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초기 왕성(王城)으로 알려진 서울 풍납토성에서 처음으로 해자(垓子)가 확인됐다.
해자는 성벽 주위를 둘러싼 인공의 고랑이나 자연 하천을 통해 적의 접근을 막는 방어 시설이다.
이번 '해자 발견'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와 더불어 풍납토성 발굴 배경·논란 등을 정리해봤다.
1963년 사적지로 지정된 높이 11m, 둘레 3.7㎞의 풍납토성은 1990년대 말 아파트 공사 도중 토기 조각 등 백제 유물이 무더기로 발견되면서 백제 초기 왕성터라는 설이 제기돼 본격적 보존·발굴 사업이 추진됐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왕성이었다는 결정적 증거는 나오지 않아 해당 지역 개발 제한으로 주민 재산권만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처음으로 해자(垓子)가 확인됐다. '해자가 확인됐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해자(垓子) 확인의 의미
백제 초기 왕성(王城)으로 알려진 서울 풍납토성에서 처음으로 해자(垓子)가 확인됐다. 해자는 성벽 주위를 둘러싼 인공의 고랑이나 자연 하천을 통해 적의 접근을 막는 방어 시설이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최맹식)는 서울 송파구 풍납동 풍납토성 동쪽 성벽 외곽 절개 조사에서 그동안 추정으로만 알려진 해자를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발굴된 해자는 경사가 완만한 성벽 몸체 아랫부분에 역사다리꼴로 조성됐다. 상부 폭 13.8m, 하부 폭 5.3m, 깊이 2.3m이며 바닥은 퇴적층인 자갈층까지 이어지고 있다. 성 외벽 하부에는 동서 길이 10m 정도로 뻘층이 형성돼 있다. 연구소는 "이 뻘층은 이른 단계의 해자 또는 성 외벽의 토대로 추정된다. 뻘층 내부와 그 윗면에서 3세기 후반~4세기 초 토기 등이 출토되고 있어 풍납토성의 구조와 축조 시기를 밝힐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번 조사는 풍납토성 성벽과 해자의 성격을 규명하기 위해 진행됐다. 2011년 동쪽 성벽 절개 조사 중 그 외곽에서 콘크리트 구조물과 폐기물이 발견돼 중단됐다가 올해 5월 재개됐다. 최병현 숭실대 명예교수는 "성벽 바깥으로 해자를 둘렀다는 건 그만큼 풍납토성이 거대 왕성이었다는 증거이자 백제의 토목 기술을 다시 확인한 것"이라고 했다.
Ⅰ. 2조원에 달하는 재원 마련과 주민 보상 문제
사실 풍납토성 일대 복원 계획은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1993년부터 추진했던 것이다. 하지만 2조원에 달하는 재원 마련과, 주민 보상문제 등이 문제로 떠오르면서 사업의 타당성 논란이 지속됐다. 풍납토성 일대 복원 계획은 4개 권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문화재청과 서울시 의견이 갈린 곳은 2권역과 3권역이다. 문화재청은 왕실 터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2권역만 발굴하자는 입장이다. 2권역 주민들에게는 보상 후 발굴을 진행하되, 3권역에선 주민들의 개발을 허용해 보상비를 줄이자는 것이다. 이 경우 보상비는 8000억원까지 줄어든다는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하지만 서울시 측은 2, 3권역 주민들에게 모두 조기 보상을 진행한 뒤 발굴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보상 권역을 축소해도 큰 효과가 없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도 어려워진다는 이유에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정 힘들다면 시민기금과 채권을 발행해서라도 (복원사업을) 추진해야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Ⅱ. 백제 왕성(王城) 논란 큰데도 풍납토성의 '세계유산' 추진
지난 7월 공주·부여·익산의 백제 유적 8곳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자, 서울시가 송파구 풍납토성도 세계유산으로 확장 등재하는 방안 추진에 나섰다. 하지만 풍납토성이 초기 한성(漢城) 백제 시기(기원전 18년~기원후 475년)의 왕성(王城)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어, 주민 이주와 발굴 등에 2조원 정도 드는 '풍납토성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풍납토성이 왕성이 맞는지를 두고 전문가들의 입장도 나뉜다. 박순발 충남대 교수 등 '백제왕성설(說)'을 지지하는 이들은 "백제 왕궁에서 사용했던 기와 등 유물이 풍납토성 내에서 다량 발굴됐다"며 "백제 왕성이 분명한 풍납토성에 대한 발굴 조사가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희진 역사문화연구소장 등 반대 측은 "삼국시대 대부분 왕성 규모가 수백만평에 달하는데, 겨우 20만평에 불과한 풍납토성을 왕성이라 보는 것은 근거가 희박하다"며 "군사적 방어를 위해 지어진 성을 무리하게 왕성으로 과장해 발굴을 핑계로 풍납동 주민들 재산권만 침해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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