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소수의 대형 육상 초식동물만을 가축화했다는 점에서 가축화된 포유동물이 더욱더 중요해진다
(과거에 육상 포유동물만을 가축화한 데는 명백한 이유가 있었다.
수생 포유동물은 현대 해양 시설을 개발하기 전까지는 기르고 사육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대형'을 45킬로그램 이상의 체중으로 정의한다면, 20ㅅ기 전까지 14종만이 가축화되었다.(목록은 표 9.1 참조).
고대의 이 14종 중 9종(표9.1에서 '기타 9종')은 매우 제한된 지역에서만 중요한 가축으로 자리 잡았다.
아라비아낙타(단봉낙타), 박트리아낙타(쌍봉낙타), 라마와 알파카(둘의 조상은 같을 종이지만 다른 품종),
당나귀, 순록, 물소, 야크, 발리소, 미툰(mithun)이 여기에 속한다.
한편 5종만이 널리 확산되어 세계 전역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그렇게 가축화된 로유 동물 중 '주요 5종'은 소, 돼재, 양, 염소, 말이다.
얼핏 보면 이 목록에 빠진 게 분명히 있는 듯하다.
한니발의 군대가 알프스산맥을 넘을 때 이용했다는 아프리카코끼리가 보이지 않는다.
요즘에도 동남아시아에서 노동에 이용하는 아시아코끼리도 보이지 않는다.
내가 그런 동물을 잊고 빠뜨린 게 아니다. 이쯤에서 분명히 구분해둘 게 있다.
요컨대 코끼리도 분명히 길들여졌지만, 가축화되지 않았다.
한니발의 코끼리는 사로잡은 뒤 길들인 야생 코기리였을 뿐이고,
아시아의 일 코끼리도 마찬가지이다. 그 코기리들은 가둔 상태에서 기른 게 아니었다.
반면 '가축화된 동물'은 가둔 상태에서 선택적으로 기르고 번식시킴으로써 야생 조상과 달라진 동물을 말한다.
결국 인간이 어딘가에 사용할 목적으로 사육과 번식 및 먹이를 통제한 동물이 가축이다.
달리 말하면, 가축화를 통해 야생동물은 인간에게 한층 유용한 동물로 변한다.
진정으로 가축화된 동물은 여러 면에서 야생 조상과 다르고, 그 차이는 두 가지 과정에서 비롯된다.
하나는 같은 종의 다른 개체보다 인간에게 더 유용한 개체를 인간이 선택하는 과정이고,
다른 하나는 야생이라는 환경과 달리 인간이 인위적으로 바꾼 환경에서 작동하는
자연선택에 동물이 지동적으로 반응하는 진화 과정이다.
이 모든 과정이 식물의 작물화에도 적용된다는 걸 우리는 이미 7장에서 살펴보았다.
가축화한 동물은 여러 부분에서 야생 조상과 달라진다. 많은 종이 크기가 변한다.
예컨대 소와 돼지와 양은 가축화를 통해 크기가 작아진 반면, 기니피그는 더 커졌다.
양과 알파카는 보드라운 털을 보존하면서도 잡털을 줄이거나 없애는 방향으로 진화했고,
젖소는 젖의 양을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선택되었다.
몇몇 종은 가축화하면서 야생 조상보다 뇌가 작아졌고, 감각기관의 기능도 떨어졌다.
야생 조상이 포식자로부터 도피할 때 의존하던 큰 뇌와 민감한 신경기관이 더는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축화를 통한 변화를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
가축화된 개의 야생조상인 늑대와 다양한 품종의 개를 비교해보자,
그레이트데인 등 일부 품종은 늑대보다 훨씬 더 크지만, 페키니즈처럼 무척 작아진 품종도 적지 않다.
또 그레이하운드를 비롯한 몇몇 품종은 늑대보다 날렵해서 달리기에 적합해 보이고,
닥스훈트 등은 다리가 무척 짧아 달리는 데 소용이 없을 정도이다.
폼종에 따라 털의 형태와 색이 매우 다양하지만 털이 아예 없는 것도 적지 않다.
폴리네시아인과 아즡텍인은 식응으로 여러 품종의 개를 개발하기도 했다.
닥스훈트와 늑대를 비교할 때, 미리 알고 있지 않다면
누구도 닥스훈트가 늑대에서 유래했다는 걸 짐작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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