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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주의 변천사
-자본주의 4.0, 5.0 ◇◇
“사회주의는 지구를 구하는 길이고 자본주의는 지옥으로 가는 길이다. 우리 모두 힘을 합하여 자본주의와 싸우자.”
-우고 차베스, 전 베네스웰라 대통령, 2009년 12월 유엔 연설에서.
“자본주의는 고장 났다.”
-앨런 마스,『왜 사회주의인가』의 저자.
마르크스 이래 수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의 멸망을 예언했지만 자본주의는 오히려 더 번성하고 있다.
사회주의가 지구를 구하는 길이라고 호언장담했던 차베스의 베네스웰라는 퍼주기식 포퓰리즘과 산업 국유화로 인해 나라가 거덜나서, 내란 아닌 상태에서 인구 3000만 명 중 난민이 560만 명이고 나머지는 식량을 찾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다.
한편 ‘지옥으로 가는 자본주의,’ ‘고장 났다’는 자본주의는 지금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2009년 리만 브라더의 금융 위기를 몇 년 만에 극복한 세계 자본주의는 지금 코로나 19 팬데믹 말기의 수요 증가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일시적 고물가와 경기침체로 힘들어하지만 이 또한 극복해 낼 것이다.
더군다나 불과 40년 전만 해도 세계 최빈국이던 중공은 국가주도의 수출지향형 자본주의를 도입하여 이제는 G2가 되어 미국과 경제, 기술 및 군사 패권을 겨루고 있다.
자본주의는 수많은 위기를 융통성 있고 탄력있게 거치면서 오히려 더 단단해지고 있다.
역설적으로 자본주의를 다방면으로 공격했던 마르크스 덕분에 자본주의는, 비 온 후 땅이 더 굳어지고, 아이들이 아픔을 겪은 후 더욱 잘 자라듯, 성장통을 겪으면서 더욱 더 건실해지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나 쿠바처럼 자본주의의 멸망을 예언했던 대부분의 사회주의 국가들은 정치적 억압과 경제적 빈곤으로 지금도 인간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
◇ 자본주의 4.0
아나톨 칼레츠키는『자본주의 4.0』에서 자본주의 변천사를 시대적 특징에 따라 자본주의 1.0, 2.0. 3.0, 4.0으로 분류한다.
1930년 대 대공황기 이전의 세계 자본주의는 시장이 주도하는 자유방임주의(자본주의 1.0)였다.
이후 대공황을 맞이하면서 정부가 재정청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수정자본주의'(자본주의 2.0)로 이동했다.
수정자본주의 시대의 정부는 경기가 과열되면 긴축재정을, 경기가 침체되면 확장정책을 쓰면서 경기의 완급을 조종했다. 이렇게 하면서 시장이 정상적인 궤도로 돌아가는 이른바 ‘자본주의 황금기’를 한동안 구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 말 원유가격이 6배까지 급등해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는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전 세계를 덮쳤다.
시장의 수요공급 원칙이 무너지면서 수요조절 중심의 정부 주도 자본주의는 한계를 드러내어 무너졌다.
이후 경쟁을 통해 생산원가를 절감하고 경쟁력이 있는 제품이 시장을 지배하도록 하는, 즉 자유시장의 절대 우위를 주장하는 '신자유주의'(자본주의 3.0)가 득세했다.
신자유주의는 1980~90년대 사상 최대의 경제적 풍요를 가져왔지만 개인 간, 국가 간 빈부격차의 심화와 비생산적인 금융자본의 확대, 이로 인한 버블(거품) 확산 등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결국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으며 한계와 모순을 극명하게 드러내었고 자본주의의 새로운 단계-자본주의 4.0-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전세계에서 일어났다.
이렇게 보면 신자유주의를 대체할 새로운 단계의 자본주의는 정부 주도가 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정부 주도의 수정자본주의에 자리를 넘겨줬던 자유방임주의와 신자유주의는 모두 시장의 절대 우위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대안으로 등장하는 1930년 대나 2008년 이후의 자본주의가 똑같이 정부주도형이 될 수는 없다.
