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가장 민규...
소년소녀가장인 민규(18세·가명)로부터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왔습니다. 23일이 동의대학교 자동차학과 입학등록금 납부마감일이라고 합니다. 한달 전부터 대학입학 등록금 때문에 상담하고 이웃돕기성금 기탁자도 기다려 보았지만 불경기 때문인지 기탁자가 선뜻 나서지 않았습니다. 학교로 연락하여 어렵사리 등록기한을 31일로 연기시켜놓은 상태지요.
소년 가장 민규의 어려움은 살고 있던 전셋집이 경매로 넘어가 전 재산인 전세보증금 3천500만원을 날리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시장에서 봉투를 파시던 아버지는 수입이 적은 탓에 생활비를 카드로 사용했습니다. 빚이 늘면서 부부싸움은 잦아졌고,결국 6년전 이혼을 하고 어머니는 민규를 놔 둔채 집을 나갔습니다. 아버지 남동생과 함께 부자가정으로 보호를 받으며 힘들게 살아왔습니다. 감자 캐는 일을 하러 강원도에 있다며 걱정하지 말라던 아버지는 오징어배를 타면서 어렵게 돈을 벌기도 했고,몸 가눌 방한칸 없이 노숙생활을 하시기도 했습니다. 얼마전 아픈 몸을 끌고 나가신 아버지는 생활고로 자살을 하신 듯,먼 곳에서 익사체로 발견되었습니다.
민규는 올해 고등학교 입학하는 동생과 단 둘만 남게 되어 소년가장이 되었습니다. 할머니도 연로하셔서 삼촌이 모시고 있으며 그동안 돌봐주시던 이모마저 유방암 판정을 받아 수술을 해야 합니다. 민규를 돌봐줄 사람은 지금 아무도 없는 상황입니다.
민규는 실업고에 다니면서도 공부도 곧잘 잘했습니다. 문예반이던 민규는 글짓기대회며 백일장에 출전하여 상이란 상은 휩쓸다시피 했습니다. 어린이대공원에서 주최한 통일백일장 금상,부산자랑 10가지대회 참방,진해백일장 참방,한국문학세상 독도지키기글짓기대회 은상,진해백일장 장려상,동의대백일장 장려상,해양환경보호글짓기대회 장려상 등 올 한해 동안 7개의 상을 타고도 민규는 그저 상복이 많아서라고 겸손하게 웃습니다.
어렵게 살지만 밝은 표정과 건강한 마음을 가진 민규가 350만원의 등록금이 없어서 진학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자동차과로는 제일 좋은 대학에 입학했다며 좋아하던 민규,1학기 등록금만 있으면 열심히 일하면서 공부해 대학을 다니겠다는 그의 야무진 포부가 꺾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민규의 글을 인용하며 앞으로의 나날도 희망적이길 기대해봅니다.
"고통 없이는 꽃을 피울 수 없으며 서러움 없이는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 이것이 괴로움이라고 생각하면 영원히 인생의 꽃은 피우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계기로 한층 성숙하여져서 미래에 성공하여 사회에 봉사하겠습니다."
정은미 부산 부산진구 부암3동사무소 사회복지사. 051-605-4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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