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지인들이 무슨 농사를 짓냐고 물으면 그냥 우리 먹을거 자급농사 짓는다고만 얘기하곤 했는데, 그런 질문들을 받으면서 곰곰 생각해보니, 크게 장(된장, 간장)농사와 김장 농사라고 보면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는 농사는 콩농사로, 그 콩을 밥에 넣어먹어 주된 단백질 원이며, 된장 간장 만들어 먹으니, 주된 농사 첫번째이고.
김장을 위해서 고추, 마늘, 양파, 돌배(엑기스를 담아서 김장에 넣기도 하고, 그냥 먹기도 함.) 등 양념류와 배추, 무 농사를 하니, 다른 농사는 김장을 위한 농사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겠습니다.
김장이 끝나고 나면, 드디어 1년 농사가 끝난 느낌이 들고, 남은 일은 간간이 나무하는 일만 남습니다.
내일 갑자기 영하 6도로 내려간다네요. 배추는 영하 5도까지 견딘다는데, 영하 6도라니 불안해서 부랴부랴 배추를 수확해 왔습니다.
김장은 며칠 있다 제 노는 날에 맞춰서 담을려고 일단 이불을 덮어놨습니다.
수확하고 남은 배추는 부직포를 덮어놨습니다. 이건 가끔 가져와서 쌈이나 나물 해 먹을겁니다.
드뎌, 김장을 시작합니다. 배추를 다듬습니다. 버리는 배춧잎은 모아서 닭장으로 갑니다.
소금에 절입니다. 금년에는 쭈그리고 앉지 않고 서서 일을 하려고 머리를 좀 써 봤습니다.
우측 소금물에 담갔다가, 꺼내서 좌측 다라이에 옮기고 소금을 뿌립니다.
하루동안 소금에 절였다가, 다음날 물에 헹굽니다.
좀 덜 추우라고, 솥에 물을 펄펄 끓입니다. 연통및 집진 역할을 하는 큰 드럼통이 아쉬운 대로 발열 역할도 좀 해서, 그 근처가 따뜻합니다.
책상 위, 스텐 다라이에서 1차 헹구고, 아래 플라스틱 다라이에서 2차 헹굽니다.
세숫대야에 뜨거운 물을 받아서 발을 담그니다. 이건 요번에 하면서 발견한 겁니다. 이러면 훨씬 덜 춥네요. 족욕하면서 헹구게 되니까요. 내년부터는 이 공간을 좀 넓게 해서 두 발 다 담글 수 있는 다라이를 놓고 해야겠습니다.
헹구고 난 배추를 물을 뺍니다.
물 빠지는 동안, 소를 만듭니다. 고추가루 약 7근 반, 찹쌀 2kg. 토종 고추가 섞여서 그런지 너무 맵습니다. 작년에 매울까봐 5근 넣었더니 허여멀건해서 금년에 좀 더 넣었더니, 많이 맵네요. 내년에는 고추가루를 약간 줄여야겠습니다.
이제 치댑니다. 덜 추우면 바깥에서 계속 할까 했는데, 너무 추워서 실내로 옮겼습니다.
배추도 집 앞 데크로 옮겨 놨습니다. 치대지기를 기다리는 배추들.
다 치대고 나니, 밤입니다. 밤이라 사진 해상도가 확 떨어지네요. 아니면 추워서 손이 떨렸나?
김치냉장고통으로 7개(큰 통 하나는 작년 김장 김치가 아직 김치냉장고에 남아있습니다.). 이 중에 하나는 수육용으로 소를 많이 넣어서 와이프가 치댄 거고, 나머지는 제가 치댄 겁니다. 처음 김장하던 해에, 춥고 귀찮아서 대충 얼른얼른 치댔더니, 의외로 두고 먹기에는 그게 더 맛있길래, 그 다음해부터 두고 먹는 김치는 제 담당이 되어버렸습니다.
찜 솥 하나, 플라스틱 통 하나. 얘들도 금방 먹을거라, 와이프가 치댔습니다.
오늘 담은 김장에 앞다리살 수육, 맥주 한 잔.
이 맛에 농사일을 합니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위해 봄부터 노력한 결과를 맛봅니다.
첫댓글 완성된 저녁상이 행복해 보입니다.
올해 수확 축하드립니다.
배추가 맛있겠어요~~
님의 자립에 진정 박수를 보내고 싶읍니다.
청방인가요. 배추가 참 탐스럽네요. 김장 축하드립니다 ~
부직포 덮어놓은게 청방입니다.
좀 늦게 심어서 그런지 청방은 김장 담글 정도로는 안 컸네요.
금년에는 청방으로 담근 김치를 먹어볼까 기대했는데 안 되네요. 내년에는 좀 더 일찍 모종을 내봐야겠습니다.
ㅎㅎ~
내비도님에 이어..진정한 자립농의 본보기를
봅니다~고맙습니다~~^^
제가 희망하는 먹거리 자급자족 부럽습니다
김치 양이 많은것 같습니다..
이제 잠시라도 불때고 등 따시게 놀아도 되겠네요~^^
벌써 작년이었나요?
그때 고성에서 묵은 김장김치를 너무 맛있게 먹었는데, 솜씨를 내신 분이 따로 있으셨군요.^^
묵은 김치는 제 겁니다. ㅋㅋ. 대충하는게 비결입니다요.
내년 3월에 맛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내년 3월에 뭐 있습니까? 여기 오시게요? 오신다면 당연 맛 보여드리지요.
@흙사랑농장 ㅎㅎ 3월이라야 가능합니다~
님이야말로 삶의 효율을 극대화한 현명한 농부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