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
-강화 제적봉 평화전망대에서
권 규 림(옥희)
물안개가 덮어버린 저 너머 가고 싶은 곳
제비 꼬리 닮은 물길 따라
사랑은 가고 오는 것이라 믿은 막다른 곳
몹쓸 철조망은 바다에서도 가로막아
보이지 않는 실루엣으로라도 찾아보려고
까치발 세운 섬 끝 모서리에 불거진 얼굴 하나
서로가 직선 없이 내려온 임진강과 예성강이
경사진 하류에서 헤어져 다시 만난 사람처럼
안심하고 몸을 섞는 한강 하구
우리도 저 강물처럼 네가 오고 내가 가서
누구 눈치 보지 않는 사랑을 꿈꾸면 안 될까
수압 높은 경계를 뚫고
벌써 첫 번째 철새는 북녘으로 떠나고
만나지 못하는 이별만 그득한 전망대
손 뻗으면 닿을 듯한 바다를 가로질러
눈물 훔쳐 목젖을 떨게 하는 그 얼굴 지워질까
나는 짓무른 눈가를 자꾸 닦는다
더 갈 수 없는 길에 단단한 금 하나로
헤어져 만날 길 없는 사람은 저 건너편에 있고
쓰린 마음만 가지고 있어 늘 숨이 차는 나는
두 번째 떠나는 철새도 따라가지 못한 채
네가 있는 그곳을 눈물에 담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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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2024-36호)편집
문학기행 작품 / 권규림(옥희)/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
신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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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1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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