자본주의 진화가 시장주도와 정부주도의 주고받기식으로 전개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자본주의 4.0은 정부주도의 수정자본주의와는 작동원리가 다르다.
새로운 단계의 자본주의는 정부와 시장, 어느 한쪽의 주도권을 쉽게 인정할 만큼 작동원리가 단순하지 않으며 서로의 상호작용이 복잡한 양상을 띨 수밖에 없다.
정부와 시장 모두 완벽할 수 없고 어느 한쪽에만 의지할 수 없다는 게 자본주의 4.0의 이론적 배경이다.
그러므로 자본주의 4.0의 경제 시스템은 시장과 정부의 좀 더 진화된 상호작용을 요구한다.
인간이 만들었다면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라는 자유시장경제의 장점을 살리고, 자유시장경제가 갖는 탐욕과 과다의 부작용을 절묘하게 제어하는 스마트한 정책이 효율적으로 결합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김덕한은『자본주의 4.0』에서 한국에 자본주의 4.0이 필요한 이유는 한국이 세계적인 경제 우등생이지만, 동시에 대기업의 위주의 성장과 종속된 중소기업의 열악한 처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대우 차이 등으로 인한 빈부격차와 사회갈등이 심하므로 이제는 성장 보다 분배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 4.0은 자유시장 경제의 장점이 발휘되도록 시장의 힘을 존중하되, 시장의 단점을 제어해 자본주의의 긍정적 역할이 제대로 발현될 수 있도록 하자는 ‘따뜻한 자본주의’, 모두가 ‘행복한 자본주의’다.
◇ '정부'와 '자본주의'와의 관계
자본주의가 달리는 자동차라면 정부는 도로관리소라 할 수 있다.
차량은 많은데 정부가 도로 차선수를 통제하고 속도를 제한하면 자동차는 그에 맞추어 천천히 달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도로관리소가 차량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모든 차선을 개방하고 속도 제한도 높였다고 하자. 차들은 신나게 달릴 것이고 사고도 많이 날 것이다.
자본주의는 정부의 개입 여부에 따라 저속으로 숨통이 막힐 수도 있고 과속으로 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정부가 경기를 조절하기 위해 금리를 낮추거나 높이는 일, 규제를 강화하거나 완화할 경우, 자본주의란 자동차는 그에 맞추어 적응하다 보니 때로는 진행(경기)이 위축되기도 하고 활성화되기도 한다.
2008년 미국 금융사태는 뜨거운 부동산 열기와 정부의 지나친 규제완화와 저금리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미국 정부는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자 주택담보대출(모기지. mortgage) 비율을 100퍼센트 이상으로 올렸다.
의회는 의회 대로 무주택자를 위해 모기지 대출 비율을 올리고 이자를 낮추라고 촉구했다. 그래서인지 심지어 주택 구매자에게 주택구매비용을 100퍼센트 대출해주고 용돈까지 얹어 주었다고 한다.
때마침 클린턴 정부는 일반은행이 증권도 거래할 수 있게 규제를 완화했다.
이에 수학 천재들은 모기지 채권을 담보로 한 파생 상품을 만들어서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였다. 월스트리트 최고의 호황을 맞이했다.
그러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다. 경기가 과열되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미국의 '중앙은행')가 갑자기 이자를 1퍼센트에서 5퍼센트로 올리니까, 부동산 가격은 급락하고 경기가 나빠지면서 모기지를 제때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기 시작했다.
최초의 문제는 파생상품을 가장 많이 판매한 리만 브라더스가 부도 내기 시작했고, 도미노 현상처럼 월가의 대형 투자회사들과 은행들 및 대기업까지 파산이 임박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한국의 IMF 당시처럼 거대 구제금융을 긴급 수혈하여 미국 경제는 몇 년 후 정상으로 돌아왔다.
