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에서 원소변환이 일어난다는 것은 그야말로 실제 연금술이 헛된 망상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20세기에도 풀카넬리라고 하는, 현자의 돌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연금술사가 있었는데, 과연 그가 옳았던 것일까? 상온에서의 핵융합은 아직 이론적으로 설명되지 못하고 있다. 이론보다 앞서 상업화가 먼저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어쨌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상온 핵융합 현상이 일어난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만큼은 이미 의심하지 않고 있다. 아마도 현대과학이 아직까지 밝혀내지 못한 메카니즘이 이 현상 뒤에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상온 핵융합을 설명하려는 가장 그럴 듯한 시도 중 하나는, 공간에너지라고 부르는 미지의 에너지가 관여하고 있을 거란 추측이다. 고온 핵융합과는 달리 상온 핵융합은 방사선을 내보내지 않으면서 초과에너지를 발생시킨다는 사실이 이런 가정에 설득력을 부여하고 있다. 할 퍼토프와 같은 몇몇 사람들은, 상온 핵융합이 비록 어느 정도의 핵융합 과정과 원소변환을 포함한다고 하더라도, 소위 상온 핵융합 과정에서 나오는 대량의 열은 핵융합과 상관없이 공간에너지로부터 추출된 것이 아닐까 하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즉 상온 핵융합이라고 하는 것은, 두 가지 이상의 물리 과정이 관여하는 복합적 현상이리란 추론이다. 이 미지의 공간에너지는 여러 가지 다른 이름들로도 불리는데, 진공에너지, 영점에너지, 무한에너지, 또는 프리에너지 등이 그것이다. 프리에너지는 말 그대로 공짜로 얻어지는 에너지란 뜻이다. 프리에너지란 개념은 이른바 초효율 에너지장치, 또는 무한동력장치라고 부르는 시스템에서 생겨난 것으로, 일정 조건만 갖추어지면 입력되는 에너지보다도 출력되는 에너지가 훨씬 더 큰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 이들 장치의 요점이다. 이 경우, 열역학 제 1 법칙인 '에너지보존의 법칙'에 따르면 닫혀 있는 계에서 입력에너지보다 출력에너지가 더 클 수는 없기 때문에 그 중간의 어느 지점에선가 미지의 에너지가 장치 안으로 유입되었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이처럼 미지의 에너지를 가정하지 않으면 열역학 전체와 현대과학의 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가정된 것이 프리에너지란 개념이다. 그렇지만 이 미지의 에너지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현대과학은 아직 이 미지의 에너지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따라서 초효율 장치라는 것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우리는 일찌감치 초등학교에서 열역학의 기본 개념을 배운다. 스스로 영원히 돌아가는 제1종 영구기관의 제작은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것이다. 나는 대학교에서 열역학을 본격적으로 배웠는데, 이윽고 나는 열역학이 무서운 학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열역학의 법칙이 암울한 우주의 미래를 예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열역학 제1법칙은 라브와지에가 발견한 물질보존의 법칙과 함께 모든 물리법칙의 전제가 된다. 에너지는 비록 그 형태는 바뀔지라도, 총량은 언제나 변함없이 일정하게 보존된다는 것이 열역학 제1법칙이다. 열역학의 제2법칙은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으로 알려져 있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system) 전체의 엔트로피(무질서도)가 증가하여 언젠가는 열적 평형상태에 도달하고 만다는 법칙이다.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을 한 욕조에 부으면 서로 섞이어 잠시 후에는 미지근한 물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 욕조 속에 잉크방울을 풀었을 때 잉크방울이 자발적으로 한 구석에 모이지 않는 것도, 열역학 제2법칙인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산산조각 난 접시처럼, 이렇게 한 번 깨뜨려진 질서는 다시 되돌려질 수가 없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우주는 태초에 엄청난 질서를 가지고 태어나서 지금은 서서히 그 질서가 파괴되고 있는 중이며, 결국 언젠가는 이 우주의 엔트로피가 최대가 되어(즉 열적 평형상태에 도달하여) 그곳엔 아무런 변화도 있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곧 영원한 침묵과 죽음만이 남게 되는 것이다. 공간에너지 또는 프리에너지를 도입한다는 것은 이 우주가 닫힌계가 아니라 열린계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우주가 만일 열린계라면 에너지보존의 법칙을 깨지 않고도 외부에서 에너지를 도입하여 초효율 현상을 만들어낼 수가 있다. 생명체가 바로 그러한 열린계의 좋은 예이다. 