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회고(回顧)
어제는 어버이날이었다.
아마 식당마다 자식들이 부모님에게 맛있는 음식으로 효도를 하기 위한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을 것이다. 어쩌면 대부분의 가정이 어버이 날인 어제(5월 8일, 월요일)보다 그저께(5월 7일, 일요일) 어버이날 행사를 치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 5월 5일(금요일) 어린이날부터 3일간 연휴였고 5월 8일 어버이날은 기념일이지만 공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연휴 마지막 날이자 어버이날 앞날에 대부분 가정에서는 자식들이 부모님을 모시고 나들이를 하면서 외식을 하였을 것이다.
우리 가족 역시 어버이날 바로 전 일요일 나름 맛집이라고 알려진 대형 고깃집을 찾아갔다. 입구에서부터 주차전쟁이었다. 비까지 내리니 더욱더 정신이 없었다. 겨우 주차를 하고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여기 또 한 정신없이 붐볐다.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고 대기자들로 북적 거리는 대기실에서 우리 이름이 나오도록 기다렸다.
드디어 우리 이름이 불리고 식탁에 앉아서 음식을 주문하고 흐뭇한 마음으로 요리를 기다렸다. 윗도리의 안쪽 주머니 깊숙한 곳에 자식들이 준 용돈 봉투를 넣어두고 집 거실에는 손녀가 골랐다는 카네이션을 탁자 위에 올려놓은 모습을 떠올리며 흐뭇한 미소를 지을 때 주문한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나왔다.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아버지와 엄마가 먹기 좋게 정리하느라 아들이 이리저리 분주하게 손을 움직였다.
아들이 아버지, 엄마를 위하여 차려진 음식들을 자르고, 그리고 작은 접시에 옮겨 담은 모습을 보면서 한없는 행복감을 느끼면서도 아들의 얼굴을 보니 왠지 짠하면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넉넉하지 못한 살림살이에 충분한 뒷바라지를 못해서 미안하고 미래를 향한 꿈의 날개를 활짝 펼 수 있게 지원을 못해서 참으로 미안하고 대학교 졸업 후 빠른 취업을 하도록 재촉한 것이 두고두고 미안하고 죄스럽다. 그리고 또 가난을 대물림하여 주지 않나 하는 조바심도 자식에게 미안하고 죄스럽다.
자식에게 미안해하는 마음 한편으로 이미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 부모님에게도 참 죄송스럽다. 살아 계실 때는 남보다 더 잘하지는 못하지만 남들만큼은 효도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난 뒤에 생각해 보니 모든 것이 불효투성이뿐이었다. 이 또 한 돌아가신 부모님께 미안하고 죄송스러울 뿐이다.
누군가 우리나라 세대들 중에서 일제로부터 해방된 1940년대와 남북전쟁이 있은 1950년대에 태어난 세대들이 가장 불행한 세대들이라고 한다.
광복과 건국 그리고 전쟁의 혼란스러움과 1960년 경제발전 정책과 민주화의 부르짖음에 성장하고 1970년대 죽도록 일을 한 세대들이다.
가난하고 그리고 가난을 벗어나기 위하여 죽도록 일만 하다 보니 부모님에게는 충분한 효도를 못하고 자식들에게도 충분한 뒷바라지를 못해서 미안하기만 한 것이다. 그 세대들이 2023년 현제 7,80대들이 아닐까.
나라의 혼란함과 어수선함 시기에 태어나 성장하고 먼 훗날을 위하여 죽으라고 일만 하던 그 세대들은 가족들을 충분하게 보살피지 못해서 항상 가독들에게 미안함과 죄스러움이 몸에 밴 것 같다.
본인 역시 그 세대로 돌아가신 부모님께 충분히 효도 못했고 자식에게도 충분한 뒷바라지를 못해서 가슴속에는 항상 미안한 마음으로 가득 차 있다.
어버이날 잠깐 회고(回顧)에 젖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