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릴린 먼로와 아서 밀러의 사랑
비극으로 끝날 수 밖에 없던 이유는...
◇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을 대표하는 극작가 '아서밀러(1915~2005)'와 미국을 대표하는 섹시스타 '마릴린 먼로(1926~1962)'는 1956년부터 1961년까지 결혼생활을 이어갔다.
아니마(anima)는 남성의 무의식에 있는 여성적 요소이고, 아니무스(animus)는 여성의 무의식에 있는 남성적 요소를 말한다. 아니마와 아니무스는 남성과 여성의 내면에 있는 원형적 인물이다. 각자의 내면에 있는 개별적 여성상 또는 남성상이라기보다 원초적이고 보편적인 여성상 또는 남성상이라 할 수 있다.
페르소나가 외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외적 인격이라면 아니마와 아니무스는 그림자보다 좀 더 깊은 층에 존재하며 무의식의 자기 원형과 연결하는 내적 인격이다.
아니마의 여성적인 면은 에로스(Eros)를, 아니무스의 남성적인면은 로고스(Logos)를 의미한다. 에로스는 성적 감정이 아니라 관계를 맺고자 하는 본능을 뜻하고 로고스는 분별력(이성, 논리, 말, 의견)을 뜻한다.
자신의 창의적인 면을 살리고, 세련된 관계를 유지하며 온전한 자신이 되기 위해서는 아니마와 아니무스를 이해해야만 한다. 아니마와 아니무스는 남녀 관계를 통해 인식하게 되며 배우자 선택이나 남녀 관계에 많은 영향을 준다.
처음 보는 이성에 반해서 사랑에 빠져드는 것은 자신의 내면에 있는 이상적 여성 또는 남성의 모습을 투사하고 그것에 빠져든 것이다. 즉, 아니마와 아니무스의 투사로 인한 것이다.
영화감독 엘리아 카잔(Elia Kazan)의 소개로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를 처음 본 연극계 작가 아서 밀러(Arthur Miller)는 완벽하다고 느낀 그녀의 관능미에 반한다. 먼로는 밀러를 지적이고 잘생긴 데다 기댈 수 있는 꿈에 그리던 남자라 생각한다.
두 사람의 서로에 대한 느낌은 아니마와 아니무스 투사와 관련 있다. 먼로는 밀러에게 보내는 한 편지에서 “나는 내가 감탄할 수 있는 남자가 필요해요”라고 쓰는데, 여기서 ‘감탄할 수 있는 남자’는 바로 아니무스 남성을 가리킨다. 먼로는 결혼한 지 2주도 되지 않아 밀러가 적어 놓은 한 메모를 발견한다.
알코올 중독과 약물 남용에다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어린아이 같은 먼로의 모습에 실망한 밀러가 정신과 의사도 그녀를 치료할 수 없을 거라면서 작가의 힘을 잃을까 두렵고 결혼한 것을 후회한다는 내용이었다.
상대가 자신의 아니마나 아니무스와 일치하지 않을 때 실망하고 화를 내게 되는데, 이에 대한 처방은 아니마와 아니무스 투사를 거두어들이는 것이다. 천진난만한 모습에 관능미를 자랑하며 뭇 남성의 마음을 사로잡은 세기의 여배우 마릴린 먼로는 아래와 같은 명언을 남겼다.
“(사람들은) 나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내가 아닌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나를 멋대로 지어내고 자기들의 환상이 깨지면 나를 탓한다.”
마릴린 먼로에 대한 남성들의 아니마 투사를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말이다.
<계속>
글 | 김창윤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