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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칠녀경(佛說七女經)
오(吳) 월지국(月支國) 지겸(支謙) 한역
吳月支國居士支謙譯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류국(拘留國)의 분유달수원(分儒達樹園)에서 1천 아라한과 함께 계셨는데, 보살 5백 인과 하늘ㆍ용ㆍ귀신 등도 있었다.
그때 구류국에는 마하밀(摩訶蜜)이라는 바라문이 있었는데, 간탐(慳貪)하고 불법을 믿지 않았으며, 큰 부자여서 진기한 구슬 보배와 소ㆍ말ㆍ밭ㆍ집 등이 많았고, 지혜가 짝할 바가 없어[無雙] 이 나라의 스승이 되어 늘 5백 제자들을 두었으며, 게다가 국왕이나 대신(大臣)들에게 공손한 대우를 받았다.
이 바라문에게는 일곱 딸들이 있었는데, 매우 단정하고 말씨가 지혜롭기 비할 데 없었으며,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두 금ㆍ은과 백주(白珠)와 영락(瓔珞)을 달고, 때에 따라 옷을 입었다.
늘 5백 여인들을 데리고 즐기고 우쭐대었으며 단정함을 믿고,
여러 사람들을 깔보며 부귀에 기대어 항상함이 있다고 부르짖었으며,
나라 안의 인민들과 함께 이론[義理]을 말하면 언제나 이겼다.
그때 분유달(分儒達)이란 거사[迦羅越]가 있었는데, 이 여자들이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곧 바라문 집에 와서 말하였다.
“당신 집에서 이 여자들을 단정하다고 이른다 하니, 그렇다면 국내를 두루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보여서,
만일 이 여자들을 나무라는 이가 있다면 당신은 나에게 금 5백 냥을 주고,
만일 나무라는 이가 없다면 내가 당신에게 5백 냥의 금을 주겠소.”
이리하여 90일 동안을 온 나라에 돌아다녔으나 이 여자들을 일러 못났다고 말하는 이가 없었다. 그래서 바라문은 곧 5백 냥 금을 얻었다.
분유달이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지금 부처님께서 가까운 기수원(祇樹園)에 계십니다. 부처님께서는 미래나 과거나 현재의 일을 아시며, 더구나 지극히 진실하여 결코 헛된 말씀은 하시지 않을 것이니, 가서 부처님께 보입시다.”
바라문은 “매우 좋다”라고 말하고는, 곧 권속인 5백 바라문과 국내의 5백 여인들과 함께 서로 따르며 부처님 처소에 이르렀다.
부처님께서는 마침 무수한 사람들을 위하여 설법을 하고 계셨는데, 제각기 나가 부처님께 절하고 한쪽에 앉았다. 바라문은 나아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구담(瞿曇)께서는 늘 여러 나라를 다니셨습니다. 아름답고 단정하기가 이 여자만한 사람을 보셨습니까?”
부처님께서는 곧 꾸짖으셨다.
“이 여자는 아름답지 못하다. 온통 추하여 한 군데도 좋은 곳이 없구나.”
바라문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여자는 온 나라 안에서 ‘이 여자는 추하다’고 말하는 이가 한 사람도 없는데,
지금 구담께서는 무슨 이유로 혼자만이 이 여자를 추하다고 말씀하십니까?”
바라문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상 사람들은 무엇으로 좋음을 삼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세상 사람이 눈으로 색(色)을 탐내지 않고, 귀로 나쁜 소리를 받아 듣지 않으면, 이것이 곧 좋은 것이다.
코로 향내를 맡지 않으며, 입으로 맛을 보지 않으면, 이것이 곧 좋은 것이다.
몸은 부드러운 것을 탐내지 않으며, 마음으로 악을 생각하지 않으면, 이것이 곧 좋은 것이다.
손으로 남의 재물을 훔치지 않으며, 입으로 남의 나쁜 것을 말하지 않으면, 이것이 곧 좋은 것이다.
잘난 척하거나 꾸미는 말[綺語]을 하지 않으며, 생(生)이 좇아온 데를 알고 죽음[死]이 나아가는 데를 알면, 이것이 곧 좋은 것이다.
보시한 뒤엔 반드시 복을 받는다는 것을 믿으면, 이것이 곧 좋은 것이다.
