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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운기
의사가 꼭 알아야 할 천문학 상식
의사는 하늘과 땅 사이에 운행하는 기를 알아야 한다
『내경』에서는 '해가 바뀜에 따라 나타나는 기(氣)의 성쇠와 허실을 알지 못한다면 훌륭한 의사가 될 수 없다.'고 말했고, 『내경』에 주석을 단 당대(唐代)의 왕빙(王冰)도 천지 자연의 변화를 모르면 사람에게 병이 생기는 까닭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의술에 종사하는 자는 마땅히 천지자연이 변화하는 이치를 잘 알아야 하는 것이다.
우주와 자연의 시간은 규칙적으로 순환한다
하늘의 시간은 흘러가며, 또한 규칙적으로 순환한다. 그것은 기(氣)가 생장하고 소모되는 과정이다. 소강절(邵康節, 1011~1077)은 하늘의 전체가 운행하는 한 순환 주기를 1원(元)이라 하였다. 그 전체 주기인 1원은 12개의 소부분으로 나뉘며 그 하나를 1회(會)라 한다. 1회는 다시 30개의 소부분으로 나뉘며 그 하나를 1운(運)이라 한다. 1운은 또다시 12개의 소부분으로 나뉘며 그 하나를 1세(歲)라 한다. 이러한 과정은 한 해가 12달이 되고, 한 달이 30일이 되며, 하루가 12시간이 되는 것과 똑같다.
놀랍게도 1원에는 12만 9600해가 있고, 1회에는 12만 9600달이 있으며, 1운은 12만 9600날이고, 1세는 12만 9600시간이다. 이렇듯 12만 9600이라는 수는 원, 회, 운, 세에서 모두 구현된다. 이는 억지로 맞춘 수가 아니라 규칙적인 하늘의 운행에서 비롯되는 우주 자연의 수이다.
1원(12회)에서 전반기 6회까지는 기가 생장하는 과정이며, 후반기 6회는 기가 줄어드는 과정이다. 마찬가지로 한 해의 전반부 여섯 달(동짓달에서 4월까지)은 기가 자라나는 과정이며, 후반부 여섯 달(5월부터 10월까지)은 기가 줄어드는 과정이 된다. 1원 중 만물은 기가 자라나는 회인 인회(寅會)에서 생겨나며, 기가 꺼져가는 술회(戌會)에서 갈무리된다. 1년으로 치자면, 음력 정월[寅月]에 생명체가 꿈틀거리고 나와 음력 9월[戌月]에 동면하는 동물이 동면을 시작하게 된다. 이는 우주 자연의 법칙이다.
하늘과 땅의 생성과 구조
모름지기 의사는 방위와 지리, 계절과 시간에 따른 병을 이해하기 위해서 하늘과 땅의 생성 과정과 구조, 그리고 그 운행을 미리 알아야 한다.
하늘과 땅은 어떻게 생겨났는가? 선유(先儒)는 천지의 생성을 다음과 같이 논했다.
하늘과 땅이 생길 때는 뒤섞여서 갈라 볼 수 없었고, 맑은 것과 흐린 것도 갈라지지 않았으며 오직 한 가지 기운뿐이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바깥을 돌던 것이 차차 가벼워지고 맑아졌으며, 기운데서 엉기고 모였던 것은 점점 무거워지고 흐려졌다. 가볍고 맑은 기운이 몰려서 하늘을 이루었고, 무겁고 흐린 기운은 뭉쳐서 땅을 이루었다.
하늘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해와 달과 별 등이 생겨났음을 뜻하고, 땅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물과 불, 흙과 돌 따위가 만들어졌음을 뜻한다.
하늘과 땅은 어떤 형체와 구조를 가지고 있는가? 흔히 하늘과 땅의 모습은 달걀에 비유된다. 하늘을 둥근 달걀이라 하면 땅은 그 가운데 떠 있는 노른자위에 해당한다. 이런 비유는 단지 하늘이 땅의 겉을 둘러싸고 있음을 말하기 위함이지 하늘이 계란의 모습대로 생겼다는 것은 아니다. 계란과 달리 하늘은 둥근 공의 형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과 땅의 정확한 구조는 다음과 같은 장치로 확실히 알 수 있다. 둥근 공을 준비한 후 그 공에 물을 절반쯤 채우고 그 위에 네모난 널빤지를 띄운다. 이때 공은 하늘이고, 널빤지가 사람이 사는 땅이며, 널빤지에 붙어 있는 온갖 것이 만물이다.
천체는 멈춰 있지 않고 계속해서 돈다. 하지만 천체가 돈다는 것은 천체 자체로는 알 수가 없다. 이는 마치 둥근 공이 계속 돈다 해도 널빤지 위에서는 깨달을 수 없는 이치와 같다. 그렇다면 천체가 도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바로 동쪽에서 나와 서쪽으로 지는 별의 움직임을 통해서 알게 된다. 별은 천체에 붙어 일정한 궤도를 따라 멈춤이 없이 뜨고 진다.
별은 북쪽과 남쪽의 움직이지 않는 두 극(極)을 축으로 하며 돈다. 북극이 있음은 어떻게 아는가? 하늘을 혼천의(渾天儀)나 간의(簡儀) 같은 기구에 달린 망통(望筒)을 통해 관찰하면, 다른 별은 다 도는데 오직 북쪽의 한 별만이 거의 돌지 않고 망통 안에 머물러 있다. 이 별을 유성(紐星)이라 한다. 유성이 도는 자리에 하늘의 중심인 북극이 있다. 이를 맷돌에 비유하면 맷돌 한가운데 있는 중쇠[磨臍]가 북극이 된다. 남쪽에도 극이 있다. 이는 남쪽 하늘에 있는 별들이 동쪽이나 서쪽에 있는 별이 도는 궤도보다 크지 않게 도는 현상으로부터 추측할 수 있다.
한편, 남·북극의 중간은 하늘의 허리로서 적도라 하며, 태양이 도는 길을 황도라 이름한다.
