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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2. 24(토) 날씨:밤새눈내림 아침부터화창하고 매우맑음..
칠갑산 산행을 떠나기 하루전날....
배낭을 챙기는 내손이 떨리고 가슴이 설레였다..
지난달 조계산 산행을 개인사정으로 한번 빠졌을뿐인데...
한달을 쉬고나니 두달만에 다시 산행을 떠나는 것인데...
어찌 2년만에 산행을 떠나는 느낌이 드는건지 모르겠다.
점심을 먹고 나서부터 내내 배낭을 꾸렸다....
날씨가 영하로 내려가니 두툼한 점퍼에 스키장갑으로 무장을 단단히 하고...
눈까지 내린다고 하니 아이젠은 필수 아니겠는가...
혹시 몰라 아이젠을 예비용으로 하나 더 챙겨 넣었다.
두어 시간을 넘게 배낭하고 씨름하고서도 무언가 꺼림칙한 느낌에 석연치가 않다....
그만큼 설레이는 마음이 크기 때문일게다....
그날밤....
9시가 조금 넘어서 부터 내리는 눈발이 심상치가 않다....
폭설이 내릴 듯 한 기세다....
걱정보다는 희열이 앞선다.... 이게 웬 횡재란 말인가....
눈 내리는 다음날 산행을 떠나는 다는것이....
아무에게나... 흔하게 찾아오는 기회가 아니지 않는가.....
눈 덮인 설경은 아무 때나 감상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내린 다음날은 늘 관악산을 찾아 설경을 감상하던 버릇이
지금까지도 남아있다....
눈이 쏟아지는 밤 하늘을 감사한 마음으로 쳐다보고 또 쳐다보았다.....
가로등 불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눈꽃송이는
마치 은하수가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는 별빛처럼 반짝여 가슴이 짜릿 하기도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 한구석에 초조감이 젖어 들었다....
밤새 내리는 눈발이 대체 그칠 줄을 모른다.....
이대로 새벽까지 내리다 보면 폭설로 인해 온통 교통이 마비될 지경이다....
그렇다고 전철로 이동 할수 있는 가까운 거리가 아니지 않은가..
새벽에 일어나서 길을 나서는데....
올들어 최고로 추운날이라 할만큼 추위가 매섭다....
쌓인 눈에 발목이 푹푹 빠져든다.... 참으로 다행이다.....폭설까지는 아닌 듯 하다....
평택역으로 나가 버스를 기다리는데....
또한번 불안감이 엄슴해 온다.....
아무래도 눈길에 버스가 제 시간에 올 것 같지가 않다....
손은 시려오고 양쪽 뺨이 벌겋게 얼어붙는다.....
그런데 노심초사 했던 나의 생각은 완전히 기우였다.....
버스가 정확히 제시간에 도착해 주었다...... 어찌나 반갑고 고마웠던지...
다시한번 기사님한테 감사 드리고 싶다...
버스에 올라 다시한번 놀랐다....
밤새 내린눈... 한겨울 몰아친 한파.....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결행 했을 것이란 나의 우려는 또 한번 기우로 이어졌다....
자리는 만석으로 내가 앉을 자리마저 찾기 어려웠다.....
참으로 성동신협 산악회원님들의 산에대한 애정과 열정에 감탄했다.
오전 7시19분....
버스는 문예회관을 순조롭게 출발했다....
여느때 처럼 못다이룬 잠을 보충하려고 눈을 붙이려는데....
주위가 다소 소란스럽다...
국내 굴지의 제약회사의 하나중인 "광동제약"의 신제품 홍보팀이 함께 탑승했었나 보다...
산악회에 협찬을 하면서까지 신제품 홍보에 나선걸 보면 제약업계의 생존경쟁이
얼마나 치열 한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미 제품홍보가 시작된 듯 한데...
평소 나 자신이 건강한 편이라는 자만심 때문인지 관심밖이다.
주위가 소란스러운 데도 눈꺼풀의 무게는 점점 더 무거워진다...
눈이 완전히 감겨 잠에 빠져들 무렵 고혈압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갑자기 솔깃해진다.
평소 고혈압 약을 복용하고 있는 터라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그러더니 혈관이 막힌사진 하나를 꺼내들고 뇌경색의 원인이란다...
