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혼동해선 안될 것과 너무 분명해선 안될 것...
공로와 과오는 조금도 혼동하면 안 된다. 이것을 혼동하면 사람들이
나태해진다.
은혜와 원한은 너무 분명하게 가리지 않는다.
그러면 사람들이 배반하게 된다.
공로와 과오는 혼동하지 말라는 말은, 신상 필벌하라는 말과 일맥 상통한다.
누가 혼동하고 싶어서 그리하리오. 살다가 보면 정에 이끌려 사랑하는 사람이 과오를 저질렀는데
분명히 나무라거나 처벌해야 하는데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으니 말이다
자고로 오랜 세월을 통하여 인류에 회자 되는 금언이나 속담은 모두 다 일리가 있기는 하지만,
쉽게 실행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이다. 오죽하면 제갈공명이 한 일 중에서도 유명한 이야기 중에
“읍참마속(泣斬 馬樕)이란 말이 있었을까. 전쟁통에 반드시 지켜야 할 일을 자만에 빠져서 명령을 어겨서 나라에 크나큰 해를 초래한, 사랑하던 부하를 눈물을 삼키고 목을 베었다는 삼국지 속의 그 유명한 고사를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기는 하지만, 막상 내가 그 입장이 되었을 때 과연 그렇게 행할 수가 있을까 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은원 관계를 분명하게 하라는 말도 물론, 옳기는 하지만 여자와 소인은 잘해주면 버릇이 없어지고, 잘못이 있어서 나무랄 때 너무 가혹하게 혹은 지나치게 엄하게 처벌을 하면 원한을 품게 된다는 뜻으로
<일부 함원이면 오월 하늘에에 서리가 내린다.>고 했을까? 소인이란 너그럽게 헤아리거나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기보다는 변명을 하기가, 쉬우니 작은 처벌에도 한을 품게 될 것이기 때문이리라. 그러니 은혜와 의리를 널리 베풀어라, 인생을 사는 동안 어디에서든지 다시 서로 만나게 될 것이요, 수원을 맺지말라 좁은 길에서 마주치면 서로 피하기가 어렵도다 고 한 말도 있다.
(恩義 廣施 人生何處 不相逢, 讐怨 莫結 路逢狹處 難回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