부처님을 믿고 법을 믿으며 비구승을 믿으면 이것이 곧 좋은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얼굴빛이 좋은 것은 좋은 것이 아니며,
신체가 좋은 것은 좋은 것이 아니며,
의복이 좋은 것은 좋은 것이 아니며,
말을 꾸미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다.
마음이 단정하고 뜻이 바른 것이 곧 좋은 것이다.”
분유달은 금 5백 냥을 되돌려 받았다.
부처님께서는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옛적에 바라내(波羅奈)라는 성이 있었는데, 과거 부처님으로부터 미래의 부처님까지 모두 여기에 자리하셨다.
그때 국왕이 있었는데 이름이 기유니(機惟尼)였으며 우바새(優婆塞)가 되어 경에 아주 밝았으며, 부처님을 위하여 절을 지었다.
왕은 딸을 두었는데 모두 우바이(優婆夷)가 되어 경에 밝고 지혜롭고 단정하기 짝이 없었으며, 몸에는 모두 금은과 호박(琥珀)과 주보(珠寶)를 달았고, 옷은 매우 아름다웠다.
첫째 딸의 이름은 수탐(羞耽)이었고, 둘째는 수탐마(須耽摩)였으며, 셋째는 비구니(比丘尼)였고, 넷째는 비구라치(比丘羅輜)였으며, 다섯째는 사문니(沙門尼)였고, 여섯째는 사문밀(沙門密)이었으며, 일곱째는 승대살탐(僧大薩耽)이었는데, 늘 부처님의 바른 법으로써 재계(齋戒)하고 보시하였다.
보시가 끝난 뒤에 일곱 딸들은 곧 부왕의 궁전에 나아가 부왕께 말하였다.
‘우리들 자매는 묘지에 함께 가서 구경하려 합니다.’
왕은 대답하였다.
‘묘지는 대단히 무섭다. 죽은 사람들만 있어서 해골과 머리털ㆍ뼈다귀들이 어지럽게 땅에 흩어져 있고, 슬퍼하는 자들과 목 놓아 울부짖는 자들이 가득 차 있으며, 호랑이와 늑대며 야수들이 있고, 올빼미 등이 시체의 살과 피를 빨고 있는데,
너희들은 어찌하여 묘지를 구경한다고 하느냐?
나의 궁중에는 정원과 목욕할 연못이 있으며, 거기엔 나는 새들과 원앙이 서로 따라 지저귀며, 여러 가지 꽃들이 있어 오색이 눈부신 지초(芝草)와 기이한 나무들이 있고, 온갖 과일과 청량함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으며, 놀면서 구경하기엔 아주 알맞을 텐데, 너희들 자매는 하필 묘지를 구경한단 말이냐?’
일곱 딸들은 곧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온갖 과일이나 맛난 음식이 어찌 조금인들 이익되겠습니까?
우리가 세상 사람을 보니, 늙는 때란 목숨이 날마다 죽음으로 나아가는 것이며, 사람이면 죽지 않는 이가 없습니다.
우리는 어린애가 아니며, 일찍부터 넉넉한 음식에 미혹되어 왔던 것입니다.
왕께서는 우리들 자매를 불쌍히 여기시고 허락해주십시오.’
이와 같이 세 번 청하자 왕은 말하였다.
‘매우 훌륭하구나. 너희들 자매의 청을 허락하겠다.’
그때 일곱 딸들은 곧 5백 채녀(婇女)들과 함께 수레를 장엄하고 궁궐문을 나왔다.
일곱 딸들은 그들의 목의 영락(瓔珞)을 풀어 땅에 흩었다.
그때 국내의 천여 명의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 뒤따르며 구슬ㆍ보배를 줍고 대단히 기뻐하였다.
드디어 성 밖의 묘지에 도착하니 냄새가 대단하고 땅은 더러웠으며, 울부짖고 통곡하는 소리만이 들렸다.
여러 채녀들과 사람들은 몸이 오싹해지고 소름이 끼쳐 털이 곤두섰다.
일곱 여인은 곧장 앞으로 나아가 죽은 사람들을 보았다.
그 중엔 머리가 끊어진 이도 있고, 손발이 잘린 자도 있으며, 코와 귀가 끊어진 이도 있었다.
