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완의 '서장'통한 선공부] <2> 서장 (書狀)
증시랑의 질문 편지
올바른 발심은 ‘어떻게’ ‘무엇을’ ‘왜’
<서장>의 첫머리는 증시랑이 질문하는 편지이다. 여기에서 증시랑은 자신이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한 까닭을 여러 가지 열거하고 대혜의 가르침을 구한다. 증시랑의 글 가운데 공부인의 올바른 자세를 보여주는 부분은 바로 발심(發心)에 관한 결의를 보이는 부분이다.
“세운 뜻과 발(發)한 원(願)은 진실로 가벼운 지견(知見)의 사이에 있지 않아서, 깨닫지 못하면 그만이지만 깨닫는다면 반드시 옛사람이 직접 깨달아 얻었던 곳에 곧바로 당도하여야 비로소 크게 쉴 땅으로 여길 것입니다.”
발심이란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먹는 것이다. 이 마음먹음에는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라는 내용이 갖추어질 것이다. 이 가운데 ‘누가’는 물을 필요가 없으며, ‘언제’와 ‘어디서’는 ‘어떻게’에 포함된다.
그러므로 올바른 발심을 위하여 중요한 요소는 ‘무엇을’, ‘어떻게’, ‘왜’이다.
왜 불교를 배우고 선을 공부하려 하는가? 재물이나 명예나 지식이나 건강을 얻기 위하여? 집안에 탈이 없기 위하여? 심리적 의지처를 찾기 위하여? 이런 것들을 위하여 불교와 선을 공부한다면 그것은 애초에 동기부터 잘못된 것이다. 이런 것들은 모두 복을 구하는 기복(祈福) 행위이다.
불교를 공부하는 목적은 석가모니의 출가 동기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 동기는 현세의 복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현세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궁극적이고 완전한 해결에 있다.
무엇을 선에서 공부하려 하는가? 지식을 공부하려 하는가? 특별한 기술이나 능력을 배우려 하는가? 선을 공부하는 목적이 이러한 것들이라면, 이것 역시 현세에서 조금 더 즐거운 삶을 바라는 기복행위에 불과하다.
현세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한 길은 오직 한 길뿐이다. 그것은 깨달음의 길이다. 현세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깨달아 알 때 현세에 있는 모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다. 이것이 석가모니가 간 길이요, 불교를 공부하는 우리가 가야할 길이다.
따라서 선을 공부하겠다고 발심한 사람은 반드시 부처나 조사들과 꼭 같은 깨달음을 얻겠다고 마음먹어야 한다. 위의 증시랑의 말은 바로 이 발심을 나타내고 있다.
불교나 선을 공부하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깨달음은 너무나 먼 길이므로 깨달음에 목적을 두지 말고 더 작은 것에 목적을 두고 공부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불교를 왜곡하고 부처를 비방하는 자들이다. 깨달음이 없으면 그것은 더 이상 불교도 아니요 부처의 가르침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 이들은 깨달음이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이상일 뿐이라고 신비화하지만, 이것 역시 모든 사람이 깨달을 수 있다는 경전의 가르침과는 맞지 않은 말이다. 석가모니는 모든 사람이 깨달음을 얻어 자신과 같이 되기를 원했지, 범부로 남아서 자신의 추종자가 되기를 바라진 않았다.
어떻게 선을 공부할 것인가? 증시랑은 어릴 때 발심하여 일생 동안 공부하였으나 세속의 여러 가지 일들에 매여서 공부에 전념하지 못한 까닭에 지금까지 공부에 결실이 없다고 고백하고 있다.
흔히 공부를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이 공부가 살아서 할 가장 크고 중요한 일임을 말한다. 삶과 죽음의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선의 역할이라면 이보다 더 큰 일은 없을 것이다. 가장 크고 중요한 일이므로 당연히 가장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일이다.
그렇다고 일상생활과 직업을 포기하고 모든 시간을 바쳐야 한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가장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라는 것은 선 공부야말로 일생에 해야 할 가장 큰 일이라고 가슴 깊이 새겨두어서, 언제 어디에서든지 공부에 대한 의식이 잠재되도록 하라는 말이다.
즉 명예, 돈, 자존심 등 세속사를 우선순위에 두지 말고 선 공부를 가장 우선순위에 두라는 것이다. 깨달음이라는 일대사는 마치 전쟁에 나간 외아들 생각하는 홀어머니 심정같이 일부러 생각하지 않아도 늘 염두에 있는 그러한 절실함이 있을 때에야 비로소 가능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태완/ 부산대 강사.철학
[출처 : 부다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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