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에서 백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고택이 충북 단양군 북하리로 옮겨진 것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이다. 어떤 이가 무슨 연유로 그리했는지 어렴풋한 이야기만 전해질 뿐, 정작 지금 이 집을 가꾸고 있는 박미숙 씨도 세세한 사정은 잘 알지 못한다. 다만 그녀의 정성 어린 손길이 더해 지금은 멋진 한옥별장, 오래된 정원으로 다시 태어났을 뿐.
2,640여㎡(약 800평)의 널찍한 대지에 안채, 사랑채, 행랑채, 대문, 정자, 협문까지 갖춘 이 한옥은, 어느 양반가의 고택인양 위용을 자랑한다. 박미숙 씨는 이 보물같은 한옥을 임대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더하고, 이제 만인을 위한 한옥별장으로 문을 열었다.
백년된 고택을 임대하기까지
박미숙 씨는 고향인 단양에 들릴 때마다 이 고택을 몰래 훔쳐보곤 했다. 관리 소홀로 점차 폐가로 변해가던 모습이 자신의 일처럼 안타까웠던 찰나, 집을 관리하던 노부부가 자신들을 대신해서 관리해 줄 이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녀는 한걸음에 달려갔다. 그렇게 이태 전, 그녀는 이 한옥의 안주인이 되었다. 보증금 없이 일정한 월세만 내고 임대하는 가벼운 조건이었다. 그 후 혼자 이곳을 가꾸고 꾸미다 보니 지금까지 든 리모델링 비용은 총 2천만원 정도. 몇 억원을 들여 별장을 갖는 것 보다 적은 돈을 들여 고치는 재미까지 누리는 한옥이 더 좋았다. 가끔은 지인들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고 파티를 열곤 했다. 그들 모두 한옥의 매력에 푹 빠져 돌아가는 것을 보고, 그녀는 만인에게 열려있는 한옥펜션을 구상했다. 누구나 하룻밤 가질 수 있는 한옥별장은 그렇게 탄생했다.
↑ 01 패브릭과 고가구로 꾸민 주방.
↑ 02 객실에 고재가구와 이색적인 조명등을 데코해 색다른 멋을 주었다.
↑ 03 대청마루의 미닫이문은 공간을 가변적으로 쓸 수 있게 해 준다.
↑ 03 대청마루의 미닫이문은 공간을 가변적으로 쓸 수 있게 해 준다.
한옥이라고 꼭 한식, 전통 스타일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유럽의 골동품 가구나 앤틱 소품들과 매치해도 독특한 빈티지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한옥을 꾸미는 그녀만의 스타일
집 안 곳곳에 패브릭이며 가구, 소품들의 배치가 핸디코트 벽면을 배경으로 데코 아이디어를 뽐내는데, 이는 오랜 기간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한 그녀의 노하우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20년 전 부터 집 꾸미는 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지금까지 그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한 해에 많은 집들을 맡기보다는 그녀의 취향과 잘 맞는 지인들의 집을 꾸며주며 경력을 쌓았다. 그렇다 보니 벽지, 타일, 스탠드, 가구, 커튼 등의 소품까지 직접 구입하게 되어, 펜션 안의 가구와 소품들은 대부분 그녀의 소장품이다.
"한옥이라고 꼭 한식 스타일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의외로 골동품 같은 옛 고가구들이 빈티지와도 잘 어울리죠. 내 집과 조화를 이루고 내 스타일에 맞춰서 개성 있는 공간연출에 도전해 보세요."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기성품보다 유행을 타지 않는 나만의 것이 싫증나지 않고 오래가는 인테리어 비결이라고 귀띔한다. 인테리어에 자신이 없는 초보라면 색상이나 디자인 중 한가지라도 통일해 산만하지 않은 스타일링을 하라고 덧붙인다.
자연을 좋아만 했지 가꿀 줄도, 귀한 줄도 모르다가 이곳에 살면서 그 가치를 조금씩 깨닫고 있다는 그녀. 아울러 한옥생활을 통해 비움의 미학까지 터득하고 있는 요즘이다.
Tip 박미숙 씨가 반한 한옥의 백미, 창호
안채의 널찍한 대청에는 좌식으로 차 테이블을 놓아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길게 마련된 툇마루가 방 간 이동을 자유롭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미닫이창을 안팎으로 달아주니 실내로 활용하기 충분하다. 이런 창호의 기능적인 역할 외에도 창과 문은 액자가 되어 집 안으로 다양한 풍경을 끌어들인다. 한옥의 창문은 열리는 정도나 방향, 방식에 따라 같은 경치도 전혀 다르게 보인다. 박미숙 씨는 어지러운 마음을 가다듬거나 소소한 감상에 빠지고 싶을 때는 가만히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곤 한다. "북적이는 도시에서 벗어나 한적한 한옥의 정서를 맘껏 담아가셨으면 좋겠어요. 창호는 그런 여유로움을 제대로 전달해주니 다른 펜션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한옥 펜션의 가장 큰 볼거리이자 자랑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