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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길산 시인의 부산.경남 문화지리지]<14> 거제도 외포
대구가 '大口' 되어 회귀하는 부활의 고향
생대구 경매장이 있는 곳은 장목면 외포리 외포항. 원래 이름은 '밖개'로 거제도 동쪽에 있는 자그마한 포구다. 빨간 등대 흰 등대가 각각 세워진 두 개의 길쭉한 방파제가 바다의 풍랑을 막아준다. 아침 나절 어시장이 열리는 장소는 흰 등대 방파제 안쪽 선착장.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에 놀라 끼룩끼룩 날아갔다가 유유히 내려앉는 갈매기들. 대구를 내다파는 사람도 대구를 고르는 사람도 느긋하다. 크고 작은 포구가 생기를 불어넣는 도시,거제. 툭 튀어나오고 쏙 들어간 구불구불한 지형 덕택에 거제의 해안선은 제주보다 길다고 한다. 대우건설 거제 현장에서 근무하는 김진욱씨의 말이다. 그런 해안선 곳곳에 포구가 들어서 있다. 장승포 능포 지세포 성포 율포 홍포,또 무슨 포. 조선소가 들어선 옥포조차도 옥포대첩으로 알려진 포구가 아니던가. 거제의 하루는 포구에서 시작되고 포구에서 마무리된다. 포구는 뭍과 물의 완충지대다. 뭍과 물의 경계에 끼어들어 뭍의 내닫는 기운을 누그러뜨리고 물의 몰아붙이는 성깔을 다독거린다. 뭍과 물을 격리시키지 않고 엇섞이게 한다. 뭍은 물이 기댈 언덕이며 물은 뭍의 연속이다. 그리하여 포구는 뭍과 물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포구의 도시 거제. 파도가 방파제에 부딪치고 파도에서 튕겨져 나온 물방울이 맺혀서 반짝이는 도시,거제. 거제가 반짝이고 있다. 외포는 크고 작은 거제의 허다한 포구 중에서 작은 축에 들어가는 포구다. 이름을 들어보고서 찾아오는 외지인도 물론 수두룩하겠지만 대개의 외지인은 모르고 지나친다. 전직 대통령 생가가 인근에 있어 외지인이 거기까지는 찾아와도 외포는 대체로 빠뜨리고 넘어간다. 큰길에서는 보이지 않는 포구. 그래서 모르고 지나치고,빠뜨리고 넘어가는 포구. 모르고 지나치든 빠뜨리고 넘어가든 외포는 반짝인다. 반짝이는 포구다. 날씨가 잔잔하니 물도 잔잔하다. 잔잔하고 맑다. 물 속 차돌,맑다. 아이 손가락만한 물고기들이 몰려다닌다. 앞서 가는 놈이 방향을 바꾸면 모두들 몸을 틀어서 앞선 놈을 따라간다. 어린 물고기들은 좀더 크면 좀더 넓고 좀더 깊은 바다로 나가리라. 더 크면 더 넓고 더 깊은 바다로 나가리라. 가장 넓고 가장 깊은 바다를 몸 안에 담아두고 물고기들은 돌아오리라,어린 시절을 보낸 바다로. 이 외포 바다로. "뱃속에 깍 찬 알 값만 이만 원은 될 끼구만." 대구 장사치의 너스레다. 배가 통통하고 듬직한 대구다. 마을 어른인 듯 지나가던 노인네가 듬직한 대구를 이리저리 살핀다. 이리 듬직한 대구가 다시 잡히는 게 반갑다는 표정이다. 한 마리에 십만원 넘게 한다던 자연산 생대구가 이삼만원 정도로 떨어진 이유는 딱 한 가지. 많이 잡히기 때문이다. 씨알 좋은 대구가 지금 거제도 앞바다에서 넝쿨째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대구 치어 방류사업이 시작된 건 1980년대 말.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는 거제 대구가 드물게 잡히자 그때부터 매년 정월 한 달을 외포 바다에 치어를 풀었고 그 치어들이 자라서 이제 돌아오고 있다는 게 거제시청 해양수산과 직원의 얘기다. 칠팔 킬로가 넘는 큰 대구를 '누릉이'라 하는데 외포 어시장에선 누릉이가 예사로 보인다. 생선상자에서 번쩍 들어올린 누릉이,몸통이 반질댄다. 반짝댄다. 포구의 도시 거제는 또한 유배의 땅이다. 은둔의 땅이다. 권력자의 눈 밖에 난 이들은 타의로 또는 자의로 거제로 들어온다. 거제의 크고 작은 포구를 통해 들어와서 거제 사람이 된다. 사방이 망망한 바다고 회오리바람 거센 거제,거제에 갇혀 눈빛이 시퍼런 바닷물을 닮아간다. 거제 사람 툭 트인 기질은 망망한 바다,억센 기질은 거센 바람,내륙으로 대양으로 생활반경을 넓혀나가는 모험적인 기질은 시퍼런 눈빛 덕분이지 않을까,그런 생각이 문득 든다. 유배의 땅,은둔의 땅 거제는 또한 복권의 땅이다. 유배가 풀렸다는 소식에,그만 숨어 살아도 된다는 소식에 동네방네 꽹과리 두들기던 땅이다. 꽹과리 두들기는 소리에 놀라 포구가 들썩거리던 땅이다. 포구로 들어온 이들 포구로 나간다. 포구는 부활이며 부활을 알리는 소리다. 쾌지나칭칭 나네이다. 흥정이 붙는다. 큰 걸로 한 마리 이만 원에 주든지 그보다 조금 아랫것 끼워 두 마리를 삼만 원에 주든지 하란다. 파는 사람은 영 마뜩찮다. "알 값만 해도 이만 원인디…." 말꼬리를 흐리는 걸 보니 밑지고도 팔 눈치다. 생선 파는 사람이 좀 안됐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는지 흥정은 붙이라는 말이 생각나서 그랬는지 나도 모르게 불쑥 참견한다. "아따,오천 원 더 줘도 되겄네." dgs1116@pusanilbo.com
거제도 외포 가는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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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기 놀러 한번 가야되는디, 인갑이가 빨랑 오라 했는디, 회원 모집 해보자.1박2일이 좋은디, 두팀으로 나눠가서 1박 불가능한 사람들은 먼저오고.......
김03할배 고향이 여기인데 지금은 찾아 오는이가 별로 없는 모양 이더라 대구 축제때 발걸음이 잦아들뿐~너거라도 놀러온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