자본주의 비판자들은 때를 만난 것처럼, '자본주의는 망했다', '자본주의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면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맹비난을 쏟아냈다.
사태의 중심에 있었던 투자 회사의 한 중역은 이렇게 말했다.
"난 단지 (주어진 환경에서) 열심히 일 했을 뿐이다."
메뉴는 정부가 정해 주고 요리사(금융가들)은 그에 맞추어 열심히 요리하여 판매했을 뿐인데 비난은 자본주의와 금융가들이 모두 받은 셈이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방만한 정책을 비난한 자들은 거의 없었다. 반자본주의 좌파들이 언론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극적 금융 사태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보상금을 챙긴 금융가들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만 크게 들릴 뿐이었다.
문재인 전 정부의 급격한 최저 임금 인상, 일률적 주 52시간 근무제, 소득주도 성장, 부동산 3대 악법 등이 차선을 통제하는 수단이었다.
이재명의 루즈벨트식 뉴딜 정책 지지는 1930년대 미국 공황 당시와 현재의 한국 상황을 동일하게 보는 착시현상에서 나온 발언이다.
현재 한국에서 공황으로 인해 기업은 파산하고 실업자가 속출하는가? 예금인출 사태가 벌어져서 은행이 망하고 있는가?
루즈벨트의 뉴딜정책은 그러한 상황을 치유한 극약처방이지 현재의 한국과 같은 경제상황에 어울리는 처방이 아니다.
현재 한국은 코로나 19 팬데믹 말기로 인한 수요증대, 러∙우전쟁으로 인한 석유값 폭등과 자원부족으로 인해 물가는 올라가면서 경기는 침체되어 1970~80년대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 상태가 예상되고 있다. 한국은 3고-물가∙이자∙환율-시대에 이미 들어서 있다
세계가 7080년대에 채택한 처방은 반자본주의자들이 '신자유주의'라고 부른 미국의 공급확대와 영국의 민영화 정책이다. 이재명이 말한 정부개입의 뉴딜정책과는 정반대의 자유주의 정책이 필요한 때다.
◇ 자본주의 5.0
조동성 교수는 『자본주의 5.0』에서, 자본주의 4.0이 ‘월 스트리트를 점령하라’라면서 '최상위 1%의 탐욕이 나머지 99%에 돌아갔다. 우리가 99퍼센트다'는 운동을 야기시켰지만, 불과 몇 년 만에 사그라진 이유는 경제학적 이론이 충분하게 뒷받침되기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보다 성숙한 자본주의 5.0을 제시한다.
조동성은 한국 재벌그룹이 경제적 효율성은 달성했지만 사회적 형평성은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는 인식 하에 해결책을 생각했다.
한 가지는 '형평성' 보다 '효율성'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재벌의 사회적 문제점은 점진적으로 해결하자는 방안이다.
다른 하나는 '효율성' 보다 '형평성'에 더 큰 비중을 두고 문제점을 야기한 재벌을 없애거나 근본적으로 구조를 바꾸자는 제안이다.
한국에서는 전자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수 또는 우파라 부르고 후자를 진보 또는 좌파라 부른다.
그런데 N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N개의 정책수단이 필요하다는 '텐베르헨 법칙'(Tinbergen Rule)에 의할 때, 그 답은 보수도 아니고 진보도 아닌 새로운 해답이 나온다.
즉 창업자와 그 가족으로 구성된 ‘재벌’과 ‘재벌그룹’을 분리하는 것이다.
그 다음 재벌그룹이 '유치산업'이나 '골목상권'에 손을 대지 말게 하고 잘 하는 분야는 적극 지원하자는 것이다.
- 공유가치창출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재벌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고민하다가 만난 해법이 바로 피터 드러커와 마이클 포터가 제시한 '공유가치창출'이다.