기후, 지리와 질병
음양의 기가 오르내리는 것
땅의 기운인 지기(地氣)는 천기(天氣)로부터 유래한다. 『주역(周易)』에서 건(乾)은 하나이면서 실(實)하며 곤(坤)은 둘이면서 허(虛)하다고 말했는데, 주자(朱子)는 이 말이 매우 정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건은 하나이면서 실하며 땅은 비록 견실하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허하기 때문이다.
하늘의 기운은 땅 속으로 돌아다니다가 지기의 형태로 나와 만물을 자라게 한다. 천기가 땅 속에서 지기의 형태로 나온다는 사실은 율관(律管)을 써서 시험 검증할 수 있다. 천문학자들은 땅 속에 기 감응 율관을 묻어 양기의 도래를 측정하였다. 그랬더니 땅 속에서 양기가 뚫고 올라오는 데에 분·초의 오차도 없었다.
땅 속에서 양기는 동짓날부터 올라오기 시작하여 하짓날 하늘에 도달한다. 양이 극히 성하면 음으로 바뀌는 법, 하늘까지 올라간 양기는 음기로 전화하여 차차 땅 속으로 향한다. 그것이 동짓날까지 계속된다. 이렇듯 1년 24절기 360일을 주기로 하여 양기와 음기가 땅과 하늘 사이를 순환하게 된다.
양기가 땅 속에서 하늘로 오르는 과정이 봄과 여름이다. 봄에는 양기 덕택으로 만물이 생장하며 여름에는 양기가 왕성해지기 때문에 만물이 무성 해진다. 봄과 여름은 1년의 절반으로 180일이며, 그 중간인 춘분이 봄과 여름이 바뀌는 날이다.
하늘까지 온 양기가 음기로 전화하여 땅 속으로 내려오는 과정이 가을과 겨울이다. 가을에는 음기가 만물을 영글게 하며 겨울에는 음기만 남아 만물을 갈무리한다. 가을과 겨울은 1년의 절반으로 180일이며, 그 중간인 추분이 가을과 겨울이 갈리는 날이다.
땅 속과 하늘 사이의 거리가 총 8만 4000리이므로 양기 또는 음기는 하루 동안에 460리 240보씩 움직인다. 닷새를 1후(候)로 치며, 3후를 1기(氣)로 잡는다. 3기가 1절(節)이며, 2절이 1시(時)이다. 4시가 합쳐 1년이 된다. 따라서 1년에는 봄·여름·가을·겨울 등 사시가 있고, 입춘·춘분·입하·하지·입추·추분·입동·동지 등 8절(節)이 있으며, 더 나아가 입춘·우수·청명·곡우…… 소한·대한 등 24기(氣)가 있다. 춘분·추분이라 함은 음양의 차고 더운 기운이 서로 나뉨을 뜻하며, 하지·동지라 함은 이때 양기 또는 음기가 극에 달했음을 의미한다.
음기와 양기의 변화는 주역의 12괘상(卦象)의 변화로도 읽어낼 수 있다. 음기만 있는 동짓달[坤卦]에서 양기가 계속 자라 춘분이 되면 양이 아래에 절반 있고 음이 위에 절반 있는 태괘(泰卦)가 된다. 양이 더 자라 가장 왕성한 하짓날이 되면 순양(純陽)의 상태인 건괘(乾卦)가 된다. 이후 음기가 올라오기 시작하여 추분이 되면 양이 위에 절반 있고 음이 아래에 절반 있는 비괘(否卦)가 된다. 다시 음만 있고 양이 없는 상태가 되면 처음의 괘인 곤괘(坤卦)의 상태가 되며 또다시 양기가 생기는 작용을 반복한다.
각 달의 기후의 차이는 음기와 양기의 작용으로 설명할 수 있다. 사계절의 기후는 해당 계절의 가운데 달에서 시작하여 마지막 달에서 왕성해진다. 대체로 봄(음력 1~3월)에는 음력 2월에서부터 따뜻해져 3월이 되어 몹시 따뜻해진다. 여름(음력 4~6월)에는 음력 5월부터 더워지기 시작하여 6월이 되면 몹시 더워진다. 가을(음력 7~9월)에는 음력 8월부터 서늘해져 9월이 되면 매우 서늘해진다. 겨울(음력 10~12월)에는 음력 11월부터 추워져 12월이 되면 매우 춥게 된다.
또한 음력 5월의 하짓날에는 음기가 생기기 시작하는데도 도리어 몹시 더워지고 11월 동짓날에는 양기가 막 생겨나는데도 도리어 몹시 추워진다. 왜 그런가? 이는 아래에서 기운이 생기면 다른 기운이 밀려 올라가기 때문이다. 하짓날 음이 생기면 양이 그만큼 밀려 올라가 더 더워지는 것이며, 동짓날 양이 생기면 음이 그만큼 밀려 올라가 더 추워지는 것이다. 여름에는 땅 속 깊은 데 있는 우물 안이 서늘하고 겨울에는 그 우물 안이 따뜻한 것으로부터 이를 경험하여 알 수 있다.
지방에 따라 음식과 생활 습성이 다르다
지방에 따라 먹는 음식의 종류와 음식을 먹는 습성이 다르다. 옛 성현은 지리의 차이와 그것에 따른 습성의 차이를 고려하면서 치료한 까닭에 치료가 이치에 어긋남이 없었다.
동쪽 지방은 하늘과 땅의 기가 시작되는 곳으로 생선과 소금이 나는 곳이다. 또한 바다와 물이 가깝기 때문에 사람들이 물고기와 짠것을 좋아하고 거처를 편안히 하며 음식먹기를 즐겨한다.
서쪽 지방은 금과 옥, 모래와 돌이 많은 곳이며 메마른 곳이다. 사람들은 언덕에서 사는데 바람이 심하고 수토(水土)가 세어서 얇은 옷을 입지 않고 털 돗자리를 깐 데서 지내며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 살이 찐다.
북쪽 지방은 천지의 기가 폐장(閉藏)되는 곳이다. 지대가 높고 찬바람이 불며 얼음이 얼기 때문에 몹시 춥다. 사람들은 들판에서 살기를 좋아하고 젖을 많이 먹는다.
