하느냐" 고 설득해 돌려보냈다.
이들의 활약으로 불량배가 눈에 띄게 줄자 인근 신원트윈스 볼링장에서는 무전기까지 기증하며 "볼링장도 순찰해 달라" 고 부탁해오기도 했다.
아이 학교 보내기에 훨씬 마음이 놓인 주민들은 순찰 중인 대원들을 만나면 "수고한다" 며 붕어빵이나 어묵 등을 사주기도 한다.
창경초등학교 홍종완 교장도
"밖에서 엄마들이 지켜주니 아이들을 하교시키면서 마음이 놓인다.
엄마들 덕분에 학교앞 깡패들이 없어졌다"
는 김태영 (金泰永.백운중3) 군은
"학원에서 돌아오는 오후 10시에도 순찰을 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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