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윷놀이
이영백
윷놀이는 민속놀이 중의 하나다. 널뛰기, 연날리기, 제기차기 등이 있지만 단연 윷놀이는 남녀노소를 물론하고 간단한 규칙만 알면 재미나는 놀이임에 틀림없다. 특히 명절 전후가 되면 집안 대소가나 취객들이 모여 윷놀이에 흠뻑 빠져서 흥겹게 즐기고 놀 수 있는 그 시절의 합동게임이다.
우선 윷말 이름부터 익혀야 한다. 도(돼지)-개(개)-걸(양)-윷(소)-모(말) 등으로 재미나다. 도가 나오면 “도”자리에 말을 놓는다. 윷이나 모가 나면 한 사리가 되어 다시 놀 수 있다. 모가 나오면 “앞여”라 하고 지름길로 들어간다. 모에서 걸 자리가 “방여”가 되어 다시 걸이 나오면 “먹여”가 되어 한 동이 금방에 날 수 있다. 이렇게 말을 잘 쓰면 이길 수 있다. “뒤여”나 “네째”등은 둘러 가야하고 거리가 멀어 오래 걸린다.
취객들과 며느리들(A팀), 아들들과 딸들(B팀)이 각 팀으로 게임이 시작된다. 물론 게임 전에 한 말인 통막걸리 내기와 술안주로 하는 닭잡기 등이 상으로 걸린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둘째형 고운목소리로 육자배기 한 곡을 뽑았다. 여기에 질세라 취객들은 막걸리 한 사발씩 들이부어 마시고 곧장 시작하였다.
윷놀이에서는 말을 아무리 잘 던져도 운용을 잘할 줄 알아야 한다. 욕심내어 단동 말에 두 동, 석 동으로 짐 지우면 무거워진다. 다른 팀에서 단동짜리 말을 쫙 깔아 놓아서 언제인가 잡히고 만다. 말운용을 할 줄 모르는 지는 경우밖에 없다.
흥겹게 떠들며 시끌벅적한 마당에서 멍석은 윷판이 되었다. 공정게임을 위해 배구 네트처럼 새끼로 줄 쳐 놓고 그 위로 윷 던지도록 한다. 밖으로 나가면 꽝이다. 이 규칙에 따라 A팀이 큰 사리가 나오면서 말에 짐을 많이 실어 석 동짜리가 되었다. 그러자 B팀이 윷판에 단일 말을 요소요소에 쫙 깔아서 석 동 말이 오기를 기다리다 그만 석 동짜리 말이 잡히고 말았다. 이를 지켜보던 B팀 전체는 기고만장하게, 얄밉게도 춤을 덩실덩실 추었다. 풀이 죽은 A팀은 말 잘 쓰는 큰 매형을 내세웠다. 그러나 어디 그것이 말처럼 결코 쉽지 아니하다.
A팀은 2차전에 단동 말로 붙여서 “먹여”에 다가가 났다. 총 1:1이 되었다. 게임은 3판 양승으로 결정 나기에 한 판이 남았다. 기어이 A팀이 서둘렀으나 윷에서 개가 나와 둘러가게 되었다. B팀은 도, 개, 개가 나와 모 길인 “앞여”가 되어 지름길을 택하였다. 결과는 뻔하였다. B팀이 이겼다.
지고 난 A팀이 새로운 제안으로 다시 붙었다. 그래 또 앞서 가다가 몰락하고 말았다. 참 이 윷놀이도 마치 인생에서 삶을 살 듯 보여 준 것이다. 윷놀이는 자주하는 것도 아니며, 명절에 잠깐하면서도 절로 흥이 난다. 좋은 민속게임이다.
첫댓글 엽서수필 시대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