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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창작 쟁점과 명작의 구조
백남오
1. 들어가는 말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하는 첨단시대를 현실로 맞이하고 있다. 미래사회의 시인은 소그룹으로 전락하거나 취미단체에 머물 것이라는 견해는 매우 설득력이 있다. 강력한 체험을 바탕으로 하는 수필이야말로 새로운 시대 문학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음은 고무적이다.
수필은 절제된 언어와 서사적 재미, 극적인 스릴까지 모든 장르의 장점을 두루 갖추었다. 15매 전후의 형식 속에 한 개인의 내면풍경을 고스란히 그려낼 수 있다. 때로는 짧아서 아쉬운 시와 너무 길어서 읽기 힘든 장편소설의 지루함까지 15매 속에 녹여낸다. 우주를 표현할 수 있고 인류의 정신사까지 담을 수 있음도 물론이다. 15매의 틀 속에 문학의 다양한 미적 장치를 구비하여 깊게, 때로는 폭넓게 감동을 준다. 이 얼마나 매력 넘치는 문학인가. 나는 이것을 매력을 넘어선 수필의 마력이라 부르고 싶다.
좋은 수필을 쓰기위해서는 어떤 덕목들이 필요할까. 참으로 많은 요소들이 결합되어 한편의 작품을 완성하게 될 것이다. 그 중에서도 중요한 쟁점 몇 가지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2. 형상화의 문제
형상화는 문학적으로 어떤 소재를 예술적으로 재창조하는 것을 이른다. 형상이란 사람이나 사물의 '꼴'을 말하는데, 문학에서의 형상화란 언어를 이용하여 현실 세계를 더욱 실감나게 글로 바꾸어 놓는 것을 말한다. 달리 구상화라고도 한다. 넓은 의미로는 작가가 의도한 바를 전달하거나 문학적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작가가 선택한 재료에 예술적 형태를 부여하는 모든 과정을 말한다. 좀 더 좁은 의미로는 소설에서의 요소들이 획득하는 구체적이고 실감 있는 표현, 특히 그것들이 묘사나 대화 등의 극적 기법을 통해 제시되는 것을 지칭한다.
하나의 문학작품이 성공하느냐 그러지 못하느냐 하는 것은 이 형상화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가 수필의 예술성을 강조하면서도 구체적 방법론에 부딪히면 뜬구름잡기 식이 되는 것은 바로 이 형상화 과정이 무엇인지, 또 어떤 효과를 가지고 오는지 깊이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해석만 있고 형상화가 없으면 관념적인 글이 되고 해석과 형상화가 함께 어우러지면 감동이 배가된다. 잘된 작품은 모두 이 과정을 거치고 있다. 따라서 해석과 형상화는 문학 작품이 갖추어야 하는 필요충분조건이라 하겠다. 서정수필에서 그것은 절대적이라 하겠다.
결국 형상화 문제는 형상사유의 훈련이 중요하다고 본다. 무슨 말이냐 하면 보통의 사람들은 대개 논리사유에 젖어있다. <논리사유>란 이해와 추상화를 통해 개념을 창출하는 일이다. 이성, 종교, 철학, 사회학, 인문학 등 학문의 전개방식이다. 논리사유의 출발점은 이해와 추리라 볼 수 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논리사유에 길들여져 있다고 보면 된다.
이에 비해 <형상사유>란 이미지와 감각으로 사유하는 일이다. 감성, 문학, 예술의 사유방법이며 감성인식의 출발점은 감각과 상상이라 할 수 있다. 문학과 예술이 일상을 형상화 시키는 것이다. 대개의 사람들이 예술이 어려운 것은 형상화라는 것이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수련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술가에게는 형상화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다고 보면 된다. 다음 몇 가지 예를 보자.
1) 주문주육취(朱門酒肉臭, 귀족들의 붉은 대문 안에는 술과 고기가 썩어 냄새를 피우고 있는데)
로유동사골(路有凍死骨, 길가에는 얼어 죽은 사람들의 시체가 뒹굴고 있다)
영고지척이(榮枯咫尺異, 영화로움과 빈곤함이 지척 간에 판이하니)
추창난재술(惆悵難再述, 슬픔과 한탄스러움이 이루 말할 수가 없구나)
-두보(杜甫)「詠懷」
위 시는 부와 가난의 개념이 아니라 구체적 형상을 보여주고 있다.
2)중학교 3학년이 되자 주된 관심은 고교진학 이었다. 고등학교에 갈 것인가 말 것인가. 간다면 인문계인가 실업계인가. 지역은 부산, 대구, 진주, 마산 중 어디로 갈 것인가.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선 것이다.