그러나 조동성은 공유가치창출의 주체로 대기업을 내세운 마이클 포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대기업은 자본주의 3.0에서 보인대로 이기적 행태로 인해 자본주의 3.0을 파탄으로 몰아갔기 때문이다.
'공유가치창출'(Creating Shared Value, CSV) 은 원래 '기업의 사회적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개념이다.
CSR은 기업이 기부를 통해 외부의 단체에 자선활동을 하거나 기업 내에 자선활동부서를 만들어 직접 자선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 공유가치 창출과 가성비: '탐즈 슈즈'와 '애플'
200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창업된 '탐즈슈즈'(Tom’s Shoes)는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강조하는 자본주의 4.0의 대표적 기업이다.
창업주인 블레이크 마이코스키는 남미 아르헨티나를 여행 중 신발을 신을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한 아이들을 보고 신발회사를 설립하여 '1+1 판매전략'을 도입했다.
소비자가 신발을 한 컬레 사면 다른 한 컬레를 가난한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지급했다.
이 전략이 주효하여 초기에는 200컬레를 목표로 했지만 2018년에는 70개국의 아이들에게 8800만 컬레의 신발을 무료로 제공했다.
이후 신발뿐만 아니라 안경, 가방 등 다른 사업에도 뛰어들어 약자 돕기와 빈곤 퇴치에 앞장섰다.
2015년에는 기업의 사회적책임과 관련한 소비자 조사에서 적십자, 그린피스 등을 제치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3~4년전부터 탐즈슈즈는 '착한 기업'으로서의 한계에 부딪혔다.
상품의 질이나 서비스, 디자인 등의 측면에서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못한 채 '착한 패션', '착한 소비'를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최근 실적 부진과 신용등급 하락 등으로 파산 소문까지 들려왔던 탐즈슈즈는 다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창업자인 마이코스키가 물러난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스타벅스와 티모빌 등에서 경력을 쌓은 짐 에일링이 영입됐다.
짐 에일링은 지금까지 탐스슈즈의 차별화에 실패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수익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소비자들은 기업에게 사회적책임을 요구하지만 그것은 기업 본연의 목적인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때이다.
지불하는 가격에 비해 가성비가 떨어지면 소비자들은 금방 가성비 좋은 공급처로 돌아선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스마트폰의 '애플'은 '기업의 사회적책임'이나 '고용 창출'과는 거리가 먼 기업이다. 제품은 거의 전부가 해외에서 제작되므로 미국 내 고용 창출은 거의 없다.
애플은 전 세계 스마트폰 수익의 70~80퍼센트를 가져간다. 그렇다고 회사가 기부를 많이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매니아들은 애플 아이폰에 열광한다.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는 제품의 혁신성 때문이다. 스마트폰 하나가 편리성과 혁신성으로 인해 인류의 삶의 방식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에서 제품의 가성비가 좋으면 비록 값이 비싸고 기업이 사회적책임에 소홀해도 소비자들은 기꺼이 대가를 치른다. 소비자들이 루이 비통이나 구찌 같은 명품에 열광하는 아유다.
애플이나 유명 브랜드들이 일류 제품에 더하여 사회적 공헌도 하면 금상첨화겠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소비자 만족을 위한 일류 제품만 고집하다 보니 사회적 공헌에 대해서는 둔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좌파들이 강조하는 '시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에는 한계가 있다. 사기업 보다는 혁신성이나 창의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 CSV는 CSR의 단점을 보완한다.
첫째, 기업은 이윤 창출과 사회적책임을 동시에 추구하고 달성한다.
둘째, 기업이 기존 사업을 평가할 때 투자수익율과 같은 사적 유익은 물론 일자리 창출, 사회문화창달, 환경보존과 같은 공적 유익을 동시에 추구하기 때문이다.
◇ 자본주의 5.0은 '클러스터'
조동성은 자본주의 5.0의 핵심 가치인 공유가치창출의 주체가 누구일까를 제자들과 함께 고심한 후 클러스터(Cluster. 무리, 단지)를 생각해내었다.
