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천공덕(越川功德)
이 세상 여울길에
다리가 되었으면.
튼실한 돌멩이 몇 개 모여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엿장수를 건네주는
징검다리가 되었으면.
그 신명나는 가위질 소리도
함께 건네주는
한 줄기 징검다리가 되었으면.
나도 이 한세상
그렇게 건너갔으면.
<시작 노트>
옛날에 월천꾼이라는 직업이 있었다고 한다. 사람을 업고 개울을 건네주던 일을 했다고 한다. 비록 돈 받고 한 일이지만, 남의 발에 물 묻히지 않도록 한 공덕이 결코 작지는 않을 것이다. 이 시는 경기도 양평에 있는 황순원 문학관에 들러 선생님 묘소에 소주 한 잔 올리고 돌아오는 길에 쓴 것이다. 중학교 국어 시간에 배운 ‘소나기’의 장면들을 아련히 떠올리면서 말이다. ‘이 바보!’ 소리치며 던진 소녀의 그 하얀 조약돌이, 어른이 된 내 가슴 속에 여전히 남아 있어 이렇게 한 편의 시가 된 것이리라.
첫댓글 변준석 시인님의 시 한 편 더 올립니다.
빠릿빠릿
뻐릿빠릿하게 사느라고 그동안 애 참 많이 썼다
초등학교 입학식 날 줄서기부터 육군 훈련소 선착순까지
주택청약 신청부터 코로나 19 마스크 구매까지
속도가 곧 존재였는데
넘어지는 걸 두려워하는
넘어진 후 다시 일어설 자신이 없는 나이가 다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빠릿빠릿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천 리 밖 물 냄새를 맡고 사막을 걸어가는
저 낙타들의 걸음걸이를 보라
- 『대구의시』(2022)에서
월천꾼이 다리를 업어건네주는 사람이군요? 처음 일았습니다
노디를 건너다 보면 빠져서 책가방도 다 젖는 일이 있었지요
어릴때는 허다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리가 없으니 비가 오면 늘 그랬으니까요
튼실한 돌맹이 몇개로 엿장수를 건네주는 웚천꾼 같은
사람이 귀한 세상이지만
그어딘가에는 분명 그런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돈받고 하는 일이지만 그월천꾼 같은 이가 그리운 세상입니다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분이 바로 변준석 시인이 아닌지 모릅니다
늘 건강하시고요
튼실한 돌맹이 같은 시 월천꾼 같은 시 많이 읽게 해주십시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