고혈압 환자들은 혈관이 반이상 막혀 있을거 란다.. 이것이 뇌경색의 원인이 되고...
북한의 김정일도 이걸로 인해 사망했단다..
머리가 쭈뼛서고 점점 더 무서워진다...
그러면서 신제품 약한알을 꺼내 보이더니 막힌 혈관을 녹여 뚫어 준다고 한다...
관심이 집중된다...
그러더니 신제품 약 한알을 깨뜨려 스치로폼 위에 한방울 떨어 뜨리니
그 스치로폼이 녹으면서 구멍이 뚫린다...
10년에 한번만 이렇게 혈관청소를 해주면 끄덕없다고 한다....
여기까지 설명이 이어지자.....
마침내 내 두 팔랑귀가 바쁘게 팔랑거린다...
" 그래.. 이건 나를 위해 개발된 약이야...." 무릎을 치며 벌떡 일어나 자세를 고쳐 앉았다....
잠이 달아난 건 당연한 거고 눈이 동그랗게 빛났다.
거기에다가 부수적으로 갑상선에 효과가 있고, 탈모치료도 탁월하고.. 남성정력에 아주 특효란다...
들으면 들을수록 금상첨화고... 점입가경에 빠져든다.
그 외 아토피.. 무좀.. 등등등.....헤아릴수 없이 좋은 약이란다...
온통 나를 위해 맞춤 약이 개발된 듯 싶다.
그런데 가격이 만만치가 않다.... 잠시 주춤거리고 망설여 진다...
바로 그때 그 아저씨.....
오늘 사는 사람한테만 한 개 더 준단다... 마트에서 즐겨사던 원 프러스 원이다...
"와우~~ 얏호~~~ "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횡재한 기분이다..
주저없이 주문서에 싸인을 긁어댔다...
부부용으로 구매하면 12개월 무이자 할부도 된단다....
내 친김에 와이프 것까지 주문을 또 했다....그래야 나중에 화가 덜 미칠것 같아서 이다....
그런데 어찌 막상 주문서를 제출하고 나니 영~ 찜찜하다.
또 사고를 친건 아닐까.... 가족들에겐 어떻게 설명을 할것인가.....
이런저런 생각에 또 머리가 복잡해진다....일단 잊어버리자. 그건 나중일 아닌가....ㅋㅋ
그러다 보니 한시간 넘게 시간이 훌쩍 지나갔고 버스는 어느새 정안 휴게소에 도착했다.
아침식사를 위해 내렸다.... 여태껏 배고픔을 잊고 있었는데 시장기가 밀려온다.
언제나 한결같이 맑은 된장국에 잘 버무려진 김치....그맛은 언제나 일품 이었다....
다시 30 여분을 더 달려 칠갑산 어귀에 도착했다....
주차장까지 오르는 도로는 제설작업이 되어있지 않아 더 이상 버스 진입이 불가했다....
천장호 아랫마을 어귀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
차에서 내리니 바람한 점 없고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어 봄날이 따로없다....
칠갑산 산자락 어귀에 들어서 있는 천장호는 인공호수 이며 칠갑산 대표적인 명소다...
늘 잔잔하여 고요함이 거울같아 명상을 즐기는 장소로도 유명하다.
또한 산천과 수목을 물속 깊이까지 그림자를 그려내어 거울처럼 빼어난 경치를 투영해 낸다.
버스에서 내려 발에 아이젠을 신고 일어서서 건너편을 바라보았다....
천장호 아랫 모퉁이 산기슭에 자리잡은 아담한 마을은 온통 흰눈으로 덮여있다.
그 뒷산자락 부터 산과 나무 지붕까지... 은빛 세상에 물들어 마냥 평화로워 보였다.....
<하얀 눈으로 덮혀있는 은빛마을이 평화롭게 보입니다.,,>
<천장호수를 향해 올라가는길... 눈이 발목까지 차오릅니다...>
발목까지 차오르는 눈을 헤치며 도로를 따라 몇 걸음을 옮기니......
왼편으로 눈덮인 고요한 호수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 유명한 천장호다.
호수 기슭의 나뭇가지 하나 하나에 소복이 눈이 쌓여 은빛갈의 고품격 풍경이 연출되고
이 고요한 호수에 거울처럼 그대로 투영되어 환상적인 동화속 그림이 그려진다.