그 중엔 벌써 죽은 이도 있었고, 아직 죽지 않은 이도 있었으며,
어떤 이는 관 속에 들어 있었고, 어떤 이는 거적 속에 싸여 있었으며,
어떤 이는 밧줄에 묶여 있었는데, 아낙네들은 통곡하며 모두 벗어나게 하려고 하였다.
일곱 여인은 좌우를 돌아보았다.
죽은 사람들도 많았지만 죽은 이를 들고 사방에서 오는 이도 있었다.
나는 새들과 짐승들은 다투어 몰려와서 뜯어먹고 있었고,
시체의 퉁퉁 불어 터진 배에서는 고름과 피가 흘러내렸으며,
수많은 벌레들이 뱃속에서 기어 나왔다.
냄새가 견딜 수 없었지만 그들은 코도 막지 않은 채 앞으로 나아가 그것들을 한 바퀴 돌고 서로들 이야기하였다.
‘우리들의 몸뚱이도 멀지 않아 정녕 저렇게 될 것이다.’
첫째 딸이 말하였다.
‘차라리 게송이나 한 수씩 지어 죽은 사람들의 혼백이나 구원하자.’
여섯 동생은 좋다고 찬성하였다.
첫째 딸이 읊었다.
‘이 사람들 살아서는 향 바르고 새 옷 입고, 대중 속을 지나면서 실눈 곱게 떴어라.
남들 앞에 맵시 낸 것은 드러내고 싶어서였는데 지금은 죽어 땅 속이라 햇볕은 뜨겁고 회오리바람 분다. 어여쁜 그 맵시 지금도 있는가.’
둘째 딸이 읊었다.
‘병 속에 갇힌 새 문이 막혀 못 날았는데, 병이 이제 깨어지니 새는 훨훨 날아갔네.’
셋째 딸이 읊조렸다.
‘수레 타고 달리다가 도중에서 팽개치니, 버려진 빈 수레 제 힘으론 못 가누나. 수레 몰던 그 주인 지금은 어디 갔나.’
넷째 딸이 읊조렸다.
‘비유하면 사람들이 배 타는 것과 같네. 여러 사람 함께 타서 물을 건너고 언덕에 다다르면 빈 배는 묶어 두네. 몸뚱이 버림도 이것과 같다네.’
다섯째 딸이 읊조렸다.
‘성이 굳고 튼튼한 때엔 많은 사람 살더니, 성이 이제 비고 나니 사람 하나 볼 수 없네.’
여섯째 딸이 읊었다.
‘좋은 옷 갈아입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잡을 데 없던 그들 이제 죽어 누웠으니 갈 수도 없거니와 움직일 수 더욱 없네. 그 옛날 그 사람들 지금은 어디 있나.’
일곱째 딸이 읊었다.
‘한 몸뚱이 홀로 살다 집 버리고 떠나가니 지키는 이 없는 빈 집 날마다 낡아지네.’
그때 제2 도리천왕(忉利天王) 석제환인(釋帝桓因)의 자리가 흔들리더니, 일곱 여인의 설법을 듣자,
곧 팔 한 번 펼 사이에 하늘에서 내려와 일곱 여인의 말을 찬탄하였다.
‘말씀한 것이 매우 훌륭합니다.
무슨 소원이든지 원한다면 내가 이루게 해 드리겠습니다.’
일곱 여인은 함께 말하였다.
‘당신은 제석천왕입니까, 범천왕입니까?
그대가 온 것을 보지 못했는데, 우리 앞에 와 있으니 우리로 하여금 알게 해주십시오.’
석제환인은 곧 대답하였다.
‘여러 여인들이여, 나는 제석환인(帝釋桓因)으로서 훌륭한 말과 좋은 말을 설하는 것이 들리기에 들으려고 왔소.’
일곱 여인은 말하였다.
‘당신이 부탁한 것이란, 우리들의 원을 들어주겠다는 것이었소.
당신은 제2 도리천에서 가장 높으니, 우리들을 위하여 반드시 이루게 해 줄 것입니다.
우리들 자매는 소원을 말하겠습니다.’
첫째 여인이 말하였다.
‘나는 뿌리도 없고 가지도 없고 잎사귀도 없는 나무를 얻어서, 그 가운데서 살고 싶습니다. 이것이 나의 소원입니다.’
