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
김진희 안골교회 목사
남편이 두 번째 뇌출혈로 쓰러진 지 5년이 되었다. 몸의 중심을 관장하는 소뇌와 뇌간 동시 출혈로 남편은 결국 걷지 못하는 중증외상환자가 되었고, 후유증으로 청력까지 잃었다. 또한 26살에 온 첫 번째 뇌출혈 때는 통증이 없었는데 이번엔 손발의 극심한 통증에 이명까지 겹쳐 병원에서 퇴원한 후 한동안 고통을 이기지 못해 안락사를 시켜달라고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그러나 통증을 줄이기 위해 부단히 알아보면서 약을 지속적으로 바꾸고, 재활을 위해 꾸준하게 노력한 결과 5년이 지난 지금은 몸에 근육이 많이 생겨 기둥을 붙잡고 10초 정도 서 있을 수 있을 정도까지 좋아졌다.
여전히 통증은 독한 진통제로 다스리고 있지만 식사도 잘하고 혈압도, 혈당도 정상인데다 욕창도 없고 변비도 없을 정도로 몸 상태가 좋다. 방문 간호사들이 와서는 깜짝 놀라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고 감탄한다. 요양등급 1급인 환자가 집에 있는 경우도 드물지만 이렇게 좋은 상태는 더더욱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지난 5년 동안 매일매일이 살얼음을 걷는 느낌이었다. 늘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많았다. 의료상식이 전무한 내가 아무런 대책도 없는데 집에 가고 싶다고 하여 퇴원한 남편을 혼자 돌보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나에게 해당되는 말이었다. 심지어 휠체어 바퀴에 바람을 넣어야 하는 것조차 몰랐다. 휠체어를 살 때 가게 사장은 파는 데만 열을 올렸을 뿐 주의사항에 대해서는 일언반구가 없었다. 그래서 병원에 갔다가 갑자기 휠체어 바퀴 한쪽이 주저앉는 바람에 남편은 그대로 옆으로 쓰러져 이마를 여덟 바늘 꿰매기도 했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환자지만 기골이 장대한 탓에 혼자 목욕시키는 때가 가장 무섭고 두려웠던 기억이 난다. 혹시 혼자 씻기다 낙상이라도 당할까봐…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새벽 2시고 4시고 시도 때도 없이 간지럽다고 씻겨 달라는 남편과 얼마나 실랑이를 벌였는지 모른다. 지금은 내가 자발적으로 매일 목욕을 시킬 정도로 익숙해졌다. 시간이 약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봉쇄수도원에 산다고 말한다. 남편이 쓰러지기 전 했던 모든 대외 활동들은 중단되었고 나는 환자 돌보느라 거의 집 밖을 나가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고 했던가. 매일 머무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전에는 보지 못했던, 아니면 봤어도 여력이 없었던 곳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이 남편을 이해하는 지평이든, 정리되지 않던 교회 창고든, 미처 손쓰지 못했던 마당이든 나의 손길이 닿기 시작하면서 달라지고 있다. 그러면서 여전히 모든 것은 완벽하다고 느낀다. 그분이 완벽하시므로.….
김진희 목사는 20년째, 충남 예산 깡시골에 살면서 안골교회를 섬기고 있다. 5년 전 두 번째 뇌출혈로 걷지 못하는 남편을 돌보면서 한 사람이 가지는 특수성이 곧 인류라는 보편성으로의 확대를 경험한다. 기후위기 시대 환경 회복을 고민하며, 시골교회는 지역사회의 영적 센터인 동시에 대도시에 사는 현대인들에게 치유와 회복의 장이 될 것이라는 소망과 비전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