어떠한 화가가 그러낸다 해도 이런 광경은 화폭에 담아 내기가 쉽지 않을듯 싶다....
걸어 올라가는 내내 이런 그림은 슬라이드 처럼 돌아간다...
버스가 주차장까지 진입하지 못해 걸어 올라간것이 참으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버스를 타고 올라 갔더라면 아마도 이 동화속 그림같은 설경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마침내 천장호를 가로막은 제방 뚝길에 올라섰다.
그리고는 이 제방 뚝을 가로질러 칠갑산으로 향해 걸음을 옮긴다...
이 제방 뚝 가장자리에 늘어선 수목들은....
내려앉은 눈송이가 만들어낸 설화가
나무마다 자태를 뽐내며 가득 피어 올랐다.....
어떤 나무는 이른봄 피어나는 목련을 연상케도 하고....
또 다른 나무에서는 한여름 목화밭을 걷고 있는 착각마저 불러 일으킨다....
이 또한 바람 한점 없는 고요한 호수에 그대로 투영되어 연출하는 작품마다 명작이다..
<천장호의 고요함이 거울같아 주변 경관을 그대로 투영하여 그림을 그려냅니다..>
제방뚝이 끝나는 시점에.....
호수를 가로질러 칠갑산으로 이어지는 출렁다리가 나타난다....
이 다리는 1박2일에서 유명세를 탄지 오래다.
호수 한가운데 교각을 세우고 양쪽으로 로프를 묶어 건축한 일종의 "현수교" 다.
이러한 현수교는 수심이 깊거나 물의 흐름이 빨라 많은 교각을 세우기 어려운
지형에 주로 건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곳에서는 호수의 경관이 돋보이도록
그저 멋과 운치를 살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건축 된 듯 싶다...
출렁다리 한가운데 우뚝 솟은 주탑에는 청양고추와 구기자를 상징하는 조형물을 배치하여
이 지방(충남 청양군)의 특산물을 홍보하고 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출렁다리를 건널때는 출렁거리며 유동이 심해 다소 긴장 했으나 예상 만큼 공포는 없었다.
이 호수에 물이 만수되어 있어 수면으로부터 다리의 높이가 3~4미터 정도로
높이차가 적었기 때문이다....
여름철 갈수기에 호수의 물이 빠져 바닥이 드러나면
이 다리의 높이가 인간이 가장 공포를 느낀다는 13 미터가 된다고 한다.
다리를 건널때 다리발판 사이로 그 아래 수면이 그대로 내려다 보여
아낙네들은 이 다리를 건너다가 간혹 주저 앉을 만큼 공포스런 다리라고 한다.
<출렁다리.. 이와같이 현수교 형태로 건축되어 있어 아름다운 칠갑산 대표적인 명소입니다...>
이 다리를 건너자 잘다듬어진 계단이 나타나고 이때부터 칠갑산 산행이 시작된다...
계단을 벗어나자 이번에는 칠갑산의 첫 번째 깔닥고개가 나타난다....
깔닥고개를 오르면서 내려다 보이는 천장호는 아까와 또 다른 절경이 펼쳐진다....
눈에 덮인 칠갑산 한가운데 수정처럼 맑은 호수... 그 가운데 우뚝솟은 출렁다리.....
이 한편의 절경이 자연이 그려낸 수묵화 그대로다....
깔딱고개를 올라서 주능선으로 접어 들면 숲속 오솔길이 이어진다...
흰눈이 내려 하얀 주단을 깔아놓은 카페트 위를
조심스레 한발짝씩 옮기는 걸음걸이가 천사의 발걸음 마냥 가볍다..
이 환상적인 카페트 위에 나만의 발자국을 남기고 싶었다.
길을 벗어나 아무도 밟지않은 눈밭을 걷다가 뒤를 돌아 발자국을 확인하니
내 발자국이 또렷하게 찍히는게 마냥 신기하고 즐거운 동심에 빠져든다.
깔닥고개를 올라서서 두어시간을 넘게 걸었나 보다. 이제 지칠때가 되었나 보다.
걸어도 걸어도..... 눈길이고, 나무도.... 산도... 길도... 온통 흰빛이다...
얼만큼이나 걸었고 얼만큼이나 남았는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눈길을 오래 걸으면 쉽게 체력이 떨어지고 지치는 것이다.
