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길은 아름다웠다. 고속도로를 따라 끝없이 도열한 침엽수의 열병을 받으며 해를 따라 달렸다. 5~6시간의 거리였지만 니콜은 많은 얘기를 했다. 어렸을 적 처음 간 학교에서 따돌림 당하던 기억과 뒤쳐지는 성적때문에 괴로웠던 시간들. 골프가 좋아서 시작한 게 아니라 장학금을 받고 그녀가 대학에 갈 수 있었던 유일한 길이었던 골프. 그녀는 골프선수가 아니다. 처음부터 직업적인 선수가 꿈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섬세한 티칭프로이고 그녀만큼 디테일한 레슨을 만나보지 못했다.
“남자애들은 10살 이전에 클럽을 잡아야지 그 후에 잡으면 벌써 근육에 힘이 붙어 힘으로 거리를 내려고 하죠. 아직 근육이 붙기 전에 클럽을 잡아야 클럽으로 거리를 내려는 본능을 끌어낼 수 있어요. 데이빗의 스윙은 더 부드러워져야 해요.”
데이빗의 퍼팅에 대한 그녀의 지적은 많은 걸 생각하게 했다. 퍼팅은 두가지 경우뿐이다. 홀에 못미치는 펏, 홀을 지나친 펏. 홀에 들어간 펏도 결국은 홀을 지나친 펏의 부분집합이다. 티칭프로들이 제일 싫어하는 퍼팅이 홀에 못미치는 펏이다. 들어갈 확률이 제로다. 그녀에 의하면 퍼팅은 무조건 홀을 지나쳐야 했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 high miss와 low miss라는 주제가 숨어있었다.
훅이든 슬라이스든 브레이크하는 라인에서 퍼팅은 반드시 하이미스해야 한다. 로우미스는 직선라인의 홀에 못미치는 펏에 해당한다. 들어갈 확률 제로다. 직선라인에서는 홀에 못미치고 말지만 브레이크있는 라인에서는 홀에서 점점 더 멀어지는 부록이 따라온다. 로우미스는 쓰리펏의 결정적인 원인이 되는 것이다.
니콜은 데이빗이 로우미스를 좀더 줄여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stimpmeter 12~13의 PGA 그린 빠르기에서 하이미스하는 건 웬만한 배짱 아니면 어렵다. 스팀미터 12~13이면 한국단위로 대충 3.6~3.9에 해당하는 빠르기다. 4월의 어거스타 내셔널 그린 빠르기가 4.2를 넘는다. 스팀미터 14다. 티칭프로들은 종종 하이미스를 프로라인 로우미스를 아마추어라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동네 골프장이 아닌 투어들의 실전 그린에서 하이미스는 말은 쉽지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둘은 서로를 많이 사랑했다. 데이빗이 겪은 유년기의 상처와 작은 동양 소녀였던 니콜의 외로움은 서로를 이해하는데 좋은 화학반응이었다. 상대를 이해한다는 건 understand 해야 할수 있고 under, stand 란 상대보다 낮은 곳에 서는 것이었다. 둘은 상대보다 낮은 곳에 서려고 노력했다. 니콜은 데이빗과 골프 그리고 골프를 하는 데이빗을 모두 사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