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화, 쪽과 함께 우리 선조가 보라색 색소를 낼 때 이용하던 지치라는 야생초가 있다. 지치의 꽃은 흰색인 데 비해 같은 지치과에 속하는 꽃으로서 적벽강 모래사장 같은 환경에서 자생하는 지치보다 꽃이 더 크며 흰색 꽃이 피는 모래지치와 양지의 야산에서 서식하며 청보라 색의 꽃이 피는 반디지치가 있다. 이 중 반디지치는 지치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자목초, 마비, 반디개지치, 억센털개지치, 깔깔이풀이라고도 부른다. 학명이 Lithospermum zollingeri A. DC.인 여러해살이 들꽃으로 해안에서 가까운 야산의 볕이 잘 드는 건조지나 숲 속의 응달, 모래땅에서 드물게 자생한다. 부안에서 좀 떨어져 있지만, 변산면의 대소마을 뒤 신선봉-망포대길 능선과 운호계곡, 신선골의 상류나 이들을 에워싼 능선에서 만날 수 있다. 전체 높이 20-30cm 내외이며 원줄기에는 퍼진 털이 나 있고, 다른 부분에는 비스듬히 선 털이 있으며 꽃이 핀 후에는 옆으로 가지가 뻗어 자라다 뿌리가 내리고 다음 해에 또 싹이 돋는다. 잎은 3-6cm 길이에 1-2cm 폭 크기로 어긋나며, 긴 타원형으로 끝이 뾰족하고 양면이 거센 털로 말미암아 다소 거칠게 보인다. 꽃은 통꽃으로 파랑이거나 분홍색, 또는 분홍색을 띤 청색으로 빠르면 4월 중순부터 개화하여 5월 초순까지 피어 있다. 화관 아래는 통 모양이고 상부는 깊게 5개로 갈라져 있으며 각 조각의 중앙부는 백색의 굵은 선이 돌출되어 있어 길쭉하게 늘린 별처럼 보인다. 1개의 암술과 5개의 수술은 통부에 달렸다. 반디지치 열매를 지선도(地仙桃)라 하며 7-9월경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린 뒤 달여서 복용하면 소화불량으로 명치 아래가 아프고 쓴물이 올라올 때, 위가 차가워져 쑤시고 아플 때 효험이 있고, 토혈, 이뇨제에 처방하기도 한다. 또는 열매를 찧어서 타박상, 골절을 치료하기도 한다. 꽃이름의 어원은 반딧불이를 닮은 데 기인한다. 이제 막 연둣빛으로 변한 숲 속에서 키 작은 푸른색의 꽃이 핀 모습이 마치 반딧불이처럼 보였나 보다. 꽃말은 “희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