이는 주변의 설경이 아름답기는 하나 단조롭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도 얼만큼 걸어왔는지 가늠하기도 힘들다....
새로운 지형지물이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걸어도 늘 그 자리에 정체되어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거기에다가 에너지 소비도 2배로 증가한다고 한다...
눈길은 마찰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걸음을 옮길때도 두배로 힘을 주어야 앞으로 나갈수 있다.
또한 주저 앉아 쉬고싶지만 그럴만한 장소도 쉼터도 마땅치 않다....
<끝없이 이어지는 숲속의 눈길은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길을 걷는 이여인도 매우 힘들고 지쳐 보이네요.. >
그럴즈음......
햇살이 나뭇가지를 비집고 힘겹게 내게로 스며들어 손길을 뻗쳐온다....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하늘을 향해 뻗어있는 소나무 나뭇가지를 쳐다본다...
나뭇가지 끝자락 마다 수북한 눈덩이를 끌어안고 힘겹게 버티고 있는 소나무가 안쓰럽다...
햇님을 향해 눈덩이를 빨리 녹여달라고 연실 가지를 흔들며 애원한다....
그런 소나무 숲속으로 내가 점점 빨려 들어간다....
언제 또 내가 이렇게 하얀 숲속에서 사색을 즐길수 있을까....
참으로 오늘이 있는 것이 고맙고 감사하다...
얼마를 더 올랐을까...
조금씩 바람이 불어오더니 나뭇가지를 세차게 흔들어 눈보라를 일으키고는 달아난다..
높다란 나뭇가지에서 바람에 날려 흩어지는 눈가루가 머리위로 쏟아져 들어온다...
얼른 점퍼에 달린 모자를 들어 얼굴을 가려보지만 목덜미까지 눈보라가 파고 들었다....
그런데 웬지 차갑다기 보다는 시원하다는 청량감을 느끼는 것은 왜일까....
계속해서 불어오는 바람이 계속해서 눈보라를 일으키며 운무를 연출하는 것으로 보아
정상이 가까워 졌슴을 짐작할 수 있었다.
건너편 산등성이 에서도 눈보라가 하늘을 휘감아 구르며 춤을 추며 운무를 연출한다...
정상을 눈앞에 두고.....
냉냉한 찬바람을 맞으며 흰눈을 뒤집어 쓰고 있는 가엾은 묘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칠갑산 정상을 몇미터 앞에 두고 자리잡은 그 묘지의 터는 명당인듯 보이는데....
그 명당자리가 오히려 칠갑산을 오르 내리는 등산객들에게 짓밟히는 수모를 겪었던 모양이다.
이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다 못한 후손들이 묘지를 돌아가도록 빙둘러
쇠사슬로 울타리를 쳐 놓았다...
등산객들의 발길에 그 묘지 안에 누워있는 주인은 얼마나 수난을 겪었을 것이며....
그 후손들은 얼마나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을까.....
<눈덮인 묘지하나.. 자리는 명당터인데 등산로 정중앙에 자리잡고 있어 등산객에게 많은 수난을 겪은듯 합니다..>
마침내 정상에 도달했다...
정상의 조망은 사방이 탁트여 어 가슴속 깊이까지 시원했다...
시야를 가리는 장애물도.. 구름도.. 안개도 없다.
내 근래에 산행에서 이렇게 시원스런 정상 조망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었다.
그 동안 수시간 동안 눈길을 헤쳐 올라온 수고를 보상 받기에 너무도 충분하다....
사방으로 환상적이 설경이 펼쳐진다....
첩첩이 겹쳐진 산등성이가 눈에 덮여 높고 낮은 물결을 이루어 조화롭다.
어찌 여기서 막걸리 한잔이 빠질수가 있으랴...
배낭 옆구리에 끼워 넣었던 막걸리병을 꺼내드니 냉동실에서 방금 꺼낸 듯 얼음장이다.
한잔을 따라 눈을 딱감고 쭈욱 들이키니 내장까지 싸늘하다....
갑자기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하다..
아.... 바로 이맛이다. 그래서 "이열치열"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러면서도 설경을 내려다보며 감상하는 재미에 푹빠져 들어 몇잔을 더 비웠다...