남쪽 지방은 천지의 기운이 장성하므로 양기가 왕성한 곳이다. 또한 지대가 낮고 수토(水土)가 약하기 때문에 안개와 이슬이 심하다. 사람들은 신것과 삭힌 음식을 좋아한다.
중앙 지대는 땅이 평탄하고 습기가 많기 때문에 만물이 잘 자란다. 그러므로 이 지대의 사람들은 여러 가지를 먹으면서도 일은 힘들게 하지 않는다.
지리적 조건에 따라 수명이 다르다
지리적 조건 때문에 사람의 수명이 다르게 된다. 먼저 지방의 방위에 따라서 수명의 차이가 있다. 서북 지방 사람이 동남 지방 사람보다 오래 산다고 한다. 황제(黃帝)의 스승인 기백(岐伯)은 그 이유를 서북 지방에는 음기가 많고 동남 지방에는 양기가 많기 때문이라 했다. 즉, 음기가 많은 지방에서는 양기가 헛되이 새어나가지 않고, 한기가 밖을 지키기 때문에 사기에 자주 적중되지 않고, 정기가 든든하게 지키기 때문에 오래 사는 반면, 양기가 많은 지방에서는 양기가 소모되고 발설하는 것이 한도가 없고 풍습(風濕)의 기운을 자주 받아 진기가 줄어들기 때문에 일찍 죽는 것이다.
지역의 높고 낮음에 따라서도 수명에 차이가 난다. 높은 지대에 사는 사람은 오래 살고 낮은 지대에 사는 사람은 일찍 죽는다. 이 역시 높은 지대에는 음기가 많고 낮은 지대에는 양기가 많기 때문이다.
지리적 조건에 따라 병과 치료법이 다르다
사는 곳의 방향과 지세에 따라 잘 걸리는 병이 각각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할 때에도 이 차이를 잘 고려해야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지세의 고저(高低)에 따라 잘 걸리는 질병이 다르다고 했다. 높은 지대에 사는 사람은 창만증(脹滿證)에 잘 걸리고 낮은 지대에 사는 사람은 창(瘡)에 잘 걸린다. 왜 그런가? 높은 데는 기가 차고 낮은 데는 기가 뜨겁기 때문이다. 왜 높은 데는 차고 낮은 데는 뜨거운가? 높은 데 있는 하늘의 양기는 아래로 내려가고, 낮은 데 있는 땅의 음기는 위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차거나 서늘한 데서 생긴 창만은 설사를 시키면 낫고 창은 땀을 빼 면 곧 낫는다.
이천(李梴)의 『의학입문』에서는 방위에 따른 질병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동·남쪽 지방은 땅이 습하고 기후가 무덥기 때문에 병들면 땀이 저절로 많이 나온다. 서·북쪽 지방은 지대가 높고 메말랐고 기후가 차고 서늘하다. 그렇기 때문에 병들어도 땀을 잘 흘리지 않는다. 중원은 습기가 몰려서 생기는 창만병이 많다.
또 『득효방(得效方)』에서도 남쪽 지대와 북쪽 지대의 병이 다르고 치료법이 다르다고 말했다.
북쪽은 땅이 후하고 물이 깊다. 물은 내려가는 성질이 있으므로 이 지대에서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몸이 실하고 몸이 허한 사람은 적다. 그러므로 치료 할 때에는 성질이 차거나 서늘한 약을 쓰는 것이 좋다. 남쪽은 화에 속한다. 화의 성질은 가볍고 덥다. 때문에 이 지대 사람들은 대부분 몸이 허하고 실한 사람은 적다. 그러므로 치료할 때에는 성질이 온화한 약을 써야 한다.
운기의 이론과 실제
운기학이란?
유온서(劉溫舒, 송나라의 의학자)는 『소문입식운기론오(素問入式運氣奧)』(1099년 간행)에서 운기론(運氣論)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객기(客氣)가 주기(主氣)의 위에 있어 기상 현상에 영향을 끼친다. 그러므로 따뜻한 것, 서늘한 것, 추운 것, 더운 것, 어슴푸레한 것, 밝은 것, 어두운 것, 바람 부는 것, 비 오는 것, 서리 내리는 것, 눈 오는 것, 번개 치는 것, 우박 내리는 것, 천둥 우는 것 등 여러 가지 변화가 생긴다. 하지만 봄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더우며 가을에는 서늘하고 겨울에는 추운 정상적인 기후 상태를 완전히 바꾸는 것은 아니다. 다만 크든 작든 정상적인 기후에 변화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만약 정상에서 벗어나는 변화가 생기면 자연 규칙과 어긋나므로 사람을 병들게 한다. 한 해에 사람들이 모두 똑같은 병을 앓기도 하는데, 이렇게 생긴 병을 시절 또는 기후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 하여 특별히 시기(時氣)라고 이름한다.
하늘과 땅의 기 변화는 60갑자(甲子)를 한 주기로 하여 표현된다. 그 중 한 해 한 해는 정해진 운세를 지닌다. 왜냐하면 60갑자를 구성하는 간지(干支)가 모두 오행에 따른 기의 상태[勢]를 표시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해의 천간이 갑이냐 을이냐에 따라서, 또는 지지가 자냐 축이냐에 따라서 그 운세는 달라지며, 그에 따라 기상 상태도 달라지고 앓는 병도 달라진다. 또한 한 해에도 계절에 따라 기상 상태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오행에 따라 한 계절을 주관하는 기의 상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운기학은 한 해의 천간(天干), 지지(地支), 계절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운세가 어떻게 기후로 표현되는가와 그러한 기후 변화가 어떠한 병을 일으키는가를 묻는 학문이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천간, 지지, 계절의 음양오행 배속과 오행이 상생·상극하는 이치를 반드시 이해하여야 하며, 또한 하늘과 땅의 기운이 작용하여 만들어내는 6기(六氣)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
심간기운도 <출전 『동의보감』>
십이지사천결 <출전 『동의보감』>
오행의 상생과 상극
오행이란 금(金), 목(木), 수(木), 화(火), 토(土)의 기운을 말하는 것으로 끊임없이 순환하는 변화 과정 중의 한 상태를 지칭한다. 목의 기운은 해가 떠오르는 동쪽의 방위를 주관하며 사계절이 시작되는 봄에 대응한다. 화의 기운은 해가 중천에 뜬 남쪽의 방위를 주관하며 사계절 중 가장 더운 여름에 대응한다. 금의 기운은 해가 지는 서쪽의 방위를 주관하며 낙엽이 지는 가을에 대응한다. 수의 기운은 1년 중 가장 추운 북쪽의 방위를 주관하며 마지막 계절인 겨울에 대응한다. 토의 기운은 중앙의 방위를 주관하며 1년 중 가운데인 늦은 여름[長夏]에 대응한다.
