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글은 지난 3월 6일 안동에서 실시한 <3월 웰빙교양강의> 서브주제의 강의내용입니다.
20240308/최익제(敎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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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른 하늘 날벼락
일찍이 사람 목숨이 하늘에 달렸다는 ‘인명재천(人命在天)’이 이후 교통사고로 사망자가 늘어나자 사람 목숨은 자동차에 달렸다는 ‘인명재차(人命在車)’라는 말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요즈음에는 ‘인명재화물차(人命在貨物車)’라는 말로 다시 바뀌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하루하루를 살다 보니 어느덧 비명횡사(非命橫死)가 그리 대단한 뉴스거리가 아닌 세상이 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 시간은 1980년대 서울 올림픽 대로에서 일어난 어느 부부의 교통사고 얘기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날 차를 몰던 남편이 갑자기 ‘쾅’하는 소리에 놀라 급히 갓길에 차를 세웠습니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옆자리에 탄 아내가 숨져있었습니다. 앞서 달리던 화물차 바퀴에서 튀어나온 돌이 차 유리를 뚫고 아내를 친 것입니다. 뒤로 튀어나온 돌의 속도와 뒤따르던 차량의 속도까지 더해져 끔찍한 사고가 난 것입니다. 마른 하늘 날벼락이었습니다.
저 역시 3년 전 비슷한 경우를 경험했습니다. 영동고속도로 신갈 인터체인지를 막 지나는데 차창에서 ‘땅’하는 소리가 나더니 조수석 앞 유리가 갈라지고 구멍이 나면서 유리 파편이 쏟아진 것입니다. 저는 그때 어디 사격장 유탄이 날아온 줄 알았습니다. 나중에 살펴보니 앞에 가던 화물차 바퀴에서 튕겨져 나온 뭔지도 모르는 물체가 조수석 앞 유리 모서리와 차체를 함께 들이치고 튕겨나간 것입니다. 만약 그날 물체가 날아온 각도가 약간만 우측으로 기울었다면 옆자리의 아내가 어떻게 되었을지 지금도 모골이 송연합니다. 이런 날벼락이 화물차 주변엔 늘 상존합니다. 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에서 수거한 낙하물이 연간 20만~30만 건이라고 하는데 차량 부품, 합판에다 가끔은 싣고가던 돼지도 떨어진다고 합니다. 시속 80km만 넘어도 전방 화물차에서 떨어져 느닷없이 날아오는 작은 물건은 뒤따르는 차량에게는 치명적인 흉기가 됩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고속도로에서 적재물이 떨어져 발생하는 사고로 숨질 확률은 28.5%, 전체 교통사고 치사율의 2배라고 합니다.
화물차에서는 어마어마한 흉기도 떨어집니다. 3년 전에는 고속도로를 달리던 화물차에서 1.3톤짜리 강철코일이 굴러떨어져 일가족 4명이 탄 승용차를 덮쳐 어린 딸이 숨지고 어머니가 크게 다친 사고가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싣고가던 철판이 떨어져 뒤차를 덮치는 바람에 차에 탄 사람이 모두 사망하는 끔찍한 사고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중부고속도로를 달리던 화물차에서 아스팔트를 다지는 10톤짜리 롤러 차가 굴러떨어져 뒤따르던 차들이 서로 피하다가 부딪치면서 1명 사망, 3명 부상의 사고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며칠 전에는 경부고속도로 안성부근에서 화물차에서 빠진 바퀴가 반대차선 관광버스를 덮쳐 2명이 숨지고 13명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빠진 바퀴가 길 건너를 달리는 버스 앞 유리를 뚫고 지나가 중간 통로에서 겨우 멈췄다고 합니다. 화물차 바퀴 무게가 100kg 안팎인데 차량 속도까지 더해져 충격이 컸던 것입니다. 또 2018년에는 고속도로를 달리던 화물차에서 예비타이어가 떨어져 뒤따르던 승용차 등 4대와 충돌해 1명이 숨지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이런 사례를 들자면 부지기수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화물차는 ‘도로 위의 흉기’라고 부릅니다. 안전 점검이나 적재 불량을 제대로 단속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적재만 해도 현행법은 ‘화물에 덮개를 씌우거나 묶는 등 확실하게 고정해야 한다.’라고 되어있을 뿐 구체적 기준이 없습니다. 선진국에서는 낙하물 사고를 막기 위해 컨테이너 형식의 화물차만 고속도로를 주행하게 한다고 합니다. 단속도 당연히 강화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화물차주들의 책임지는 자세, 즉 수시로 바퀴 나사를 조이고 묶은 끈도 다시 조이는 등 안전의식의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고속도로 통행이 일상이 된 오늘날 소중한 생명들이 그 무시 무기한 흉기들과 함께 도로를 달려야 한다는 현실이 끔찍할 뿐입니다. 그럼 화물차들이 공포의 대상으로 남아 있는 이 나라에서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지는 뭘까요? 당연한 얘기지만 운전대를 잡으면 그런 흉기와 맞설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물론 늘 그렇게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긴 합니다. 하지만 고속도로든 어디든 화물차 뒤는 따라가지 않는 철저한 운전 습관만이 마른하늘 날벼락을 피하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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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줌의 가치 -소변은 단순한 배설물이 아니다.-
우리 몸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세포가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물과 영양분을 섭취해야 합니다. 세포에 필요한 물질을 세포 사이사이 뻗어있는 가느다란 모세혈관들이 전달해 줍니다. 세포가 에너지를 만들고 난 다음에는 자연스레 노폐물이 남습니다. 이것을 이번에는 또 다른 모세혈관이 운반해서 배설물의 형태로 몸 밖으로 내보내는 것입니다. 이것을 우리는 신진대사(metabolism)라고 합니다. 소변은 대표적인 배설물입니다. 신장에서 모세혈관을 통해 모인 노폐물을 걸러서 방광에 모았다가 액체 형태로 내보내는 배설물입니다. 건강한 사람은 하루 1~1,5리터 정도 배출하는데 한번 배출하는 양은 약 300ml 정도입니다. 만약 통증을 참을 수 있다면 방광에 저장할 수 있는 양은 700ml까지 가능합니다.