문제는 모든 것이 우리 집에서 내가 처음으로 겪는다는 사실이다. 아무도 그 길을 걸어간 사람이 없었음이다.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아버지도, 어머니도, 삼촌도, 누나도, 중학교 다니는 나보다 학교에 더 다닌 분이 없다는 슬픈 현실이었다. 그러니 나의 선택에 가족 중 누구도 구체적인 조언을 해줄 사람이 없었다.
-백남오 「실업계 고교생이 되어」
위 작품은 첩첩두메산골에서 가난하게 태어난 화자가 적성도 무시된 채 그냥 맹목적으로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는 무모한 과정이 담담하게 형상화되어 있다.
3)아버지의 오른쪽 어깻죽지에 손바닥만한 검붉은 반점(斑點)이 있다. 그 반점은 감히 똑바로 쳐다보기조차 어려운 아버지의 완강한 힘과 권위(權威)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중략]
내가 아버지의 그 반점을 처음 본 것은 <육이오 사변>이 나던 해 여름, 낙동강 상류의 어느 나루터에서다. 아버지와 나는 피난을 가는 길이었다. 그때, 열네 살인 나는 산모퉁이를 돌아서 엄청난 용적(容積)으로 개활지(開豁地)를 열며 흐르는 흐린 강을 아버지의 등 뒤에 움츠리고 서서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저 강을 반드시 건너야 할 아버지의 이념(理念)을 내 어린 나이로는 짐작 할 수 없었지만, 등 뒤에서 점점 다가오고 있는 포성에 마음은 쫓기고 있었다.
그 나루터에는 피난민들이 가득 모여서 아비규환(阿鼻叫喚)을 이루고 있었다. 나룻배는 이미 피난민들이 떼거리로 덤벼들어서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다가 요절을 내버렸고, 흐린 강을 건널 길은 직접 몸으로 강물을 헤쳐서 건너가는 방법밖에 없었다. 아버지는 한동안 우두커니 서 계셨다. 이윽고 옷을 벗으시고 내게도 옷을 벗도록 이르셨다. 그리고 꼭 필요한 옷가지만 바랑에 담아 머리에 이고 허리띠로 턱에 걸어 붙들어 매셨다. 그리고 나를 업으셨다. 강을 건너가시기로 마음을 굳히신 것이다.
"아버지 목을 꼭 잡고, 얼굴을 등에 꼭 붙여라. 어떤 일이 벌어져도 절대로 움직이지 마라."
나는 아버지의 그 반점을 그때 처음 보았다.
-목성균 「아버지의 강」
화자에게 아버지는 우상이다. 그 우상의 상징은 아버지의 등에 있는 반점이다. 뒤에서는 포성이 따라오고 목숨을 담보로 강물을 헤엄쳐나가는 순간에 그 반점을 보았다. 아버지의 그 초인적인 의지를 직접 체험한 것이다. 드디어 강을 건넜을 때, 아버지는 모래 바닥에 화자를 내동댕이치듯 내려놓고, 엎드리어 양어깨를 들썩이며 서럽게 울었다. 화자가 아버지의 우는 모습을 본 것은 그때 한 번뿐이었다. 강변 모래 바닥에 엎드려 오른쪽 어깻죽지의 검붉은 반점이 들썩거리도록 소리 없이 울던 아버지의 모습을 똑똑히 목도한 것이다.
외적으로는 아버지의 감히 범접 할 수 없는 권위와, 초인적 의지와 왜 우상인가를 담담하게 그려주고 있다. 또한 그러한 이면에는 진하고 끈끈한 혈육의 정이 어떤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은 그러한 과정이 전체적으로 담담하게 형상화되어 있는 것이다.
3.문장에서 리듬의 문제
문장에서 리듬이라는 것은 모든 문학 장르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산문에서 더구나 수필에서는 지금까지 그 중요도에 비해 다소 소홀히 생각되었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수필에서 리듬이 주는 생동감과 미학적 깊이의 확대를 알지 못했거나, 무시한 탓이 아닌가 생각된다. 리듬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독창적이고 특징적인 세계를 펼쳐 보일 때 수필의 경지를 한 차원 끌어올릴 수 있다.
리듬은 운문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좋은 산문은 반드시 리듬과 동화적인 상상력이 내포되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리듬이란 정연한 흐름을 의미한다. 그 흐름은 감정일 수도 의미일 수도 이미지일 수도 있다. 리듬은 불규칙한 세계에 대한 질서를 부여하고자 하는 인간본연의 욕망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대상에 대한 흥미와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주는 요소인 동시에 일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 윤활유 같은 것이다. 조화롭지 못하거나 단조로운 흐름은 우리의 감각을 불편하게 한다. 그리하여 글이나 이야기에 자연스러운 리듬이 있어야함은 당연한 것이다. 시에서는 외형률인 외부리듬은 낭송의 맛을 더해주고 내재율인 내부리듬은 정감의 깊이를 단단하고 알차게 만든다.
