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조 박서연

벌써 4번째 쓰는 종주기 이다. 사실 종주하는 내내 4번째 참가하는거 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많이 힘든걸 몸소 체험하고 있는 애들에게 나 4번째 오는거야 라고 말하면 얼마나 이상한 애로 보일까 하고. 하지만 종주가 끝난 지금은 매번 참가하는 내 마음을 좀 이해하지 않을까싶다.     1일차   그날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 여유롭게 준비물을 챙기고 오리엔테이션 장소인 인천시청역 오디세이 광장으로 갔다. 지하철역 안에서 모이는 건 처음이라 새로운 마음으로 올해는 어떤 애들을 만날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12조로 지정된 자리에 앉아 언제나 그렇듯이 다같이 어색해하며 내려주는 지시에 따라서만 움직였다. 아쉽게 다른 조가 된 동생과 가져온 짐을 정신없이 정리하자니 제일 떨리는 시간인 깃발과 조장을 정할때가 왔지만 우월한 팀장의 진행하에 별다른 문제없이 착착 정해졌고 몰랐던 서로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아가게 되었다. 같은 조인 슬기와 얘기를 나누기 시작하게 되고 또 오게된 것을 후회하며 앞으로 다가올 날들에 대한 공포는 저멀리 밀어두고 종주단덕에 노숙자만 자본다는 지하철에서도 잘수있다며 위로를 삼고 잠이 들었다.     2일차   아직 어색한 공기가 종주단을 떠나지 않고 맴도는 안에서 항상 맛없는 아침식사를 마치고 지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 코드에 꽂힌 충전기를 보며 분명 백명이상이 봤을텐데 아무도 안 찾아주네 라는 생각과 함께 하루가 시작됬다. 첫날이 제일 힘들다는 단장님의 말씀에 겁을 먹은건지 기합이 들어간건지 어색한건지 모두들 말없이 조용히 걸었다. 신도시라 그런가 올때마다 바뀌어 가는 송도를 보며 중식을 먹고 걷고 또 걸었다. 오늘 일정의 반쯤거리인 소래포구를 향한 해안도로를 걸을때는 미추홀외고에 다니는 친구와 나눴던 ‘난 계양구있는 고등학교야 넌?’ ‘난 소래포구’ 같은 말장난이나 떠올리며 정신을 놓고 걸었다. 앞서간 사람들은 못 먹었겠지만 인심 좋은 할아버지가 나눠주신 수박을 하얀부분까지 먹으며 힐을 하고 종주단 주최 게임을 했던 소래습지 생태공원을 지나 자꾸 사람 약올리는 km가 표시된 표지판을 보며 나중엔 화낼힘도 없이 드디어 야영지인 인천 대공원에 도착했다. 언제부턴가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올해도 힘들어죽겠는데 뭘 배우란다. 그래도 예전에 배웠던 탈춤이나 비보이 보다는 쉽고 나았기에 열심히 따라했다. 이날 윤철이의 불평을 제일 많이 들은거같다. 작년이 촬영 때문에 얼마나 좋았는지 모르겠지만 원래 이래.     3일차   걷기 시작해서 아직 야영지인 인천대공원을 벗어나지도 않았는데 힘든건 기분 탓이겠지라며 또 하루가 시작됬다. 오늘은 산을 두개나 탄다. 두개같지 않은 두개지만. 걸어야할 총 거리25km 중 산악구간만 12km면 말 다한거다. 이날이었나? 항상 무거울땐 가방을 자신에게 달라고 말만하던 조장은 이날 한번 슬기의 가방을 들어주었다. 도형이도 힘들텐데 가방들어주고 훈훈한 장면 펼쳐져서 너무 좋았다. 4년째라서 안 힘들어하고 날아다닐 것 같지만 그렇지않다. 얻은건 앞으로 갈 코스를 이미 알고있다는 것과 그래서 더욱 괴롭다는거? 어쨌든 반나절 내내 산을 타느라 난장판이었던 종주단에게 도심에서 비가 쏟아졌지만 대부분 우의를 입지 않고 계속 걸었다. 사람들이 우릴 동물원의 원숭이 쳐다보듯 구경했지만 여의치 않고 행군을 계속해 드디어 야영지인 계산 체육공원에 도착했다. 여담이지만 계산 체육공원에서 야영이라길래 난 종주단이 체육공원을 통째로 빌린줄 알았다. 