오행이 하늘에서는 기후 변화로 나타난다. 추운 것, 더운 것, 마른 것, 축축한 것, 바람 부는 것 등이 그것이다. 오행이 땅에 붙박게 되면 쇠, 나무, 물, 불, 흙의 형태로 나타난다.
오행의 기가 순조롭게 흘러나가는 과정을 상생(相生)이라 한다. 상생은 수의 기운에서 시작된다. 수의 기운은 목의 기운을 생(生)하고, 목의 기운은 화의 기운을 생한다. 화의 기운은 토의 기운을 생하고, 토의 기운은 금의 기운을 생하며 금의 기운은 수의 기운을 생한다.
오행성쇠도 <출전 『동의보감』>
오행의 기운은 서로 충돌하며 대립하기도 한다. 강한 것이 약한 것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목의 기운이 토의 기운을 제압할 수 있다. 충실한 것이 허약한 것을 이기기 때문에 토의 기운이 수의 기운을 끊을 수 있다. 음이 양을 없앨 수 있기 때문에 수의 기운이 화의 기운을 끄게 된다. 맹렬한 것이 강한 것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화의 기운은 금의 기운을 녹일 수 있다. 그리고 굳은 것이 부드러운 것을 자르기 때문에 금의 기운이 목의 기운을 벨 수 있다.
오행의 상극이란 아들 격이 어머니 격을 위하여 복수하는 것을 뜻한다. 이를테면 목의 기운이 토의 기운을 제압하려 할 때, 토의 아들 격인 금의 기운이 다시 목의 기운을 치고자 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럴 경우 다시 목의 아들 격인 화의 기운이 금의 기운을 녹이고자 하며, 그렇게 되면 금의 아들 격인 수의 기운이 화의 기운을 끄고자 할 것이며, 다시 화의 아들 격인 토의 기운이 수의 기운을 가두어 없애고자 하고, 또다시 수의 아들 격인 목의 기운이 토의 기운을 제압하고자 할 것이다.
이렇듯 상생하고 상극하는 자연의 과정은 쉼 없이 반복된다.
육기의 생성과 작용
육기(六氣)란 오행으로 말미암아 생겨난 기운을 말한다. 한(寒), 서(暑), 조(燥), 습(濕), 풍(風), 화(火)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오행은 다섯이지만 기(氣)는 여섯이므로 오행 중 화가 둘로 나뉘어 육기와 짝을 맞춘다. 화에는 몸 안에서 작용하는 화인 군화(君火)와 몸 밖 자연계에서 작용하는 상화(相火) 등 두 가지가 있다. 몸 안에서 주된 구실을 하는 몸 안의 화를 군화라 이름하고, 바깥에서 보조적인 작용을 하는 자연계의 화를 상화라 이름한다.
여섯 가지 기운은 오행 상생의 순서에 따라 각기 1년 중 일정 기간을 주관한다. 맨 먼저 목의 작용이 풍(風)이므로 한 계절이 시작하는 봄을 주관한다. 두 번째로 군화가 열(熱)에 대응하므로 늦은 봄에서 여름을 주관한다. 세 번째로 상화가 더위에 대응하므로 여름을 주관한다. 네 번째로 금의 작용이 조(燥)이므로 가을을 주관한다. 다섯 번째로 수의 작용이 한(寒)이므로 겨울을 주관한다. 마지막으로 토의 작용이 습(濕)이므로 늦은 여름을 주관한다.
각각의 여섯 기운이 주관하는 계절을 좀더 상세히 말하면 다음과 같다.
해(顯明이라고 한다)가 12월 중기(中氣, 절과 절 사이)인 대한(大寒)날에 첫째 기운인 목의 기운과 만나고, 다음 2월의 중기인 춘분 날에 둘째 기운인 군화의 기운과 만나며, 다음 4월의 중기인 소만(小滿) 날에 셋째 기운인 상화의 기운과 만나고, 다음 6월의 중기인 대서(大暑) 날에 넷째 기운인 토의 기운과 만나며, 다음 8월의 중기인 추분 날에 다섯 번째 기운인 금의 기운과 만나며, 다음 10월의 중기인 소설(小雪) 날에 여섯 번째 기운인 수와 만난다. 이 각각의 기는 60일 87각(1일은 100각(刻)임) 반씩 맡고 있으니 모두 365일 25각이 되며, 이것이 바로 1년이다.
이렇듯 여섯 가지 기운은 변함없이 이 순서대로 순환하며 자기 구실을 다한다. 그것은 땅의 기운이 고요하고 제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봄에는 따뜻하며, 여름에는 덥고 가을에는 서늘하며, 겨울에는 추운 것이 변함없이 교대된다. 땅의 기운이 이처럼 한결같으며, 그것이 기후의 기본을 이루므로 이를 주기(主氣)라 한다.
하늘에도 육기(六氣)가 있으니 이를 객기(客氣)라 한다. 정상적인 땅의 기운에 영향을 미쳐 기후의 변동을 초래하기 때문에 객기라 한 것이다. 이 객기는 하늘이 운행함으로써 생기며 상하, 좌우로 땅의 기운 위에 펼쳐진다. 따라서 어떤 해인가에 따라서 풍, 열, 서, 습, 조, 한 등 땅의 여섯 기운의 작용에 크거나 작은 미묘한 변화가 발생한다.
하늘의 육기와 땅의 육기는 기가 흘러가는 순서가 틀리기 때문에 서로 어울리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이런 부조화 상태가 병이다. 땅과 하늘의 여섯 기운의 순서는 오행과 육기의 개념에다 십이지(十二支)와 3음 3양의 개념이 더해지기 때문에 다소 복잡하다.