둘째 여인이 말하였다.
‘나는 형체도 없고 밤과 낮의 구분도 없는 땅을 얻어, 거기서 살고 싶습니다.’
셋째 여인이 말하였다.
‘사람이 깊은 산속에서 크게 소리치면 울림이 사방에서 크게 들려와서 있는 곳을 알지 못하는, 그러한 곳에서 살기를 원합니다.’
석제환인은 대답하였다.
‘그만하시오. 나로선 이런 원을 들어 줄 수가 없습니다.
여러 여인들이 만일 제석천왕이나 범천왕이나 사천왕이나 해ㆍ달 가운데서 높은 이를 원한다면 이것은 이뤄 줄 수 있지만, 지금 그대들이 원한 것은 실로 내가 알 수 없는 것입니다.’
일곱 딸들은 곧 대답하였다.
‘당신은 하늘에서 가장 높으니 존엄하고 신묘(神妙)한 힘이 있을 텐데, 어찌하여 이러한 소원을 들어주지 못하오.
당신은 마치 늙은 소가 수레도 끌지 못하고 밭도 갈지 못하여 주인에게 이익됨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석제환인은 대답하였다.
‘나는 법을 설하는 것이 들렸기 때문에 듣기 위해서 왔으며, 내가 아는 바가 아닙니다.’
그리고는 곧 물러갔으며,
일곱 여인은 묵묵한 채 말이 없었다.
그때 공중에서 하늘의 말이 들려왔다.
‘지금 가섭(迦葉)부처님께서 가까운 능취(陵聚)에 와 계시거늘 어찌하여 가섭부처님께로 가서 묻지 않습니까?’
이것을 들은 일곱 여인은 크게 기뻐하여, 곧 따라 구경 왔던 5백 채녀와 묘지에서 슬피 울던 이들과 또 5백 사람들과 함께 마음을 내서 갔다.
때마침 가섭부처님께서는 무수한 사람들을 위하여 법을 설하고 계셨는데, 모두들 제각기 앞에 나가 절하고 한쪽에 앉았다.
제석환인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앞서 저는 국왕의 일곱 딸들이 법을 설함을 듣고 내려와서 들었는데, 일곱 딸들은 저에게 이러한 소원들을 말하였습니다.
〈나는 뿌리도 없고 가지도 없으며, 잎도 없는 나무를 원합니다.
모양이 없고 밤낮의 구분이 없는 땅을 원합니다.
깊은 산속에서 소리치면 울림이 사방에서 들려와서 있는 곳을 알지 못하는 그러한 곳을 원합니다.〉
그때 대답을 하지 못하였으니, 부처님께서는 저들 일곱 여인을 위하여 그 뜻을 설명하여 주십시오.’
가섭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훌륭하도다. 질문한 것이 정도에 많이 뛰어넘는구나.
이런 것은 아라한이나 벽지불도 알지 못하는 것인데, 더구나 네가 어찌 알겠느냐.’
이때 가섭부처님께서 빙그레 웃으시니 오색 광명이 입에서 나와 불국토[佛刹]를 비추고 돌아와서 몸을 두르고는 정수리로 들어갔다.
시자가 앞에 나가 무릎을 꿇고 가섭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는 함부로 웃지 않으십니다. 원컨대 그 뜻을 들려주십시오.’
가섭부처님께서는 살바라(薩波羅)에게 이르셨다.
‘너는 이 여인들을 보았느냐?’
‘예, 이미 보았습니다.’
‘이 국왕의 일곱 딸들은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을 내어 이미 5백 부처님께 공양하였으며,
다시 앞으로 1만 부처님께 공양하여 10겁 후에는 모두 성불할 것이다.
이름은 모두 부다라분(復多羅賁)이고, 나라 이름은 수타파(首陀波)이며, 그때 부처님 수명은 3만 세일 것이다.
그때 사람들의 옷과 음식은 제2 도리천의 것과 같을 것이며,
부처님께서 열반[般泥洹]에 드신 후 불법이 쉬었다가, 8천 년이 다하고 나면 이때 부처님이 설법하여 75억만 사람들을 제도하여 보살이나 아라한 도를 얻게 하실 것이다.”