그렇다면 문장에 리듬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 있을까. 음수율과 음보율, 산행수필의 경우 심장박동과 발걸음의 속도 호흡까지 문장 속에 접목, 문장의 길이로 서술속도 조절, 동어반복을 피하고 조사나 접속사 서술어 어미 등에 변화를 주는 방법, 의도적인 단문과 리듬을 위한 쉼표, 불필요한 수사나 지난한 묘사를 과감히 절제한 문장 등 그 방법은 다양하다. 문제는 필자 나름대로 자기만의 독특한 리듬을 개발해 가는 치열함과 실험정신이 중요하다. 주제와 소재에 따라 적합하고 적절한 리듬을 찾아내는 일은 창작의 중요한 일부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다음 예문을 보자.
다시 비탈, 비탈길이다. 다만 지형이 칼 능선에서 평원으로 바뀌고 있다. 조릿대도 보인다. 커다란 봉우리를 넘어서자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진다. 갑자기 산이 온통 붉다. 말로만 듣던 적송지대를 만난 것이다. 크고 붉은 아름드리 소나무 숲이 꿈결처럼 펼쳐진다. 수백 그루는 되어 보인다.
-백남오「반야성지 묘향대의 밤」
큰일 날 뻔했다. 정반대로 방향을 잡았던 것이다. 이럴 경우, 돌아서 원위치하는 것이 정도다.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왔던 길로 되돌아가려고 방향을 돌린다. 안전한 방법을 택하고자 함이다. ‘새봉’에서 5분쯤 되돌아왔을까. 길이 두 갈래인데 우측은 아주 희미한 작은 길이고, 좌측은 넓고 사람이 많이 다닌 길이다. 햇갈린 지점이다. 넓은 길을 선택한다.
-백남오「비 내리는 벽송사 능선」
위 작품에 대한 리듬의 효과를 최초로 언급한 이는 김유섭 평론가다. 그는 평론「존재의 근원을 찾아서」-백남오 수필집『지리산황금능선의 봄』 (《수필과 비평》158호)에서 다음과 같이 분석한 바가 있다.
단문들이다. 산을 오르고 산을 내려가고 능선을 걸을 때와 눈부신 산상의 풍경을 묘사하는 문장들이 짧은 단문으로 이어진다. 어떠한 의도된 논리도 없다. 그 짧은 단문 사이 중간 중간 리듬의 균형을 잡으려는 듯 조금 긴 문장을 배치했지만 그 문장 역시 생략해도 될 쉼표를 찍어 리듬을 살리고 있다. 또한 문장의 길이와는 상관없이 서사와 묘사를 할 때 상황의 전개 속도가 산행하는 순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속도를 가지고 있다. 마치 산행을 하면서 보고 느끼는 순간을 자신만의 내재된 율격으로 되살려 글로 펼쳐 놓은 듯하다.
그것은 글을 읽는 이를 작가와 함께 호흡하며 산행을 하고 있는 듯한 생생한 느낌에 빠져들게 한다. 묘사든 사색의 내용이든 설명의 상황이든 예외 없이 움직이고 있는 생동감과 진정성으로 충만해 있다. 그것은 명백하게 의도적인 단문과 리듬을 위한 쉼표, 그리고 불필요한 수사나 지난한 묘사를 과감히 절제한 문장, 상황 전개의 속도감이 산행을 하고 있는 화자의 심장 박동과 발걸음의 속도, 호흡까지도 성공적으로 느껴지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도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리듬은 적절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글의 내용과 함께 유유히 흐르고 있다. 약간 빨라지기도 하고 다소 느려지기도 하지만 결코 산행을 하는 작가의 심장박동과 발걸음의 속도를 벗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글을 읽는 이로 하여금 산행의 현장으로 빠져들게 하는 이 놀라운 리듬의 효과다.