먼저 십이지를 알아보면, 그것은 자, 축, 인, 묘, 진, 사, 오, 미, 신, 유, 술, 해 등이다. 3음 3양은 하늘의 여섯 기로, 그것은 궐음(厥陰), 소음(少陰), 태음(太陰)의 3음과 소양(少陽), 양명(陽明), 태양(太陽)의 3양으로 구성된다. 궐음은 음의 요소가 1/3인☱ 상태를, 소음은 음의 요소가 2/3인☳ 상태를, 태음은 음의 요소가 전부인☷ 상태를 뜻하며, 소양은 양의 요소가 1/3인☶ 상태를, 양명은 2/3인☴ 상태를, 태양은 전부인☰ 상태를 말한다.
12지와 3음 3양은 다음과 같이 배속된다. 자와 오는 소음에, 축과 미는 태음에, 인과 신은 소양에, 묘와 유는 양명에, 진과 술은 태양에, 사와 해는 궐음에 배속된다. 또한 12지와 3음 3양은 땅의 육기와도 결합된다. 사해궐음(巳亥厥陰)이 풍목(風木)이 되며, 자오소음(子午少陰)은 군화(君火)가 된다. 인신소양(寅申小陽)이 상화(相火)가 되며, 축미태음(丑未太陰)은 습토(濕土)가 된다. 묘유양명(卯酉陽明)이 조금(燥金)이 되며 진술태양(辰戌太陽)은 한수(寒水)가 된다. 이렇듯 하늘의 3음 3양과 오행의 목·화·토·금·수와 땅의 풍·열·서·습·조·한의 육기가 하나로 결합한다.
땅의 육기는 오행 상생의 정상적인 순서로 흘러가므로 궐음풍목(厥陰風木)이 첫 번째가 되어 봄을 주관하며, 목이 화를 생하므로 소음군화(少陰君火)가 늦봄에서 초여름 사이를, 소양상화(少陽相火)가 여름을 주관한다. 화가 토를 생하므로 태음습토(太陰濕土)가 그 다음이 되어 늦여름을 주관하고, 토가 금을 생하므로 양명조금(陽明燥金)이 그 다음이 되어 가을을 주관하며, 금이 수를 생하므로 태양한수(太陽寒水)가 겨울을 주관한다.
하늘의 육기는 오행의 흐름대로 배열되지 않고 음양의 흐름대로 배열된다. 즉, 음이 2/3인 少陰에서 음이 전부인 太陰이 되었다가, 음이 극에 달해 양으로 변하여 양이 1/3인 少陽이 되고, 그것이 다시 2/3인 상태인 陽明이 되고, 또다시 양이 전부인 太陽이 된다. 태양은 양이 꽉 찼으므로 다시 음으로 전화하여 음이 1/3인 厥陰이 된다.
땅의 여섯 기와 하늘의 여섯 기의 배열이 다르기 때문에 땅의 기후 변화가 하늘의 여섯 기의 영향을 받아서 변화를 보이며 그것이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
오운의 불균형 때문에 해마다 생기는 병이 다르다
5운(五運)이란 일차적으로 10간(干)과 관련된다. 『내경』에서는 '하늘에 10일이 있는데 10일이 여섯 번 돌아오면 제자리 갑이 된다.'고 하였다. 여기서 10일이란 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를 말한다. 한 번은 양이 되고 한 번은 음이 되므로 여기서 홀수의 천간은 양이 되며, 짝수의 천간은 음이 된다. 그러므로 갑, 병, 무, 경, 임은 양이고, 을, 정, 기, 신, 계는 음이다.
5운은 갑과 기, 을과 경, 병과 신, 정과 임, 무와 계를 각기 한 쌍으로 한다. 갑년과 기년은 토의 운세가 지배하며, 을년과 경년은 금의 운세가 지배하며, 병년과 신년에는 수의 운세가 지배한다. 정년과 임년에는 목의 운세가 지배 하며, 무년과 계년에는 화의 운세가 지배한다.1)
양년(陽年)은 기가 왕성해져 태과(太過)2)이고, 음년(陰年)에는 기가 쇠약해져 불급(不及)3)이다. 태과와 불급은 서로를 상쇄한다. 태과와 불급이 한 쌍을 이루기 때문에 갑과 기가 합하고, 을과 경이 합하고, 병과 신이 합하고, 정과 임이 합하고, 무와 계가 합하는 것이다.
오운이 태과하거나 불급하게 되면 정상이 아니므로 병이 생긴다. 『삼인방』에서는 갑·병·무·경·임 등 양년과 을·정·기·신·계 등 음년의 태과와 불급에 따라 생기는 병의 증상과 치료법을 제시하였다. 그 내용을 보도록 하자.
• 갑(甲)이 들어간 여섯 해-이 해에는 土의 氣運이 太過하기 때문에 비가 오고 습기가 많아서 土剋水신장의 수기(水氣)가 邪氣를 받게 되어 병이 생긴다. 이때는 배가 아프고 몸이 싸늘하며 기분이 좋지 않고 몸이 여위고 다리에 힘이 없으며 발바닥이 아프고 속이 그득하며 입맛이 떨어지고 팔다리를 쓰지 못한다. 이런 때는 부자산수유탕을 쓴다.
• 병(丙)이 들어간 여섯 해-이 해에는 水의 氣運이 太過하기 때문에 찬 기운이 심해져 水剋火심장의 화 기운이 邪氣를 받게 되어 병이 생긴다. 이때는 몸에 열이 나고 가슴이 답답하며 음궐(厥, 음이 치밀어 오름)로 온 몸이 차고 헛소리를 하든가 가슴이 아프고 숨이 차며 기침이 나고 잠잘 때 식은 땀이 난다. 이런 때는 황련복령탕을 쓴다.
