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칼럼] (51)베네딕토 16세와 사제 독신제에 관한 서적을 둘러싼 논란 / 존 알렌 주니어
노쇠하고 병들고 점점 고립되어 가는 교황이 했다는 말이 교회 안에서 가장 시끄러운 논란으로 치닫고 있다. 교황이 실제로 그렇게 말했는지, 무슨 뜻으로 말한 것인지, 그 결말이 어떨지 정말 알고 있었는지를 두고 사람들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거센 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곤경에 처할 상황에 놀란 교황의 보좌관들은 교황과 논란 사이에 거리를 두려고 노력하지만, 사건을 다르게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진실을 밝히는 것보다는 정치적 이득을 챙기는 데 관심이 있어 보인다. 결국, 평범한 관망자들은 무엇을 믿어야 할지 전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 교황이 아닌 전임 교황에 관한 이야기, 베네딕토 16세와 사제 독신제에 관한 신간을 둘러싼 논쟁 이야기다. 그러나 실제로 이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2003/2004년에 멜 깁슨의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사실 그대로다”고 칭찬했다는 이야기를 둘러싸고 불거졌던 논란의 판박이다.
잘 기억나지 않거나 큰 관심이 없었던 이들을 위해 말해두자면, 이 영화는 2004년 개봉 당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가톨릭 내부에서도, 그리스도의 고통과 죽음을 실감 나게 묘사했다는 의견과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노골적으로 반유다주의가 드러난다는 의견으로 갈라졌다.
그런 논란이 일던 중에, 요한 바오로 2세를 위한 개인 시사회가 마련되었고 당시 집중력과 기운이 떨어진 노쇠한 교황은 이틀 밤에 걸쳐 영화를 관람했다.
그 뒤 뉴스 기사들은 요한 바오로 2세가 관람을 마치고 “사실 그대로다”라고 평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영화가 복음 이야기를 충실히 묘사하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고, 영화 제작자들과 관계자들은 곧바로 이를 ‘교황의 칭찬’이라고 홍보했다.
요한 바오로 2세가 논란이 되는 영화를 칭찬했다는 소식은 곧 반발을 부추겼고, 당시 교황의 개인 비서였던 스타니슬라프 지비시 대주교는 교황이 그런 말을 한 적 없다는 요지의 발표문을 냈다. 그러자 교황청 대변인 호아킨 나바로 발스를 비롯한 다른 교황청 관리들도 그들 나름대로 ‘해명문’을 냈는데, 해명되는 것은 거의 없었고 결국 교황이 실제로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아무도 모르게 됐다.
그리고 16년을 훌쩍 건너뛰어 교회 안에 다시 한 번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에는 사제 독신제와 관련하여,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마존 시노드의 권고를 받아들여 고립된 시골 공동체를 더 잘 사목하기 위해 제한된 지역에서라도 기혼 사제를 허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둘러싼 것이다.
이번에도 교황이 논쟁에서 어느 한 편을 드는 것처럼 여겨져 왔다. 다만, 이번에는 그 교황이 ‘전임’ 교황이다. 베네딕토 16세가 기니의 로베르 사라 추기경과 공동 저술했다고 알려졌던 「우리 마음 깊은 곳에서」라는 책이 논란의 주인공이다. 교황이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언제 알았는지, 자신의 진술이 어떤 결론을 가져올 것을 의도했는지, 여러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번에도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개인 비서인 게오르그 겐스바인 대주교는 교황과 논란 사이에 거리를 두려고 노력하는 반면, 다른 이들(특히 사라 추기경)은 교황이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주장하며, 이번에도 보통 사람들 대부분은 도대체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길 없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번에도 이 논란을 끌고 가는 많은 이들은 - 이번에는 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 사실 여부에는 그저 스쳐 가는 관심을 보일 뿐이고 상대를 헐뜯는 데 훨씬 더 열을 올리는 것 같다. 그리고 이번에도, 분명하고 단순한 조치 - 곧 논란의 교황에게 가서,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 온 세상이 들을 수 있게 터놓고 물어보는 것 - 를 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물론, 이 모든 것을 그저 흥미 위주의, 궁극적으로 별 의미 없는 소동으로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세 가지 결과에 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이 사건은 교회의 신뢰성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권력 정치, 내분, 냉소적 조작의 인상이 찍혔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베네딕토 16세 교황이나 사라 추기경이나 일부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환경과 모든 차원에서 교회를 대표할 처지에 있는 모든 이에게 직결되는 문제이다.
둘째, 이 상황은 ‘전임 교황’ 설정이 교회 생활에서 전혀 새로운 것임을 다시 상기시킨다. 이것이 마지막 사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가정 아래, 교회법학자들과 신학자들은 은퇴한 교황의 역할과 기능에 관해 더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셋째, 교회에 관한 공적 논의에 몸담은 이들은 양심 성찰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논쟁이 활발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인내와 자제에 대한 보상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하셨다. “사람이 트위터 팔로워를 얻고도 제 영혼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
존 알렌 주니어(크럭스 편집장)
교황청과 가톨릭교회 소식을 전하는 크럭스(Crux) 편집장이다. 교황청과 교회에 관한 베테랑 기자로, 그동안 9권의 책을 냈다. NCR의 바티칸 특파원으로 16년 동안 활동했으며 보스턴글로브와 뉴욕 타임스, CNN, NPR, 더 태블릿 등에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