4.소재선택의 문제
어떤 글이든 독자에게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재를 선택해야 한다. 독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소재는 이미 죽은 글이나 다름이 없다. 무명작가의 사소한 일상이나 개인적 신상에 관한 소재는 독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다. 사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왜냐하면 “사소한 일상을 통한 깨달음” 이란 보편적 수필의 개념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일까. 적어도 책상머리에서 머리로 짜내는 관념적인 수필은 적절하지 못하다. 미래수필은 전문적인 삶의 현장을 담은 수필시대가 열릴 것이라 본다. 이미 그런 시대에 접어들었다. 가령, 고래를 잡는 일, 나무를 키우는 일, 꽃을 탐색하는 일, 세계를 일주하는 일, 전국을 도보로 걷는 일, 한국의 미를 찾아나서는 일 등이 새로운 시대의 핵심적인 소재의 방향이다. 이런 전문적인 소재를 취할 수가 없다면 여행이라도 떠나서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것을 소재로 한 수필을 독자는 갈구한다. 또한 그러한 소재선택과 함께 일관된 주제가 작품집 전체를 관통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독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바꾸어 얘기하면 고구마 줄기이론이다. 고구마의 뿌리는 덩이넝쿨이 줄기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를 캐면 줄줄이 이어져 나온다. 수필도 이와 같이 비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년의 추억을 하나로 묶는 일,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로 묶어내는 일, 산을 하나로 묶는 일, 바다이야기, 평생을 종사한 직업적 삶의 체험 등이 이에 해당되리라 본다. 이러한 방법은 비교적 쓰기도 쉽지만 또한 가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것저것 백화점식 글은 쓰기도 힘들지만 쓰고 난 후에도 독자의 박수를 받아내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전 장르에 해당되는 담론이기도 하다. 박경리의 대하소설『토지』, 조정래의『태백산맥』,이병주의『지리산』, 김주영의『객주』, 최명희의『혼불』을 생각해 보면 그 답은 명확해 진다. 이들은 생애를 바쳐 이 소설의 완성에 바쳤고 그 결과 이 작품들은 우리문학의 커다란 산맥을 이루어 문학사에 영원히 남게 될 것이다. 수필도 이 같은 작품이 요구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본다.
강천의 처녀수필집『고마리처럼』(수필과 비평, 2016)에 수록된 수필은 칠보치마, 질빵풀, 망우초, 봄까치꽃, 처녀치마, 북향화, 보춘화, 찔레꽃 등 모두 50편의 식물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작가가 전국의 산과 들판을 직접 뛰어다닌 땀방울과 의지의 결과물이다. 그는 꽃 한 송이를 보기 위하여 설악산까지 혼자서 다섯 시간 이상을 차를 몰아가기도 한다고 적고 있다. 그 공간은 전국적이다. 그 세월이 20년이라니 감동적이고 특별할 수밖에 없다.
그의 수필은 야생화를 중심으로 자연의 순리와 생태계파괴, 자신의 삶을 성찰한다.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창성과 문학성을 겸비한 주옥같은 예술로 승화시키고 있다. 하나의 소재를 두고 집중적으로 사색한 특별한 수필집, 독자들은 바로 이런 수필을 바라는 것이다. 또한 미래수필이 취해야할 소재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강천은 이 책을 통하여 그 이상을 구현해 내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5.명작의 구조와 나오는 말
이상에서 수필창작의 몇 가지 쟁점을 살펴보았다. 물론 이 세 가지가 전부일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수필이 미래문학의 대안이 될 수 있도록 좋은 수필이 양산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수필은 수필가만의 전유물이 아니지 않은가. 시인, 소설가, 극작가, 평론가가 쓰는 수필이 더 격조 높을 수 있음을 알아야겠다. 신선하고 매력적인 소재를 찾고 구성에 대해 고민해야 할 일이다. 적어도 명작이라면 다음과 같은 요건을 갖춘 작품이라고 본다.
1)새롭고 실험적인 수필로 독자들을 감동시켜야 한다.
2)구조적인 견고성을 갖추어야한다. 고전적 명시들은 모두 구조가 견고하다. 그것은 ‘주체-대상-매개물’이라는 삼각형으로 요약된다. 다시 말하면 김소월의「진달래꽃」에서 ‘말하는 화자-떠나는 님-진달래꽃’이 삼각형을 이루어 사랑의 슬픔을 노래하고 이 구조가 견고하기 때문에 반복적 생명력을 갖는 것이다.
3)미적인 울림이 감성과 이성의 눈을 뛰어넘어 본질적 깨달음을 통한 영적(靈的)경지까지 승화되어야 한다.
이러한 명 수필이 탄생할 때 수필문학의 견고한 위치가 나오고 미래문학의 중심으로서 대접받게 될 것이다. *
*백남오/수필가, 문학평론가, 경남대 청년작가아카데미 초빙교수. 2004년《서정시학》수필, 2015년《수필과 비평》평론등단. 2009년 수필집『지리산 황금능선의 봄』이 문광부 우수문학도서. 2011년『고등학교국어』교과서에「겨울밤세석에서」수록. 2014년『고등학교문학』교과서(지학사)공동저자. 작품집으로『지리산 황금능선의 봄』『지리산 빗점골의 가을』『지리산 세석고원의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