• 무(戊)가 들어간 여섯 해-이 해에는 火의 氣運이 太過하기 때문에 불같이 더워서 火剋金폐의 금 기운이 邪氣를 받게 되어 병이 생긴다. 이때는 학질, 숨결이 약하며 기침이 나고 숨이 찬 것, 눈·코·귀·입으로 피가 나오는 혈일(血溢)과 대변과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혈설(血泄), 몸에 열이 나며 뼈가 아픈 신열골통, 헌데가 자꾸 퍼져나가는 침음증 따위가 생긴다. 이럴 때는 맥문동탕을 쓴다.
• 경(庚)이 들어간 여섯 해-이 해에는 金의 氣運이 太過하기 때문에 조(燥)한 기운이 유행하므로 金剋木간의 목(木) 기운이 邪氣를 받게 되어 병이 생긴다. 이때는 옆구리와 아랫배가 아프고 귀가 먹으며 눈이 붉어지고 가슴과 옆구리가 켕기면서 아랫배까지 켕기고 꽁무니, 다리, 장딴지, 발이 다 아프다. 이런 때는 우슬목과탕을 쓴다.
• 임(壬)이 들어간 여섯 해-이 해에는 木의 氣運이 太過하기 때문에 木剋土풍기(風氣)가 유행하므로 비장의 토 기운이 邪氣를 받게 되어 병이 생긴다. 이때는 소화되지 않은 설사를 하고 입맛이 떨어지며 몸이 무겁고 답답하며 배가 끓고 옆구리가 아프면서 뻗치고 그득하다. 이때는 영출탕을 쓴다.
• 을(乙)이 들어간 여섯 해-이 해에는 金의 氣運이 不及하기 때문에 火剋金불같이 더워서 병이 생긴다. 이때는 어깨와 잔등이 무겁고 코가 막히면서 재채기가 나오고 기침이 나며 숨이 차고 물을 쏟듯 피똥을 싼다. 이럴 때는 자원탕을 쓴다.
• 정(丁)이 들어간 여섯 해-이 해에는 木의 기운이 不及하기 때문에 金剋木조(燥)한 기운이 성하여 유행하므로 병이 생긴다. 이때는 속이 서늘하고 옆구리와 아랫배가 아프고 배가 끓으며 설사가 난다. 이럴 때는 종용우슬탕이 좋다.
• 기(己)가 들어간 여섯 해-이 해에는 土의 氣運이 不及하기 때문에 木剋土바람이 몹시 불어 병이 생긴다. 손설, 곽란, 몸이 무겁고 배가 아프며 힘줄과 뼈마디에 힘이 없으며 살이 푸들거리고 시들며 성을 잘 내는 증상이 생긴다. 이럴 때는 백출후박탕을 쓴다.
• 신(辛)이 들어간 여섯 해-이 해에는 水의 氣運이 不及하기 때문에 土剋水습기가 성하여 병이 생긴다. 이때는 몸이 퉁퉁 붓고 무거우며 설사가 나고 다리가 힘이 없으며 싸늘해지고 발바닥이 아프다. 이럴 때는 오미자탕을 쓴다.
• 계(癸)가 들어간 여섯 해-이 해에는 火의 氣運이 不及하기 때문에 水剋火찬기운이 성하여 유행하므로 병이 생긴다. 가슴이 아프고 옆구리가 그득하며 가슴, 잔등, 어깨와 양쪽 팔의 속이 아프고 정신이 혼미해지며, 가슴앓이와 갑자기 말을 못하는 증상이 생긴다. 이때는 황기복신탕을 쓴다.
60년간 운기의 주기와 객기 및 사람에게 생기는 병
지금까지 하늘의 운행에서 생긴 여섯 기운이 땅의 여섯 기운인 풍, 열, 서, 습, 조, 한이 주관하는 기후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살폈다. 여기서는 그것이 60년을 한 주기로 하여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간략하게 살펴본다. 그것은 우선 하늘의 여섯 기운인 객기(客氣)의 배열 자오년(소음), 축미년(태음), 인신년(소양), 묘유년(양명), 진술년(태양), 사해년(궐음) 등 해의 흐름이 한 해 가운데 땅의 여섯 기운인 주기의 변화, 다시 말해 궐음(풍목), 소음(군화), 소양(상화), 태음(습토), 양명(조금), 태양(한수)가 주관하는 기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표현된다.
땅의 기운은 일정하므로 모든 해의 주기(主氣)는 궐음이 첫 번째 시기를, 소음이 두 번째 시기를, 태음이 세 번째 시기를, 소양이 네 번째 시기를, 양명이 다섯 번째 시기를, 태양이 마지막 시기를 주관한다. 하지만 하늘의 기운인 객기는 운에 따라 변화가 있으므로 자나 오가 포함된 해에는 태양부터 시작하여, 궐음, 소음, 태음, 소양, 양명의 순서가 되며, 축이나 미가 포함된 해에는 궐음부터 시작하여 소음, 태음, 소양, 양명, 태양의 순서가 된다. 인이나 신이 포함된 해에는 소음부터 시작하여 태음, 소양, 양명, 태양, 궐음 순이 되며, 묘나 유가 포함된 해에는 태음부터 시작하여 소양, 양명, 태양, 궐음, 소음의 순서가 된다. 진과 술이 포함된 해에는 소양부터 시작하여 양명, 태양, 궐음, 소음, 태음이 되며, 사와 해가 포함된 해에는 양명부터 시작하여 태양, 궐음, 소음, 태음, 소양의 순서가 된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60년의 각 시기는 그 시기를 주관하는 땅의 여섯 기운과 하늘의 여섯 기운이 조합된 특징을 지니게 되며, 그것은 특정한 형태의 질병 현상으로 표현된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子 또는 午가 포함된 해 (太過年)
이런 해에는 기후 변화가 절기보다 앞선다. 정양탕을 쓴다.
• 첫째 시기-客氣인 太陽이 主氣인 厥陰 위에 얹혀 春分 前 60일 남짓을 주관한다. 이때 사람에게 생기는 병은 뼈마디가 뻣뻣하고 허리뼈가 아프며 속과 겉에 창양이 생긴다.
• 둘째 시기-客氣인 厥陰이 主氣인 少陰 위에 얹혀 春分 後 60일 남짓을 주관한다. 이때 사람에게는 임병, 눈에 피가 지는 것, 기가 울체되면서 열이 나는 증상이 생긴다.