근데 남들 다 쓰는 그 잔디밭 운동장에 구석에서 텐트치고 빨래 널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얘들 어디 지방에서 온건가?’ 라고 할때는 너무 부끄러웠다. 우리도 인천사람인데 말이지. 이 날도 지친 다리를 이끌고 flex분들에게 춤을 배우다 그나마 제대로된 실내 샤워장에서 씻고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4일차   어색한 공기는 많이 없어졌다. 그리고 이젠 놀랄기력도 없이 일어나자마자 강화도가 인천에 속하기 전에 가장 높던 산인 계양산을(지금은 마니산이 제일 높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올랐다. 그래도 계양산은 내가 사는 동네라 주말에 자주 오르던 곳이고 해서 괜찮으려니 했는데 왠걸 종주단 효과인가 처음 와보는 산처럼 힘들었다. 그래도 전보다는 다리에 근육도 생기고 산을 내려오면 버스를 탄다는 생각으로 계속 버프를 걸어서 인지 견딜만했다. 말이 나온김에 하는 말인데 이날은 진짜 보배로웠다. 차를 타고 야영지까지 간다는건 종주단 11년 역사상 처음있던 일이었다. 어쨌든 강화도 폭우주의보로 걸어야 했던 민통선지역과 논길을 모두 차를 타고와 시간이 많이 생겨버렸지만 팀장님 두분의 명강의와 6일차 있을 장기자랑을 짜느라 알차게 보냈다. 매년 단장님이 하시는 말씀인 “이번 종주단은 여태까지의 종주단 중에 가장 잘하는것같다”를 끝으로 춤을 다른날보다 많이 배우고 평소보다 많이 웃고 떠들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속에서 하루가 끝났다. 5일차 쓰고나서야 알았다. 이날 경민이 생일이었다. 다시한번 축하해     5일차   뭐 한것도 없는데 벌써 이틀후면 종주단이 끝난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종주단에 오면 일주일이 참 빠르다. 하루는 긴데 일주일은 빠르다. 어쨌든 긴 하루가 또 시작되었다. 오늘은 마의 해변도로와 논길을 걸어야 한다. 벌써부터 코스가 눈앞에 그려져, 걷지도 않았는데 힘든건 역시 기분탓이겠지 하며 좀 친해진것같은 명품 12조원들과 함께 걸어나갔다. 뒤의 조가 노래를 부르고 우리조는 윤철이가 가방을 다 들어주고 적절히 시원하게 비도 내리다보니 해변도로는 금방 잘 지나간 것 같았다. 하지만 어제의 폭우로 오늘의 야영지가 무너져 다른곳에서 야영한다고 할때부터 불안했지만 역시나 중간에 논길을 잘못들어 몇바퀴 헤매었다. 논길에서 자꾸 쉬고 단장님은 차의 네비게이션을 살필 때 알아봤어야 한다. 말주변이 없던 나는 조원들 얘기에 끼지 못하고 말도 없이 걷다가 결국 뒤쳐지고 동생과 재작년에 종주를 같이 했던 아현이와 함께 걸었다. 지금에야 하는 말인데 나는 논길이 제일 힘들었다. 발목이 부어오른것도 아마 이때쯤부터였을거다. 그런데 어떤 조원3명이 힘든 얼굴이면서도 ‘우리 미친척 웃으면서 달려보자’라고 말한걸 진짜 실행해서 그나마 좀 웃었던거 같다. 가도가도 똑같은 풍경이라 영원히 끝나지 않을것만 같았던 논길구간이 끝나고 야영지에 도착했다. 아 참 이날은 내 생일이었다. 박진감넘치는 배드민턴 경기도 보고 우리조 춤 잘춰서 피자..였지만 치킨을 받고 100명 넘는 사람에게 축하를 받고 케잌도 먹고 음 그리고 무대에서 어쨋는진 생각안나니까 넘어가고 쨋든 우리조만 거의 뷔페라서 좋았다. 애들이 샤워를 너무 급하게 해서 기분 안좋았던거만 빼면 다 좋았던거 같다.     6일차   그전부터 마니산을 올라가던가 남아서 청소를 하던가 하는 소문이 돌았지만 뭔 청소는 청소. 무조건 다 올라가야 하는건데. 어쨌든 우리 150명의 종주단은 아침부터 가볍게(?) 인천에서 제일 높은 산인 마니산을 등반하고 기념사진도 찍고(종주기사진방-정말큰일을해냈습니다 에우리조 점프사진 나왔더라 제일잘찍혔데^^) 내려와 버스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으로 갔다. 우리 좀 냄새나고 거지같고 미안했지만 맛있게 밥을 먹고 이젠 외국인들이게도 동물원 원숭이 취급받으며 인천공항을 견학하고 부모님께, 그리고 1년후의 나에게 편지를 썼다. 