콩밭매던 아낙네가 시집가던날 칠갑산 산마루에서 울었다던 그 산새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에 눈덮인 엄동설한에서 겨울철새 들이 먹이를 찾아 분주하게
하늘을 배회하는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칠갑산 정상... 표지석 넘어로 보이는 전경이 시원하고 아름답습니다...>
<칠갑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또 다른 전경입니다...눈덮인 계곡이 물결을 이어나갑니다...>
하산길은 비교적 순조로웠다....
오후가 되어서인지 따스한 햇살에 눈이 많이 녹은 듯 하다...
발목까지 빠지던 눈길도 발등을 살짝 덮을 정도이며...
그렇게 미끄럽고 단단하던 눈길도 물기가 흥건히 배어나올 만큼 부드럽고 힘없이 부서진다.
행보가 어렵지 않은 터라 쉽게 내려와 산기슭 "장곡사" 사찰 에 도착했다...
사찰의 규모는 크지도 작지도 않고 아담해 보였다....
경내로 들어가 전각을 살피니 상당히 오래된 고찰 인듯 싶었다....
잠시 경내를 살피던중.....
다른 사찰에서 보지 못한 "설선당" 이라고 하는 전각이 눈에 들어왔다...
비구니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논하고 수련하는 전각이라고 한다.
이 사찰에 따로이 비구니들의 전용공간이 있는 것으로 보아 비구니 승려들이 많은가 보다.
그런데 이 설선당 툇마루에 낮익은 여인 한분이 수심이 가득한 얼굴을 한채
한참동안 미동도 하지 않고 앉아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우리 총무님 아니신가.....
그런데 그렇게 미동도 않은채 앉아있던 총무님께서 무슨 결심이라도 했는지...
등산화를 벗더니 설선당 안으로 들어가 누군가에게 절을 올리는 듯 하다...
그러더니 한참동안 나오시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는것일까...
혹... 비구니로 불가에 입문하려는 것은 아닐텐데...
다른 일행들에 이끌려 내려오는 내내 궁금증이 한참동안 떠나질 않았다..
<장곡사... 아주 오래된 사찰입니다... 규모도 제법 큰편입니다...>
<이분은 비구니들이 수도하는 설선당 툇마루에서 미동도 않고 무슨 생각을 그리도 오래 하시는지... >
장곡사를 나와 주차장까지 내려오는길.....
도로는 깔끔하게 포장이 되어있긴 하나 눈에 덮여 여전히 미끄럽다....
장곡사에 내려와 성급하게 아이젠을 벗은 것이 후회스럽다...
오른편에는 논과 밭.... 경작지들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면서 주위를 살펴본다..
행여나 칠갑산 콩밭이 여기쯤이 아닐까 싶어서이다..
호기심에 작은 눈을 더 크게 떠 보지만 온통 주변이 하얀 세상이다.
어디가 콩밭이고 어디가 보리밭인지... 논과밭 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콩밭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
"무슨설움 그리많아 포기마다 눈물 심누나~"
"홀어머니 두고 시집가던날~~~ "
첫소절이 이렇게 시작되는 "칠갑산"의 노래가사를 다시한번 곰곰이 되씹어 본다...
구성진 가락에 참으로 애절한 사연이 배어 나와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칠갑산 콩밭매는 아낙네의 베적삼이 왜 흠뻑 젖었을까....땀에 젖어서 일까....
무심코 흥얼 거렸을때는 그럴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포기마다 눈물을 심었다는 구절로 보아 베적삼 또한 눈물에 젖어 들었을것이다...
땀방울에 베적삼이 흠뻑젖을 정도로 일에 몰입 했다면 눈물을 흘릴 겨를이 없지 않은가...
그런데 왜 그 거칠은 베적삼을 입었을까....
베적삼을 입었다면 아마도 아주 옛날 매우 가난했던 시절... 산골 아낙이 아니었겠는가....
그 시절 홀어머니를 두고 혼자 시집을 가야할 만큼 절박한 사연이 있던걸까....
아마도 심청이 처럼 쌀 몇섬에 팔려 가지는 않았을까.....
그렇다면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얼마나 뼈에 사무쳤을 것인가...
거동조차 힘든 늙은 홀어머니에 대한 근심에 하염없이 눈물로 세월을 지샌건 아니였을까.