• 셋째 시기-客氣인 少陰이 主氣인 少陽 위에 얹혀 夏至 前後 各各 30일 정도를 주관한다. 이때 사람에게는 열궐, 가슴앓이, 추웠다 더웠다 열이 났다 하는 것, 기침하고 숨이 찬 것, 눈의 충혈 등이 생긴다.
• 넷째 시기-客氣인 太陰이 主氣인 太陰 위에 얹혀 秋分 前 60일 정도를 주관한다. 이때 사람에게는 황달, 코가 막히거나 코피가 나는 것, 목이 마르고 담음을 토하는 증상이 생긴다.
• 다섯째 시기-客氣인 少陽이 主氣인 陽明 위에 얹혀 秋分 後 60일 가량을 주관한다. 이때는 사람들이 건강하다.
• 여섯째 시기-客氣인 陽明이 主氣인 太陽 위에 얹혀 冬至 前後 各各 30일 가량을 주관한다. 이때 사람에게는 상체(上體)가 붓고 기침이 나며 숨이 차다가 심해지면 피가 넘쳐 나오는 증상이 생긴다.
丑 또는 未가 포함된 해 (不及年)
이런 해에는 기후 변화가 절기보다 뒤떨어진다. 비화탕을 쓴다.
• 첫째 시기-객기인 궐음이 주기인 궐음 위에 얹혀 춘분 전 60일 남짓을 주관한다. 이때 사람에게는 피가 위로 넘쳐 나오고 힘줄이 가늘게 오그라들어 뻣뻣해지며 뼈마디가 잘 놀려지지 않으며 몸이 무겁고 힘줄이 늘어지는 병이 생긴다.
• 둘째 시기-객기인 소음이 주기인 소음 위에 얹혀 춘분 후 60일 남짓을 주관한다. 이때 사람에게는 돌림병[瘟疫]이 생긴다. 그것은 몹시 심해서 먼 곳이나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이 다같이 앓는다.
• 셋째 시기-객기인 태음이 주기인 소양 위에 얹혀 하지 전후 각각 30일 남짓하게 주관한다. 이때 사람에게는 몸이 무겁고 부으며 가슴과 배가 그득해지는 증상이 생긴다.
• 넷째 시기-객기인 소양이 주기인 태음 위에 얹혀 추분 전 60일 남짓하게 주관한다. 이때 사람에게 생기는 병은 주리(腠理, 땀구멍 부위)에 열이 나고 피가 갑자기 위로 넘쳐 나오며 명치끝이 불러오르고 그득한 부종이 생긴다.
• 다섯째 시기-객기인 양명이 주기인 양명 위에 얹혀 추분 후 60일 남짓 하게 주관한다. 이때 사람에게는 피부에 있던 찬 기운이 몸 속에까지 미치는 증상이 생긴다.
• 여섯째 시기-객기인 태양이 주기인 태양 위에 얹혀 동지 전후 각각 30일 남짓하게 주관한다. 이때 사람에게는 뼈마디가 뻣뻣하고 허리뼈가 아픈 병이 생긴다.
寅 또는 申이 포함된 해 (太過年)
이런 해에는 기후 변화가 절기 변화보다 앞선다. 승명탕을 쓴다.
• 첫째 시기-객기인 소음이 주기인 궐음 위에 얹혀 춘분 전 60일 남짓 주관한다. 이때는 사람에게 열기가 떠올라 피가 위로 넘쳐 나오고 눈에 피가 맺히며 머리가 아프고 혈붕(血崩)이 생기며 피부에 창(瘡)이 생긴다.
• 둘째 시기-객기인 태음이 주기인 소음 위에 얹혀 춘분 후 60일 남짓 주관한다. 이때 사람에게 생기는 병은 열울(熱鬱, 열이 뭉쳐 생긴 병), 해역(咳逆), 구토, 두통, 몸에 열이 나고 정신이 아찔한 병, 창 등이 생긴다.
• 셋째 시기-객기인 소양이 주기인 소양에 얹혀 하지 전후 각각 30일 남짓 주관한다. 이때는 속에서 열이 나고, 귀가 먹으며 피가 위로 넘쳐 나오는 증상이나 고름이 생기는 창, 목이 아픈 증상, 눈에 피가 맺히는 증상, 돌연사 등이 일어난다.
• 넷째 시기-객기인 양명이 주기인 태음 위에 얹혀 추분 전 60일 남짓 주관한다. 이때는 배가 그득하고 몸이 무거운 증상이 있게 된다.
• 다섯째 시기-객기인 태양이 주기인 양명 위에 얹혀 추분 후 60일 남짓 주관한다. 이때 사람들은 찬 기운을 피해야 한다. 양생하는 군자도 주의해야 한다.
• 여섯째 시기-객기인 궐음이 주기인 태양 위에 얹혀 동지 전후 각각 30일 남짓하게 주관한다. 이때 사람에게는 가슴앓이, 양기가 간직되지 못해 기침이 나는 증상이 생긴다.
卯와 酉가 포함된 해 (不及年)
이때는 기후 변화가 절기보다 뒤떨어진다. 심평탕을 쓴다.
• 첫째 시기-객기인 태음이 궐음 위에 얹혀 춘분 전 60일을 주관한다. 이 때 사람에게는 속에 열이 나고 배가 불러오르며 얼굴과 눈두덩이 붓고, 코가 막히며 코피가 나는 증상이 생긴다.
• 둘째 시기-객기인 소양이 주기인 소음 위에 얹혀 춘분 후 60일 남짓 주관한다. 이때는 돌림병[疫癘]이 많이 생기고 갑자기 죽는 경우도 많다.
• 셋째 시기-객기인 양명이 주기인 소양 위에 얹혀 하지 전후 각각 30일 남짓 주관한다. 이때 사람에게는 춥다가 열이 나는 병이 생긴다.
• 넷째 시기-객기인 태양이 주기인 태음 위에 얹혀 추분 전 60일 남짓하게 주관한다. 이때 사람에게는 갑자기 넘어지면서 헛소리를 하는 증상, 목구멍이 마르며 가슴이 아픈 증상, 부스럼과 헌데가 생기고 피똥이 나오는 증상 등이 생긴다.
