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16일
이집트+터키+그리스 31일 여행 2일차
숙소에서 마중나온 차를 타고 우선은 숙소로.
그리고 가장 처음 한 것은 유심 구입입니다.
한 달 간, 3.5기가바이트 사용가능한
전화를 개통했습니다.
보다폰과 오렌지폰 중
왠지 오렌지 쪽이 끌려 오렌지폰으로 개통.
장거리비행 끝이라 피곤할 법도 했지만
팅원들 모두가 쌩쌩해서
오후에는 이집트 고고학박물관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내린 곳은
따흐리르 광장
자스민혁명의 혼란 이후로 처음입니다.
여전히 붉은 건물, 그 뒤로는 여전히 파란 하늘
박물관 내부도 여전했습니다.
미이라가 들어있던 관과
미이라를 재현해놓은 관.
팀원들은 미이라전시관까지 구경하기로 하고
저는 박물관 내부만 보는 것으로 했습니다.
오후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으므로
시간은 충분했습니다.
곳곳에 멋진 석상들로 가득했고,
미처 전시하지 못한 것들은
한쪽 구석에 비닐을 덮어쓰고 있습니다.
1층 뒷편은 전체가 재정비 중인 모양이었습니다.
혁명 때 약탈 당하고
아직 완성되지 못한 모양입니다.
진열장 안엔 작은 석상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하나만 미끄러져 흘렀습니다.
고정장치 없이 그냥 비스듬히 세워둔 모양입니다.
참으로 이집션답습니다.
국립 고고학박물관의 유물관리가 이 정도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멋있습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박물관 중 하나입니다.
유명한 인형입니다.
눈동자에 다른 돌을 박아넣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2층 전시장 한 구석이 썰렁합니다.
자스민혁명 때 혼란을 틈 타
약탈꾼들이 다 가져간 탓입니다.
유물들로 차고 넘치던 박물관이었는데,
국가의 위기상황에
그런 나쁜 짓을 하는 놈들이라니.
두시간만에 박물관을 나와 시장으로 갔습니다.
칸칼릴리 시장은 나중에 가기로 했으니
오늘은 다른 시장으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2킬로가 넘는 거리였지만
걷기에는 자신있다는 팀원들이라
망설임없이 걷기를 택했습니다.
딱 카이로 거리입니다.
혼돈과 무질서, 서로 대화하듯 울려대는 클랙션
차와 사람이 뒤엉킨 거리를
요리조리 차들 피해가며 건너다보니
나중엔 현지인 없어도
꽤나 과감하게 건널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신없는 찻길을 피해 골목 안으로 들어서니
거리는 이미 시장이었고
우리가 기대한 먹거리 시장은 아니었지만
골목골목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화요일.
금요일이 휴일인 이슬람국가에서도
평일이긴 마찬가지인데
대낮부터 시장이 왜 이리 붐비는 것일까요.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라마단 때문일까요.
방향을 틀어 다시 따흐리르 광장으로 가는 길.
혼돈과 무질서가 조금 약해진 틈을 타
길가의 샤이(홍차) 가게에서 차 한잔씩 마시며
잠시 쉬어 갑니다.
얼마냐니까 15파운드라고 합니다.
우리돈 천원 정도.
한잔에 천원이면 묘하게 바가지 쓴 느낌인데
알고보니 5잔에 15파운드라고 합니다.
외국인을 보고도 바가지 씌우지 않은
찻집청년이 고맙고
행여 우리가 불편할까 계속 신경써주던
옆테이블 물담배 아저씨(그도 그저 손님이었습니다.
심지어 나보다 20년은 어릴 것입니다)가 고마웠습니다.
점심을 건너 뛰었으니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샤와르마(터키식 케밥)를 시켜 먹으며
탄산은 싫어 오렌지주스를 마셨습니다.
주스 한잔 짜는데
실한 오렌지 다섯 개가 그대로 들어갑니다.
저에게 잔을 건네며
혁명이후 아픈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집트입니다.
혁명 전보다 더 싸진 물가에
저는 조금 맘이 아픕니다.
오래 이집트에 머무르던 시절 사서 마신 기억이 있어
오랜만에 한번 다시 사 보았습니다.
그땐 와인맛 같은거 전혀 몰랐으니
이것도 맛있다고 마셨겠지.
길었던 하루가 끝났습니다.
길었던 오늘이 이집트 카이로에서 끝났습니다.
시차적응을 걱정하며 버틸 때까지 버텼지만
10시가 채 못되어 잠에 곯아 떨어졌습니다.
피곤한 하루였지만,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첫댓글 고고학 박물관을 보면서 전쟁의 여파..
남의일 같지가 않네요
보존해야 하는것들에 전쟁은 피해갈 수 없는지....
피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들이 힘든 시기를 겪었듯, 박물관이 수난을 당한 것도 역사겠죠.
세상에나. 박물관에서 사람들한테 떠밀려 다니던 기억이 나는데. 투캉카멘의 황금 마스크나 금이나 나무에 수많은 그림을 그린 관들. 나중에 대영 박물관의 이집트관을 보고 '에게?'했던 훌륭한 미이라와 유물들. 등등 정말 기억에 남는 박물관이었는데 약탈로 빈 공간들을 보니 마음이 아프네요. 그때도 치안이 좋지못했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볼만한 박물관 중 하나라 생각했는데, 저렇게 된거 보니 속상하더라구요. 하지만 또 다른 유물들로 채워지겠죠. 어딘가 구석에서 아직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유물들이 많을테니.
@네버랜드 이집트에 간지가 20년이 다되어가서 다시 한번 가볼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때는 패키지였는데 이젠 자유여행을 하고 싶은데 위험하지는 않을가요? 교통 등은 어떤지 많이 궁금합니다.
@boriburu 이집트는 어찌 이리 안변할까 싶을 정도로 옛날 그대로네요. 치안도 똑같고 교통 불편한 것도 똑같고, 우리가 느끼는 물가도 그대로입니다. 조금만 조심하시면 자유여행 충분히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