클러스터에 속한 기업은 자신의 목표와 자신이 속한 클러스터 전체의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느 가게에서 물건을 찾았는데 없었다. 그랬더니 그 가게 주인은 옆 집에 가면 있을 거라고 가르쳐주었다.
클러스터 기업은 자신의 사적 유익은 물론 기업 생태계도 돌보면서 공적 유익에도 동시에 이바지하는 기업이다.
조동성은 클러스터가 자본주의 5.0의 주체가 되려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최소한 30퍼센트는 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동성은 비록 MS의 빌 게이츠가 기부나 자선사업은 많이 하지만 인수와 합병을 통해 기업 생태계를 황폐하게 한 잘못을 지적한다.
조동성은 한국의 '유일한 박사'를 대표적 클러스터 기업인으로 꼽는다.
유일한 박사는 1926년 유한양행을 창립하면서 ‘가장 좋은 상품을 만들어, 국가와 동포에게 도움을 주자’고 주장했다.
유 박사는 1933년에 진통소염제 안티푸라민을 개발하면서 ‘기업에서 얻은 이익은 그 기업을 키워 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했다.
만일 유일한이 미국식 경영에 익숙했다면, ‘이익의 목표는 이윤 극대화이고 기업에서 얻은 이익은 주주에게 배당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것이다.
'공유가치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클러스터 중심 자본주의 5.0'에 이어 나타날 새로운 자본주의, 자본주의 6.0은 어떤 모습일까?
조동성에게 그려지는 자본주의 6.0은 클러스터가 네트워크로 통합되어 나타날 '네트워크중심 자본주의'다.
이미 전세계를 이끌어가는 두 국가경제, 미국과 중공의 대표적 기업은 확실하게 바뀌었다.
미국에서는 시가총액으로 한때 상위를 차지하던 엑슨모빌, 월마트, 제너렬 일렉트릭이 사라지고, 애플, MS,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이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공에서도 젊은이들에게 인기직장은 단연 BAT 즉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이다.
이들 기업이야말로 새로운 고객을 네트워크로 묶어내는 사업에 종사하고 있는 21세기의 진정한 리더이고, 이들이 엮어내는 자본주의가 자본주의6.0 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이틀 기업은 더 이상 각각의 목적만을 이기적으로 추구하는 기업이 아니라 네트워크 안에 편입된 구성원이 될 것이다.
◇ 기업의 사회적책임과 ESG
ESG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한다.
‘ESG 경영’이란 장기적인 관점에서 친환경 및 사회적책임경영과 투명경영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ESG하는 이유
오늘날 경영계에서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키워드는 단연 ESG다. ESG를 빼놓고는 얘기가 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경제 흐름을 쥐락펴락하는 주체들이 기업 경영의 기준으로 ESG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기업에 ESG 의무 공시를 요구했다. 기한은 2025년까지다.
2025년부터 자산이 2조원 넘는 코스피 상장 기업은 친환경, 사회적 활동을 담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2026년에는 의사결정 체계나 방식을 담은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
유럽연합(EU) 역시 기업에 환경, 인권 문제 등에 관한 활동을 의무적으로 보고하고 개선하도록 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유럽 소재뿐만 아니라 유럽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에까지 적용된다.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탄소중립이나 100퍼센트 친환경을 추구하고 있다.
오늘날 글로벌 가치사슬(GVC)에서 낙오되지 않으려면 협력업체 및 이해관계 그룹도 이에 함께해야 한다. 오늘날 경영계에서 ‘ESG, ESG’ 하는 이유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석유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각 나라들이 물가상승과 자원부족에 대비하자 ESG에 대한 관심이 잠시 주춤하고 있다.
좀전만 해도 기업의 ESG요구조건을 까다롭게 하던 투자자들도 고삐를 늦추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국제정세에서 우선 살아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