• 다섯째 시기-객기인 궐음이 주기인 양명 위에 얹혀 추분 후 60일 남짓 주관한다. 이때 사람들의 기운이 화평하다.
• 여섯째 시기-객기인 소음이 태양 위에 얹혀 동지 전후 각각 30일 남짓 주관한다. 이때는 온병(溫病)이 많이 생긴다.
辰과 戌이 포함된 해 (太過年)
이런 해에는 기후 변화가 절기보다 앞선다. 정순탕을 쓴다.
• 첫째 시기-객기인 소양이 궐음에 얹혀 춘분 전 60일 남짓 주관한다. 이때는 몸에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프며 토하는 증상, 창양(瘡瘍) 따위의 증상이 생긴다.
• 둘째 시기-객기인 양명이 주기인 소음 위에 얹혀 춘분 후 60일 남짓 주관한다. 이때는 사람에게 기가 뭉쳐 속이 그득해지는 증상이 생긴다.
• 셋째 시기-객기인 태양이 주기인 소양 위에 얹혀 하지 전후 각각 30일 남짓 주관한다. 이때 사람에게는 한병증(寒病證)이 생기지만 오히려 속에 열이 나는 증상, 옹저, 설사가 나고 가슴에 열이 나고 정신이 흐릿하며 답답한 증상이 나타난다.
• 넷째 시기-객기인 궐음이 주기인 태음 위에 얹혀 추분 전 60일 남짓 주관한다. 이때 사람에게는 열이 몹시 나고 기력이 쇠약해지며 몸이 여위고 다리에 힘이 없으며 물을 쏟듯이 설사를 하면서 피똥을 싸는 증상이 나타난다.
• 다섯째 시기-객기인 소음이 주기인 양명 위에 얹혀 추분 후 60일 남짓 주관한다. 이때에 사람들의 기운은 화평하다.
• 여섯째 시기-객기인 태음이 주기인 태양 위에 얹혀 동지 전후 각각 30일 남짓 주관한다. 이때 사람에게는 슬퍼하는 증상과 태아가 죽는 병이 생긴다.
巳와 亥가 포함된 해 (不及年)
이런 해에는 기후 변화가 절기보다 뒤떨어진다. 부화탕을 쓴다.
• 첫째 시기-객기인 양명이 주기인 궐음 위에 얹혀 춘분 전 60일 남짓 주관한다. 이때는 오른쪽 갈비 아래가 차게 되는 증상이 생긴다.
• 둘째 시기-객기인 태양이 주기인 소음 위에 얹혀 춘분 후 60일 남짓하게 주관한다. 이때 사람에게는 속이 뜨거워지는 증상이 생긴다.
• 셋째 시기-객기인 궐음이 주기인 소양 위에 얹혀 하지 전후 각각 30일 남짓 주관한다. 이때 사람에게는 눈물이 나고 귀가 울리며, 어지러운 증상이 발생한다.
• 넷째 시기-객기인 소음이 주기인 태음 위에 얹혀 추분 전 60일 남짓하게 주관한다. 이때 사람에게는 황달과 부종이 생긴다.
• 다섯째 시기-객기인 태음이 주기인 양명 위에 얹혀 추분 후 60일 남짓 주관한다. 이때는 찬 기운이 몸에 침범하여 병이 생기게 된다.
• 여섯째 시기-객기인 소양이 주기인 태양 위에 얹혀 동지 전후 각각 30일 남짓 주관한다. 이때는 돌림병[瘟癘]이 많다.
동양 사상의 대전제는 하늘과 사람이 서로 응한다는 천인상응(天人相應) 사상에 있다. 이러한 대전제는 의학에도 그대로 적용되는데, 의학에서는 천인상응이라는 추상적인 명제를 보다 구체적인 차원에서 해명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여기에 실린 운기 이론이다.
운기 이론은 『황제내경』에 들어 있으나 이 내용을 다룬 부분은 원래 『황제내경』에 들어 있던 것이 아니라 당나라 때 『황제내경』을 주석하고 새롭게 편집한 왕빙에 의해 7개의 편[運氣七篇]으로 삽입된 것이다. 왕빙이 운기학에 관한 내용을 삽입한 이후 운기학은 한의학의 중요한 기초 이론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운기 이론은 송대부터 유행하기 시작 해 금·원대에 전성기를 맞았다.
우리 나라 의학에서는 조선 중기 이후에 운기 이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18세기에는 윤동리가 『초창결(草窓訣)』을 저술하면서 수준 높은 운기 의학을 완성하였다. 종합 의서인 『동의보감』에서는 운기 이론을 상세히 다루지는 않고, 운기학의 개략을 소개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운기 이론은 그 내용에서 드러나듯이 상수이론(象數理論)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서양에서도 인간을 소우주에 비유하며 대우주와 소우주의 상응 관계에서 인간을 바라보았다. 이러한 관점은 점성술이나 연금술의 세계관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근대에 등장한 낭만주의도 이러한 고대적 세계관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의학사의 측면에서 볼 때 질병을 자연환경이나 기후와의 관계 속에서 보려는 시도는 이미 고대 희랍시대부터 있었다. 히포크라테스 전집에 들어 있는 『공기, 물, 땅에 관하여』는 환경과 기후가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서술한 고전적인 저술이다. 또 갈렌은 기후의학(meteorological medicine)과 점성술의학(astrological medicine)을 논하기도 했다.
질병 가운데는 개인적으로 생기는 병이 아니라 집단적인 발병 양상을 띠는 질병이 기후나 환경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았다. 예컨대, 중세기에는 페스트 창궐을 별의 영향으로 보았다. 1348년에 유럽에 페스트가 크게 유행했는데, 당시 파리대학 의학부에서는 1345년에 토성, 목성, 화성의 세 행성이 이례적으로 물병자리에 모였고, 이러한 행성의 회동이 뜨겁고 습한 환경을 만들어내어 유독한 기체가 발산되므로 전염병이 생겨났다고 주장했다.
첫댓글 오운육기가 천지 운기에서 나왔으니 인간의 운명과 질병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