식물은 땅속의 영양분과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태양에너지 등을 흡수하여 체내에서 광합성이라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데 우주의 경우, 우리는 우주가 닫혀 있다고 하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생명체의 경우는 우리가 쉽게 체내와 체외를 구별할 수가 있다. 그러나 우주에는 그런 외부가 있을 리 없다. 과학자들은 현재의 물리학이 우주의 모든 부분을 관찰하고, 또 우주의 모든 부분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알 수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우주의 외부라는 것을 가정할 필요와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공간에너지를 도입하고 우주가 열린계임을 인정한다면, 우리는 논란의 여지없이 맞이해야 하는 우주의 비극적인 열역학적 종말을 피해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우주에 열역학적 죽음이 온다고 해도 그것은 태양이 수명을 다하고도 한참 뒤의 일이므로 대다수 사람들은 이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프리에너지가 존재한다면 영구기관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나는 지금도 영구기관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에너지보존의 법칙에 따라 물레방아에서 떨어진 물이 저절로 다시 위로 올라가 물레방아를 영구히 돌리는 것과 같은 일은 분명 있을 수 없다. 물이 가지고 있던 위치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물을 다시 위로 올리려면 외부의 힘이 필요하다. 하지만 물레방아의 운동에너지로 전기모터를 돌려서 물을 다시 위로 올린다 해도 얼마 가지 않아 물레방아는 멈춰버리고 말 것이다. 이렇게 위치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운동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다시 전기에너지가 운동에너지에서 위치에너지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에너지의 일부가 소리에너지나 열에너지 따위로 바뀌어 빠져나간 것이다. 에너지가 소실되지 않고 원하고자 하는 에너지로 전환되는 정도를 에너지효율이라고 하는데, 100%의 에너지효율을 갖는 기계는 없을 뿐더러 (이렇게 에너지효율이 100%에 달하는 장치를 제2종 영구기관이라 한다) 사실 대부분의 에너지 기기는 그 효율이 매우 낮다. 그런데 무한동력장치나 초효율장치와 같은 현대판 영구기관에선 에너지효율이 100%를 넘어 초과에너지가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이런 장치가 스위스의 한 마을에서 지금도 실제 가동중이라고 하는데, M/L 컨버터라는 장치가 그것이다. 비록 그 원리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실제 작동되고 있는 현장이 많은 사람들에게 검증을 받아 현재 가장 신뢰도가 높은 장치로 손꼽히고 있다. 또 관심을 끌고 있는 초효율장치 중에는 N-머신이라는 것이 있는데, 1970년경 미국의 데 팔머가 N-효과라는 현상을 발견함으로써 주목받기 시작한 것으로, 일본 전자기술총합연구소의 이노마타 박사와 인도 원자력에너지연구소의 파라마함사 테와리 박사 등이 이를 연구하고 있다. 이 밖에도 플로이드 스위트의 삼극진공증폭기(VTA), 램버트슨 박사의 윈(WIN) 시스템, 쇼율더의 특허 등이 있으며, 모레이 밸브를 발명했던 헨리 모레이(1892∼1972) 역시 무한동력장치 제작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온다. 특기할 만한 것은 이러한 연구들이 1990년대부터 부쩍 활기를 띠고 있으며, 국제 학술대회가 열리는 등 국제적인 협력과 교류도 빈번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공간에너지와 무한동력장치를 이야기하면서 빠뜨릴 수 없는 전설적인 한 사람이 있는데, 이들 모두에 앞서서 존재했고 그 누구도 따르기 어려운 업적을 이룬 천재발명가, 니콜라 테슬라(1856∼1943)가 그 사람이다. 안타깝게도 역사는 그의 진가를 올바르게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그것은 니콜라 테슬라가 시대를 너무 앞서 살았던 사람이었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많은 견제를 받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800여 개의 특허를 얻은 니콜라 테슬라는 토마스 에디슨을 사실상 능가하는 발명가였으며, 창의적인 사고력에 있어서도 에디슨을 훨씬 뛰어넘었다. 혹자는 그를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후 최고의 지성이라고까지 격찬하였다. 현재 자기력의 단위로 쓰이고 있는 '테슬라(Tesla)'는 그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며,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교류발전기와 교류모터 등 대부분의 교류시스템 역시 그가 발명한 것이다. 테슬라는 그밖에도 회전자장과 무선전신, 각종 터빈 등을 발명하였다. 테슬라는 또 형광등이 상업적으로 발명되기 40년도 전에 이미 그의 실험실에서 형광램프를 사용하였으며, 여러 박람회나 전시회에서 네온사인의 원형이 되는 장치를 전시 보조용으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또 그는 나이아가라 폭포에 위치한 세계 최초의 수력발전소를 설계하기도 하였고, 역시 세계 최초로 자동차 속도계의 특허를 내기도 하였으며, 또 뉴욕의 메디슨 광장에서 세계 최초로 원격조종 보트를 시연하기도 하였다. 