일곱 딸들은 가섭 부처님께 수기를 받고 떠날 때에 한없이 기뻐하며, 스무 길[丈]이나 되는 허공에 머물렀다가 땅에 떨어지니,
모두가 남자로 변하였으며, 곧 불퇴위[阿惟越致]를 이루었다.
5백 채녀와 1,500의 하늘 사람들은 일곱 여자가 남자로 변한 것을 보고 뛸 듯이 기뻐하며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으며, 1천 사람들도 번뇌를 멀리 여의고 모두 법안(法眼)을 얻었다.’”
여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이 국왕의 일곱 딸들은 부유하고 안락하며 단정하고 귀하지만 오히려 몸을 믿고 치장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항상하지 않기에 이 몸은 오래 지닐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모든 세상 사람들은 어리석음에 앉아 있기 때문에 12인연에 떨어져서 나고 죽음이 있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 만약 모두 사랑[恩愛]을 말미암는다면 태어나서 늙고, 늙어서 병들게 되고, 병들어서 죽게 되고, 죽어서 울고불고하여 괴로움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인생이 모두 사랑을 따른다면 당장 네 몸을 보아라.
또한 다른 사람의 몸을 보아라.
앉으나 일어서나 생각하여라. 몸속의 땀과 피와 고름과 콧물과 눈물과 춥고 덥고 냄새나서 깨끗하지 못한 이러한 것이 어떤 종류의 몸이냐?
한번 허물어지면 벌레로 변하여 제 고기를 먹으며, 뼈마디와 사지가 소멸되어 재와 흙이 되는구나.
돌이켜 생각해 보아라.
우리 몸뚱이도 죽으면 속절없이 이와 같을 것이니, 결코 몸뚱이를 믿고 치장하지 말고 항상하지 않음을 생각하여라.
만약 사람이 선을 행하고 스스로 으쓱대거나 꾸미는 말을 하지 않으면 죽은 뒤에 모두 천상에 태어날 것이며, 만약 악을 행하는 이는 반드시 지옥에 들어갈 것이다.
여자들이 지옥에 떨어지는 이가 많은 까닭이 무엇인가?
질투하고 맵시만 내는 이가 많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실 때 바라문의 딸들은 뛸 듯이 기뻐하며 몸에 있던 보배구슬을 풀어 부처님께 바치니,
부처님의 위신력(威神力)으로 공중에 뿌려져서 보배 일산으로 변하더니 공중에서 말소리가 나며, ‘훌륭하십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때 부처님께서 곧 감동하시고 굉장한 신통을 놓으시며 자리에서 발가락으로 땅을 짚으시니,
삼천대천 불국토가 크게 진동하고, 광명이 시방에 비쳤으며,
백년 묵은 마른 나무에 꽃이 피었고,
비었던 도랑과 시내에는 저절로 물이 생겼으며,
공후(箜篌) 악기는 타지 않아도 저절로 울렸고,
부녀자들의 구슬 고리에서도 모두 저절로 소리가 났다.
소경은 볼 수 있고 귀머거리는 들을 수 있었으며,
벙어리는 말을 했고 꼽추는 펴졌으며,
절름발이도 고쳐지고, 손 병신ㆍ발 병신도 나았으며,
미친 이가 바로 되고, 독을 입은 이는 독이 번지지 못하였으며,
묶이거나 갇힌 이는 모두 풀렸고,
온갖 새들과 이리들과 짐승들은 모두들 서로 화답하여 울었다.
그때 구류국의 백성들은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모두 기뻐하였으며, 온화한 마음으로 서로 대하는 것이 마치 선정을 얻은 것 같았다.
부처님께서 이러한 변화를 부리실 때 구류국 왕은 뛸 듯이 기뻐하며 구슬을 보내었고, 여러 대신들과 바라문의 딸들은 그들의 권속들과 5백 바라문과 함께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냈으며, 또 5백 비구들은 모두 아라한도(阿羅漢道)를 얻었고, 나라 안의 5백 사람들은 모두 수다원도(須陀洹道)를 얻었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설해 마치시니 보살ㆍ비구승과 우바새ㆍ우바이와 국왕ㆍ대신과 장자ㆍ인민과 모든 하늘ㆍ귀신ㆍ용 등이 모두 크게 기뻐하며, 앞에 나와 머리를 땅에 대고 부처님께 절하고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