곱씹어 생각하면 할수록 그 사연이 애가 끓는다....
우리나라 가요의 가사는 이처럼 한구절 한구절 사람의 마음을 파고든다...
그 가사 자체가 아름다운 서정시 이다....
그러던 것이 90년대에 접어 들면서 그 유형이 대화 형식으로 가사가 바뀐다...
예를 들어 " 내게 말을 해봐~ " "내게 말해 주겠~니 ? " 등등.. 이런 식이다..
그래도 이때 까지는 교감을 나누고 소통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그 대화가 정감이 있다.
그러나 2000년대에 접어 들어 댄스뮤직으로 그 패턴이 획기적으로 바뀐다..
가사의 형태가 교감이나 소통은 없고 그저 흥얼거리는 수다 같다....
남이 알아 들으면 좋고 못알아 들어도 그만이다.
그저 수다만 늘어 놓더라도 나혼자 흥겨우면 되는 것이다.
중간 중간 들어 있는 영어가사도 유행처럼 대세를 이룬다...
그러나 이를 해석할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작곡가나 제작자도 아무 의미없이....
단지 리듬을 맞추기 의해 의미없는 영어 단어를 끌어다 늘어놓는 것이라고 인정한다.
이는 요즘 젊은 세대들이 음악에 대한 트렌드가 바뀌었기 때문일 게다..
우리 세대에는 음악을 듣기위해 하루종일 음악다방이나 음악 감상실을 전전 하기도 했다....
여학생들은 음악다방 D.J 한테 푹 빠져 하루종일 다방에 앉아 커피를 열잔도 더 마셨다...
또한 D.J 가 다방을 옮길 때마다 이다방 저다방을 따라 다니는
극성스런 여학생도 종종 있었다.
다시말해 우리 세대에는 음악(노래)은 듣는 것 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요즘 젊은이 들은 음악(노래)은 부르는 것 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신곡이 나오면 노래방으로 쪼르르 달려가 따라 부른다...
요즘은 앨범이 성공했다 하더라도 음반이 팔리지 않는것도 이러한 연유라고 한다.
우리세대에는 음반한장을 구입하면 듣고 또 듣고 그러다가 소중하게 소장까지 한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노래를 부를줄 알면 궂이 살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다운받아 배우고 노래방가서 부르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작사들도 음반 판매량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음원판매 수요를 개발하여
수익을 창출해야만 살아 남는것이 업계의 현실이라고 한다..
따라서 요즘 아이돌 노래는 따라 부르기 쉽게 만들어야 성공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또한 과거 트롯트 같은 가요는 감미로은 전주가 길게 이어진다..
전주만 들어도 감동을 받고 그 깊이를 가늠해 낼수도 있었다..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난후 노래 가사도 중반 이후에 핵심 포인트를
넣어 승부를 거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요즘 노래는 전주가 없다.. 있어도 아주 짧거나 간단하다...
전주를 들어줄 만큼 요즘 젊은 세대들이 여유롭지도 인내심도 없다는 것이다...
가사도 첫 소절에 핵심 포인트를 넣어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사도 간결해야 하고 쉽게 기억할수 있고 익숙해 지도록 똑같은 후렴구를 계속 반복한다.
그래서 강한 인상을 심어주어 동질감을 끌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또한 핸드폰 벨소리나 컬러링과 같은 음원수익을 올리는데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고 한다.
이쯤되면 음악이 예술이 아니라 상업용 도구로 전락해 버린게 아닌가 싶어 울적하다..
주차장까지 눈길을 걸어 내려오는 내내 이 애닯고 구성진 "칠갑산"을 흥얼거렸다...
오늘은 뒤풀이가 없는 대신 평택에서 송년행사가 있다고 한다....
그래도 막걸리 한잔없이 버스에 오르려니 서운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이를 억누르고 버스에 올랐다..
돌아오는 길은 국도이든 고속도로든 눈이 녹아 소통이 매우 원활했다....
평택까지 오는시간이 1시간반 남짓 했을 뿐이다...
버스가 평택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근처 골목길을 비집고 들어가 "큰길식당"앞에 정차했다.
식당안으로 들어서니 비교적 깔끔하고 실내가 무척 넓게 보였다...
두 대의 버스에서 내린 회원들이 일제히 식당안으로 들어서니 그 넓었던 식당이
좁아 보일만큼 가득하다...