소변의 색깔은 늘 눈여겨 살펴야 하는 바이오마커(Biomarker)커입니다. 즉 물을 많이 마셨을 때는 옅은 노랑색이고 물을 적게 마셨을 때는 맥주와 비슷한 황갈색입니다. 이런 색깔을 내는 것이 바로 ‘유로빌린(urobilin)’이라고 부르는 색소입니다. 지금까지는 이 색소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었고 다만 노란색 유로빌린은 적혈구가 분해될 때 생기는 부산물로만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4일, 미국 메릴랜드 대학 연구진이 처음으로 그 비밀을 밝혀냈습니다. 적혈구는 혈액에 있는 붉은 세포로서 산소를 운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적혈구의 수명은 6개월 정도인데 수명을 다하면 분해되어 주황색을 띠는 ‘빌리루빈(bilirubin)’이라는 물질로 변합니다.
빌리루빈은 장을 통해 몸 밖으로 배설됩니다. 연구팀은 빌리루빈이 장을 지나갈 때 미생물들이 만들어 내는 ‘빌리루겐 환원효소’라는 것을 주목했습니다. 이 물질은 빌리루빈을 ‘유로빌리루겐’으로 바꾸는 성질이 있는데 이 ‘유로빌리루겐’이 시간이 흐르면서 노란 색소인 ‘유로빌린’으로 바뀐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소변의 노란색은 우리 몸에서 만드는 물질이 아니라 장 속에 공생하는 미생물이 만들어 낸다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이 미생물이 만들어 내는 ‘빌리루겐 환원효소’가 단순히 소변색을 노란색으로만 만드는 역할만 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색소관련 질병과도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신생아나 염증성 장 질환 환자는 빌리루겐 환원효소가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 가운데는 피부가 노래지는 황달이나 색소성 담석 등을 앓는 경우가 많은데 빌리루겐 환원효소로 이런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입니다.
또 소변검사, 즉 소변에 녹아있는 성분을 분석하면 우리 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소변에서 백혈구나 포도당, 케톤, 단백질, 잠혈같은 수치를 확인하면 어떤 질병이 있는지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약 등 약물복용도 소변검사로 알아냅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소변에는 앞에서 말한 적혈구 부산물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소변은 90% 이상 물로 이루어져 있지만 세포에서 이루어진 여러 신진대사의 부산물도 녹아있습니다. 우리 몸에 들어 온 음식물은 흡수하기 쉬운 형태로 분해되어 각 기관에 흡수되었다가 배출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물질로 바뀝니다. 이런 결과물을 ‘대사산물’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먹는 음식물 중 약 3%는 대사산물이 되어 소변으로 배출된다는 것입니다.
소변검사와 관련해 재미있는 연구가 지난 2020년에 나왔습니다. 영국 런던대가 이끄는 국제 공동연구팀이 소변의 대사물질을 분해하면 그 사람이 먹은 음식물을 추측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입니다. 육류를 먹었을 때와 채소를 먹었을 때의 대사산물이 각각 다르게 나타나는데 연구팀은 67가지 영양성분이 46가지 대사산물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소변으로 식단을 분석하는 데는 단 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식이요법이 필요한 대사질환 환자에게 식단을 조언하기가 쉬워지고 환자들은 더 이상 의료진에게 자신의 식단을 속일 수도 없게 된 셈입니다.
또 우리가 소변을 더럽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땀과 성분이 비슷합니다. 단 배출되는 경로만 다를 뿐입니다. 그리고 갓 배출된 소변은 냄새도 안 납니다. 정상적인 소변에서 냄새가 나는 것은 배설 후 시간이 지나면서 발생한 세균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만약 갓 배출한 소변에서 냄새가 심하다면 건강 상태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수분 섭취가 지나치게 적으면 소변의 수분량이 적어지고 각종 단백질과 요산, 요소의 비율이 높아져 냄새가 날 수 있습니다. 방광이나 요도 감염으로 인해 염증이 생겼을 수도 있습니다. 달콤한 냄새는 당뇨병 같은 대사질환을 또 퀴퀴한 냄새는 간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소변에 마치 비누를 섞은 것처럼 거품이 많으면 단백질이 지나치게 많다는 증거입니다. 대부분 고기를 많이 먹었을 때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증상이 반복되면 신장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도 의심해야 합니다. 만약 피가 섞인 소변이 나오면 당연히 병원에 가봐야겠지요. 또 운동을 너무 심하게 했을 때는 근육세포가 파괴되어 ‘미오글로빈’이라는 물질이 소변에 섞여 나오는 관계로 갈색 소변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또 소변이 만약 형광색이라면 전날 비타민을 많은 먹었던 건 아닌지를 의심해야 합니다. 우리 몸은 필요 이상으로 비타민을 먹으면 소변으로 배출하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소변은 단순한 배설물이 아닙니다. 오늘 현재 내 몸 상태를 하루에도 여러 번 가장 정확하게 알려주는 고마운 바이오 마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