그리고 단장님이 주시는 상인지 아니면 원래 계획된건지 모를 버스를 타고 내려 마지막 야영지인 장봉도로 향했다. 재작년엔 바다에서 놀았는데 이번에는 물이 빠진 갯벌이라 아쉬운감도 없지 않아 있었으나 우리조 장기자랑 짜는게 큰일이라 아쉬워할 새도 없이 즉석에서 대본만들고 연극했다. 사실 그런 연극 스토리는 입으로 얘기할때나 재미있지 막상 연극으로 하면 정말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지만 다들 좋아하길래 말은 안했다. 그래도 연습때 우리끼리라도 즐거워서 다행이었다. 역시나 연극은 흥하지 못하고 열심히 다른 조들 박수쳐주다가 초청공연들 넋놓고 보다가 우리 12조 리더 남식팀장님 노래에 또 감탄하다가 매년 부르시는 단장님 18번 도요새 따라부르다가 여차저차 장기자랑이 끝난거 같다. 사실 이런 아쉬움 터지는 마지막 밤은 날을 새줘야 하는데 몸이 너무 피곤했고 슬기랑 윤철이 둘만 얘기하길래 할말도 없고 해서 그냥 나와버렸다. 그대로 난 딥슬립~     7일차   이제 막 일어났는데 벌써 머릿속은 집에 가서 할 목록으로 가득 찼다. 단장님과 팀장님들이 굳이 말 안해도 첫날과 마지막날이 가장 힘들다는 걸 알고있었지만 그래도 집에 간다는 일념하에 힘을 내기로 했다. 다행히 뒷조의 장점은 마지막날에 선두라는 점일까 앞서가서 다른조보다 힘든건 덜했겠지만 문제는 내 발목이 고통을 호소한다는 것 진짜 처음으로 울다시피 걸은거 같다. 많이 걸었으니 욱씬거리는 것 쯤이야 당연한거겠지 하고 냅뒀다가 큰일날뻔했다. 왠만해선 아프다고 안하는데 메딕오빠까지 불러서 봤더니 더 아파지면 그냥 차타고 가라고 했다. 그런데 여태까지 걸어오고 한게 너무 아깝고 그래서 할수없이 쉬는 시간마다 계속 주무르며 언제쯤 도착하나 싶던 인천대교를 지나 차이나타운까지 걸어갔다. 가는 내내 거의 서른살 팀장님이랑 얘기를 나눠서 그나마 괜찮았던것같다. 언젠간 짬뽕을 시켜줄 그날을 기다리며 차이나타운에서 자장면을 먹고(옛날엔 자유공원에서 급식한적도 있다) 안갈줄알았던 문학산을 갔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산길에 동생과 아현이는 하루종일 차타고 다녔다는데 좀 부러웠지만 결국엔 오기가 생겨서 앞장서서 성큼성큼 갔다. 문학경기장을 지나 인천 시청까지 어떻게 왔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라고 쓰려 했지만 너무 기억이 잘난다. 마지막 순간이라 그런가 아직도 입구에서 부모님들이 물을 뿌려주시던 기억이 생생하다. 괜히 시내에서 사람들 앞이라고 기수들 앞장세우고 멋있고 거지같게 횡단보도를 걷고 도로를 지나 처음 출발했던 그 시청앞 계단까지. 예전처럼 내가 해냈다는 그런 북받치는 감정은 없지만 그래도 역시 오랜만에 아빠얼굴과 남동생얼굴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인천시청을 바라보며 내년에 또오게 될지 내후년에 오게 될지 1년후에나 알게될 일들을 벌써부터 고민하며 아현이와 조남식팀장님과 카메라아저씨 두분, 그리고 매번 챙겨주시는 개구리 아저씨, 청국장님, 그리고 마지막으로 단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다시 문명의 세계로 돌아왔다.             p.s 조남식 팀장님 - 아직도 노래소리가 맴도네요ㅎ 수고하셨어요.^^ 슬기 - 남자애같이 펄쩍펄쩍 잘 뛰놀고ㅋㅋㅋ재미있었어~ 고마워 민식 - 그르게 동갑인데 말 몇번 못했다? 도형 - 매너남하면 도형이지ㅎㅎ 고마워~ 경민 - 이건 비밀인데 나도 조장하고 싶었어ㅋㅋ 지훈 - 가방 들어준거 고마워~ 땡큐^^ 근영 - 노란머리 양아치ㅎㅎㅎ호랑이 너무 웃겨ㅠㅠ 윤철 - 제발 슬기누나라고 불러! 누나 라고 하면 나까지 돌아보잖아! 명훈 - 명훈이가 나랑 제일 말 많이 했을걸?ㅎㅎ수고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