상에는 이미 음식이 차려져 있었고 곧이어 오리탕과 닭도리탕이 나왔다...
음식을 먹는동안 임원들의 이,취임식이 치루어졌다.
그동안 수고해주신 정종근 회장님이 물러나고 김일권 부회장님이 새로 회장님에 취임했다.
경품추첨 행사도 진행되고 곧이어 노래자랑도 이어지고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된다...
이 많은 행사를 준비하느라 임원님들이 얼마나 또 수고를 했을것인가....
언제나 즐겁고 보람있는 산행을 위해 수고를 해주시는 임원님들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이날 함께 해주신 모든 산우님들께 다시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꾸 벅 ~~
2011. 12. 31
성공나라.
### 자료사진 입니다...
< 봄에 피어나는 목련꽃 마냥 아름답네요...>
<수풀에 눈이 내려앉아 목화밭에 와 있는 착각을 느낍니다...>
< 칠갑산을 오르다 내려다본 천장호 전경입니다... 눈과 어우러져 너무 아름답습니다..>
<천장호 주변 나무가 호수와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이 연출됩니다...>
< 칠갑산 중턱에도 따스한 햇살이 숲속으로 들어와 눈을 녹이네요... 아름답기도 하구요...>
<이분들 엄청 인기있는 모델들입니다.. 하신길에 무심코 포즈를 잡으니 4명이 넘는 카메라가 몰려들더군요...
누군지몰라 제가 그냥 노랑공주님들이라 불렀습니다....>
< 송년회가 시작됩니다...>
<송년회가 무르익어 갑니다.. 모두들 행복해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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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성공나라님~~~한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2011년 다녀오신 곳곳을...생생하게..올려 주신글 넘 감사하게...잘 읽었습니다,,,
그,,정성과,,노고에,,,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012년 하시는 사업 더욱 더 번창하시길,,,기원하오며,,,,
건강하시고,,즐거운 삶,,,이루시기 바랍니다,,,고맙습니다,,,,,,^*^ ^*^
제일먼저 댓글을 달아주셨네요.. 한해동안 수고 너무 많이 하셨구요... 늘 좋은사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후기를보니 좋은수필하나읽은듯합니다.
새해복맗이받으세요!
수필까지는 안되는데요... 과분한 칭찬도 감사드립니다... 늘 카페관리 하시느라 고생도 많이 하시는데..
성공나라님의 멋진산행 부럽습니다.
산행전야에 은하수가 쏟아져 내리는 축복을 받으시고,
이른봄에 피어나는 탐스런 하얀 목련을 보셨고, 한여름의 목화밭길도 걸으셨고,
정상에서의 시원한 막걸리 한대포도 맛보셨으니... 이보다 더 멋진산행을 하신분이 또 있겠습니까?
하얀 눈덮인 은빛마을이 아마도 콩밭매는 아낙네가 사셨던 마을이 아닐런지요?....
글을 읽으며 그날의 멋진 풍경을 다시한번 즐길수 있어 너무 좋았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꼼꼼하게도 읽어 주셨네요.. 정독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글구 그날 만나뵈어서 반가웠습니다...
근데 너무 젊어 뵈셔서 제가 미처 몰라뵜습니다...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담 산행때 뵙겠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칠갑산 동행하지 못했는데 성공나라님 후기 읽다가 다녀왔다는 착각이 드네요

올한해도 많은 후기 부탁드립니다.
과분한 칭찬 감사드립니다.. 글치 않아도 그날 안뵈어서 궁금했습니다..
저는 칠갑산 산행함께하지못하고 뒷풀이 송년회다마칠무렵 대구에서 도착하여 간신히 참석햇는데 성고나라님은 못뵈어었요,,
산행후기을보니 그날이 생생하게 그려지는군요,,멋진 산행후기 감사합니다,,수고많으셨어요,,
올한해도 멋진 산행후기 기대할께요,,새해복많이받으시고 대박나세요,,,
네..그랬군요 옹달샘님이 산행에 참여하지 않는다는것은 상상할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여러사람들한테 물어보니 결혼식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도 송년회까지 오셨는가 보네요.. 그 열정 대단하십니다.. 담산행때 뵙겠습니다.