크로아티아에서 태어난 니콜라 테슬라는 한때 에디슨의 조수로 일하기도 하였으나, 성장배경이나 사고방식 등이 모두 달라 곧 결별하고 독자적인 연구소를 운영하였다. 1884년 테슬라가 미국으로 건너가 에디슨의 조수가 되었을 때, 에디슨은 이제 막 전구를 발명하였기 때문에 전기를 보급해줄 시스템이 필요했다. 에디슨이 발명한 직류 시스템은 문제가 많았지만, 이 개발에 워낙 많은 돈을 들인 탓에 에디슨은 테슬라의 교류 시스템이 송전 시스템으로 채택되지 못하도록 계속 비난을 가하였다. 테슬라는 1885년에 다상 교류발전기와 변압기, 모터 등의 권리를 조지 웨스팅하우스사에게 팔았다. 나중에 교류가 송전 시스템으로 채택되고, 웨스팅하우스사가 테슬라에게 지급해야 할 로얄티가 백만불을 넘어서기 시작할 즈음 웨스팅하우스사는 재정적 위기를 맞게 되었는데, 테슬라는 교류전기를 전세계에 보급하고자 하는 마음만으로 웨스팅하우스사와의 계약서를 스스로 파기하였다. 결과적으로 단 216,600 달러에 그의 모든 권리를 웨스팅하우스사에 넘기는 꼴이 되고 만 것이다. 테슬라는 무선으로 전세계에 전력을 공짜로 송신하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1900년에 금융가인 모건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롱아일랜드에 무선 방송탑을 착공하였는데, 이 방송탑은 전세계를 상대로 전화와 전신서비스, 사진, 증권정보, 기상정보 등을 보내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후원자 모건은 프리에너지를 전세계에 무상으로 공급하려는 테슬라의 숨은 의도를 알아차리고 재정지원을 중단하였다. 이 탑에 관한 또 다른 설로는, 제1차 세계대전 중에 미국정부가 독일 U-보트의 공격목표를 알려주는 표적이 될 것을 두려워하여 파괴하였다고 한다. 어쨌든 사람들은 그를 미쳤다고 생각했다. 소리와 영상, 전기를 무선으로 보낸다는 건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이야기였던 것이다. 사실 테슬라는 마르코니가 무선을 발명하기 약 10년 전에 이미 그 원리를 시연해 보였던 것인데, 결국 테슬라가 죽던 1943년에 미국 대법원도 테슬라의 우선권을 인정해 주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문헌들에선 아직도 테슬라를 무선의 발명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마르코니의 발명은 그나마도 소리는커녕, 신호만을 전달하는 수준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밖에도 니콜라 테슬라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지구를 도체 또는 전기적인 소리굽쇠로 사용하여 정상파(terrestrial stationary wave)를 만들어내고, 200개의 전등을 40km 떨어진 곳에서 전선도 없이 불을 밝혔으며, 41m 섬광의 인공번개를 만들기도 하였다. 그러나 기존의 지식 체계를 뒤흔드는 테슬라의 작업들은 큰 장애에 부딪치게 되었으며, 재정지원의 중단과 방해 등으로 많은 아이디어들을 실행해보지도 못하고 가난 속에서 말년을 보내야 했다. 그의 명성과 이름도 너무 쉽게 잊혀져갔다. 니콜라 테슬라는 1891년에 테슬라 코일을 발명하였다. 테슬라 코일은 무선기술에 널리 쓰이는 유도코일로서, 저전압을 고전압으로 바꾸는 변압기의 일종이다. 그러나 철심을 사용하는 교류 변압기와는 달리 철심이 없는 비자성체의 원통에 1차 코일과 2차 코일을 감은 것으로, 1차 코일회로에 불꽃 방전 장치가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테슬라 코일은 공간에너지를 연구하는 학자들에 의해 널리 활용되고 있는 장치들 중 하나로, 이 고압 발생 장치에서 종종 입력보다 출력이 높은 초효율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온 핵융합 과정과 무한동력장치에 유입된다고 가정되는 공간에너지. 그 공간에너지는 보통 우리가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다고 믿는, 바로 그 공간에서 나왔다는 것이 공간에너지를 옹호하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이런 생각은 얼핏 황당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사실 공간은 에너지로 꽉 차 있는 에너지의 보고(寶庫)라는 것이 20세기 과학의 결론이다. 다만 그 에너지는 완전한 평형상태에 놓여 있어서 제로의 에너지 상태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따라서 우리는 결코 그것을 사용하기 위해 접근할 수 없다. 그래서 공간에너지를 영점에너지(Zero Point Energy)라고도 하는 것이다. 무한동력장치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연구는, 이 영점에너지를 어떻게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끄집어낼 수 있는가에 초점이 모아져 있다. 공간 또는 진공에 대한 물리학적이고 신비학적인 본질은 앞으로 차차 살펴보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미지의 에너지가 상온 핵융합이나 원소 변환과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혹시 엘릭시르나 현자의 돌도 이런 에너지를 통해 생체에 활기를 넣어주는 것은 아닐까?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공짜로 에너지를 뽑아 쓰려는 사람들! 이들은 금이나 영생불사약을 만드려는 연금술사도 아니고 또 그렇게 불린 적도 없지만, 나는 이들이 상온핵융합을 연구하는 과학자들과 함께 또 다른 의미의 연금술사들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
첫댓글 좋은 정보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