항상 멋진 산행후기 감사드립니다


나는 한해 되세요 
마지막 산행 꼭 함께하고싶었는데 사정상
성공나라님의 글 읽으면서 칠갑산 다녀온듯
울 성공나라님 2012년에도 멋진 산행후기 부탁드리며
네..방가워요.. 산에서 안보이셔서 누군가에게 물어보았더니 건강이.. 늘 건강이 최고인거 같아요..
새해에는 아프지 마시고 꼭 건강하세요.. 항상 산에서 뵐수있도록... 제가 산에갔을때 상무님이 안보이면
힘이 쏘옥 빠지거든요..ㅋㅋ
새해가밝았습니다.....임진년에도 변함없는 성원부탁드리구요...
아무나 산엔갈수있지만 산행후기는 쓸수없는 귀한글 남겨주셔서 감사하구요
올한해도 주옥같은 산행후기올려주시어 모든산우님들의 상상력을 키워주시기바랍니다.....항상 감사합니다.
회장님 등극하신거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작년에도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올해는 더 무거운 짐을 지셨으니 어깨가 더 무거울거 같네요... 암튼 회장님을 비롯한 임원님들께 늘 죄송하고 고마운 마음 갖고 있습니다..
새해에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될 산악회를 기대하겠습니다... 부디 잘 이끌어 주세요...열심히 따르겠습니다..
산행후기를 읽고나면 늘 마음한구석이 짠
해져옵니다
어쩜 그리도 표현을 잘하시는지
우린
눈이오면 오나보다
나뭇가지에 눈이 쌓였나보다
하는데 역시 시인의 표현은 다르시군요
이젠 무슨연재소설기다리는 마음으로 산행후기를 기다립니다
지난
에는 후기가 없어서 섭섭했어요
그호수가 천장호수였고 그다리가 현수교였고 그절이 장곡사였군요
산행할때는 뭐가 뭔지모르다가 늘 산행후기를 읽으면서 공부아닌 공부를 하게됩니다
성공나라님은 도대체 모르는게 뭔지궁금하네요
2012년한해도 더욱더 건강하시고 하시는일 잘되시고 산행후기쭈욱
올려주세요
어찌 이제야 댓글을 올려주시는지요... 혹시나 안티가 되었나 괜한걱정까지 들었답니다.. 매번 정성껏 글을 달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제가 글을 쓰는데 힘을 얻곤한답니다.
시인이란 말씀은 지나친 과찬이구요.. 누구나 느끼는 감정은 다 같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글을 안쓰는것 뿐이겠지요.. 제글에 관심가져 주셔서 감사하구요.. 담산행때 또 뵙겠습니다.
성공나라님아~~
시간날때 잠깐잠깐 들어와 조금씩 읽다보니 앞에글만 반복해서 읽다가 이제서야 비로소 끝까지 읽었네요 설경을 꼭 보고 싶었는데 성공나라님의글로 대신하네요 올해도 건강하시고 좋은글 기대하겠읍니다~~^^
아.. 방갑네요. 혹시나 안들리실까 은근히 걱정했는데..ㅋㅋ 이제서야 댓글 달아주실분은 다 오신거같네요.. 지금까지 댓글달아 주신분들이 실제 저의 팬이신거 같아요... 근데 님께서는 고성산 해돋이 산에 가셨던데요.. 혹시 절 피해다니신는 건 아니시죠..? ㅎㅎ 담산행때 꼭 뵙기를 바라겠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말도마세요..
마무리겸 시작겸 큰맘먹고 고성산 따라 갔는데
핸드폰을 안가지고 가는 바람에
뒤쳐진 나는 정상에 당연히 있어야할 분들이 한분도 보이질 않자
당황한 나머지 서둘러 내려오다가 그만 엉덩방아를 세번이나 찍고 ..
창피하기도 하고 아프기도하고 서글프기도 한데 내려오기는 해야겠고..
내려와보니 아무도 없는거에요.. 40분을 기다리니 그제서야 한분한분 내려오시더군요
단련을 좀하고 산을 타야할것 같아요
제가 월메나 성공나라님 팬인디...피하것슈~~
따뜻한 춘삼월에나 뵈요
그때까지 성공나라님 글이나 읽으면서 맴을 달래렵니다
새해 대박 나시고 건강하시고 행복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